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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09화 (109/206)

제109화

퍼어어엉-!

크놀라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몸이 폭발했다.

[당신이 잡은 적성 영혼 : 크놀라스의 영혼 반이 소멸되었다.]

“와, 미친…….”

-계약의 제약이 크구나.

대답을 하려는 거 자체로 영혼의 반이 날아가 버릴 줄이야.

대체 크놀라스를 묶은 자가 누군지, 궁금증은 더 커진다마는.

-크으으……!!!

“한 번 더 물었다가는 죽겠지?”

-흐으…… 차라리 대답을 하지 않을 거다! 이 미친 인간아!

절대로 대답을 하지 않을 거 같다.

나라도 그럴 거다.

대답 시도만 해도 영혼 반이 날아가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나.

이러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건데.

입맛이 썼다.

“그럼 얘 쓸모가 없지 않나?”

-아무래도 그리 보이는구나. 확실히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어떠냐?

“이 자식 보게. 하여간 악마만 나오면 눈이 훽 돌아가서 죽이려고 든다니까.”

-크흠…….

악마 박멸 성애자 마왕은 은근슬쩍 죽이라 말해 왔다.

나로선 그럴 이유까진 느끼지 못했다.

-으으…… 살려 줘라. 살려 줘…… 아니, 보내 줘라. 나는 이제 이용 가치가 없지 않느냐?

저리 비는 게 꽤 재밌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생존 욕구가 강력한 악마는 귀하기도 하니까.

해서 나는 크놀라스를 묶은 상태로 외칠 뿐이었다.

[다음 시험을 진행하겠는가?]

“안 나갈 테니까, 다음 시험으로. 가자.”

스스스스-

다음 시험을 내놓으란 말에, 계단이 다시 생성되고 있었다.

* * *

계단을 오르며 꽤 고민을 했더랬다.

‘어떻게 뽕을 뽑지.’

어딜 가나 항상 뼛속의 사골까지 싹싹 긁어먹고.

영혼까지도 챙겨가는 게 나였다.

그런 나로서 이번 던전은 진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영혼은 굴비처럼 묶어서 가지고 다닐 수만 있을 뿐, 내가 따로 챙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시체가 남지도 않는다.

간혹가다 포션이 몇 개 나오긴 했다.

[최하급 체력 회복 물약]

[최하급 스테미너 회복 물약]

물약.

이거 지금 수준에선 귀한 물건이긴 하다.

약빨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최하급이라도 즉시 회복은 강력한 효과를 나으니까.

문젠 그래 봐야 최하급이란 거다.

내가 써 봐야 차는 거도 별로 없다.

나가서 팔아 봐야 큰돈도 되지 않는다.

‘바깥에 나가도 끽해야 100만 원 하려나…….’

그림자 주머니가 있어 챙기기야 한다만.

딱 그 정도 수준이다.

결국 기대할 만한 건, 하나다.

‘성장하기엔 딱 좋아.’

악마가 나를 봐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계약에 묶여서다.

어쩐 일인지, 존재감 드립을 치면서 전투를 피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꽤 오랜만에 상대하기 좋은 것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를 이용해서 스킬 조합에 성공했다.

당장 크놀라스만 봐도 성장하기에 좋은 양분들이 되었다.

해서 아쉬워하면서도 오르곤 있었다.

그렇게 올라가기를 100층.

“크…… 과부하는 진짜 X랄 맞네.”

버티고 버텨가며,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그곳에 이르렀을 때.

나름 기대도 했다.

“이번에는 누가 나오려나?”

-90층에 크놀라스였으니 여기선 더 강력한 존재가 나오지 않겠느냐?

이번엔 어떤 녀석이 나올까.

-으으…… 풀어주라니까!

-크르륵…….

또 어떤 녀석을 뒤에 있는 악마들처럼, 묶어 둘까 하는 기대였다.

왜 그런 거 있잖으냐.

