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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11화 (111/206)

제111화

생각해 보면 그렇다.

시험 던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리가 없다.

탈락하면 가차 없이 죽이는 건 여느 던전과 같긴 하다만.

‘그렇다고 난이도를 이렇게 미친 듯이 올린다고?’

그 어느 경우에도.

다 죽으라고 하는 시험 던전은 결코 없었다.

대다수의 시험 던전은 성좌가 제 신도를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니까.

신도를 죽어라 밀어붙이는 외신 정도가 예외.

하물며 마리 빠돌이를 자처하는 그 성좌가 이런 던전을 만든다고?

다 뒤지라는 듯이?

그럴 리가.

인과율이란 거에 묶여서, 힘을 퍼 주지 못할 뿐이다.

던전의 시험이란 걸 매개로 힘을 주면 줬지, 이렇게 죽자고 난이도를 높일 리 없다.

이거만큼은 확실하다.

여기서 나는 무언가 어긋남을 느꼈다.

그런데.

콰즈즉.

“크으…….”

-질기구나. 어서 죽거라.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닐까.

현재 내가 던전의 방해와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시험이라면?’

그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다고 하면, 모든 게 이해가 갔다.

300층. 아니 어쩌면 400층에서부터.

그 언젠가부터.

나는 실제로 위로 올라간 게 아니지 않았을까.

올라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았냐 이거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거지들은 반복해서 나타났고.

이런 거지들을 구하면서 차차 올라옴에도, 나오는 악마족의 가짓수는 몇 개 되지 않았다.

1층에서 100층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마가 출현했던 것에 비해, 위는 너무도 단조로웠다.

그 단조로움이 던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너 가짜지?”

-뭣이?!

마치 누군가 잘 짜 놓은 환상이었다고 하면 이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러한 환상을 깨는 방법은 한 가지.

“진짜면 이럴 리가 없지.”

환상이란 그 사실 자체를 깨닫는 거.

깨달은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어디, 진짜인지 아닌지 한번 보자고!”

-그 전에 죽을 것이다!

-한휘! 미친 짓이다!

콰즈즈즉-

목에 칼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칼에 피는 콸콸 뿜어져 나온다.

놀란 벨린카서스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런 가운데 나는 버티는 데 온 힘을 쓰지 않았다.

영력을 소모하며 억지로 버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반대로 행동했다.

‘모든 육체에 대한 보호는 쓸모없어.’

[당신은 자신을 보호하는 모든 영력을 거두어들였다.]

[당신이 시전한 기술 : 육체 강화의 힘이 사그라든다.]

[당신이 시전한 기술 : …….]

마지막에 이른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 주던 모든 힘을 풀었다.

몸은 순식간에 평범한 육체로 돌아온다.

이대로 0.1초.

내 목을 완전히 잘라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그 0.1초에 걸었다.

육체는 포기했다.

‘어디 이름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라고!’

대신 하나에 올인했다.

과연 성공이냐, 죽음이냐.

그 짧은 사이에 모든 건 결정이 될 터!

[당신은 자신에게 존재하는 모든 영력을 가호 : 상급 저항에 불어 넣었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상급 저항의 등급이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상급 저항이 당신의 상태 이상을 간파했다.]

[당신은 상태 이상 : 환상에 걸려 있다.]

[당신은 스스로 상태 이상 : 환상을 깨트렸다!]

그 결과.

-말도 안 되는…… 크아아아악!

내게 칼을 들이밀던 천사의 움직임이 멎었다.

멈춘 천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극- 그극-

잘 맞물려진 기어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쩌어엉-!

세상이 깨져 나간다.

어느새 천사는 사라졌다.

내 몸을 속박하며 날 거부하던 던전이 주는 감각 자체도 함께 소멸했다.

그러곤 눈앞의 세계 자체가 부서졌다.

다시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너였냐……?”

놀란 표정을 짓는 악마 하나가, 내 모든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 * *

-사마긴!! 네 녀석이었나!

