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24화 (124/206)

제1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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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멸망의 공장 재생]

죽음만을 바라는 멸망의 공장.

그곳의 생존자들이 당신들에게 재생을 바라고 있다.

-생존자 적대 세력의 멸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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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들만이 기입되고.

우리가 저들에게 대가로 받을 것은 단 하나도 입력되지 않은 퀘스트 창.

불공평을 논할 것도 없었다.

최악이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 퀘스트 창을 수정했다.

그러므로 만들어진 퀘스트 창에는 5개의 새로운 줄이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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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된 생존자는 50년간 지한휘에게 부역

-구출된 생존자의 잔여물 지한휘에게 헌납

-생존자의 가치와 동등한 보상 보장

-멸망된 공장의 재생 시, 지분가치 61% 인정

-멸망된 공장의 재생 시, 사용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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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내게 부역하고.

그들을 버티게 해줬던 잔여물을 내게 헌납해야 한다.

당장 잔여물이 없다 해도 상관없다.

나로 인해 살아남은 생존자는 자기 목숨 가치와 동등한 보상을 보장해야 하니까.

그건 자기 자신이거나,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 혹은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퀘스트의 큰 틀인 멸망된 공장의 재생.

‘어차피 내가 다 정리하고 대피처로 차지하려고 하긴 했다만. 어딜 거저먹으려고.’

이 재생된 공장에 대한 지분과 사용권도 명확히 명시했다.

제대로 명시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태클이 들어 올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이건, 지독하지 않은가.]

“아무 대가 없이 요구만 하는 건 말이 되고?”

[그렇다 해도…… 너희들에겐 체계가 보상을 줄 것인데.]

“오. 역시 체계에 대해서 알 줄 알았어. 너흰 거기에서 잡아 먹힌 존재들일 거고 말이야.”

[……너희도 비슷하지 않으냐?]

“우린 아직이야.”

이 장로 보게. 어물쩍 같은 상태인 양 말을 한다.

비슷한 처지니 동질감이라도 갖자는 건가.

어림도 없지.

[그렇다 해도 곧…….]

“악담은 거기까지.”

[후…….]

나는 그의 말을 더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생각이 복잡했는가.

장로의 눈에 담기었던 붉은 색이 사라진다.

육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기계 육체가 요란하게 증기를 뿜어낸다.

푸쉭-

뿜어지는 증기의 열기는 상당했다.

“으읏…… 저거 공격 아닙니까?”

“입에서 불도 뿜는 녀석이 너무 놀라지 말라고.”

“일반인이 닿았으면 화상 입었을걸요?”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우선은 둬. 생각이 깊어 보이긴 하잖아?”

“뭐…… 조건이 조건이니, 이해는 합니다.”

우리가 대화하는 그사이에도, 그는 증기만을 내뿜을 뿐이었다.

사실, 드문드문 대화하는 우리 팀원들을 제외하고.

남은 생존자들 자체가 다들 비슷한 상태였다.

푸쉬익- 푸쉭-

기계 육체 사이로 증기를 뿜어내고.

붉은빛을 뿜어내던 안구를 지닌 자들은 전부, 짙은 어둠만이 가득했다.

인간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던 자들조차 같이 눈을 감아 버렸으니.

[…….]

급작스레 만들어진 침묵에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푸쉬익- 푸쉭-

간간이 들리는 증기 소리, 저 위에서 들려오는 죽음을 바라는 로봇들의 쿵쿵거림.

이 둘이 없었더라면 영원히라도 이어질 거 같던 침묵이다.

“조용하네요.”

“그렇지.”

3분에서 5분 사이.

시간은 계속해 흘러갔다.

본래 이런 침묵 속에 시간은 단, 1분이라고 하더라도 더 길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가만 눈을 감고 1분을 참았다고 생각해 보라.

잘 보면 30초도 넘기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이 그런 경우였다.

어떻게 하자는 건가.

침묵이 너무 길었다.

저들은 아쉽겠다만, 우리의 참을성은 그리 길지 못했다.

