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꽤 재밌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이 말하는 조율이 나는 뭔지 모르지.’
이 세계 사람들이 말하는 조율.
기계와 인간을 연동시키는 무언가의 행위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어떻게 이뤄지는지 난 알 수 없다.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거였다.
‘쉬웠다면 스스로 해냈겠지.’
기계 몸을 스스로 수복할 줄 아는 자들이, 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단 의미다.
이제 와 그걸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거?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러나 흉내는 낼 수 있었다.
“우선 마리가 저들의 몸을 회복시켜줘. 너덜너덜해진 정신도 같이.”
“알겠어요.”
우선 육체를 회복시켰다.
조율이 되지 않아 망가진 정신도 함께 회복을 도모했다.
“정신력 회복, 정신 보호, 육체 재생, 사투의 흔적 제거.”
[당신의 동료가 기도 : 정신력 회복을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기도 : 정신 보호를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망가져 버린 정신력을 회복시키고.
추가적으로 더 망가지지 않게 조치한다.
육체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아물어 가는 육체라 할지라도 그 안에 회복의 흔적은 남는다. 마치 흉터처럼.
그러나 마리의 육체 재생은 달랐다.
본래 자신이 지닌 몸처럼 회복을 도와준다.
여기에 사투의 흔적 제거를 사용함으로써 정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정말 새 몸이라도 다름없게 변하지. 대신에 신성력 소모는 상당하지만…….’
온몸에 쌓인 고된 육체적 피로가 사라진다.
“휴우…….”
덕분에 한껏 힘을 쏟아부은 마리는 크게 숨을 내쉴 정도로 지쳐버린다만.
[어엇?]
[이 얼마 만의…… 맑은 정신인가.]
[허, 이런 것도 가능한가?]
[이곳의 인류는 신기하군.]
육체와 정신이 망가진 생존자들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이건 일시적인 회복이다.
[평생 이랬으면 좋겠군…….]
[그래봐야 며칠이겠지. 아쉽네. 아쉬워.]
저들의 판단처럼, 며칠 후면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정신력을 회복시켰다 해도, 원인을 제거한 건 아니지 않은가.
육체를 되돌렸다 해도, 조율이 끝나지 않는 한 상처는 계속해 생기게 된다.
이때 나서는 게 이사야였다.
사령술의 천재 이사야.
그녀는 기계가 아닌 사령과 죽어버린 육체에 있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령술사였다.
그런 그녀이기에 응용이란 게 가능했다.
“저 기계 몸을 죽은 육체라 생각하고, 사령을 대신해서 저들의 영혼을 이용하는 거야. 어때?”
“꽤 재미난 도전이 될 거야. 후음…… 살아 있는 영혼을 기계에 주입한 거도 꽤 흥미롭고. 그 상태로 고정된 건 더 흥미롭단 말이지!”
안 그래도 그녀는 제 순서가 오기 전부터 신이 나 있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이지 않나.
사령술도 결국 마법의 한 갈래.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사령술사인 이사야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도전은, 더 높은 진리로 향하게 하는 기회였으니까.
‘오랜만이네, 저 표정도.’
덕분이랄까.
시험 던전을 나온 이후부터 어딘가 굳어 있던 그녀의 표정이 풀어져 있다.
그런 이사야의 표정을 본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동료 중 하나인 그녀가 크게 무언가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잠시나마 정신적 휴식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일은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후음…… 수식 계산은 이것으로 끝마치고. 둘을 합쳐봐야겠네. 사령의 영혼술, 육체 잠식, 고정의 저주!”
그녀는 동시에 세 가지 마법을 사용했다.
사령의 영혼술.
그것은 대상으로 지정한 영혼을 사령술사가 부리는 비술.
[크흣…….]
[뭔가? 무엇이냐!? 우리를 통제할 생각이냐…….]
[중앙 처리 장치의 통제를 피해 온 우리다. 이런 통제는 받아들일 수…… 컥!]
그 대상은 방금 전까지, 마리의 회복마법을 통해 기뻐하던 생존자들을 향했다.
츠츠측-
그들로부터 영혼 일부가 뽑혀 나왔다.
그 영혼의 줄기가 내게는 보였다.
‘오. 이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라서 그런가. 영혼이 꽤 비대한데? 차라리 기계 육체가 작아 보일 정도야.’
-대단하구나. 회귀 전에 이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계약을 진행했을 거다. 마족화시키는 게 더 나았을 자들이야.
그들의 영혼.
마왕조차 탐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한 영혼이 이사야의 손에 주물러지고, 맞춰진다.
그들이 지닌 육체의 크기에 맞춰서.
“…….”
집중된 상태로, 한창 영혼을 만지던 그녀는 곧바로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그것은 육체 잠식.
본래 이 기술은 사령술사가 부리는 사령이 산 육체에 깃들 때 사용하는 마법.
혹은 죽은 뼈에 사령을 불어넣어 언데드를 만들 때 쓰이는 방식이었다.
영혼이 없는 자연 언데드가 아닌, 사령술사의 말을 듣는 사령술의 언데드를 사용하는 특별한 방식 중 하나.
본래 이러한 마법은 하나, 하나 시전하는 거 자체가 버거운 일이다만.
[으어어어!]
[큿…… 그만두래도!]
[배, 배신이냐……!]
이사야는 서른이 더 넘는 생존자들을 상대로 단번에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단번에 수십의 영혼과 육체를 희롱할 줄이야.
대단한 일이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남은 생존자들은 당황했다.
[배신이라면 죽음을……!]
[흐…… 이 꼴을 당하자고 나온 것이 아닌데!]
한창 당황한 남은 생존자들.
그들은 어느새, 육체를 변환시키며 태세를 전환했다.
