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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20화 (120/206)

제120화

학동이.

뒤늦게서야 내게 이름을 가르쳐줬던 도깨비 보스.

이 녀석은 내가 숙소에 들어와 전리품들을 펼치자마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뿌듯했다.

‘챙겨놓길 잘했네.’

루브르에 있으면서 바닥에 내팽개쳐진, 장비들.

광신도들이 생전에 꼈을 것들을 틈날 때마다 그림자들을 통해 챙겼던 나다.

말 그대로 장물에 가까운지라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했다만.

이걸 챙겨서 가져오면 도깨비 장인인 학동이가 알아서 해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오오. 이것은…… 허. 이런 것도 있습니까. 이건 유럽계 요정이 만든 것이로군요. 오…… 또 이것은!

잔뜩 신이 난 것이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장비들을 챙길 요량인 듯싶었다.

참고로 이 챙긴다는 의미는 태생적인 장인인 학동이에겐 보통과 다른 의미였다.

장비를 챙기고, 녹여서 새로 만든다는 의미다.

혹은.

‘도깨비식 유행이 괴이한 건 다들 알 만한 사실이지.’

학동의 말을 빌리자면, 도깨비식 유행에 가까운 형태로 개조를 하게 된다.

그게 장인인 학동식의 챙기기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학동이가 장비를 챙기게 하면, 그 뒤는 꽤 재밌어진다.

던져 준 장비 중 20퍼센트는 쓰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도깨비 식이라고 하는 게 인간에게 잘 안 맞긴 하니까.

성능은 아주 좋은데, 인간으로선 쓰기 힘들달까.

체형도 체형이지만, 그 힘이 사용되는 방식이 달라서였다.

나머지 80퍼센트는 성능은 그대론데 외형이 괴이하게 바뀌어버린다.

장물을 가져온 나로선 외형만 바뀌어도 상관없었다.

주인도 못 알아볼 정도로 외형이 달라지면, 아무렇게나 써도 되니까.

‘내가 언제부터 보는 걸 즐겼다고. 성능만 괜찮으면 됐지.’

그럼 남은 일 할은 무엇이 되느냐.

로또가 된다.

즉, 꽝 아니면 당첨이 된다는 소리.

-이거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그럼. 그럼. 그러라고 데려온 거 아니냐.”

-오오!

아주 대박이 나거나, 도깨비도 써먹지 못할 쓰레기가 돼 버린다.

말 그대로 10퍼센트가 그런 복권이 되어 버리는 셈인데.

그게 또 나쁘지가 않다.

장비 서너 개를 꽝으로 날려 먹어도, 당첨된 하나가 그 날려버린 장비를 메꿀 만큼 대단한 게 돼서 나오곤 하니까.

때문에 회귀 전 우리식으로는 이걸 도깨비 복권이라 불렀다.

쓰기 어정쩡한 것들을 모아다 던져 넣으면, 최종 장비라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툭툭- 나와주곤 했으니까.

그러려고 데려온 거기도 했다.

‘주워놓길 잘했지.’

해서, 장비를 옮기며 신난 학동이 만큼이나 나도 신이 났었다.

가져간 장비를 과연 어떻게 해서 가져올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으아아아! 어떻게 그걸 가져온 겁니까!

산처럼 쌓인 장비를 치우던 녀석이 내 곁에 오더니 급발진을 해 버렸다.

“뭐, 뭐야. 이 자식은……?”

나로서는 생각지 못한 일.

대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역시. 알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부족한 파츠를 바로 챙겨 올 줄이야!

“엉?”

그 눈은 내가 뒤늦게 꺼낸 장비 하나를 향해 있었다.

* * *

학동이가 흥분하는 그 장비.

사신의 낫이었다.

-이 사신의 낫이 가장 필요로 한 파츠였습니다.

“어디에?”

-바로 팔에 걸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데스의 사슬?”

하데스의 사슬에 필요한 파츠가 사신의 낫이라니.

전생에도 두 무기를 전부 봐왔던 나다.

리바이 손에 의해서 사신의 낫에서 사신의 검이되었던 걸 직접 휘둘러 보기도 했었다.

하데스의 사슬은 아쉽게도 결사대 녀석에게 넘겨주기야 했다만.