“흐음…… 차라리 사냥을 하는 게 나았겠어요.”

어느새 이진성은 불꽃을 피워올리며 나갈 기세고.

“그럼 나갈까? 되지도 않는 협상은 때려치우는 게 낫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한휘.”

“제가 봐도 그래 보이네요.”

남은 팀원들 모두 더 오래 이곳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떠나는 게 낫긴 하겠구나. 꼭 받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다 처리하고 나서 협상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으니.

‘중앙 처리 장치를 부수고, 그 뒤에 이야기해 봐라 이거지?’

-바로 그것이다. 협상이 잘 안 되면, 협상장의 틀 자체를 깨는 것도 방법이니……!

‘좋네.’

협상의 귀재, 아니 현혹의 귀재로 수많은 사람을 제 편으로 만들었던 마왕.

그조차도 판을 깨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래 그럼 가자고.”

나는 협상을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따윈 버렸다.

그 대신, 다시 올라가 전투를 벌일 생각이었다.

이곳이야 말 그대로 중앙의 장치를 부수고, 다시 협상장으로 삼아도 무방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그때 가서는 대가가 더 세질 거였다.

저들의 강력한 적인 로봇을 쓸어버린 이쪽이 새로운 적이 돼 줄 참이니까.

잔인하다고?

아무런 대가 없이 이쪽을 써먹으려 하는 저쪽이 더 잔인한 거다.

설사 이쪽이 더 잔인하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먹고 먹히는 거야. 이쪽 차원을 살리는 데 있어서 수단은 가리지 않기로 각오했잖아……?’

나는 내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 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니까.

그러니 같은 인간의 영혼조차도 부스러기마저 집어삼키고 있는 나이지 않은가.

가야 했다.

[당신은 영력을 사방에 퍼트렸다.]

[당신이 퍼트린 영력이 주변의 환경 전체를 읽어 들인다.]

저들이 안내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손으로 나갈 생각이다.

영력으로 주변을 파악하자.

보이지 않던 길들이 보였다.

내가 생존자들을 따라 들어 왔던 입구 외에 다른 수많은 입구가 내게 보였다.

나는 그중 하나만 고르면 됐다.

중앙 처리 장치를 향할 길을.

아쉽게 바로 가는 길은 없다만.

‘빙고. 지름길은 있네.’

딱 적당한 길은 이미 보였다.

“길을 찾았다. 따라와.”

해서 나는 그 길로 바로 나가려 했다.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게나!]

저 장로란 자가 나를 붙잡기 전까지는.

* * *

[받아들이겠네. 그 조건 모두 받아들이지. 되었는가?]

“됐죠, 그럼. 더 말해 뭣합니까?”

결국 저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며 새로운 이야기를 해왔다.

[생각해 보면, 자네 말이 맞긴 하더군.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주제에 그 정도 대가는 바랄 수도 있지.]

“당연한 소리를.”

[해서 자네 조건을 받아들이는 건 차라리 편했어. 그건 금방 결정했지.]

금방 결정했다라.

눈을 감고 증기를 뿜어 내던 게, 서로 간에 통신을 위한 거였나.

‘몸의 반이 기계인 걸 써먹은 거로군?’

아무래도 마을 회의라도 벌인 거 같다.

근데 왜 결정이 났는데도 시간을 끈 걸까.

“그런 주제 몇 분을 시간을 끈 겁니까?”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생각할 게 있었으니까.]

“뭡니까?”

[이대로 우리도 도망만 치면 안 된다는 생각. 누군가에게 목숨을 내맡길 거면, 이쪽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네.]

“오…… 발전했군요.”

[부끄럽게도 지금인 게지. 해서 새로 조건을 걸겠네.]

그것은 또 다른 조건.

근데 그게 썩 나쁘지가 않았다.

“뭡니까?”

[우리도 데려가게. 자네가 벌일 전투에 써먹을 수 있도록.]

그건, 자신들도 이 전투에 끼어달라는 메시지. 아니 말만이 아닌 행동이었다.

