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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21화 (121/206)

제121화

‘주력이 빠지니 허전하네.’

첫 전투부터 잡고 다녔던 하데스의 사슬.

시험 던전에서 주어지고 특유의 손맛에 반했던 사신의 낫.

이 둘이 없으니 나로선 허전함이 크게 느껴졌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여겨졌나.

목적지에 도착하고 본, 이진성이 놀란 표정을 했다.

“그건 웬 검이랍니까? 검사 특성이라도 얻었어요?”

“시끄러, 임마. 특성 없어도 문제 될 건 없으니까, 걱정 말고.”

이해는 가는 바다.

한치의 방심으로 죽어버릴 수 있는 게 사냥터.

그런 게이트를 앞에 두고 있는데, 장비를 냅다 바꾸고 온 나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검은 검.

흔히 묵검이라 불리는 던전제 완본 검이었다.

그런 걸 들고 왔으니 불안은 하겠지.

뭐, 표정을 보아하니 사실 불안보다는 장난을 치고 싶은 거 같기는 한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아무리 팀장님이라도 이건 아니죠.”

“영혼 술사가 사슬 가지고 휘두르는 건 말이 되고? 그 영혼 술사한테 대련하면 항상 털린 게 누구였더라?”

“……씁.”

내가 그걸 받아 줄 리가.

되려 더 크게 먹여줬다.

“막내는 막내답게 굴어야지.”

“와씨. 한이수도 들어 왔는데 내가 막내라뇨!?”

“우리 팀에서 막내는 직급인 거야. 팀장인 내가 바꿔줄 때까진 막내라 이거지.”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지. 보아하니, 아직도 나랑 맞먹으려는 거 보면 아직 철이 덜 든 거 같으니. 막내 역은 계속해 주자고.”

“아오!”

이진성이 열을 내보지만 어떻게 하겠나.

팀장은 나고, 막내는 여전히 그였다.

결국 그의 작은 쿠데타(?)는.

그가 내게 한 방 먹는 것으로 끝이 났다.

“푸훗.”

-쟤도 근성 하나는 알아줘야 하느니라.

그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풀리긴 했다.

사실.

이진성이 뭐라 말을 하기 전에는 다들 분위기가 어두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크긴 하네.’

내 눈앞에 두고 있는 거대한 게이트.

저건, 단순한 게이트가 아니었다.

곧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에 있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거기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정복되지 못한 던전 중 하나기도 했다.

즉,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미정복 게이트.

수많은 헌터가 들어가서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게이트가 바로 앞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들 긴장을 할 수밖에.

저 특수한 게이트는 특정 시간이 되어야 열린다.

그 시간은 삼 일 정도.

내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삼 일 전이다.

앞으로 하루가 지나면 닫힌다는 의미.

내가 무기가 완성되길 기다리다가, 결국 이곳으로 온 이유기도 했다.

앞으로 몇 시간 뒤에는 저건 닫힌다.

그러곤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했다.

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려 하는데, 어째 따라오는 자들이 다들 평소보다 느리다.

“다들 왜 이리 쳐져 있어. 우리가 죽으러 가나?”

“정말 죽으러 갈 거 같아서 그러죠!”

“우선, 팀장님이 오라고 해서 오긴 했지만…… 저거 우리가 처리는 할 수 있는 겁니까? 그냥 두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어이구야. 불안해 하기까지.

전투에서 적당한 긴장과 불안은 득이 되기야 한다만.

‘이 정도면 심각한데…….’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이 굳어 있어서야.

정말 들어가면 자살 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휘유. 다들 걱정하지 마. 절대로 죽지 않게 해줄 테니까.”

“어떻게요? 김시연 실장님도 당장 그만둬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할 정돈데…….”

이 정도 불안은 결국 어느 정돈 해소해 줘야 하겠지.

나는 팀원들의 등을 떠미는 대신에 정보 중 일부를 슬쩍 풀어줬다.

현재 나와 마리만이 아는 저 던전의 이름.

