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08화 (108/206)

제108화

크놀라스.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하고는 날개가 달려 있는 괴종이었다.

날개는 몸보다 거대했는데 털이 없었다.

게다가 하급 악마가 아니면서도, 영체가 아닌 육체 상태로 머무르고 있었다.

“저거, 끔찍한 혼종이네.”

-동의하느니라. 오늘 들어 동의할 게 많구나.

마왕도 동의할 만큼, 괴이하게 생긴 녀석이다.

우리의 말을 알아듣긴 하는 건가?

놈은 혼자 흥분과 광기에 차 있었다.

-크흥…… 어디 사특한 마족의 냄새가 나나 했더니, 너였구나.

“쟨 내가 아니라 너만 보이는 듯?”

-여가 왕이 되기 이전에 보았던 게 몇 번이니…… 호기롭게 덤벼들 만도 하겠지.

“과거의 인연이란 건가 재밌네.”

-악마 따위와 과거…… 온다!

후우웅-!

크놀라스는 급작스레 날아왔다.

‘선 빵 필승이라는 거냐.’

날아든 그 곁으로 거대한 마기가 솟아났다.

솟아 난 마기는 그대로 우리를 꿰뚫을 듯 쏟아졌다.

“와 씨.”

지이이잉-!

기다란 레이저가 수십 개 날아드는 꼴이었다.

나는 영력을 돋워 몇 개의 레이저를 쳐 냈다.

촤르륵-

그러며 동시 사슬을 돋워, 놈의 멱을 죄려 했다.

물어볼 게 많으니, 개 줄 묶듯 묶으려 한 거였다.

-어림도 없는 짓이다!

“오……?”

과연. 악마는 악마란 건가.

‘투명능력이다. 거기에 고속 능력까지!’

순간 내 시야에서 크놀라스의 몸이 사라졌다.

목표가 사라진 사슬이 허공을 휘젓는다.

그 사이, 크놀라스는 내 왼편에 모습을 드러냈고.

금세 내게로 다시 쏘아졌다.

‘오냐. 덩치를 믿고 덤벼든다 이거지!’

이렇게 되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크놀라스와 내 몸이 부딪친다.

[당신은 거대한 영력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쌌다.]

“크흐…… 너 꽤 한다?”

-키히. 네놈도 인간 주제에 잘도 버티는구나!

나는 영력을 돋워 버텼다.

크놀라스도 마찬가지다.

마기를 이용한 육탄 돌격이었다.

내게 막힌 게 서러웠나.

크놀라스는 제 뒷발에 거친 마력을 보탰다.

밀어붙이려는 속셈이 역력했다.

‘힘 대 힘인 거냐.’

이럴 때 영력을 이용한 뒤통수 때리기라도 하면 이득을 보겠다마는.

이번 던전에선 힘 싸움이 잦아선가.

나는 오랜만에 흥이 돋아 있었다.

“이건 못 참지!”

콰아앙. 쾅.

놈과 계속해 부딪쳐 나갔다.

마치, 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거대한 사자를 잡아내듯이 싸웠다.

순식간에 수십여 번의 충돌이 있었다.

[당신은 수많은 영력을 육체에 소모하고 있다.]

[당신은 영력 마법 : 부여로 몸을 강화하고 있다.]

[당신은 기술 : 근력 강화로…….]

사실 이는 기회였다.

지난 시간, 내 몸으로 받아들인 수많은 기술과 마법들.

근력, 민첩, 육체 강화에서부터 부여와 영력 강화, 방어, 여기에 가호 : 암살자와 같이 전투 관련 가호에 이르기까지.

기술, 마법, 가호를 수없이 쌓아 온 나다.

이에 문제가 있었다.

‘회귀 전 경험이 있어서 아직 티는 안 나긴 한다만.’

그때그때 적재적소로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하나로 기술들이 총합이 되어 있진 않았다.

쉽게 말해 따로 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당장의 전투와 같은 데선 드러나지 않은 문제였다.

그러나 진정으로 강력한 존재를 보게 되면 그때가 문제였다.

한 수, 한 끗 차이로 승패가 정해지는 전장.

그곳에서 내 힘을 하나로 뭉쳐 쓰지 못한다는 건,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인 꼴이니까.

그러기에 지금의 경험을 살리는 게 좋았다.

‘안 그래도 악마란 자식들이 나만 보면 내빼서, 손맛이 근질근질했는데 말이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녀석이잖아? 지금이 딱 좋아.’

나는 잔뜩 흥분한 가운데서, 기술의 배분에 신경 썼다.

우선은 쉬운 하위 기술들부터 통합을 노렸다.

[당신이 지닌 기술 : 근력 강화가 기술 : 육체 강화에 반응한다.]

[당신이 지닌 기술 : 근력 강화가 육체 강화의 하위 기술로 합일한다.]