‘하나님, 오늘 밤은 제대로 털게 해 주세요.’ 하는 천사 소녀와 같은 마음.

그런 마음으로다가 잔뜩 기대하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상상외의 광경이 내 눈에 보였다.

“으으. 한 푼만 줍쇼.”

“크흐…… 돈은 필요 없수다…… 제발…… 일용할 양식을…….”

악마는 없고, 웬 거지들만이 있었다.

* * *

‘이게 특별한 시험인가……?’

100층에 가면 특별 시험이 있다고 마리에게 들었다.

마리는 그게 병자의 회복이었다더라.

꽤 곤혹스러운 자들이었고, 겨우 회복을 시키긴 했단다.

문제는 전부를 살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전부를 살리기엔 병자의 수가 너무 많았고.

그녀가 지닌 신성력은 한정돼 있었으니까.

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던가.

과연, 성녀다운 일이라 생각했었다.

‘일종의 선의를 시험하는 거 같은데…….’

눈앞의 경우도 비슷한 결의 시험이었다.

“제바아아알! 한 푼만…….”

“살려 주십쇼!”

“늙은 어머니가 여기 같이 계십니다. 크흑…… 제가 안 되면 어머니라도……!”

눈앞에 수많은 거지가 있었다.

그들 모두가 지쳐 보였고, 삐쩍 골았다.

툭 치면 당장 죽을 거 같아 보이는 자도 많았다.

도움이 필요한 자들이다.

‘이래서 포션을 준 건가……?’

문제는 내가 이 자들 전부를 도울 수 없단 거다.

적을 상대할 때마다 소량으로 떨어지던 포션.

그거라 해봐야 딱 20개다.

근데 문제는 눈앞에 거지들은 100은 넘는다는 거다.

‘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살리란 거군…… 그 선택을 보고 시험의 결과를 결정하겠다는 건가?’

-그런 거 같구나. 지독한 시험이야.

누구를 선택하든 최악이다.

이건 소위 말하는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시험이었다.

자주 보는 그런 거 있지 않나.

기차가 달려오는데 한 선로엔 다섯이, 다른 선로엔 하나가 누워 있다.

그때 나는 기관사인데 선택할 수 있는 건 그 선로 중 하나뿐.

그대로 달리면 다섯이 죽고, 선로를 바꾸면 한 사람이 죽는 그 딜레마.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사람을 죽이게 된다.

꽤 까다로운 문제였다.

그때 내 선택은 보통 하나다.

선로 자체를 뽑아 버리는 거.

문제 자체를 없애 버리는 거다.

예로부터 머리 쓰는 문제의 제일 큰 해결 방법은 (물리)니까.

‘근데 이건 피할 수가 없네?’

문젠 이미 일은 벌어졌다는 거다.

어쩐다.

고민된다.

“흐어어억…….”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거지 하나가 툭 쓰러진다.

‘미친…… 제한이 있는 거냐?’

시간이 지나면 다 죽을 기세.

시간제한까지 있는 시험일 줄이야.

“더럽네, 진짜.”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포션 하나를 꺼냈다.

거지들 전부가, 자신에게 달라고 외치는 와중에 쓰러진 자를 향해 다가갔다.

[당신은 이름 모를 자에게 최하급 체력 회복 물약을 먹였다.]

효과는 강력했다.

“으어…… 가, 감사합니다!”

당장 뒤질 거 같은 자가 살아났으니까.

이걸로 남은 포션은 열아홉.

남은 자는 구십구 명.

“저, 저도 살려 주십쇼!”

“으아아……! 뭐든 하나만 주십쇼! 뭐든!”

자, 이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생각해 보니 나 물약만 가진 게 아니잖아.”

-무슨 소리를…… 설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걸?”

내가 저들에게 줄 건, 물약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있었다.

이거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나는 곧바로 그 의견을 말했는데.

“얘들아. 악마 맛은 어떨까?”

-……미친.

-흐이이이익!?