그래도 만져보지 않은 건 아녔다.

두 무기 모두 쓸 만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라 여겼다.

‘신기는 아니었으니까……?’

하데스란 이름이 붙어 있어도 어지간한 신기보다 부족했다.

사신의 낫은 말할 거도 없다.

무려 사신, 즉 신이 사용하는 거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달리 어떤 기능이 있진 않았다.

미친 듯한 절삭력에 사용할 뿐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붙어 있는 파괴 불가가 있어서 잘도 써먹었던 거고.

‘생각해 보면 리바이는 파괴 불가인 걸 어떻게 검으로 만든 거냐. 아니 그보다도…… 둘이 파괴 불가란 옵션이 겹치긴 하네?’

그런데 이게 낫은 하나의 파츠고. 사슬은 그 파츠만 있으면 완성이 된다니?

이건 금시초문이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아, 알고 챙겨 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이 둘을 합치면, 하데스의 낫이 됩니다.

“……이게 낫이 된다고? 하데스가 가진 신기는 본래 퀴네에 아니었나?”

-공식적으론 그렇습죠!

퀴네에.

투명 능력을 부여하여 주는 신기.

그 기척조차 숨겨주어 암살 병기 중 끝판왕으로 칭해지는 게 퀴네에였다.

그런 퀴네에를 제외하고, 하데스가 사용하는 다른 어떤 신기는 없었다.

전부가 허구고, 창작물에서 더해진 것들 뿐이었다.

“공식적이라…… 그럼, 만들어진 신화라 이건가?”

-바로 그겁니다!

“진짜 그거라고?”

-예! 저희가 오니랑 섞여서 겨우 명맥을 유지한 거와 비슷한 거죠.

“허…….”

학동이는 열을 올려 설명했다.

죽음의 신, 그런 신이 사용하는 죽음의 낫!

처음은 창작물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라도 신은 괘념치 않는단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표현이든 간에 상관치 않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어떻게든 신의 이름하에서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힘을 갖게 되면 그거야말로 설화고 신화였다.

그러한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걸 하데스는 억지로 막으려 하지 않았단다.

-왜 막겠습니까?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안 그래도 공허가 내려앉는데, 뭐라도 해야겠지요. 신이란 작자도요.

“……신이라도 살려면 발악을 해야 한다 이거로구만.”

-흘흘. 저희도 한때는 신이었지만, 지금은 영락한 게 보이잖습니까. 그러고 싶지는 않겠죠. 무려 하데스인데.

결국, 하데스는 제 거짓된 신화를 진짜 자기의 신화로 받아들인 거다.

그러니 나로서도 이것에 대해선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온갖 신화나 설화 따위를 공부했어도…… 새로 만들어진 거까지는 공부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되려 거짓으로 생각했지.’

그런데 이게 진짜일 줄이야.

소름이 돋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고. 무기는 무기였다.

인간으로 치면 이 할의 확률로 못 써먹을 무기를 만드는 게 도깨비 장인이었다.

장비가 넘쳐나는 상황에서야 충분히 주고도 남는다만.

이건 주력 무기들이지 않은가.

해서 물었는데.

“그래서, 이 둘을 어떻게 하자고?”

-어떻게 하긴요? 파츠를 찾았으니, 합체를 시키는 거! 그거야말로 장인의 피가 끓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억!?”

이 미친 학동이는 냉큼 가져다가, 제 품에 하데스 사슬과 사신의 낫을 챙겨 들었다.

푸확-!

그리곤 검은 연기를 피우더니, 어느새 그 손에 쥐어져 있던 두 무기는 사라져 있었다.

주력 무기를 이렇게 어이없이 가져갈 줄이야.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 뒤 나는 분노해서 외쳤다만.

“이게 무슨 짓이야! 뒈질라고!”

-에이이! 죽일라고요? 죽이십쇼! 어차피 수백 년 잠들면 되는 거니까!

“미친 새끼가!”

[당신은 거대한 영력을 일으켰다.]

정신 교육으로다가, 한 방 크게 날리려 했다.

겁이라도 먹을까 싶었다.

그런데 놈은 되려 더 열을 냈다.

-신기를 만들면 격을 키울 수 있는데, 이 기회를 버리라고요? 저는 그렇게 못 합니다!