[당신이 지닌 기술 : 민첩 강화가…….]

[당신이 지닌 기술 : 강한 일격이…….]

육체를 강화하는 데 특화된 기술들.

그것들은 육체 강화에 욱여넣었다.

육체 강화를 하나의 거대한 틀로 잡아 넣고.

그 안에 온갖 강화 기술들을 비집어 넣는 식이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위 기술이니 상위 기술이니 하지만.

각자가 하나의 기술로 인정받는 것들이다.

이걸 하나로 묶어내는 건 기술 조합이나 같은 일이다.

‘기술 조합 자체가 괴랄 맞게 어려운 일이지.’

그간 너무도 쉽게 통합되었던 그림자와 영혼 가호가 특이한 거였을 뿐.

대부분의 기술들은 조합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다.

비율을 맞춰야 했고.

힘의 투입 시점을 제대로 찍어내야 했다.

이 조합에 조금도 오점이 있어선 안 됐다.

그리해야만 하나둘씩 기술 합일이 가능해졌다.

그걸 난 지금 실전에서 해내고 있는 거였다.

성과?

슬슬 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육체 강화가 하위 기술 다섯을 지닌다.]

[당신이 지닌 기술 : 육체 강화의 등급이 단숨에 A로 치솟는다.]

‘옳지!’

가장 먼저 강화에 관련된 기술을 통합시킬 수 있었다.

육체 강화에 관련 기술을 모두 통합함으로 얻는 이점은 컸다.

이전엔 기술을 여러 개 신경 써 걸어야 했다면.

‘이젠 한방이지.’

지금부터는 육체 강화만 걸어도, 강력한 버프를 스스로 넣을 수 있단 거니까!

이다음으로 나는 공격 기술을 하나씩 욱여넣기 시작했다.

[당신은 기술 강력한 일격과 정확한 표적을 동시에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움직임으로 인해 두 기술이 하나로 조합된다.]

[당신은 기술 : 강격을 스스로 얻어냈다.]

[당신의 업적이 기록된다.]

표적을 보는 것과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거.

이것을 통합하여 하나의 강격으로 만들어 냈다.

유순한 흐름 속에 공격을 집어넣는 공격 기술에, 속도 강화를 집어넣어 공격성을 강화했다.

‘네 개째인가?’

육체 강화에 이어 강격을 가장 먼저 만들어냈다.

뱀의 유술을 스스로 얻었고.

그림자 발걸음에 은밀함을 더 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극적인 변화였다.

콰아앙-! 쾅!

이는 나와 쉼없이 부딪치고 있는 크놀라스도 느낄 정도의 변화였다.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걸 크놀라스도 알 정도니까.

-네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수련? 샌드백이 쓸모 있어서 말이야.”

-감히이! 마왕이 씐 인간 주제에!

“와씨? 너 그 말은 선 넘은 듯한데?”

-닥치거라! 마족의 종놈이!

“이 새끼가!”

해서 조금 놀려 줬다고, 나를 마족의 종놈 취급할 줄이야.

야. 이 건, 선을 한참 전에 넘은 거 아닌가?

넘은 선 만큼 패주는 게 예의겠지.

“넌 이제 죽었다고 복명복창해라.”

-캬흐으윽…….

안 그래도, 이 정도 성과면 이다음이 얼마나 될지 알아봐야 하는 터.

나는 가감 없이 기술을 사용했다.

[당신은 기술 : 육체 강화를 사용하였다.]

[당신은 기술 : 뱀의 유술에 강격을 실어 공격하고 있다.]

[당신의 움직임이 기술 : 그림자 발걸음으로 인해 빨라진다.]

온몸이 빨라지고, 질겨진다.

움직임의 흐름은 부드러워졌으나, 그 안에 강맹함은 더 강력해졌다.

스르르-

마치 내 몸을 누르고 있던 족쇄 하나를 풀어낸 느낌이었다.

전성기 시절.

회귀 전의 능력 일부를 되살린 느낌.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전능감이 느껴진다.

힘에 취했다.

그래.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런, 강한 힘이 가진 만족스러움을 크게 풀어낼 일은 단 하나.

“처맞을 시간이다.”

-케에에엑!

눈앞에 적을 분쇄해 버리는 거다.

콰드드득-!

나는 그 대상을 크놀라스로 선택했다.

* * *

크놀라스는 좋은 상대였다.

거대한 육체, 빠른 속도로 지닌 피지컬 자체가 뛰어났다.

여기에 고속 이동 능력에 투명 능력을 활용했다.

기척을 숨기고 순식간에 쏘아져 오는 강력한 일격은 매서웠다.

지금의 나라 해도 꽤 긴장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내가 한 꺼풀의 성장을 해냈을 때.

승부의 추는 기울어 있었다.

