제130화
휘오오-
여파로 일어나는 바람이 흩날린다.
보통의 바람이라면 그것을 즐길지 모르겠으나.
“으…….”
“이걸 어떻게 버티라고!”
당장 날아드는 바람은 버티는 것조차 힘겨웠다.
지한휘의 팀원들 모두 온몸이 날아갈 듯했다.
등급보다도 강력한 능력을 지닌 그의 팀원들이다.
그들이 겨우 버티는 풍압을 다른 생존자들이 쉽게 버틸 리가.
검이 되어 있던 승화자들을 제외하고, 꽤 많은 생존자가 던져지듯 날아갔다.
바람 뒤로 이어지는 파편의 세례!
승화자의 것인지, 보스의 것인지 그 주인을 알 수 없는 파편들이 날아왔다.
날아드는 파편들에 실린 힘이 매서웠다.
그때가 돼선 팀원들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성령이시여 이들에게 보호를!”
“사령아, 불어라!”
“어디 이 불도 버티나 보자고.”
보호 마법으로 전체를 보호하고.
사령의 바람을 통해 맞바람을 만들어 낸다.
그조차 뚫고 오는 비산하는 조각들엔.
푸화아악-!
푸를 정도로 시린 불길을 일으키는 이진성이 뿜어 내는 열기가 있었다.
그러한 불기로도 막아 내지 못하는 건.
“후우…….”
든든한 수호자가 된 박동길이 제 몸을 내밀어 막아 내었다.
타아앙. 탕.
꽤 많은 능력을 활용해 그 여파를 막았음에도 위력이 강했던가.
쏟아지는 것들에 박동길은 짙은 신음을 내뱉었다.
수호자의 기술로 말미암아, 거대한 방어막을 쳤음에도 그가 신음을 내뱉을 정도라.
결코 작지 않은 위력이란 의미다.
그래도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죽을 뻔했소이다!]
[덕분에 또 살았군.]
날아다니던 생존자들.
그나마 그들 곁에 있던 자들은 몸에 작은 생채기들이 나는 걸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니까.
나머지 생존자들도 최악은 면해 있었다.
마리가 사용한 방어막이 잘 먹힌 결과다.
[끄응…….]
[큿…….]
상처가 전혀 없진 않다만.
당장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그들 특유의 재생력이 있잖은가.
이들은 생물학적인 육체는 재생력으로 재생시키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 자신 주변에 있는 파편들을 삼켜서 기계 육체를 수복시키는 데 사용해 버텨냈다.
살았으면 그것으로 된 거였다.
“……그래도 다들 살긴 살았네요.”
“그러게요.”
[후…….]
덕분에 생존자와 팀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 한숨을 돌린 사이,
이들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던 바람이 멎어 있었다.
처음부터 오래 갈 바람은 아니란 걸 이곳에 있는 모두는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의 정체.
검이 만들어 낸 풍압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오러가 실린 검은 두 번 휘둘러질 이유가 없었다.
그러한 바람이 지나가고.
그 뒤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같이 비산하였던 파편과 먼지가 이내 가라앉았다.
그러고 드러난 광경.
살아남아서 제 발로 설 수 있는 모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휘유…….”
“와.”
그들의 눈앞에 크레이터라 칭하기에 너무도 길고 거대한 구멍이 보였으니까.
* * *
그것은 검이 만든 흔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거대했다.
또한 깊었다.
다른 누군가가 보았더라면, 저 거대한 검을 일개 한 개체가 휘둘렀다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미쳐버린 대마법사가 메테오라도 던지고.
거기에 검을 휘둘렀다고 미친 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
그러나.
여기엔 대마법사도, 미쳐버린 자도 없었다.
단지, 그 위력에 놀란 자들만 있을 뿐이었다.
길고 거대하게 이어지는 크레이터 한가운데.
그곳에는.
“쓰러졌구나.”
“……한 방이었네요. 아니 저걸 한 방이라고 해야 할지.”
반으로 갈라져 그 기능을 멈춰버린 존재가 있었다.
중앙 처리 장치로 구성되어 있었던 거대 보스.
