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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25화 (125/206)

제125화

[침입자 발견. 침입자 격퇴 시도.]

외곽 지대에 들어서자,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 크기가 십 미터가 넘었다.

이 거대한 공장의 천장이 가득 차 보였다.

그 크기는 거인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거인이라 칭했으나 인간형이라 보기엔 무리였다.

거인은 두 팔로 모자라, 열 개의 팔을 지니고 있었다.

다리를 대신해 궤도형 바퀴는 지니고 있었다.

닿기만 해도 온몸이 으스러질 정도의 단단함이 멀리서부터 느껴졌다.

드드드드-

그런 물체가 움직이는 건, 그 자체만으로 큰 위압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실제 저 거인은 마력을 이용해, 우리를 짓누르려 했다.

[적성 개체 : A-12542가 당신에게 위압을 사용했다.]

[적성 개체 : A-12542가 당신에게 압박의 마력을 선사했다.]

게다가 놈은 기술과 더불어 언어까지 사용하지 않는가.

‘다른 개체랑은 수준이 다르단 거겠지.’

언어를 쓴다는 건 판단을 내린단 의미.

[적성 개체 : A-12542가 당신을 분석하려 한다.]

[당신은 가호 : 상급 저항을 통해 상대의 분석을 방어해 냈다.]

실제 놈은 우리를 분석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다.

확실히 다른 개체들과 달랐다.

처음 던전에 들어와 상대했던 로봇팔과 소형로봇들.

그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기계적으로 덤벼드는 거와 다른 형태였다.

다만 그들과 같은 게 있다면 하나뿐이었다.

그건, 우리를 보자마자 적으로 취급한다는 거.

놈은 내게 던진 분석이 실패했음에도, 바로 궤도를 돌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쒜에엑-

궤도형 바퀴가 돌아가며 순식간에 우리와 거리를 좁혔고.

곧바로 거대한 로봇은 우리를 향해 두툼한 주먹을 날리었다.

콰아앙! 쾅! 콰앙!

열 개의 손이 동시에 움직였다.

각각 우리 팀원들과 남은 전부를 노렸다.

내 팀원이 총 7명이니 남은 세 개의 손은 나머지 생존자를 향했단 의미이다.

“성광의 보호막!”

“방어!”

“……은신할게요.”

[당신은 영혼 마법 : 방어를 사용하였다.]

[당신의 동료가 사용한 성광의 보호막이 당신과 동료들을 보호한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저들의 공격을 피하고, 막았다.

거대한 거인은 몇 번이고 상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공격하는 것과 별개로 이러한 공격 들을 막아 내거나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생존자들이었다.

저들은 과연 거인을 몸을 보존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했더라면, 회귀 전에 승리자도 로봇들이 아니라 저들이었어야 할 텐데?

과연 어찌 반응할까.

내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변형하지!]

[예!]

[형태 D로!]

스스스슷-

생존자 중 일부는, 제 몸을 변형해 몸을 내빼었다.

육체의 절반을 기동형태로 바꾸더니 거인으로부터 순식간에 거리를 늘렸다.

또 일부는 서로를 엮었다.

철컥- 철컥-

기계화된 육체를 엮어내더니,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냈다.

콰아앙-!

그런 방패에 주먹이 그대로 작렬했다.

주먹은 해머같이 그 방패를 계속해 두드려 댔다.

기계가 지칠 일도 없었기에, 일정 강도와 간격으로 공격은 계속해 쏟아졌다.

강력한 공격이었다.

[크으으…….]

[버텨. 버텨. 버틴다고!]

방패가 된 자들은 그걸 용케도 버텨 냈다.

나머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거인의 이어지는 공격들을 막아 댔다.

방패 변형은 차라리 흔하였고.

기동형으로 몸을 내뺐던 자들은, 어느새 다시 돌아와 기계 팔 중 하나에 철썩 들러붙었다.

그러더니 드릴과 같은 걸로 몸을 변환!

그대로 거대 거인의 몸에 구멍을 뚫어댔다.

또 일부는 제 몸을 길게 늘여 생체를 병기화시키더니.

[포격한다.]

[실시!]

타아앙-!

제 육체 일부를 총알 삼아, 거대 거인에게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 * *

분명 저들의 활약은 대단하다고 말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수많은 공격을 다 해주고 있는 가운데, 저들은 도맡아서 탱커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공격력도 약한 게 아니었다.

터어엉- 텅-

육체로 빚은 총알이 작렬할 때마다, 로봇의 몸엔 새로운 구멍이 생겨났다.

‘강하긴 해.’

지금 보이는 저들의 전력만 생각하면, 저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생존자들 한 명 한 명의 전투력만 놓고 보자면 되려 어지간한 로봇들보다 강력했다.

‘거점을 지키는 중간 보스급들엔 미치지 못하다만…… 그런 개체가 많은 건 아니니까.’

모두 그걸 느끼고 있었기에.

전투를 벌이면서도, 감탄했다.

“와…….”

“미쳤는데요?”

분명 감탄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으니까.

[당신은 거점을 지키는 적성 개체 : A-12542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가호 : 로봇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당신이 쌓은 위업이 체계에 기록되었다.]

쿠우웅-!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적이 쓰러졌다.

거인으로 볼 수 있는 저것은 분명 강력했다.

비록 거점을 지키는 개체라지만 어지간한 보스급 이상의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 강력한 개체를 무너트림으로써 생존자와 우리는 더 강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생존자들의 약점이 이후 드러났다.

“……저게, 뭔가요?”

전투 이후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 기묘했다.

