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마리였다.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강력한 신성력에 휩싸여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또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건, 생명의 지팡이였다.
‘무언가 다른데?’
이번 던전행의 목표였던 생명의 지팡이.
그것은 전생에 보았던 지팡이보다 더 많은 보석이 달려 있었다.
전생에서도 보았던 저것들은 각기 하나마다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맺혀 있었다.
그러한 것이 배 이상 늘어났다.
‘안 그래도 사기 아이템이었는데……?’
전보다 더 강화돼서 나올 줄이야.
이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시험 자체가 이전과 다를 거라고 하더니.
그 여파인가.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도 회귀 전과 달라질 수 있다 이거군.
‘하기는 내가 사신의 낫을 얻게 된 것도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 마리는 행동부터 개시했다.
“활력의 빛. 체력 회복. 보호의 갑옷과 방패.”
[당신은 활력이 차오름을 느꼈다.]
[당신은 체력이 회복됨을…….]
[당신을 보호하는 갑옷과 방패가 생성되었다.]
스스스슷-
그것은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쳐버린 몸이 모두 회복됨은 당연했다. 회복되던 체력은 얼마 가지 않아 평소보다 더 강해졌다.
‘미쳤네.’
신의 육체를 지니게 되어 항시 강화된 나.
그런 나의 몸에도 느껴질 정도의 회복이라.
이건 생명의 지팡이만의 힘으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대체…… 안에서 뭘 하고 온 거지?’
그녀가 지닌 신성력.
그 신성력 자체가 전보다 강화된 느낌이었다.
회귀 전부터 그녀의 신성력을 쉼 없이 받아 온 나다.
그러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지닌 신성력이 전부 강화되었노라고.
그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활용할 줄은 알았다.
그 활용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한휘. 어떤 외신이에요?”
“외신 레문트. 미친놈이 몬스터와 신도에게 링크를 걸어서 힘을 늘리고 있어.”
“아. 이해했어요.”
그것은 바로 물어 오는 그녀에게 답을 주는 거였다.
그 답은 이 현상을 일으킨 신에 대한 설명이었다.
강력한 신성력으로 육체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마리.
그러기에 그녀는 타인의 힘에 대한 탐색 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일반 헌터에 비하면야 강력하기야 하지만, 외신들이 지닌 힘의 종류를 파악하는 건 한발 늦곤 했다.
그러기에 전생에서도 이 부분은 내가 채워왔다.
그녀는 이것을 질문하였고, 나는 답을 줬다.
그럼 이다음은 정해져 있다.
“제가 링크를 약화시키도록 할게요! 신성한 성좌여 그 힘으로 말미암아 사특한 외신의 출현을…….”
그녀가 기도문을 올린다.
기도문이 길게 이어질수록, 안 그래도 거대하였던 그녀의 신성력이 폭발하듯 증가한다.
-키이이이이!
-킥!
그에 한차례 신성력 파동으로 멈칫했던 적들이 괴성을 내지른다.
몬스터는 신성력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서.
광신도들은 자신들이 탐하던 신성력이 증가했음에 보내는 괴성이었다.
순간, 적들 모두의 표적은 마리가 된다.
그녀가 기도문을 전부 외웠을 때.
그때 가서 저 거대한 신성력이 누굴 노릴지 알기 때문이었다.
최악인 건, 이때의 그녀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게 된다는 거.
지금이 바로 내가 나설 때였다.
“어딜 노리려고! 다들 마리를 보호 해!”
“예!”
“알겠어요!”나는 파티원과 살아남은 프랑스 헌터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동시에 몸을 튀어 오르듯 날렸다.
차르륵-
그러며 쇠사슬에 강력한 영력을 불어 넣고, 주변에 길게 둘렀다.
저것을 일종의 영력 지뢰였다.
[당신은 적성 개체에게 영혼 마법 : 영력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어떤 몬스터가 넘든, 적성 개체라면 곧바로 폭발이 일어나게 조치했다.
사슬을 던지며 불어 넣은 영력이 보여 주는 묘기였다.
본래라면 지극히 힘든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기술을 써대는 건, 아무리 나라 하더라도 과부하가 어마어마하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당신은 기술 : 신의 육체를 통해서 육체가 강화되어 있다.]
[당신은 기술 : 그림자 발걸음을 통해 더욱 은밀해졌다.]
