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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27화 (127/206)

제127화

[당신에게 경의를…….]

[진정으로 영혼을 다룰 줄 아는 자가 나타날 줄이야!]

그것은 경배였고, 경의였다.

대치를 멈추고 고개를 숙이는 그들에겐, 종족을 뛰어넘는 경건함이 느껴졌다.

‘내 참…… 뭐라는 거냐.’

-여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구나.

‘이해?’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행위가 무엇이든 간에 네가 죽어가는 저들을 살게 만든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야.

‘변덕이야. 작은 변덕.’

-말했지 않은가. 그 이유는 상관없다고.

이유가 상관없다라.

나는 작은 변덕치곤 많은 걸 받아 냈다.

기술이 강화되고 가호를 얻었다.

변덕의 대가로는 차고도 넘치지 않나.

그저 마모되어가는 저들이 조금이나마 더 버티길 바랐을 뿐이다.

근데 그게 내 예상보다 더 큰 결과로 돌아왔다.

영성회복이라니.

이건 전생에 이르러서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영력은 적의 영력을 부수는 데나 주로 쓰였지. 무언가를 회복시키는 데는 쓰인 바가 없었으니까.

회복하는 데 쓰일 줄도 몰랐다.

그걸 연구할 새도 없었다.

근원이라 하는 거 자체가 뭔지도 모른 채, 오직 파괴만 일삼았으니까.

이번은 마리와 유보라를 찾기 위해서 근원이란 걸 찾았고.

그걸 사용할 줄 알게 됐을 뿐이다.

그러다 마침 작은 변덕과 함께 이들의 영혼을 잠시나마 회복시킬 수 있을 방법을 찾았다 여겼다.

그뿐이다.

근데 그 결과가, 이러한 믿지 못할 회복과 경배라니.

“거, 그만들 좀 하지? 고개 숙이지 말고, 처음 볼 때처럼 뻣뻣하게 굴라고.”

[어찌…….]

“씁…… 어서. 그러라니까?”

[아, 알겠습니다.]

반은 인간.

‘그거도 진짜 인간의 몸인지도 알 수 없지. 형태만 비슷한 경우도 많으니까.’

그나마 남은 반은 기계 몸인 자들이다.

그런 자들로부터 경배를 받는 취미 따위 없다.

쓸데없는 경배는 신좌 자식들이 받는 걸로 충분했다.

내가 경배를 받아서 어디에 쓰겠는가.

내가 보기에 저들이 하는 건 영 쓸데없는 짓이었다.

-과연 쓸 일이 없어 보이느냐?

‘또 무슨 헛소리야?’

마왕은 그걸 다르게 여기는 거 같은데.

-……흠. 격이 아직 거기까진 올라서지 않은 건가.

‘격이 오르면 뭐가 달라지나?’

-여가 말하지 않아도 나중엔 알게 될 것이니라.

또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알 수 없는 말만 던진다.

격이 올라가면 알 거라니.

이거 처음 이야기 하는 거도 아니지 않나.

뭐, 내가 격이 올라가면 성좌라도 된다는 건가.

인간이 성좌?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일이다.

거기다 성좌가 돼서 뭘 할 건가.

경배받는 걸로 끝 아닌가?

힘이야 강해지겠다만.

공허가 내려앉는 데도 나서는 성좌는 내가 알기로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럼 강해져서 뭣 하겠는가.

공허도 못 막는데.

그런 게 성좌라면 그 자리를 줘도 가질 생각이 없었다.

회귀 전에 나의 수많은 동료와 결사대.

그들의 목숨값을 갚기 위해서라도, 나는 어떻게든 공허를 막을 생각이니까.

나 홀로 강해지거나, 성좌가 되어서 공허로부터 탈출하는 엔딩 따위.

내가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 결국 마왕이 하는 얘기도 내게 쓸모없는 것이었다.

해서 화를 내 본다만.

‘씁. 또, 갈증 나게 화두만 던지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하질 말라니까?’

-네게 귀속된 여의 작은 유희라 여기거라.

‘유희 두 번 하다가는 내가 돌겠네, 이 마왕 놈아.’

-후후…….

마왕은 이내 이런 나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어넘길 뿐이었다.

하여간.

시간이 지나 정이 좀 붙는가 싶으면, 제 손으로 정이 뚝 떨어지게 하는 녀석이다.

그렇게 내가 예정에도 없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쩌저저적-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철벽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 * *

쇠가 찢어지는 쇳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걸 막는 존재들은 더 이상 없었다.

이따금 달려들던 적 로봇들도 사라진 지 오래였으니까.

쩌어억-!

가장 거대했던 고치가 마지막으로 봉우리를 열어젖혔다.

그게 신호였다.

“맞추기라도 한 듯 벌어지는데요?”

“마치…… 공명하는 거 같아요.”

김민하의 말처럼.

마지막 고치가 열리자마자, 고치들은 같은 속도로 쭉쭉 철판을 벌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둑-

연잎이 피어나듯, 고치들이 전부 벌어지고.

버려진 잎처럼 널브러졌던 철판들은 그 안의 존재들에게 빨려들어 갔다.

그러고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은 분명 전과 달랐다.

“적이 된 거 아닙니까!?”

“젠장…… 낚인 건가.”

생명체라고 여겨지던 반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남은 반을 기계들이 채웠다.

온몸이 기계로 변한 것이다.

거기다 그 형태가 전에 상대한 로봇들과 비슷했다.

인간의 몸을 베이스로 했으나, 팔이나 다리 등의 신체 부위가 늘어나 있는 자가 많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육체 일부를 변이시킨 듯 보이는 무기들이 곳곳에 달려 있었다.

극적이 변화였고.

‘쯧…… 변덕의 대가가 잘못된 건가?’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는 변화기도 했다.