그것이 갈라져 죽어 있었다.
그 반대편.
그보다 더 거대한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끔찍한 혼종이 검을 쥐고 자리해 있었다.
* * *
“와. 오랜만에 제대로 한 거 같은데?”
내가 보아도 이번에 내가 벌인 일은 미친 일이었다.
오러가 실린 검을 휘두르다니.
가호 : 오러를 얻지 않고서야, 검에 오러를 싣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검 그 자체의 극의를 깨달아서야 오러를 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게 가호 : 오러였다.
뭐, 결국엔 극의를 얻어서 직접 가호 : 오러를 얻느냐. 아니면 가호 : 오러를 처음부터 타고나느냐 하는 문제긴 하다.
어쨌건 그러한 가호가 있어야 오러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 오러를 회귀 전에 사용했느냐 하면.
‘그럴 리가 있나.’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가호 : 오러를 얻지는 못했다.
대신 영력을 계속해 압축하고, 두드려내며 빚은 영력의 검을 사용했을 뿐이다.
이러한 영력의 검도 결코 약한 것은 아니기야 하다만.
‘아무래도 절삭력만 놓고 보면 오러보다는 못했지. 종합적인 파괴력으로 놓고 보면 꿀릴 것도 없었다만.’
그 대용품만 있었을 뿐이다.
어쨌건, 끝끝내 사용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한 오러 실린 검을 우연찮게 사용했다.
내가 가호를 이용해 직접 빚어낸 오러는 아니긴 하다만.
후두둑-
끔찍한 혼종의 손 아래서 다시 서른 개로 나뉘는, 저 승화자들 덕분에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흩어져 떨어져 내리는 승화자들을 보며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로봇이면서 생물체고. 거기다 오러를 같이 일으킬 수 있다니. 사기잖아?’
합체해서 이뤘다지만 오러를 쓴다.
여기다 생물학적 재생력은 미친 듯이 뛰어나다.
거의 중하급 포션이라도 사용한 듯 육체를 수복해 버리니까.
기계 몸도 말할 게 없다.
마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몸은 그 자체로 흉기다.
일반적인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어버린다.
그런 자들이 서른이라.
내 변덕으로 빚어 만든 거나 다름없는 자들이긴 하다만.
놀라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저 정도 능력을 가진 자들이 조각난 세계에 있다는 건…… 본래 세계가 망했단 의미 아닌가?’
객관적으로 보면 인간보다도 훨씬 뛰어난 자들.
계속해 성장하기까지 하니, 그 성장 한계치가 우리보다 뛰어난 게 저들이었다.
그런 자들도 결국 공허에 잡아 먹혀 이곳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나로선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거지. 이 망겜을…… 하기야 더 생각해서 뭣 하나. 하다 보면 되는 거지.’
뭐, 두려움을 느끼겠다고 해서 이제 와 그만둘 건 아니긴 하다.
처음 마왕만 해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를 자였다.
오죽하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최종 보스라 여길 정도였다.
그런 마왕에게도 결국 곁에 도달했고.
잡아내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거기다 이제는.
-이게 제대로인가? 여가 보기에 너는 과거보다 더 한 거 같으니라.
“칭찬 감사하고.”
-누차 말하지만! 그건 칭찬이……! 아잇! 좀 들어 보아라!
내 영혼에 같이 종속되어서, 동맹을 바라는 처지가 되기까지 했다.
한때의 벽을 물리침을 넘어서.
이젠 전과 다른 격차를 점차 만들어가고 있는 나다.
이제 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더 겁을 먹어 주춤거릴 이유는 없다.
‘되려 즐겨야지.’
어떻게 하면 공허를 이겨낼까 고민할 뿐이지.
투우웅.
나는 그리 생각하며 발을 놀렸다.
땅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나의 몸.
끔찍한 혼종으로부터 내려가는 나의 귀로, 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흐…… 이제 보내 주란 말이다! 어서!
“그러든가.”
-오! 드디어 이 꼴도 끝이구나.
아무래도 놈은 이것으로 자신의 할 몫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허락지도 않았는데, 끝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기야, 놈도 오러가 실린 검을 사용하며 타격이 전혀 없진 않았다.
