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이런……!]
[예상보다 빠른 움직임이로군.]
저 형태는 생존자를 이끄는 승화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경우인 듯했다.
그그그긍-
그것은 이 공장 안에 있는 기계들을 얼기설기 엮은 존재였다.
“저거 합체가 되는 거였습니까?”
“……저걸 합체라 해야 하나. 합체라기보다는 고철 같은데.”
어린아이가 미숙한 손으로 뭉개 만든 듯한 그것은 초기의 형태는 도무지 알아보기 힘든 형태였다.
온갖 기계를 한곳에 때려 박아서 진흙처럼 뭉치고서.
그것을 다시 인간의 형태로 억지로 만들어내면 저러한 형태가 만들어질까 싶었다.
중앙에 박혀 있는 중앙 처리 장치의 눈동자와 같은 구체.
오로지 그것만이 저것이 본래 중앙 처리 장치였다는 걸 알려줄 뿐이었다.
모양은 흐트러짐이 가득했으나.
그 가운데 움직이는 보스가 된 놈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또한.
‘실시간 진화냐……?’
계속해 변화하고 있었다.
스스슷-
움직이면서 제 주변에 걸리는 모든 것을 피아를 가리지 않고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둔다면.
얼마 가지 않아 주변의 모든 걸 잡아먹을 게 분명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우리란 의미다.
그럼 이쪽도 나서줘야 했다.
“한휘?!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난이도가 더 오른 거 같은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지 않나. 아까의 걸 섞어보려고.”
이왕 나설 거면, 저 뭐든 집어먹는 괴물을 막아서는 방식이 좋겠지.
그 방식을 나는 간단히 설명했고.
“섞어……? 아아. 알겠다! 내가 뼈대는 보강할게.”
“저는 부족한 생명력을 채워 넣을게요.”
마리와 이사야는 자세한 설명 없이도 자신들이 해야 할 걸 알았다.
스스스-
샤아-
얼마 가지 않아 둘의 힘이 주변에 번진다.
그런 둘을 보면서 나는 지친 정신을 달래었다.
‘바로 이차전이로군.’
저것만 부수면 꿀 같은 휴식이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 생각하며, 나 또한 주변에 있는 것을 찰흙처럼 빚어갔다.
중앙 처리 장치가 이 안의 모든 기계를 재료 삼았다면.
‘나는 다르지. 같을 필요도 없고.’
[당신은 대량의 영력을 사용하였다.]
[당신은 주변에 있는 모든 그림자를 끌어들였다.]
[당신은 존재 포식을 통해, 주변의 주인 잃은 존재들을 끌어들인다.]
영력에 그림자를 기본으로 깔았고.
존재포식을 이용해 그림자 외에 남은 존재 그 자체를, 중앙 처리 장치가 끌어들이기 전에 먼저 흡수하였으며.
뒤이어서.
지금껏 잘 숨겨 놓았던 비장의 무기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쿠우웅-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림자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거대 좀비!
-크륵…… 무엇이냐! 나를 어서 돌려보내 주지 않고! 대체 왜……!
무려,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당시 마족의 혼을 실어 만들었던 거대 좀비가 이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왕은 그런 나를 보고 재차 질려버린 거 같다만.
-……결국 저것을 쓰는구나.
‘이래 봬도 재활용이 내 특기라서 말이지.’
과거, 온갖 사태를 겪으면서 그게 뭐든 자원이라면 끌어썼던 나다.
그런 내게 있어 그 마왕조차도 신경을 쓸 만한 과거의 마족.
마왕이 마족에서 마왕이 되기까지.
마계 내부에서 온갖 적들을 상대하였을 상황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저 마족의 영혼을 쓰지 않는 건 심각한 낭비이지 않은가.
-크흐…… 너희 놈들이! 감히 너희들이! 나를 이런 하찮은 몸뚱어리에……!
놈은 하찮다 말하지만, 이미 완벽하게 영혼과 육체가 일체화되어버린 그것은.
[당신은 자신이 지배한 개체 : 마족 ??? 거대 좀비를 변형시켰다.]
내가 저 거대한 중앙 처리 장치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 낼 거대한 육체를 새로 빚어내기에, 저 좀비는 무엇보다 좋은 뼈대였다.
마족의 혼이 실려 있기에 영력과 그림자를 잘 받아낼 것이고.
좀비의 육체는 주변에 있는 모든 걸 존재 포식하여 얻어낸 재료들을 박아 넣기에 딱 충분하니까!