환상과 농락의 악마요.

남을 조롱하는 데서 제 몸을 키운다고 알려진 악마.

사마긴.

-으으으…… 어떻게!

그가 내 앞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음성은 익숙했다.

방금 전 나를 죽이려고 하던 천사와 같았으니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마긴은 악마치고 왜소했다.

-환상에 실패했으니, 저런 것이니라. 힘에 대한 반작용인 것이지. 지금 녀석은 아기와도 같은 상태야.

“세상에서 제일 드럽게 생긴 아기란 거네.”

놈은 두려움에 떨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우스웠다.

‘저런 녀석에게 내가 당할 줄이야.’

아래를 슬쩍 내려봤다.

내가 올라온 층수는 500층이 맞았다.

그럼 그 이후부터는 환상을 봤다는 의미다.

잘 꾸며 놓긴 했다.

점차 환상에 빠져들면서, 내가 천사를 보자마자 급발진하게 만들었다.

던전이란 하나의 세상이 나를 거부하는 듯 움직이게 하는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잘 만들어진 환상이요, 공포였다.

그러나.

간파되면 그 무엇보다 허무한 게 환상이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사, 살려…….

그러니까.

죽어라.

나는 바들바들 떠는 사미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키이이.

그림자 짐승으로 빚어진 그 검은, 바로 전까지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천사의 검과 같은 형태였다.

이건 내가 사마긴에게 날린 조롱이었다.

잘 만들었으나, 그 끝에 결국 내게 걸려 버린 환상에 대한 조롱.

그 조롱의 검을 휘둘렀다.

콰즈즈즈즉-

내 검이 사마긴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투욱. 툭.

하반신이 먼저 떨어진다.

그 뒤 반으로 떨어진 상반신에 있는 놈의 눈은 나를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원한 서린 눈이었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존재 포식.”

스스스스스-

떠나가려던 놈의 영혼이 점차 끌려들어 왔다.

그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예상 못 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아앗-!

던전의 핵이었다.

“……정말로 끝인가?”

한 번 사기를 당하면, 세상 모든 게 의심스럽다더니.

나는 던전 핵을 눈앞에 두고, 한참을 고심했다.

이게 진짜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내려진 결론은 단순했다.

-한번 부숴 보면 되지 않겠느냐.

“그것도 그렇네.”

뭐가 되든 부수면 된다는 거.

쑤욱-

조롱으로 휘둘러졌던 검이, 던전 핵을 관통했다.

그리고 다시 내가 눈을 떴을 때.

“빙고. 진짜였네?”

내 몸은 보상의 공간 속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 * *

[당신은 시험 미궁을 답파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행동 결과에 따라서 보상이 정산됐다.]

[당신은 처음으로 시험 미궁 답파를 완료했다.]

[당신은 미궁에서 귀속된 모든 악마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미궁의 시험에서 모든 자를 살리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당신은 미궁에서 12개의 기술을 조합하는 위업을 세웠다.]

[당신은 미궁을 답파하는 와중 기술을 극한으로 단련했다.]

[당신은 미궁에서 육체를 극한으로 수련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미궁을 답파하는 와중 60등급에 도달했다.]

[당신의 보상이 정산되었다.]

익숙하게 울려 퍼지는 울림.

그 가운데 평소와 다른 게 있다면 성좌들의 주시가 없다는 거였다.

이해가 갔다.

이 시험 던전이라 하는 곳은 단 하나의 성좌만이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끝끝내 영혼은 안 주는 쪼잔한 성좌 같으니라고.”

[당신의 외침에 이름 모를 성좌가 크게 분노한다!]

봐라.

이렇게 반응을 곧바로 하는 성좌는 단 하나뿐이다.

마리에게 붙어 있는 그 성좌.

성녀에게도 존재는 밝히지 않으면서, 끝까지 빠돌이를 고수하는 미친 성좌.

그래도 마리가 아닌데도 나를 이리도 자세히 지켜봐 줄 줄이야.

