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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15화 (115/206)

제115화

[당신의 기술 : 근원 흡수가 실패하였다.]

사령체의 군집. 그 군집에서 영력을 흡수하는 게 실패해 버렸다.

‘이게 말이 돼?’

수많은 영혼의 군집이다.

그러한 영혼 중 하나를 흡수하는 일 따위.

본래라면 등급이 1일 적에도 가능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되질 않고 있었다.

[당신의 기술 : 근원 흡수가 실패하였다.]

[당신의 기술 : 근원 흡수가…….]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스스슷-

되려 사령의 군집체는 내가 시도를 하면 할수록, 더욱 굳건히 뭉쳐져 갔다.

이내 군집체는 하나로 모아졌다.

“이러면 더 이상 군집체가 아니지 않나……? 하나로 합쳐지고 있잖아?”

다수가 모여 뭉친 것이 군집.

홀로 있다면 그것은 독존이었다.

홀로 독존하는 그것은 거대한 기둥 형태의 덩어리였다.

고개를 들고 보아도, 수십여 미터는 돼 보이는 높이였다.

그 거대한 기둥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사령의 기운들.

가만 쳐다보는 거만으로 소름이 돋을 기운들은 점차 영역을 줄여갔다.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사령의 기운마저 기운에 흡수되었다.

이제 더는 군집체라 명명하기도 힘들게 된 무언가가 되었다.

그것은.

터어엉-!

“아예, 뚫리질 않습니다.”

단단하게 굳어, 뚫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신의 육체를 이용, 온 힘을 다해 강격을 시도하여 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터어엉-!

거대한 기둥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듯, 굳건히 서 있을 뿐이었다.

‘대체 뭐냐…….’

콰아앙. 쾅.

뚫리지 않는다고 해서 시도를 멈출 순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내리치고, 낫으로 찍어내고. 부딪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하여도 소용없었다.

“하…….”

이렇게 이사야를 잃어버리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고작해야 이 군집체 하나, 개변 하나를 막자고 그 녀석이 들어가 버린다고?

내가 아는 녀석은 그럴 녀석이 아닐 건데?

나랑 다니다 보니 감화라도 된 거냐.

공허가 내려앉는 미래 따위를 막기 위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하자고?

그건. 나로선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공허를 막기 위하여 숭고한 희생, 인생을 바치는 일 따위.

그건 나 따위나 하는 거였다.

전생에서도 실패하고, 결사대의 수많은 희생과 최후의 칠 인이 같이 죽던 그때의 경험.

그런 전생이 있고서야 할 만한 희생이었다.

그런 걸 이사야가 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이다.

그저, 조금 도와줬으면 했을 뿐이다.

머리가 나쁜 나를 대신해 계획을 짜주고.

전생의 동료가 아닌 현생에서도 동료가 되어 주길 바랐을 뿐이다.

‘개변’.

고작해야 타국 프랑스에서 일어난 그 현상 하나를 막으라고 그녀를 끌어들인 게 아니라 이 말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어이가 없음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

“한휘…….”

“……이사야는…….”

어느새 도망을 치다 말고, 옆에 있는 동료들은 그런 나를 잡아주었다.

그래.

모두 말은 하지 않지만,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사야가 잡아 먹혔을지도 모른다고.

나로서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현실을 뒤바꾸는 개변.

그러한 개변을 막아 내는 건, 회귀 전에도 꽤 많은 희생을 통해 이뤄 낸 일이었다.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못 막은 개변이 넘쳐났다.

그나마 가능한 게 유보라나 나 정도였다.

시간을 조율하는 그녀는 시간 자체를 뒤틀어 개변을 뒤바꾸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자원을 갈아 넣어 가능해진 일이었다.

전생에 비해서야 한없이 강해지긴 했다만.

아직 전생의 수준은 찾지도 못한 나였다.

개변을 바꿔버리는 일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 분명 그러하다.

내게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리바이를 잃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또 이사야란 말인가.