기껏 영혼을 어루만진 대가가, 적을 늘리는 거라니.

너무 웃기지 않나.

나는 침잠되었던 기세를 다시 일으켰다.

[당신은 거대한 영력을 퍼트리고 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전투 준비해.”

2차전을 준비하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팀원들은 준비를 마쳤다.

빠른 전투태세였다.

한데 왜일까.

적들도 우리의 태세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

저들은 우리에게 무기를 겨누기는커녕, 빈손을 드러내고 있었다.

명백히 공격 의사가 없다는 표시였다.

그러며 내게 의지를 던져왔다.

[오해 마시지요. 육체는 바뀌었을지언정, 그 본심(本心)은 바뀐 것이 없으니…….]

그들의 의지에 내용은 중요치 않았다.

의지에 예상치 못하게 담긴 게 중요했다.

저들의 메시지로부터 현기(玄機)가 느껴졌다.

‘……뭐지?’

수많은 던전. 그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세계의 종족들. 그곳에서도 극소수, 아니 몇 명밖에 없었던 현자들.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현기가 왜 저들로부터 느껴진 걸까……?

저들은 완전히 기계 몸이 되었을 것인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금세 풀려났다.

* * *

본래 저들의 세계는 육체를 초월하고자 했다.

그들 모두가 육체를 초월하여 새로운 격을 얻고자 했단다.

웃긴 건 그 방식이 자신들의 육체를 타고난 생명으로서의 육체가 아닌, 로봇과 같은 몸으로 바꾸는 것이란다.

온몸이 영혼 없는 기계일지라도.

그 안에 영혼이 담겨 있으면 다른 어떤 행위보다도 더 육체를 초월하는 행위라 여겼단다.

그리고 그런 행위를 하는 자들을 구도자라 불렀단다.

‘……뭔 말도 안 되는 궤변인지.’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저 멀리 인도에나 있는 고행을 통해서 스스로 신이 되겠다는 수행자들.

그들의 행위가 차라리 격을 초월하기에 더 적합하다 여겨질 정도였다.

타고난 육체를 기계로 간다고, 격이 초월 되다니.

말도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그게 그들의 삶의 방식이란다.

문화였고, 당연한 것이었다.

나로선 역시 이해가 안 가지만, 차원이 다르니 그렇구나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어쨌건 그러한 초월을 추구하는 가운데 문제가 발생했단다.

그것은, 그들이 육체를 벗어던지기 위해 만들어 낸 수많은 로봇과 그에 관련된 문명들이 그들에게 반기를 들게 된 것.

무엇인지 모를 것에 잠식되기 시작한 로봇들은, 그들의 주인인 구도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단다.

처음엔 한 명.

그 뒤엔 여러 명의 구도자가 살해당하였다.

그렇게 죽어버린 구도자의 육체를 수거되고.

다시 로봇의 것으로 탈바꿈하여, 또 다른 구도자를 공격하는 데 쓰였단다.

이 폐허는 그러한 참혹한 일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었단다.

때문에 많은 구도자가 이곳을 찾았단다.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그 답이야, 더 말할 게 있겠는가.

회귀 전엔 실패했으니 전부 전멸당하였고.

이번은 전과 다르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그러한 구도자들의 목표.

육신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격을 초월하는 것.

그게 실제로 이뤄져 버렸다.

나로선 저들을 전사라 칭하고, 그들의 발악을 돕기 위하여 변덕을 부렸을 뿐인데.

[덕분이오.]

[내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갚겠소이다.]

[마지막 초월을 위한 조각이 결국 영혼 그 자체일 줄이야…… 놀라운 일이었소.]

저들 구도자들이 가지지 못한 마지막 조각을 채워준 셈이 되었단다.

그렇게 격이 상승한 자는 소수도 아니었다.

“……허 참.”

내가 변덕을 부려 영혼을 어루만져 준 서른.

그들 전부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분명 격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나만 해도 근원을 찾겠답시고 온갖 발광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단순 변덕의 결과가 큰 건 알겠는데.

그게 나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자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일을 이뤄내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어쨌건, 벌어진 일이다.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간에 이들은 괘념치 않았다.

격이 상승하면서 얻은 새 힘을 쓸 뿐이었다.

그 힘의 종류는 내가 한 것과 꽤 비슷했다.

[덕분에 우리도 다른 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게 되었소.]

저들의 제 몸 일부를 길게 늘였다.

길게 자라난 기다란 대롱들은, 그 끝이 뭉툭하기보다는 날카로웠다.

푸우욱-!

날카롭게 자라난 철 대롱들은, 옆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다른 생존자들의 몸을 꿰뚫었다.

“……미친.”

“지금부터 서로 죽이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뭐지, 대체.”

스스스-!

그러곤, 알 수 없는 마력을 생존자들을 향해 주입했다.

그 마력의 주입 결과는 놀라웠다.

[……오오!]

[회복된다!]

내가 한 거처럼 격을 상승시킨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저들의 영혼과 정신이 더 마모되는 거 자체를 멈추는 데 성공했다.

마력의 흐름이 고르게 변하였고.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영혼의 흐름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건 정화였다.

내가 행한 것과 다른 방식이었으나, 생존자 전부를 회복하게 하기엔 충분한 행위였다.

“……놀랍네.”

“한휘. 전부를 살린 거 같은데요?”

마리의 말대로였다.

[놀라운 업적!]

[당신은 폐허에 잡아먹혀 가는 자들을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체계조차 우리의 성과를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게 얻은 아군을 강화시키기까지 해버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놀라운 일은, 이 뒤에 일어났다.

“……팀장님.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성장하고, 격을 초월한 구도자.

그와 함께 정화되어 회복하기 시작한 생존자들.

그들 전부가 다시 움직이자, 던전이 순식간에 공략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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