* * *

전투가 끝난 이후, 생존자들의 육체 절반은 거의 부서져 있었다.

인간과 같은 생물학적 육체를 지닌 곳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곳이 부서진 자들도 있지만, 그것은 왜인지 빠르게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파인 살점이 차오르고.

차오른 살점 위로 피부가 금세 뒤덮였다.

문제는 기계적인 육체 부분이었다.

‘자가 수복 기능이 없네.’

그것은 스스로 회복되지 않았다.

즈즈즈즉-

고장 난 채로, 마력을 줄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부상을 어떻게 회복하려는 걸까.

이들은 무너진 거점 보스를 향해서 다가갔다.

스스스슷- 치이익!

그러더니 이내, 보스의 사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능숙한 동작이었다.

기계 따위가 해체되는 게 징그러울 리 없기에, 팀원들 모두는 그것을 가만 지켜보았다.

분해된 부품들은 각기 나뉘었다.

그 양은 서로 달랐다.

-공로에 따른 비율로 나누는 거 같구나. 가장 많은 활약을 한 자가 가장 많이 가져갔느니라.

‘내가 보기에도 그래.’

저들의 규칙에 따른 분배였다.

양은 달랐어도 다들 불만은 없어 보였다.

자, 그럼 새로 분배된 부품들을 가지고 이들은 본래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걸까. 거기서 육체를 수복하는 것이고?

답은 아니었다.

“스스로 치료, 아니 수리를 하는군요.”

“반쯤 자가 수복 능력을 지녔다고 봐야 하나.”

“후음…… 기계 육체 수복이라. 이거 내 사령술에 접목하면 꽤 재밌겠는걸?”

저들은 자신들이 지닌 부품을 가지고.

자체 수복을 실시했다.

저마다 가진 수복 능력은 달랐다.

어떤 자는 굉장히 빠르게 수복하였고.

또 어떤 자는 매우 느린 속도로 수복하였다.

어쨌건, 수리 자체는 각자 가능해 보였다.

문제는 이 뒤에 드러났다.

-겉으로 봐선 정상적으로 수복한 듯 보인다만…… 얼기설기 엮은 꼴이로구나. 마력의 흐름이 고르지 않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 임시로 덧댄 느낌이야.’

-본래라면 일종의 조율이 필요한 거 같은데……. 이 상황에서 그건 무리겠지.

‘확실히…… 그게 이유겠어.’

이들은 겉으로만 수리가 완료되었을 뿐이다.

저들로부터 느껴지는 마력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했다.

여기에 저들의 패배 원인이 있었다.

이들. 너무 소모적이다.

“당신들 전투가 너무 소모적이지 않아? 스스로가 망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부품조차 망가진 것을 재활용하는 데다 조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온몸이 항시 삐걱거리는 기분을 아는가?]

“모르지. 알고 싶지도 않고.”

[크큭. 협상 때도 느꼈지만,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군. 한 번 수리할 때마다 온몸이 축 처진다네. 정신력 소모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도 버틴다라…….”

이쯤 되면 단순히 의지력이 좋다 수준이 아니지 않나.

나를 계기로 저항하겠답시고 나서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초인적인 수준의 의지다.

새삼 이들을 비웃었던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리 움직이게 하는 걸까 하는 나의 질문에.

이들은 한마디로 답했다.

[살아야 하니까.]

“살아야 한다라…… 맞는 말이네.”

그것은 나와 비슷한 답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러했다.

공허가 다가오는 와중에서도, 살아보겠다고 전투를 벌였다.

발악했다.

패배가 눈앞에 보이더라도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었다.

아니, 살기 위해 하는 발악이었다.

이들도 같은 발악을 하고 있는 거였다.

전투를 벌이면 벌일수록 스스로가 무너지고.

소모된 육체를 더는 수복하지 못해서.

자기 자신이 소멸된다 하더라도.

그 모든 걸 알고도 살고자 발악하는 거였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부나방인 주제에.

누구보다 스스로를 환하게 불태우는 방식이었다.

그건.

수십 번의 사선을 넘어선 나로서도, 경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처절함이었다.

이런 이들을 두고 어찌 비웃을까.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전에 이들을 비웃던 마음을 완전히 버린 나는, 문뜩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이런 애들이 쉽게 죽어선 안 되지.’

그것은 변덕이었다.

누군가 재빠른 태세 전환이라 하더라도 할 말은 없다만.

어쩌겠는가.

이런 발악하는 자들을 보게 되면, 앞뒤 재는 계산이란 걸 버리는 게 나란 놈인데.

그러기에 나는 내 작은 변덕을 위하여 오랜 동료 둘을 불렀다.

“이사야, 마리. 잠시만 이리로.”

“왜 그러죠, 한휘?”

“으음……? 다음 사냥 바로 가는 거 아냐?”

의문을 느끼면서도 내게 다가온 둘에게, 나는 내 작은 변덕을 말하였고.

그에 따른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호오…….”

“그건 무리일 건데요…….”

이사야는 재밌다는 듯 호응을.

마리는 반대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나는 이사야가 반대하고 마리가 찬성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그것은 나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하나, 그러한 예상 밖의 것들이 언제나 재밌는 법이지 않은가.

그러기에 나는 마리의 반대와 이사야의 흥미를 등에 업은 채로 다시금 말했다.

내 변덕을 받아달라고.

“이번은 내 말대로 하자.”

“왜요? 손해일 수도 있는데요.”

“이번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요.”

“히히. 재밌겠네! 이런 일은 언제나 환영이지!”

그런 나의 변덕을 마리가 받아주면서, 처음 계획에 없던 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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