그게 재밌어서 살짝 도발을 가했다.

“거, 귀엽네? 사실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어?”

[…….]

그런데 왜 대답이 없냐.

“야, 차라리 화를 내! 뭐냐!”

대답은 끝끝내 없었다.

이 부분이 더 소름이 돋았다.

칭찬에 약했던 거냐……?

이 부분은 나도 몰랐던 것인데.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야 씨. 말 좀……?”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더 없었다.

그 대신 들려오는 건, 정산 내역이었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육체 강화가 S급에 도달하였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육체 강화가 한계를 돌파했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육체 강화가 신의 육체로 변환되었다.]

[당신이 지닌 모든 육체 관련 능력이 대폭 상승하였다.]

“……뭐냐, 이건?”

신의 육체라니. 터무니없는 기술명이지 않은가.

[기술 : 신의 육체]

극한으로 단련된 육체는 신의 경지와 같다.

육체가 끊임없이 단련된다.

육체가 끊임없이 강화되어 있다.

-극기!-

기술을 깨닫자마자, 몸이 강화됨을 느꼈다.

이는 육체 강화 기술을 사용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강건함이었다.

그게 그냥 느껴지고 있을 줄이야.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미친. 육체 단련이 상시 발동하게 되었다고?”

신의 육체.

이건 내가 직접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시 발동하는 패시브 기술이란 거다.

회귀 전에도 얻어 보지 못한 이 기술을 얻게 될 줄이야.

‘뻔한 걸 얻을 거라고 여겼는데…….’

나로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걸 얻어냈다.

이로 끝이 아니었다.

[당신이 지닌 기술 : 그림자 발걸음이 단번에 B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기술 : 뱀의 유술이 단번에 B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존재 포식의 등급이 B로 상승하였다.]

[당신의 등급이 60으로 상승하였다.]

“워. 시험을 단번에 돌파하긴 했다마는. 너무 퍼 주는 거 아니냐?”

등급과 기술이 대폭 상승하였다.

어지간해선 상승하지 않는 존재 포식.

이조차 상승시켜 줄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이것들만으로 나는 전에 비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해도 무방했다.

‘약점 하나가 사라졌네.’

사실 영혼 술사로서 영력을 다룰 때마다 내겐 강한 고통이 전해졌다.

고통이 점차 약해졌을 뿐이다.

지금도 강대한 영력을 다룰 때면, 그때마다 꽤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한 경험이 전투 속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 속에서도 나를 견디게 단련시켜 주긴 했다.

하지만 그 반작용이라 해야 하나.

‘덕분에 내 성격이 이리 개차반이 됐을 수도……?’

능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정신력이 소모돼 가는 거까진 어쩔 수 없었다.

내 특유의 성격으로 버텨가기야 한다만.

언제고 한계는 오게 돼 있었다.

전생을 경험하고 회귀까지 하게 된 지금.

그 한계는 더 빠르게 올 수도 있었다.

전생의 기억에다가, 현재의 기억을 더하면 전보다 더 오랜 시간 내 정신력을 갉아먹은 게 되니까.

일종의 회귀 부작용이다.

결국 나는 시한폭탄이었다.

회귀 부작용으로다가 정신력이 다 깎아 먹히거나.

그 전에 부작용을 이겨낼 만한 정신력을 갖추게 되거나였다.

근데 그걸 해결하게 됐다.

“그걸 이런 식으로 해결해 버릴 줄이야.”

강화된 육체.

이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내게 가해지는 고통은 전보다 경감될 거였다.

때로 강력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면, 반대로 강력한 육신이 정신을 지배하기도 하는 법이었으니까.

이른바 해결 방법 : 물리를 얻어 버린 거다.

“크…….”

육체가 강건해지니, 단번에 자신감이 치솟는다.

뭐든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 이 고양감 속에 파묻히려 할 때.

마지막 한 줄기가 나를 또 놀라게 했다.

[이름 모를 신좌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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