본래라면, 좀비의 육체가 지닌 근본이 고작해야 수인의 것이기에 급이 부족해야 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사령들이여! 저 가냘픈 육체에 사령의 힘을!”
“이번만이에요. 성력을 불어 넣어주죠. 재물로요.”
마리와 이사야의 힘은 부족한 곳을 메꿔주었다.
이사야의 사령술은 좀비의 육체 자체를 사령술로 강화해주고.
강화를 위한 재료로 무려 마리의 신성력이 사용됐다.
그럼으로써 말미암아…….
-크헉…… 이건 또 무슨 짓이더냐!
하급 몬스터로 뭉쳐졌던 좀비 시체의 격은 드높게 올라간다.
여기에 내가 섞은 온갖 것들이 같이 뭉쳐가고.
그 어깨를 내가 타고 올라가니.
“크…… 높은데.”
일순간, 거대 보스에 비견되는 것이 만들어진다.
마족의 영혼.
시체로 빚은 하급 좀비.
윤활유로 삼은 신성력.
강화시켜주는 사령술.
여기에 그림자와 영혼까지.
그야말로 끔찍한 혼종이지 않은가!
마치, 저 바깥에 있는 외신들의 취향 저격을 할 법한 그것의 탄생이었다.
나는 손수 그것에게 이름을 붙여주었고.
“지금부터 너를 혼종이라고 칭해주마.”
-감히! 네가 나에게 이름을……!
그것은 시스템에게 전혀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인정을 받게 되었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하였습니다.]
[갑작스레 일어난 기적!]
[대비되는 사령의 기운과 신성력이 함께 움직이는 업적을 세웁니다.]
[그림자와 영력을 완벽하게 합일해 냅니다.]
[그 모든 것이 합일된 존재에게 혼종이라는 이름을 명명합니다.]
[무엇보다 적합한 이름!]
[이를 지켜보던 신좌들이 감탄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외신 일부가 당신의 작품을 탐냅니다.]
[당신이 혼종을 바치면, 그 무엇보다 뛰어난 보상을 줄 거라 약속합니다.]
크…….
무려 신이 탐내는 작품을 빚어낼 줄이야.
신화 속에 나온다는 피그말리온!
제 아내를 조각상으로 직접 빚어 만들어 냈다는, 그자와 비슷한 일을 해낸 것이지 않은가.
다만 큰 차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자는 제가 빚어낸 자를 아내로 삼았다면.
“뭐하냐, 끔찍한 혼종아. 어서 움직이지 않고!”
-이상한 수식어를 붙이지 마라……! 아악! 몸이 왜 움직여!
나는 이것을 그 무엇보다 충실한 부하로 삼았다는 게 전혀 다른 부분이었다.
‘사실 미친 변태가 아니고서야 제 아내를 누가 손수 빚냐고. 그러니까 그게 신화지.’
피그말리온이 들으면 크게 화낼 생각을 내가 하는 사이.
드드드드득-!
콰아앙-!
내가 만든 끔찍한 혼종과 얼기설기 이어진 중앙 처리 장치의 부딪침이 시작됐다.
* * *
-이따위 게! 이것을 무너트리면 날 놓아주거라!
“글쎄? 생각 좀 해보고.”
-으아아아아!
[적은 배제한다! 명령을 위해 모두를 죽이리라!]
한 방 한 방이 거세었다.
끔찍한 혼종과 보스는 물러날 줄을 몰랐다.
거대한 기갑물들이 만들어 내는 흉포한 난타전이었다.
UFC와 같은 격투기에선, 주먹과 발차기 한 방에 육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나.
이곳은 달랐다.
서로 한 방이 수놓아질 때마다, 그 거대한 육체의 일부가 부서졌다.
육체의 일부라도 거대하였다.
“으아! 온다!”
“피해!”
팀원들은 비산하는 것들을 피하기 바빴다.
끔찍한 혼종의 재료인 수많은 기운은 잘못 닿았다가는 오염이 될 수 있었고.
보스로부터 나오는 고철 따위야 팀원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다만 생존자들은 달랐다.
[새로운 부품인가……!]
[오오……!]
서른의 승화자와 언제 또 나왔는지 모를 수많은 생존자.
그들은 보스의 기계 부품이 떨어질 때마다, 환호하며 제 몸에 붙이기 바빴다.
또 일부는.
