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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17화 (117/206)

제117화

이탈리아에서 도망칠 때와 달리, 한국에선 당당하게 입성할 수 있었다.

제 손주가 죽었음에 화승 회장은 서두르고 있었다.

“회장님이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예정보다 빠르게 처리하여 주기는 했으나, 한시라도 빠른 게 나을 거 같단 직감이 들어서 말이지.”

“정확하네요. 빠를수록 좋긴 하죠.”

“그럼. 어서 이쪽으로 움직이지.”

그는 직접 공항으로 나왔다.

회장이 이리 나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죽은 손자는 제 목숨과도 같았다고 하더니.

진짜였나.

‘손주에 대한 사랑이라…….’

-부럽더냐?

‘뭐, 조금은? 나는 고아라 그런 사랑은 못 받아봤거든.’

-……큼. 미안하다.

‘됐다, 자식아.’

회장이 이리 나서주는 거.

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그런데 화승의 회장은 힘을 꽤 크게 사용하는 거 같았다.

공항에 입국 심사 정도는 금방 통과되는 걸 예상했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길이 확확 뚫리는데요?”

“……미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공항에서 화승의 본사로 가는 길은 막히는 법이 없었다.

“대체 뭔 짓을 한 겁니까?”

“몬스터 사태가 일어나고, 몇 개의 도로를 확보해 놨지. 그 길들을 이용한 걸세. 서울에서부터는 미래 길드가 힘을 써준 거도 있고.”

“……미친.”

이런 식으로 제힘을 쓸 줄은 몰랐다.

“이 일로 자네가 걱정할 건 없을 걸세.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한 보상은 적절히 하기로 했으니까.”

그런 주제에 세심하기까지 할 줄이야.

하여간 전생에서도 느끼긴 했다만.

‘일단 진행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단 말이지.’

일 진행 방식이 시원시원하다 못해, 황소처럼 돌진하는 방식이다.

전생에선 손주가 죽어서 막 나가는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이럴 줄이야.

하여간 대단한 자다.

“그나저나 살릴 수 있는 건 확실한가?”

“반반요…… 라고 이야기하면 죽이겠군요.”

“흐음…….”

“뭐, 걱정 마시죠. 이렇게 농담 할 수 있을 만큼 살릴 확률은 높으니까요.”

“그거 좋군.”

그리고 이런 자가, 만약에 적이 된다면 나로선 곤란하겠지.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다만, 회장님은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뭐를 말인가?”

“손주를 살리게 되면, 그 뒤에 전폭적 협력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을요.”

“당연하지 않나. 그게 약속인 것을.”

“아 물론, 그 협력은 미래 엔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에 대한 것이 되는 게 좋겠죠.”

“……자네. 흐음…… 그런 생각이었던 것인가. 그래. 내 자네에 대한 전폭적 협력을 분명히 해 주지.”

“좋습니다.”

내가 아닌 화승의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반대의 경우.

그 경우엔 화승 회장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였다.

전생에도 그와 인연을 가진 나로선 그가 꼭 약속을 지키길 바랐다.

‘그런 날이 절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쨌거나, 우리가 그 어떠한 계약서도 없이 구두로 서로 간의 협력을 약속하는 사이.

끼이이이익-!

단 한 번도 멈추지 않던, 차가 멈춰 섰다.

“도착이군. 이제 자네가 약속을 지킬 시간이야.”

“당연한 것을요.”

화승 본사에 도착했다.

* * *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다.

나서자마자 보이는 건 기다란 복도와 거대한 문.

‘오로지 저 방 하나만을 위해서 마련한 장소인가.’

그 뒤로 느껴지는 기운들이 있었다.

전부 치유에 관련된 가호를 지닌 자들의 기운이었다.

신성력이나 그에 관련된 능력이란 소리다.

그 수가 스물.

과연, 그 몸값 비싸다는 치유의 가호를 지닌 자들을 스물이나 모으다니.

마리보다는 못한 자들이긴 하다만.