‘이미 뒤져있는 거지.’

시종일관, 전투를 지배하는 건 나였다.

크놀라스는 방어를 하기에도 급급할 뿐이었다.

당황한 와중에도 온갖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강력한 전사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모습이긴 했다.

다만 내가 더 강했을 뿐이었다.

‘지금이다……!’

결국 틈이 만들어졌다.

그 틈을 난 비집고 들어갔다.

그림자 발걸음과 뱀의 유술로 빠르게 크놀라스의 방어를 돌파.

무방비 상태에 있는 복부를 노렸다.

“강격!”

[당신은 기술 : 강격을 사용하였다.]

[적성 개체의 육체에 강력한 타격이 가해진다.]

크놀라스의 복부, 새로 얻은 기술 : 강격이 새겨진다.

모든 육체가 강화되고,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박아 넣은 일격이었다.

그 자체로 강력한데 강격이란 기술로 정확도와 위력을 높였다.

이걸 버틸 수 있을 리가.

치명타였다.

-커어어억……!

순간 크놀라스의 복부가 푹 꺼진다.

강력한 일격에 우그러진 상태.

꺼져버린 복부는 복원되지 못했다.

그대로 내가 박아 넣은 강격의 힘이 치솟아 오를 뿐이었다.

푸화아아악-!

내가 박아 넣은 힘은 결국 크놀라스의 복부를 꿰뚫어버렸다.

관통이었다.

터져나간 놈의 육체로부터 피 대신 거친 음기운이 치솟아 버린다.

-아아아…… 아…… 이번은 성공할 줄 알았거늘…….

음의 기운은 악마의 근원.

근원이 사라져 가는 크놀라스의 육체가 점차 쪼그라지더니.

퍼어엉-!

결국, 쇠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져 버린다.

[당신은 적성 개체 : 크놀라스를 무너트렸다.]

[압도적인 승리!]

[당신은 9번째 시험을 통과하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시험을 끝마친 대다수는 여기서 멈추었겠지.

그러나 아직 나는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후우. 어딜 가려고?”

그것은 크놀라스의 영혼을 수확하는 거.

-어어어억……!?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려 하는 크놀라스.

떠올라 사라져가는 놈의 영혼을 나는 잡아챘다.

이번은 전과 달랐다.

끌어당길 때 느껴지는 저항감이 전보다 크다.

-크히이이익……!?

그에 고통스러운지 크놀라스는 영혼의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그따위 걸 신경 써줄 리가.

끝끝내 크놀라스의 영혼을 부여잡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적성 영혼 : 크놀라스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후우…….”

이것으로 제대로 된 악마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 * *

잔뜩 기대했다.

하급 악마. 아니 악마라기보단 몬스터에 가까운 바포멧이나 광전사가 제대로 대화가 될 리 없다.

그에 비해 크놀라스는 제대로 된 악마지 않은가.

-여는 차라리 영혼도 쳐죽였으면 좋겠구나.

-더러운 마족 자식이 뭔 소리를 하는 것이야! 어서 나를 돌려보내 주기나 해라!

보아하니, 상황 파악도 느리고.

숙적이랄 수 있는 마왕도 못 알아보는 걸 보면 정보도 업데이트가 안 된 녀석이긴 하다.

그래도 내가 얻을 정보는 이 던전 자체니까.

“너 무슨 계약을 했길래 이 던전에 묶인 거냐?”

-헹. 그걸 내가 알려 줄…… 크헤뤠에에엑!

다만, 그 정보를 얻는 과정에 약간의 손길이 들어가긴 해야 했다.

-크헉…… 크허어억…… 말한다. 말해!

“옳지. 그래야지. 그래서 계약이 뭔데?”

-어려운 게 아니다. 승리! 정해진 횟수만큼만 승리하면 풀려날 수 있다.

“생각보다 단순한 계약이네?”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냐?”

들어보니 오죽 힘든 게 아니란다.

100번의 승리만 하면 자유라는데.

적 자체가 오질 않는단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맞상대한 적이 100번이 안 된단다.

웃긴 건 그나마 오는 적도 강자란다.

쉽게 승리를 못 한다는 것이지.

“멍청한 새끼.”

-확실히 멍청하구나. 마족 중에 이런 녀석이 없는 게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다.

해서 한번 놀려줬더니.

-크아아아! 어딜 마족 자식이! *&(*&(*!#$!!!!!

아주 발광을 해 주신다.

하여간에 누가 악마 아니랄까 봐.

성깔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쯤 진짜 궁금한 걸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계약의 주체가 누구냐는 거.

“계약은 그렇다 치고. 그래서, 누구랑 계약한 거냐? 대체 어느 성좌야?”

-계약 말이냐? 그것은 사실…….

고민하던 크놀라스는 조심스레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어…… 씨?”

이변이 발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