“뭐…… 무슨 소리를…….”

아니 왜, 다들 질색하는 거지?

* * *

배가 고프면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나.

나만 해도 회귀 전에 안 먹어 본 게 없다.

되도록 배양식을 먹기는 했다마는.

아포칼립스나 다름없는 상황에 매번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잖나.

같은 인간을 노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면 자연스레 몬스터에라도 손이 가게 되는 법이었다.

거부감이야 처음뿐이었다.

이후는 즐겼다.

몬스터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할지.

어떤 부위가 맛있을지를 판별했다.

먹다 보니 겸사겸사 독 저항도 상당히 올랐었다.

‘그땐 그랬지…….’

그런 시절을 겪은 나다.

덕분에 현재에 이르러선, 최대한 식도락을 찾아다닌 거다.

지금이라도 먹어 둬야 하니까.

대신 마음속 한편으론 항상 대비했다.

식도락은커녕 먹을 게 없을 때, 몬스터 요리법이라도 퍼트려 놓자고.

그때의 노하우를 살리면 수백, 수천은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이 자식들 보게?

“너희들 안 배고픈 거 아니냐? 악마도 먹으면 배부른 건 다 똑같아. 봐봐. 얘들 살 포동포동하게 올라 온 거.”

화아악-!

영력을 돋워 영혼들을 보여주는데, 움찔하기만 한다.

“히이익!”

“지, 진짜 악마야!”

“엄마아……!”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슬쩍 피한다.

아까 달라붙은 건 다 잊었는지, 슬금슬금 물러나는 거지도 있었다.

거기다 제 딴에는 논리랍시고 반발도 해왔다.

“여, 영혼을 저희가 어떻게 먹습니까?”

“읭? 너희들도 영혼 아니었냐?”

“아, 아닙니다!”

“아하. 시험이라고 일단 그런 설정인가.”

“그러니 못 먹습니다!”

“아. 보통은 그렇긴 한데…… 악마는 그게 된다니까? 한 점 해 볼텨?”

“히이익! 아, 악마다!”

영혼을 어떻게 먹느냐고 해왔다.

아, 된다는데 도무지 먹히질 않는다.

-한휘. 네가 정신이 이상해진 거 같아서 말하지만, 네가 특이한 것이니라. 나 정도 상위 존재가 아니면, 영혼은 못 먹는다.

“그래? 허 참…… 다들 배가 불렀구만.”

-……그…… 배가 부른 거치고는, 방금 또 한 명이 쓰려졌다마는?

“얼씨구.”

그 마왕까지도 안된다고 반발을 해왔다.

이래서 편견이 있으면 안 된다. 근성도 약한 놈들은 안 된다.

안 되면 되게 할 줄을 알아야지.

역시. 이러면 내가 직접 보여줄 수밖에 없는 건가.

악마 영혼 한정 특수기가 있었다.

“으으으…….”

“잘들 봐라.”

나는 지금 막 쓰러진 자를 향해 다가갔다.

쓰러진 자는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로, 잔뜩 곯아 있었다.

딱 배고파 보이는 자였다.

“다섯 마리의 바포멧과 두 마리의 광전사면 5천도 먹여 살릴 수 있는 걸 보여주지.”

“으으……!”

“너도 좋지?”

“으어어……!”

“너무 좋다고? 조금만 기다려라.”

나는 한 손으로 그를 일으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덜덜 떠는 바포멧 영혼 하나를 잡아당겼다.

영혼을 살찌우는 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신은 바포멧의 영혼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바포멧의 영혼이 비대해진다.]

영력을 불어 넣음으로 바포멧의 영혼은 금방 부푼다.

살찐 염소가 되는 거다.

“딱 좋네.”

-키이이!

나는 영혼이 부푼 바포멧의 영혼을 잡아당겼다.

쑤욱-

잡아 당겨진 영혼은 내 손에 쥐어지며 점차 압축되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말 그대로 영혼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반발력도 심했다.