전투태세였다.
우리가 배신한 거라 생각했겠지.
착각을 하는 저들에게 설명해 줄 시간은 없었다.
“잠시만 참으라고. 그림자 묶기.”
[당신은 기술 : 그림자 묶기를 사용했다.]
[컥…….]
[크흣…….]
기세를 일으켜 저들의 영혼을 압박하고.
동시에 그림자를 이용해 저들을 묶어냈다.
잠시 시간을 벌어줘야 했으니까.
그사이 이사야는 마지막으로 저주를 사용했다.
고정의 저주.
그것은 꽤 지독한 종류의 저주였다.
고정의 저주는 말 그대로 그 상태 그대로 대상을 고정시켜 버린다.
이는 때로 불로불사의 저주라고도 불렸다.
저주에 걸리는 그 시간, 그대로.
단 하나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 고정된 채로 살아가게 되는 게 고정의 저주니까.
이러한 저주에 걸려버린 생명체는 말 그대로, 더는 어떠한 변화도 꾀할 수 없게 된다. 나아지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
그러기에 저건 겉으론 축복이었으나, 대상 그 자체를 고정해 버리기에 저주였다.
그 어떠한 생명체도, 종족을 막론하고 고정된 그 상태로 살고자 하는 자는 없으니까.
또한 고정된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은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그 결과.
-고정의 저주…… 오랜만에 보는구나. 덕분인지, 저들의 영혼이 울부짖는 게 보인다.
‘그래. 다른 모든 건 다 가능해도 영혼은 고정시킬 수 없으니까. 그런데 육체는 고정시켜 버렸으니…… 그 간극에 고통스러운 거겠지.’
마왕의 말대로 저들의 영혼이 고통으로 울부짖는 게 보였다.
사령술로 묶고.
마리의 신성으로 회복을 시켰음에도 울부짖는다.
이때가 내가 나서야 할 때였다.
“시작해 볼까. 후우…… 근원 방출.”
[당신은 기술 : 근원 방출을 사용했다.]
나는 시험 던전 이후에서처럼.
내 영혼의 근원 일부를 꺼내 들었다.
내 영혼 일부를 꺼내오는 거.
“크흐…….”
그건 그 자체로 굉장한 과부하를 갖게 하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타고난 내 근원을 꺼내오는 거니까.
그러나, 근원 정도는 꺼내줘야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하려는 건 하나.
‘저들의 영혼 자체를 변형시켜주는 거지.’
폐허에서 보낸 오랜 시간 망가지고, 마모되어간 저들의 영혼.
그 영혼을 어루만지는 거였다.
그럼으로써 저들의 육체와 영혼이 지닌 간극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신비였다.
“후우…….”
나는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게 내 변덕이었다.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투쟁한 저들을 위한 큰 변덕!
스스스스슷-
그러한 변덕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모르지.’
회귀를 한 나조차도 처음 겪은 일이기에 알 수 없다.
다만, 그 결과가 결코 나쁘지 않기를 바랄 뿐.
그런 내 바람이 전해진 것일까.
[당신은 공장의 생존자 : B-2451234의 영성을 회복시켰다.]
[당신은 공장의 생존자 : B-1223…….]
.
.
.
마리, 이사야, 나.
우리 셋이서 만들어낸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저들의 영성을 회복시켰다.
그럼으로써.
내가 원하던 효과를 만들어 냈다.
-마력의 변질이 사라졌다!
그것은 처절하게 생존하는 저들의 완벽한 회복!
[오…… 더는 마력이 흘러내리질 않아.]
[아아아…… 이 무슨…….]
[새로 태어난 거 같다.]
영성을 회복한 생존자들 전부의 마모가 멈췄다.
아니 마모되고 부서져 가던 영혼이 회복되었다.
회복은 새로운 가능성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그 대가로.
[대단한 업적!]
[당신은 자신이 아닌 상대의 영성을 회복시키는 위업을 세웠다.]
[당신은 가호 : 로봇을 얻어 냈다.]
[당신은 기술 : 영혼의 회복을 스스로 얻어 냈다.]
[당신은 스스로 한 단계 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신이 스스로 격을 올렸음에, 신의 육체가 지닌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다.]
[당신의 육체 능력이 한 단계 더 상승한다.]
[당신이 지닌 영력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나는 새로운 기술과 가호를 얻어 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냈다.
‘……스스로 격을 올렸다고?’
안 그래도 성장했던 내 육체가 더 강건해져 갔다.
어렵사리 꺼내 들었다, 다시 집어넣은 내 영혼의 근원.
그 근원이 더 커지고 단단해짐을 느꼈다.
그럼으로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었고.
그런 나와 비슷하게, 나로부터 영성을 회복한 자들은 내가 생각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 * *
저들은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그것이 시작이었다.
제 육체를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다 큰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어 내듯이.
저들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집어삼켜, 제 몸을 뒤덮는 고치를 만들어 냈다.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진 고치들이었다.
그러한 고치가 서른이었다.
3미터는 됨직한 고치들이 주변을 채웠다.
급작스레 만들어진 고치들에 우리 주변은, 단단한 철벽으로 둘러싸인 듯했다.
“하…… 대체 뭐가 일어나는 건지.”
“팀장님. 이런 일을 하면 말을 하란 말입니다.”
“……설명 좀 해 줘요.”
그제야 팀원들은 한숨을 돌리며, 말했고.
우리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여기던 남은 생존자들은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
[아아…….]
[당신이 구원자였는가……?]
[……이럴 수가.]
그들은 구원자라느니, 예언이라느니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한참 해댔다.
기계 몸을 갖고 예언이나 구원을 이야기하는 건 꽤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그것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그들은 대치를 그만둠을 넘어서, 나로선 생각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