마리를 되찾았다지만.

그녀마저 또 잃어버린다면. 그때의 나는…….

[당신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영력의 근원을 헤집고 있다.]

-한휘! 그것은 건드리면 안 되느니라.

“…….”

그래. 차라리 이번에도 잃느니, 도박을 하는 게 나았다.

최후의 칠 인이니.

최고이니 하는 게 다 뭐냐.

웃기게도 어쩌면 최후의 칠 인이란 건, 단지 운이 아주 좋은 사람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퍽 깊이 들었다.

그렇잖나.

아포칼립스 시대에.

살아남은 자들이라고는 그 수가 억도 되지 않는 상황.

그 안에서 제일 강하다고 해 봐야, 그게 정말 강자였던 것일까.

그저 살아남은 것이 운이었지 않을까.

그러니 이렇게 회귀로 다시 살아남았음에도, 또 동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보내고 있지 않느냐 이거다.

그런 상황에 가만있으라고?

차라리, 영력의 근원을 꺼내 들겠다.

다른 영력과 달리 이 근원은 내 진짜 영혼 그 자체.

다른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내가 지닌 영력 중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반대로 가장 큰 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

나는 이러한 영력을 아낌없이 쓰겠단 마음으로, 근원을 일으켰다.

역시 근원인가.

신의 육체로 강화된 이 몸으로도 과부하가 느껴졌다.

하기는 살아남은 사람이 제 영혼을 뽑아 들었다.

유체 이탈도 아닌 상태로 근원을 뽑아 들었으니, 내 육체엔 본래 내 영혼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

영혼 없는 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 힘을 사용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그러나 알게 뭔가.

여기서 또 지키지 못하면 그것으로 나는 무너질 건데.

-죽을 수 있느니라! 멈춰라!

“한휘 대체 뭘 하는 거예요!”

“크흐…… 시끄러. 다 뒈지라고 해.”

나는 악으로 버텨냈다.

뒤이어 크게 일으킨 근원의 기운을 사신의 낫에 집중했다.

곧이어 넓게 퍼진 근원의 영력은 사신의 날을 금방 뒤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

쒜에엑!

나는 길게 늘어난 영력을 이사야를 집어삼킨 기둥을 향해 휘갈겼다.

이 공격에 의해 설사 내 영력의 근원이 흐트러지더라도.

우선은 이사야를 살리기 위한 도박 수였다.

그러한 도박수가 기둥에 닿으려 하는 그 순간이었다.

* * *

샤아아--

내 낫이 기둥에 흔적을 남기기 직전.

거대한 기둥이 그보다 더 빠르게 수축하였다.

순식간에 작게 압축되는 거대한 사령의 기둥!

줄어들기 시작한 기둥은 공중에서 하나의 거대한 타원 형태를 이루었다.

사람 하나 정도의 크기로 순식간에 압축됐다.

전보다 어두웠던 그것은 빛조차 삼킬 정도로 검었다.

흡사 블랙홀이 내려앉은 듯 보이는 그것은…….

“어……?”

“흩어집니다!”

스스스-

내가 다시 다가서기도 전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래서부터 위로.

가루가 흩뿌려지듯 흩어져 가는 검은 타원.

그 타원이 순식간에 부스러지고 있다.

착각이 아니었다.

[외신 레문트가 행한 ‘개변’이 산화되었다.]

체계조차도 레문트가 행하였던 개변이 사라졌다 명명하고 있었으니까.

‘대체 왜……? 어째서?’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한 개변의 산화가 명명되기가 무섭게 반응이 왔을 뿐이었다.

[외신 레문트가 크게 분노한다.]

그것은 전에도 보았던 외신의 분노.

단지 마주하는 것만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던 그 외신의 분노였다.

대체 레문트는 여기서 뭘 그리 분노하고, 어떤 걸 얻고자 하는 것이었을까.

[외신 레문트가 대가를 재지불 하려 한다.]