[죽은 멸망의 공장].

던전 등급 제한은 70.

이름 그대로 모두가 죽어 생물이라곤 단 하나도 존재치 않은 괴이한 공장이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존재가 바라는 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의 말살.

그야말로 환경과 존재 모두가 죽음을 바라는 폐허다.

그 난도에 누구도 깨지 못한 던전이었다.

모든 것이 산 자의 죽음을 바라니까.

그러나 여기에 키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산 자의 죽음’.

이에 대한 판정이 무엇이냐는 뻔하지 않은가.

영혼이다.

그러니 여기서 답이 나온다.

“내 영력을 이용하면 적을 희롱할 수 있다고.”

“오…….”

“그러니 걱정 하지 말아. 모두가 안전하게 공략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야…….”

그렇게 나는 던전 정보를 술술 풀어내며 팀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던전 안에서 한계치까지 몰아붙일지언정, 팀원들 자체가 죽지는 않게 만드는 게 나니까.

영력을 이용한 적의 희롱이라는 최종 병기까지 있지 않은가.

아무리 미정복 던전이라도 깰 수 있단 희망이 생길 수밖에.

‘딱 여기까지 말해주는 게 좋겠지.’

사실, 나는 팀원들에게도 딱 한 가지 정보를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그게 이 던전을 굳이 가야 할 진짜 이유다만.

거기까진 아직 말하지 않았다.

나와 마리. 그리고 이사야가 아는 걸로 당장은 충분했으니까.

어쨌거나 설득은 완벽했다.

어느새 팀원들은 강한 긴장을 슬슬 풀고 있었다.

딱 좋다.

지금이 들어갈 때다.

“그럼 들어가자고.”

파아앗-!

나는 적당히 긴장을 푼 팀원들과 함께, 던전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 * *

그렇게 지한휘가 팀원들의 긴장을 풀어 던전 안으로 진입하고 있을 때.

반대로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존재도 있었다.

그, 도깨비 장인 학동이었다.

따아앙- 따앙-

연신 망치질을 하고 있는 그의 육신은 땀에 젖어 있었다.

망치질 따위에 몸이 달아올라서?

아니었다.

한 번의 망치질에 혼을 불어넣고 있긴 하다만.

그런다 해서 그의 육체가 과부하를 느낄 이유는 없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몇 날 며칠이고 망치질을 할 수 있는 게 도깨비 장인이었으니까.

도깨비란 존재 자체가 육신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졌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장인으로서도 그의 종족이 뛰어난 것이고.

그러나 지금.

그는 연신 악에 받쳐서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따앙! 땅!

망치질을 하면 할수록 그의 속내는 복잡해져 갔다.

‘대체 뭐냐……. 너는!’

작업의 처음은 이렇지 않았다.

하데스 사슬의 끝자락을 넓게 펼치고.

그 위로 사신의 낫을 결합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한창 신이 났었다.

작업은 순조로웠다.

본래부터 하나였던 듯, 둘은 결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딸칵-

조금의 저항감도 없이 합쳐졌을 정도다.

본래 신기라고 하는 것들은, 망치만 가져다 대도 질색하는 걸 생각하면!

이건 거저먹는 작업이나 다름없었다.

그 결합이 만들어졌을 때

-아아……. 좋구나!

그는 절로 환호에 찬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둘을 합침으로써 만들어 낸 신기.

하데스의 낫.

그것은 그간 그가 만들어 낸 그 어떤 병기보다도 강력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신기를 제 손으로 결합해 내었으니.

어찌 아니 기쁠까.

너무도 쉬운 작업이었다. 그 덕에 격까지 올라섰기에, 그는 성큼 자라난 자신의 몸을 느끼며 한없이 기뻐했다.

그런 그를 질투라도 한 것일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금방 작업이 끝난 하데스의 낫.

스스슷-

거기서 이변이 발생하고 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사슬과 결합된 낫을 향해서 침식을 시도하고 있었다.

시리도록 하얗게 있어야 할 날이 점차 검게 물들어 갔다.