그래도 결코 약한 자들이 아닌데, 저 정도를 모았다는 건.

화승이 힘이 그만큼 강력하단 반증이다.

어쩌면.

‘알려진 거보다 더 강력할지도. 하여간, 저 회장이란 자도 능구렁이라니까.’

과거에 내가 알던 거 이상으로 화승의 힘이 강할지 몰랐다.

나쁘진 않았다.

이번 일만 해결하면 저 힘이 내 일부가 될 수 있단 거니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치유에 성공해야 하겠지.

“마리, 준비됐어?”

“예. 이미 완료됐어요. 다만, 미리 이야기한 것처럼 한휘가 지닌 영력의 일부를 소모시켜야 해요. 페널티를 지우고 하는 거니까요.”

“그쯤은 이해했어.”

그러자면 마리의 역할이 크게 필요했다.

옆에서 그를 보조해야 할 나도 필수였다.

나는 그녀의 부활 의식에 필요한 일종의 건전지와 같은 역할이니까.

쉽게 말해 영력 일부를, 그녀에게 주어야 했다.

그리함으로써 부활 의식에 관련된 페널티를 완전히 지울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꽤 많은 영력을 소모해야 하긴 한다만.

‘그쯤이야. 앞으로 얻을 이득을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 거기다가, 만약 살리고서 수틀릴 경우엔…… 뭐, 이건 너무 멀리 갔나.’

계산상 지금 영력을 소모하는 거 따위.

별다른 일도 아니었다.

이 정도 영력쯤이야, 던전 하나 깡그리 지워버리면 다시 얻을 수 있을 정도니까.

아쉬운 건 다른 게 아니다.

“나는 이번은 못 들어갈 거 같아. 알지?”

“이해해.”

이사야. 그녀는 이번 부활 의식에 참여할 수 없다.

한국에 이른 지금까지도,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는 그녀다.

다만 확실한 건 그녀가 전보다 강해졌다는 거.

또한 그에 어울리는 강력한 사령의 기운을 가지고 있단 거다.

사령의 기둥을 흡수하여 버린 그녀가 지닌 기운은 섬뜩할 정도로 강력하니까.

때문인가.

‘아직도 갈무리를 하지 못했네.’

그녀는 아직 자신이 지닌 사령의 기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력한 기운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또 없었다.

특히, 부활 의식을 진행해야 하는 지금은 더더욱 위험했다.

부활 의식 중에 그녀가 지닌 사령의 기운이 흘러들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아마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기묘한 상태가 될 수도?

그러기에 그녀는 갈 수 없었다.

때문에 아쉬웠다.

부활 의식보다도 더 상위라 할 수 있는 창조 의식.

그걸 진행하였던 그녀가 옆에 있었더라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물며 작은 영감 하나라도 얻으면 새로운 마법 창조도 가능할 거였다.

그게 되지 않으니 아쉬울 수밖에.

“그럼 먼저 숙소에 가 있을게.”

“있다 보자고.”

“그래.”

그렇게 그녀는 나와 마리를 두고, 화승의 본사에서 물러났다.

물러나야 하는 건 이사야뿐만이 아니었다.

“저는 정말 못 봅니까?”

“안 된다니까?”

“쳇…… 아쉽네.”

“저도 아쉽네요.”

“나도.”

김민하, 이진성, 이진아.

그들 전부는 여기서 돌아가 줘야 했다.

그나마 허락받은 건 하나.

박동길이었다.

“나는 여기 문을 지키죠. 그게 수호자로서 할 일이니까.”

“그래.”

나를 수호하겠다고 맹세를 한 그.

그까지 멀리 가라 말할 순 없었다.

그가 한 맹세와 관련한 일이었으니까.

또한, 현재로선 그만큼 든든한 자가 또 없었다.

맹세가 깨어지지 않았다는 그 자체가, 그가 든든한 우군이란 뜻이었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가자, 마리.”

“예!”