‘옳지. 옳지.’

나는 그러한 반발력이 올수록 만족스러웠다.

이는 악마의 속성 중 하나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악마란 존재.

설화나 전설, 신화 속에서 나오는 악마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창조다.

소환자에게 온갖 금은보화를 제공하고, 때로 사람까지도 빚어 만들어 주는 게 악마다.

이게 창조가 아니고 뭔가.

다만, 완벽한 창조는 아니었다.

‘대가가 있지.’

그 대가는 악마 그 자신의 영혼.

무얼 빚어내느냐에 따라 대가는 달라진다.

대신 빚어내는데만 성공하면 창조에 가깝게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기에 악마는 때로 신이라고도 불리는 거였고.

그 어떤 존재보다 막강한 힘을 부릴 수 있는 거였다.

나는 이 속성 중 하나를 이용할 뿐이다.

“잘 봐.”

-끼에엑!

쭈우욱-

어거지로 바포멧의 영혼을 뜯어 발겼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놈의 귀에 대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빵.”

-끼이이이…….

“빵. 내놔.”

-끽……!

제 존재가 깍아 먹힌다는 그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려선 안 된다.

-여가 보기에도 이건 심하다. 계약도 하지 않고 그리 뜯어가는 것은…….

“불공정 계약도 계약이지 않아?”

-불공정인건 알고 있구나…….

“원래 세상이 불공평한거야. 자자, 됐고. 어서 내놔, 빵.”

아아…….

때로 주먹으로 한 계약도 계약인 법이었다.

뚜욱. 뚝. 뚜욱.

-끼이이……끽!

이렇게 계속해 뜯어내다 보면 효과가 난다.

파아앙-!

바포멧의 영혼의 일부가, 정말 빵으로 변화한다.

그 대가로 빵을 만들어 낸, 바포멧의 몸은 쪼그라들어 버리긴 한다.

그걸 내가 알아 줄 필요가 있나.

저 악마 자식들도 계약으로 10을 줘 놓고는, 100은 뜯어가곤 하잖아?

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 뿐이다.

만들어진 빵을 집었다.

곧바로 쓰러진 자에게 먹였다.

“어걱…… 어거거거걱.”

“좋아. 한 명 먹여서 살렸고.”

내가 손수 먹여 주니 감동한 건가.

또르르 눈물을 흘리는 거에서 나도 코를 쓱 한번 쓸어 줘야 할 느낌이다.

뿌듯하구만.

자, 이제 하나는 확실히 살렸고.

“봐봐. 효과 확실하잖아. 이제 너희들도 먹어야지?”

“히이익!”

그 뒤론 작업이 수월했다.

뚜욱. 뚝.

영력을 주고, 툭툭 떼어낼 때마다 빵이 튀어 나왔다.

다소의 반항 따위.

두들겨 맞다 보면 금세 무너지는 법이었다.

그 결과.

“짜잔? 없었는데, 있어졌습니다. 오케이?”

-……미친 자야!

어느새 일용할 양식은 수북하게 쌓여 갔다.

중간에 쓰러진 자들도 걱정할 게 없었다.

“먹어.”

“우우욱……! 컥…….”

그들에겐 일차적으로 빵을 먹였다.

그러니 다들 눈을 부릅뜨고 버티더라.

다들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는다.

크. 역시 의지가 사람을 살게 하는 법이지.

근데 어쩐지 빵이 쌓이는 만큼, 거지들이 절망스러워하는 거 같기는 한데.

“허어…….”

“저, 정말로 먹어야 하는 건가.”

“……큽.”

이 또한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않은가.

거지 주제에 일도 하지 않고, 먹을 걸 가리는 녀석들에게까지 동정을 줄 필요는 없다.

대신 내가 주는 건.

“가장 늦게 먹는 녀석이 남는 건 다 먹는 거다. 실시!”

“시, 실시!”

“머…… 먹겠습니다!”

이들이 일용할 양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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