“……와 씨.”

-참고로 여기서 제가 죽어버리면, 제 주머니에 있는 건 수백 년간 잠드는 겁니다.

학동이의 눈은 이미 돌아가 있었다.

와.

이게 미친 장인의 눈 같은 건가.

아무리 방심을 했다지만, 학동이 따위가 무기를 챙겨갈 줄이야.

아군이라 여긴 녀석이 이렇게 폭주할 줄은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후…….”

이럴 때 도깨비 장인을 막을 수 있었던가.

내가 기억하기로는 없다.

저건 말 그대로 미친 자식이니까.

거기다, 생각해 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제 격을 늘리려고 만드는 걸, 이상한 짓으로 날려 먹을 리는 없겠지. 되려 어떻게든 성공을 바랄 거다.’

두 개의 파츠를 연결하여 신기를 만드는 거.

그 누구보다 성공을 바라는 건 학동이 일 거였다.

장인치고 이상스러울 정도로, 크기가 작아 무시만 당하는 삶을 살아온 녀석이니까.

이 기회에 격을 올린다면 앞으로 일에 도움이 되겠지.

격을 키우는 그 방식이 마음에 안 들기야 한다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일을 맡기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해서 나는 허락을 해줬다.

“그래. 마음대로 한번 만들어 봐라. 뭐가 되든 간에, 성공만 해서 가져와.”

-오오오! 역시 지서방입니다!

“그놈의 서방이란 말 좀 빼고.”

-옙! 그럼 바로 만들어 대령합죠!

그에 잔뜩 신이 난 도깨비 장인 학동이.

그는 어울리지도 않게 경례처럼 자세를 착 잡더니, 곧바로 우리가 마련해 준 작업실로 냉큼 들어서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그 뒤로, 내가 마련해주었던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가 같이 딸려 들어가고 있었다.

꽤 많은 것들이 그의 손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과연 뭘 만들어 오려나.’

일이 이렇게 된 바에, 그 결과물이 내심 기대되기도 하는 나였다.

* * *

그때부터였다.

학동이가 물건을 완성하길 기다리며 한참을 기다렸다.

따아앙- 따아아앙-

매일 아침에서부터 밤까지. 뒤늦은 새벽까지도 망치질 소리는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학동은 말 그대로 혼을 불사르는 듯했다.

‘미쳤네 얘도.’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꽤 많은 기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따아앙-!

망치질 소리는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가끔가다 그 작업실에 들어가 보면.

-…….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을 하고 있는 장인 하나가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나라 해도 쉽게 건드리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저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당신은 자신이 지닌 영력 일부를 도깨비 : 학동에게 은밀히 나눠주었다.]

학동이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지지 않게 도움을 주는 거뿐이었다.

이 외엔 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장인이 아닌 내가 감히 작업에 끼어들었다가는, 성공할 작업도 망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 열흘이 흘렀다.

그 사이, 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화승의 회장은 협약에서 말했던 지분을 내게 넘겨주는 데 성공했다.

그 손주인 한이수는 이진성과 박동길의 시험을 거뜬히 통과해 냈다.

그는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닌 검사였다.

따아앙- 따앙-

그때까지도 망치질은 계속됐다.

나로서도 어서 그 끝을 보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망치질의 끝이 오기도 전.

내가 전에 요청하였던 일 중 하나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에서도 막겠다는 걸 겨우 자격을 얻어 냈어요.

“잘했네.”

그건 내가 원하는 던전의 출입권이었다.

때가 되어야만 열리는 던전.

그것도 보통의 던전이 아닌 아주 위험한 던전의 출입권.

-곧 있으면 열릴 때에요. 준비는 되신 거죠? 그런데…… 정말로 가시려고요?

“……남은 게 삼 일인가?”

-예. 그때가 아니면 또 닫히겠죠.

“하…….”

그 기회를 놓치게 되면, 내가 계획했던 일들은 또 엉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따아앙- 따앙-

이틀이 더 지났음에도 저 망치질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결국, 내가 할 답은 하나였다.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겠는데?”

“……아고야. 쉽게 가는 법이 없다니까.”

“제가 힘내볼게요, 한휘.”

다시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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