이유? 알 수 없었다.

학동으로선 저게 침식이란 현상이란 걸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어어엇!

제 손으로 결합한 것이 침식을 일으킬 줄이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이 모든 일은 결합 뒤에 일어난 일.

완성을 함으로써 격이 오른 그로서는 모른 척 지나가도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건 장인으로서 용납하지 못할 행위였다.

침식의 이유도 이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만. 그는 이해를 대신해 망치를 들었다.

따아앙- 따앙-

그러곤 계속해 망치질을 해 댔다.

도깨비 장인인 그.

그의 혼을 실은 망치질만이 계속된 침식을 막아 낼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그가 금방 작업을 끝내지 못한 이유였다.

-후우으…… 후…….

얼마나 오랜 작업을 했을까.

연유도 모르는 가운데, 침식을 막아 갔다.

샤아아-!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된 침식을 시도하던 존재는 그의 혼을 흔들어 왔다.

어서 망치질을 그만두라는 듯이!

-큿…….

그것은 그 어떤 공격보다 매서웠다.

그의 영 그 자체를 흔드는 거와 매한가지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버텨 내야만 했다.

이건 장인으로서 자존심, 아니 혼의 문제였다.

제가 만들어 낸 작품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게 어디 장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포기하는 것.

장인은커녕, 다시 망치질을 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질 만한 일이었다.

따아앙-!

그러기에 계속해 혼을 실어 망치질을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으으음?

그는 일순간 몸이 편해짐을 느꼈다.

그 이유를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영력을 주고 있었다.

이 뒤에서 강력한 영력이 그를 향해 조금씩 안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을 행할 수 있는 자. 그가 알기로 단 하나였다.

‘지한휘!’

지한휘가 작업을 하던 그를 보고선,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게 분명했다.

일순간.

아주 잠시의 주입이었지만,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지한휘로선 자신이 지닌 영력의 아주 작은 일부를 준 거뿐이겠지만.

그로선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망치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따아아앙-!

덕분에 힘들던 망치질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거였구나……!’

그는 이 침식 현상을 만들어 낸 존재가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자.

자신과 같이 영으로 이뤄진 자였다.

정확히 영의 군집으로 이뤄진 자가, 사슬을 넘어 낫까지 침범하려 하는 게 느껴졌다.

영혼의 군집이라.

도깨비로서 경험은 일천하나, 한번 깨닫는 순간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악마로구나……! 악마가 이 안에 있었던 거야.’

사슬에 스스로 갇힌 악마.

그것이 침식을 일으키고 있음을 도깨비 장인인 그가 깨달았다.

지한휘가 설명을 해 주지 않았기에, 그 존재가 누군지까지는 아직 알지 못하긴 하였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현상의 이유를 알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 방법이 떠오르는 법이라고.

‘찾았으니, 처리할 수 있다.’

이전엔 단순히 침식을 막기 위해 망치질을 해 왔다면.

지금은 달랐다.

침식 현상을 일으키는 대상 그 자체를 향해 망치질을 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학동은 망설이지 않았다.

따아앙-!

그 존재를 향해 망치질을 날렸고.

-크에에에엑!

정확한 망치질은 군집 일부를 날릴 수 있었다.

-감히! 감히이이이이! 어쭙잖은 반쪽짜리가아아아!

그 안에서 외쳐지는 고통스런 비명.

그러나 그 비명을 학동으로선 들을 수 없었다.

따아앙- 따아앙-!

어느샌가, 침식과 대응하며 그 자체에 영감을 받은 그는 이미 깊은 몰입 상태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크엑!

영혼의 군집체인 볼프를 재료 삼아 낫을 때리고, 또 때릴 뿐이었다.

그렇게 도깨비 학동이, 진정한 장인으로 발돋움하고 있었을 때.

“……!? 뭐지, 이거? 정보랑 다르잖아?”

“으악! 그걸 이제 와서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지한휘가 세운 계획도 그가 원하던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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