[저것을 생체 기계라 생각한다면……!]
[또 다른 형식의 승화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미쳐버린 과학자.
즉 메드 사이언티스트처럼, 떨어져 내리는 살점을 챙기길 망설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막장의 장면이었다.
끔찍하게 생긴 거대 생물과 기계가 서로 소모전을 벌이고.
그 아래선 그걸 챙기겠다고 반인반기계들이 환호하며 달려 나오는 저 모습.
‘……미쳤네.’
이 장면을 만들어 내는 데 크게 일조한 나로서도 질려버릴 정도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멈출 수도 없었다.
쒜에에엑-!
-지치지도 않나!
“네가 할 소린 아니지 않냐……?”
-시끄럽다!
기계가 지칠 리도 없었고. 고통을 느낄 리도 없었다.
이는 끔찍한 혼종에게도 같은 조건이었기에, 서로의 전투는 점차 격렬해져 갔다.
그러나.
‘시간을 더 끌면 힘들겠는데……?’
내가 지닌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수많은 영력을 흡수했다 해도 무한은 아니고.
그에 발맞추는 ‘가호 : 그림자’는 많은 등급이 올라갔다 해도 아직 최고 등급엔 이르지도 못했다.
때문에 끔찍한 혼종을 계속해 보조해야 하는 내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슬슬 큰 한 방을 먹이거나.
꽤 많은 기여도를 쌓은 걸로 만족하고 이젠 뒤로 물러나서, 재정비를 하는 거.
둘 중 하나가 정석적인 일이었다.
‘어쩐다……?’
고민이 됐다.
그러나 내가 할 만한 일은 보통 하나지 않은가.
물러나기보단, 큰 한 방으로 끝내는 게 내 취미였다.
그러기에 난 어떻게 한 방을 먹여야 하나 깊이 물색하고 있었다.
문제는 쓸 만한 자원이 더 없단 거였다.
‘이사야나 마리는 무리.’
둘은 나를 보조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진성 이진아도 무리였다.
좋은 광대이자 암살자인 둘은 대인전에 강력하다 해도, 이런 거대한 개체를 상대하긴 무리다.
그렇다고 단단한 박동길을 무기로 삼을 수도 없잖은가.
한이수는 여태 버텨준 게 용할 정도다.
‘어쩌지……?’
해서 더는 꺼낼 자원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물러나야 하나.
아쉬움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자가, 내 뜻을 알아챘다.
[저를 쓰십시오……!]
“……오?”
그것은 승화자들이었다.
내 뜻을 어떻게 알아챈 걸까.
어느새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서른의 승화자가 손을 맞잡자, 그 덩치는 꽤 거대해졌다.
철 덩어리인 그들이 한데 뭉치는 걸로, 무기라고 하기엔 충분해 보이긴 했다.
그야말로 철을 휘두르는 거니까.
그러나 아쉬웠다.
‘저거로는 무린데?’
저걸 휘둘러서 도움이야 되겠다만.
내가 원하는 강력한 한 방이라고 하기엔 무리니까.
저들도 그걸 알았나.
[새로운 합일을 보여드리죠.]
드드드드드득-
서로 얽힌 그들은, 한 몸처럼 육체변형을 이루었다.
그렇게 변형하여 만들어진 형태는.
“……검이라고!?”
날 하나 서 있지 않은 우묵함이 있었으나, 누가 보더라도 휘두르라고 만들어진 검이었다!
저거라면!
그래. 한 방 날리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고.
“쥐어!”
-으아아아아! 차라리 저걸로 빨리 끝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끔찍한 혼종은 그걸 바로 받아들였다.
이제 이걸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찰나.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휘아아아악-!
거대한 검에서 서른 개의 크고 작은 빛이 일기 시작하더니, 그 거대한 마력이 한데 뭉쳤다.
“……오우. 미친.”
“가호 오러를 인공적으로 일으킨다고!?”
그것은 가호 : 오러!
리바이조차도 백등급이 넘어가서야 얻었던, 무엇이든 절삭할 수 있는 최강의 가호 중 하나.
그것이 무려 인공적인 로봇들에 의해서 빚어졌다.
이게 진짜였다!
그 무엇보다 강력한 진짜 한 방!
그 한 방을 손에 넣었는데, 망설일 필요가 있겠는가.
“썰어버려!”
-으야아아압!
끔찍한 혼종의 손에 쥐어진 거대 검이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