고작해야 마족 좀비였던 녀석이다.
이미 거대하긴 했다만, 나는 그 이상을 원했다.
억지로 힘을 욱여넣어 크기를 키우게 하지 않았나.
그런 가운데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큰 한 방을 위해 오러 실린 검을 휘둘렀다.
타격이 있을 수밖에.
온몸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 사이로, 마력이 줄줄 흘러나온다.
수복되어 가고 있지만, 수복되는 속도보다 흘러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끝이라 여길 수밖에.
그러나 나는 보내 줄 생각이 없다.
-……이 아니었더냐!?
“내가 왜? 어서 들어가라고.”
[당신은 기술 : 그림자 주머니를 사용했다.]
놈의 눈앞에서 그림자 주머니를 소환.
들어가지 않으려는 녀석에게 단호히 명령했다.
-크하아! 내 돌아와서 너를……! 큿…….
놈은 영혼이 깃들어 있는 의지만 솔직할 뿐이었다. 그 몸은 솔직하지 못하게 내 명령에 따라 그림자 주머니 안으로 스며들어 갈 뿐이었다.
[당신의 기술 : 그림자 주머니가 닫힌다.]
[당신이 지닌 그림자 주머니의 용량이 가득 차올랐다.]
그 거대한 거체를 흡수한 덕분일까.
꽤 많은 가호 상승과 함께, 등급이 오른 덕에 넉넉하게 사용했던 그림자 주머니가 가득 찼다.
사실 이건 문제 될 게 아니었다.
“등급이야 또 올리면 되니까.”
지금 내게 있어 등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서였다.
스스슷-
바닥에 내려앉은 나.
그 앞에는 보란 듯이 거대한 던전의 핵이 있지 않은가.
이 핵을 파괴하기만 하면, 이 뒤는 보상의 공간이었다.
또한 처음 내가 원했던 거처럼.
‘이 던전은 고정되겠지. 그러니 대피소로 사용하려고 한 거고.’
이곳은 파괴가 되고도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였다.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고, 본래 있어야 할 수많은 기계는 전부 파괴된 채 남아 있기야 하겠다만.
뭐 어떠랴.
어쩌면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곳에서 내가 얻은 성과는 엄청났다.
근데 말이다.
승화자 중 하나.
처음 나와 협상을 자처하였던 장로가 핵을 부수려는 나를 제지하고 나섰다.
물에서 구해줬으니 이제 와 마음이 바뀐 걸까.
체계의 공증으로 진행한 계약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바꾸지 못하는 걸 알 텐데.
어떻게든 변경이라도 해보겠다는 건가.
그러면 좋지 못할 텐데.
혹여 그런 것이라면, 무조건 거절할 생각이다.
때문에 나는 퉁명스레 물었다.
“음? 뭐지?”
[부수기 전에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소?]
역시 이들은 날 제지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와 그 이유가 뭘까.
계약은 계약대로 행하면 될 일인데.
해서 물었는데.
“이야기? 당장 더 이야기할 게 있나? 나는 이곳의 지분을 이용하고, 그대들은 여기서 살면 되는 거지. 남은 빚은 갚으면 되고. 아닌가?”
[허허. 맞소. 이제 와 그걸 바꿀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시게.]
그 대답에 나는 더 어이가 없었다.
계약을 바꿀 필요도 없으면, 시간 낭비할 거 없이 던전 핵을 부수면 그만 아닌가.
핵을 부수고 보상을 받고.
이 뒤엔 바깥으로 나가는 다른 던전과 달리, 이 던전 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때 가서 말을 하면 될 문제 아닌가 싶었다.
해서 그리 말을 하였는데.
“그럼 뭐 따로 이야기할 게 없는 거 같은데?”
[아니오. 우리는 당신이 핵을 파괴하는 그사이 할 수 있는 게 있소이다.]
“음……?”
계속된 제지에 슬슬 짜증이 날 찰나.
나는 이어지는 말에 그 짜증이 모두 씻겨나감을 느꼈다.
그만큼 놀라운 이야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