그 행동.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제 목숨을 두고 다른 이에게 맡기는 거보다, 부족할지라도 제 손으로 행하는 것이 맞는 것이니까.

그것에 대해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들의 의지는 높이 사더라도, 실제 수행은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들의 의지는 존중하되, 현실을 말했다.

“손발을 처음 맞추는 겁니다.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그대로 버릴 건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소리지 않겠는가.]

“좋은 각오네요.”

그들은 그조차 받아들였다.

의지가 바뀌었다 해서, 이들이 갑자기 강해질 리 없다.

명백한 열세였고 이대로 몇 년이 지나 있으면 이들 전부가 전멸되고도 남았다.

실제 그러한 일이 일어났었으니까.

그러나 마음을 바꾼 순간부터 이들은 전사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전사들을 언제나 홀대하지 않았다.

되려 존중했다.

그러기에 손을 내밀었고.

“같이 갑시다.”

[기꺼이 따르겠네.]

이들은 내가 내민 손을 망설임 없이 잡고 있었다.

던전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얻었다.

* * *

이들은 대피처에서 몰래 만든 비밀 통로를 움직이며 내게 쉴새 없이 정보를 건네주었다.

[중앙 처리 장치를 없애는 건 쉽네.]

“그런데 왜 없애지 않은 겁니까?”

[이 공장의 설계가 그리 단순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장치 하나를 파괴하면, 다른 여러 곳으로 통제 장치가 넘어가네.]

“……그래요?”

이는 내가 아는 과거와 다른 정보들이었다.

그때는 중앙 장치 하나만 부숴도 던전은 멈췄었다. 로봇들은 전부 고철이 되어 버렸었고.

그런데 이들은 아니란다.

과연 뭐가 다른 걸까.

내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그래. 해서 우리는 가능한 한 외부에서부터 보조 처리 장치들을 부쉈네. 그것들이 중앙 처리 장치의 정보를 받지 못하도록 한 거지.]

“아…… 이해했습니다.”

[저들도 그걸 알고 있네. 해서 보조 장치마다 보초들을 세워놓았네.]

“그럼 그것들부터 부수면 되는 거군요?”

[조심해야 하네. 보통 놈들이 아니니까.]

“그 부분은 마음 놓으세요.”

[믿지.]

내가 회귀하기 전의 이들.

이들은 올바른 공략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중앙 처리 장치를 마지막에 두고, 분산된 보조 장치들을 부수는 것.

이들은 그걸 하고 있었고.

내가 회귀하기 전엔 그것에 실패했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이들이 완전히 실패했다면, 회귀 전에 나는 꽤 고생했을 터였다.

중앙 처리 장치를 부순다고 하더라도, 남은 보조 장치들에 통제권이 넘어갔을 테니까.

그런데 재밌는 게, 과거엔 중앙처리 장치만 부수고 던전이 터져나갔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정보를 들은 지금은 알았다.

‘회귀 전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의 덕을 봤던 거네.’

이들은 내가 모르는 시간 사이, 계속적으로 발악을 해 왔다.

보조 장치들을 부숴가며 던전을 다시 수복하려 했을 거였다.

그 결과는 분명 실패였다.

그러나 이들이 최후의 저항을 이어가며 장치들을 부수었기에 과거의 나는 쉽게 이곳을 정복할 수 있었다.

‘재밌네.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이고.’

진심으로 재미난 우연이었다.

이 던전이 이 지구에 ‘고정’되어가는 던전이 아니었더라면.

조각난 세계이면서도, 세계 내에선 계속해 시간이 흘러가는 특수 던전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으니까.

또한 이들이 계속해 패배자였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알았다.

이들 모두 현재는 패배에 찌들어 있는 자들일지언정.

적어도 내가 회귀하기 전 어떤 시점에서는 어떻게든 최후 저항을 할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동료로 얻지 않았나.

이건 이들이 전해 주는 정보보다 더 귀한 것이었다.

‘마음에 들어.’

나는 이런 귀한 자들을 데리고서.

[저기네! 저기가 가장 외곽의 포인트야!]

점차 던전 공략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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