“미친 녀석이…….”

외신 레문트는 재차 대가를 지불하려 했다.

이미 산화되어 버린 개변을 다시 살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게 균형을 해치는 요청!]

[외신 레문트의 대가가 반려되었다.]

[더 이상의 차원 간섭은 균형을 해치는 일로 판정된다.]

[외신 레문트의 권한을 임시 ‘보류’ 시켰다.]

그 모든 레문트의 발악은 체계에 의해서 막혔다.

“하…… 이제와 균형이라니.”

이제 와 균형을 씨불이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실제로 체계의 말이 있고서야 레문트는 더 이상 간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체계.

공허의 조종자일지도 모를 존재.

어쩌면 외신이나 신좌보다 더 위에 있을 그것은, 이 모든 일이 완벽히 산화되었노라 판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이제 와 개변이 산화되어 사라지면, 이미 그 안에 들어가 버린 이사야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

대체 그녀는 뭘 하겠다고 이제 와 그런 희생을 한단…….

“저거 보십쇼!”

“응?”

“이사야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희생 따위를 한 게 아니었다.

‘……뭐야?’

-이사야…… 격이 바뀌었다.

되려 그녀는 무언가 변화해 있었다.

* * *

타원이 떠 있던 공중에서부터 고고하게 내려오는 그녀.

그런 이사야의 모습은 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마리와 정반대였다.

새하얀 성광으로 가득 차 있는 마리와 달리.

그녀는 이전에 사령의 기둥이 보였던 깊은 어둠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금발이었던 머리 또한 검게 변해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며 그 어둠은 더 깊어 보였다.

그러한 그녀를 뒤덮고 있는 검은 어둠의 로브.

흡사 이야기 속의 흑마법사나 할 법한 복장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전과 다른 격을 내뿜고 있었다.

그 수준은 흡사 전생에 그녀가 지녔던 사마력과 비슷해 보였다.

비록 겉모습뿐이긴 하다만.

현시점에서 저만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지금껏 표현한 그 어떤 어둠보다 짙은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그건 익숙한 것이었다.

“시험 던전에서 사령의 지팡이를 얻어 왔다고……?”

“……제가 보기에도 사령의 지팡이네요.”

사령의 지팡이.

회귀 전.

마리에게 생명의 지팡이가 있다면, 이사야에겐 사령의 지팡이가 있었다.

그것은 마리가 지닌 생명의 지팡이와 완벽히 대치되는 지팡이였다.

생명보다는 죽음을.

신성력보다는 사령을 다루게 하는 물건이었다.

‘리치가 되면서 함께 얻은 것이라 들었는데. 대체…….’

전생에서도 사령왕의 던전에서 얻었다는 지팡이.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그녀는 마리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처억.

내려서는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구해버린 거냐? 어떻게?”

그 물음에 그녀는 답을 숨기지 않았다.

“웃기게도, 이곳이 사령왕의 던전이 있더라고. 시험 던전의 정 반대에 말이야.”

“정반대?”

“그래. 정 반대. 웃기지?”

“……하.”

그리고 그 답은 그녀의 말대로 웃기기보단 꽤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마리의 시험 던전.

그에 대비되는 사령왕의 던전.

또한 그곳에서 악마를 상대해 사신의 낫을 얻은 나.

하나씩 엮어보면 무언가 냄새가 났다.

마치 무언가가 억지로 엮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선 얻은 것도 많고…… 의심해야 할 것도 많아졌네.’

알아낼 것도 많고.

의심스러운 것도 많아진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이다.

지금은 돌아온 이사야를 환영해줄 때였다.

“웃기긴 하네. 그래도 잘했어. 그리고…….”

“그리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

“……윽. 뭐야, 한휘답지 않게.”

때문에 나는 진지하게 답을 해주었는데.

그녀는 질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주제에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기는.’

뭐, 해후를 나누는 건 이 정도로 되었겠지.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따로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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