그렇게 우린 떠나가는 팀원들과 수호자 박동길을 뒤로 한 채로.

부활 의식을 위해 안으로 들어섰다.

* * *

샤아아아아아-!

지한휘와 마리.

둘이 안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거대한 기운의 울림들이 퍼져 나왔다.

아쉬움을 삼키며 물러나던, 팀원들.

“와…… 저게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기운이야? 미쳤네.”

“확실히 대단해.”

이진성과 이진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김민하의 경우는 달랐다.

‘대체 뭘까. 저러한 기운들은……? 그리고, 시험 던전에서의 일은?’

현재, 그녀의 머리엔 많은 의문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녀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무언가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외신이나 신좌 따위가 아니다.

자신이 연결되었다 하는 것은, 몬스터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니까.

그녀뿐만 아니라 가문에 있는 수많은 조상이 그러한 연결을 한 번씩은 체감했다.

그 연결의 길이가 그녀에 비해서 한없이 짧았을 뿐이다.

그 연결은 그녀에게 하나의 계시와 같았다.

모르는 것, 알아야 할 것, 미래에 일어날 일, 멀리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능(全能)하지는 못하나, 전지(全知)에 가까운 능력을 주곤 하였으니까.

당장 한휘와 그녀가 쥐쟁이 던전에서 만난 것도 그 연결을 따라간 덕분이지 않은가.

자신이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살았지. 그때부터였나…….’

정반대로 연결의 예언이 깨져나간 곳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러한 만남을 통해서 그녀는 항시 내려앉고 있던 어둠들이 점차 걷혀 감을 느꼈었다.

오로지 그녀에게만 보이는 어둠.

그 어둠은 한휘가 있는 곳에선 조금씩 물러났다.

그러기에 더욱 그의 옆에 있으려 했다.

어둠이 물러날수록, 숨 가쁘게 그녀를 조여오던 세상의 흐름들이 점차 편하게 변화했으니까.

그녀만이 지닌 ‘연결’이라고 하는 게 더 깊어져 갔으니까.

그런데 웬걸.

‘이번은 아니었어.’

시험 던전 안에 들어갔을 때, 잠시 동안 ‘연결’이 해제되었다.

금방 복구되었지만, 그건 꽤 놀라운 일이었다.

단 한 번도 없던 끊어짐이니까.

그때는 특별한 던전에 들어가서라 여겼다.

한데, 아니었다.

이후로 ‘연결’은 두 번 더 끊어졌다.

한번은 마리가 등장해서 신성력을 사용했을 때.

다음 한번은 이사야가 사령의 기둥이라 명명한 그것을 집어삼켰을 때다.

‘대체 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녀로서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니까.

그리고 또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해.’

지한휘. 그리고 그와 엮인 동료들.

그들이 과연 자신이 지닌 ‘연결’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그걸 알아내지 못한다면 꽤 많은 것들이 바뀔 거였다.

‘가문도 끝이 날지도……? 아니, 끝이 난다고 하는 건 실은 전혀 상관없지만…… 문제는 다른 거지.’

가문. 나아가서는 자신도 바뀌게 되겠지.

그럼으로써 지한휘와의 관계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었다.

지한휘와의 관계 변화라.

‘……그건 싫어.’

나쁜 쪽으로의 변화는 결코 싫은 그녀였다.

그러니 때아니게, 그녀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

그래선가.

한국으로 돌아온 자신을 찾아온 김시연 실장.

“오셨군요, 아가씨.”

“할 이야기가 있어.”

김시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했다.

그리고 또한 어느 때보다 더.

그녀는 뚜렷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라니요?”

“몇 가지를 같이 조사…… 아니, 변경을 해야 할 거 같아. 자세한 건, 들어가서 이야기해야겠어.”

“얼마든지요.”

바로 미래 길드, 아니 그녀가 지한휘를 대하는 것에 대한 변화를.

그러한 변화가 있는 가운데서.

샤아아아아-!

부활 의식은 점차 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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