[당신은 가호 : …….]
던전에서 강화된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상시 발동되는 신의 육체 자체로 단단해졌고.
온갖 가호가 강화되면서, 영력을 사용하면서 얻은 과부하 자체가 상당히 사라졌다.
그러고도 남은 과부하는 그림자 가호를 통해, 내 몸의 그림자를 타고 흐르도록 배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소환했던 영혼 병사들을 이용해 분배시켰다.
그럼으로써,
이제 나는 어지간한 기술 가지고서는 과부하 자체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콰아아앙-! 쾅!
[당신은 적성 개체에게 영혼 마법 : 영력 폭발을 일으켰다.]
.
.
그래서 이리 미친 척 기술을 써댈 수 있는 거였다!
이제는 막 질러내도 되니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족쇄 하나를 푼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마음껏 날뛸 때이지 않은가.
때문에 나는 곳곳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가운데.
“거기 비켜!”
“억……!?”
잠깐씩 뚫릴 듯 보이는, 방어선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방어선이 뚫리기 전에 선재 방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흐아압!”
그러한 내 손엔 사슬 대신 사신의 낫이 쥐어져 있었고.
콰드드드득-
-케엑!
회귀 전엔 사람 목숨을 수확한다고 만들어졌던 사신의 낫은, 광신도와 몬스터를 수확하는 데 쓰였다.
“아예, 탈곡까지 해 주마. 머저리들아.”
나는 낫을 아낌없이 휘둘렀다.
수련? 손에 익숙해지는 거?
그런 게 필요할 리가 없다.
수련은 사용하는 무기에 몸을 맞추기 위함이지 않나.
신의 육체를 지닌 내가 무기에 몸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최상이라 할 수 있는 육체를 지니고 있으니까.
사용법에 대한 수련 또한 필요 없다.
회귀 전.
무기라고 항상 남아돌았겠는가.
제아무리 명검이고, 최고의 무기라도 언젠간 망가지는 법이었다.
신기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외신이 불러내는 사도급이나 주교급만 상대해도 날이 상하기 일쑤였다.
전투가 길어지다 보면, 언제고 망가지는 게 무기였다.
특히 나는 그게 더 심했다.
리바이나 건맨, 방패를 쓰는 경우엔 가호로 무기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력 자체는 그걸 보호하는데 좋은 가호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내건 더 자주 망가져 갔다.
그때마다 나는 새로운 무기에 적응해야 했다.
내가 리바이로부터 검을 배우고, 때로 동료로부터 방패술을 배운 건. 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인 거다.
같은 의미로 사신의 낫이, 특수 무기에 가까운 낫이라도 상관없다.
낫을 사용하던 경험도 이미 충분히 있으니까.
‘결국 무슨 무기든 응용이지. 요점은 어떻게든 적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거니까.’
쒜에엑- 쒝!
-키이이!
날을 이용해 적을 벤다.
가로로 길게 베어 적 자체를 반으로 갈라 버린다.
“어쭈 막아? 두텁다 이거지?”
때로 한방에 갈라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때는 힘을 집중하여 세로로 잘라버리면 될 일이니까.
또 때로, 이능력을 이용해 공격을 막으러 온다고 한다면.
“내가 우직하게 낫으로만 상대해줄 거 같냐.”
-케에에엑!
스스슷-
낫에 맺혀놓은 거대한 영력.
그 영력을 변환시켰다.
투두두두둑-
날카로운 가시로 변환된 영력이 적들에게 쏘아진다.
그러고도 막힐 경우엔, 영력을 뭉텅이로 뭉쳤다.
하나의 거대한 뭉텅이가 낫을 감싸면.
‘이게 해머지!’
낫의 날보다 거대한 영력의 덩어리가 생겨난다.
실체화될 정도로 두툼한 영력의 덩어리.
그 덩어리가 적의 이능력에 내리꽂혀지는 순간.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케엑!
거대한 해머.
그것도 내 몸보다 더 거대한 영력이 부딪쳤는데 적이 어찌 버틸까.
적이 그대로 으깨진다.
영력 덩어리는 적을 곤죽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적이 곤죽 나면서 같이 피어오르는 비산물들.
먼지와 시멘트 파편. 루브르가 자랑하던 온갖 작품들.
그것들 전부에 나는 잊지 않고 영력을 불어 넣었다.
파아앙-!
불어 넣은 영력들이 적에게로 비산한다.
‘크레모아가 별거냐. 조각조각 만들어진 게 비산해서 뒤지게 하면 그게 크레모아지.’
비산하는 영력들이 적들에게로 쏟아진다.
오발? 있을 리가 없다.
영력은 온연히 내 힘이고. 그런 내 힘은 아군에게 가는 법이 없이 오로지 적만을 향할 뿐이니까.
드드드득-!
그 거대한 영력들이 일대의 적을 분쇄한다.
순간 수십의 적들이 쓰러진다.
“캬…….”
“오오…….”
그런 내 활약에 여기저기서 환성이 들린다.
갑작스레 등장한 나의 활약.
마리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고삐 풀린 듯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한 환성들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더 강화되었으니까.’
이번 시험 던전을 통과함으로써 나는 애벌레가 고치를 벗어던지듯,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것은 단순히 수치로 표현되는 수준을 넘어섰다.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진다는 건 그런 의미가 있는 거였다.
전생에서도 몇 년은 더 노력해서 얻어야 할 경지에 들어선 거다.
그런데 고작해야 이런 것들을 처리하는 데 힘이 들 리가.
다만 문제는 분명 있었다.
‘녀석들의 속성이 최악이야.’
외신 레문트.
놈은 자신의 신도가 죽어도 죽지 않게 한다.
대신 신도와 몬스터 모두가 합일하게 한다.
그리하여 서로 간 힘의 소모를 없게 만들어버린다.
이게 놈이 말하는 소위 ‘링크’다.
이러한 연결이 끊어지기 전에는 적들을 아무리 죽여도 소용이 없다.
그그극-
죽어버리고 사라져야 할 기운들이 서로 뭉치게 되고.
뭉쳐버린 기운이 살아남은 광신도에게로 쏘아진다.
-크에에에에!
그리함으로, 살아남은 광신도는 더욱 커지고 강력해진다.
인간의 육신을 벗어던진다.
팔이 여러 개가 되고.
다리가 자라나고.
그에 걸맞은 무기를 기운으로 빚어낸다.
그리함으로 외문트의 광신도는 더욱 강해지는 거다.
끝없는 성장에 성장.
한계조차 뚫어내는 저것들은 결국 그렇게 괴물이 된다.
-크르르륵…….
흡사 공룡과도 같아 보이는 저것들이, 한때는 인간이라고 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저것들을 상대하면서도 쉬이 죽이지 않았던 나다.
죽여봐야 적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거니까.
‘때로 양보다는 질이니까 말이야.’
곧 죽어도 적을 강력하게 만들고 싶은 취미는 없는 나였기에.
해서 방어만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마리가 나오지 않았나.
그녀의 신성력이라면, 저들이 말하는 ‘링크’를 끊어 낼 수 있다.
이건 오로지 마리 그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링크는 한 번에 끊어내야만 하고.
몇 개의 링크들이라도 남기게 되면, 복구되는 건 금방이었으니까.
때문에 그녀로서도 크게 한 방을 준비하여 날리려 하는 것이기도 했다.
복구가 되지도 못할 정도로, 큰 한 방을 날려야 하니까.
그런데.
-키키키키긱.
“……왜 이리 늦는 거냐.”
내 기억보다도 더 기도가 오래 걸리고 있었다.
그 사이 적들은 더 강력해져만 가고.
거대한 적들이 중계기처럼, 링크를 강화시켜 가고 있는데도.
“…….”
어느 순간부터 마리는 침묵하고 기도만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언제쯤 움직이려고 저러는 것일까.
“커어억…….”
“여기 좀! 도와줘요!”
애써 만들어 놓았던 방어선들이 위협받고 있었다.
이대로면 얼마 가지 않아, 마리를 보호하는 거조차 힘들지도 몰랐다.
아무리 내가 한쪽을 틀어막더라도, 다른 한쪽에서 뚫려버리면 그 답은 없어지는 법이니까.
“후우…….”
내가 기대가 너무 컸던 건가.
하기는 아무리 마리라도, 다시 살아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생명의 지팡이가 있더라도, 예전의 기량을 바로 보여 줄 순 없겠지.
어쩌면…….
‘무리였을지도……?’
최악을 가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은 그 순간이었다.
“……한휘! 지금이에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영력의 파동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