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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07화 (107/206)

제107화

처음 올라서는 계단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세 번째 계단에 올라서자 묵직함이 느껴졌다.

“……무겁네?”

네 번째, 다섯 번째에 올라서면서 확신했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몸에 무게가 가중된다.

결국 계단을 오르는 거 자체도 시험의 일부였다.

그런 계단을 10층 정도 올라섰을 때.

[당신의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된다.]

눈앞에 있던 짧은 계단이 크게 넓어졌다.

전투를 펼치기에 딱 적당한 크기가 되자, 어디선가 괴성들이 터져 나왔다.

-키이이이.

-케케켁.

염소 머리의 수인.

삼지창을 들고 악마의 꼬리를 지닌 존재들이 출현했다.

“바포멧?”

바포멧.

악마인 바포메트의 아이들.

수많은 악마가 태어난 음 차원.

그곳에서 이젠 하위 종족밖엔 되지 못하는 존재, 바포멧.

권위를 잃은 대신 수많은 존재로 부활하여 하나의 종족이 된 개체.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총 열인가.’

놈들은 곧바로 나를 향해 움직였다.

나와 달리 몸에 부여되는 과부하는 없는 듯했다.

기억 속에 있는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즉, 이쪽은 페널티가 있고 저쪽은 없다는 거다.

“이거 재밌네. 나만 과부하가 있는 가운데 전투를 벌이라 이거지? 악취미잖아.”

-키에에!

적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후우웅- 후웅-

삼지창을 직선으로 들고, 제 머리도 숙이고 돌진!

말 그대로 5개의 뿔로 나를 꿰뚫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 바포멧이 다섯.

나머지 다섯은 화염을 구현하려는 듯, 주문을 외워댔다.

근거리 원거리 연계 공격이다.

“읏차.”

터엉! 텅!

사슬을 휘둘러 다섯 중 넷을 막았다.

-키엑!

뿔과 삼지창이 사슬에 얽힌다.

그사이 달려드는 바포멧의 눈엔 흥분이 어려 있었다.

성공이라 생각한 거겠지.

하지만, 이쪽은 일부러 놔준 거였다.

터어억.

-끄엑!

“지금 수준에 너한테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냐?”

나는 영력이 어린 손으로 삼지창을 부러트리고.

다시 손을 휘둘러 바포멧의 뿔을 잡았다.

-끄이이익……!

녀석이 잡힌 상태에서 벗어나려 한다.

될 리가 없다.

[당신은 기술 : 근력 강화를 사용하고 있다.]

[당신은 기술 : 무게 상승을 사용하고 있다.]

영력 강화는 당연하고, 온갖 잡기를 익히고 있는 나를 상대하기가 쉬울 리가 없으니까.

“재밌는 거 보여줄까?”

-끄에에엑!

콰드드드득-

잡고 있는 놈의 뿔을 부러트렸다.

뿔은 악마의 상징.

제아무리 하급 악마라도, 제일의 자랑은 언제나 뿔이다.

그러한 뿔이 부러졌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야, 우냐? 울어?”

-끄이이…….

놈이 고통에 울부짖다, 무릎을 꿇는다.

푸우욱.

나는 그런 녀석의 멱을 손에 든 채 뿔을 휘둘렀다.

후려친 뿔이 얼굴에 박히자, 놈의 남은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그 상태로 다시 뿔을 잡아당겼다.

“얼씨구?”

후두두둑.

다시 꺼낸 뿔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본체인 주인이 죽자 원형을 유지하기 힘든 듯하다.

그러나 이때도 원형을 유지시킬 방법이 있다.

“영혼 분리. 부여.”

[당신은 기술 : 영혼 분리를 사용하였다.]

[당신은 영혼 마법 : 부여를 사용하였다.]

나로부터 쪼개진, 영혼을 뿔에 부여하면 되었다.

그럼으로 조각 조각난 뿔들은 영력을 매개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즉, 조각은 났지만 흩어지지 않고 다시 단단해져 있단 의미다.

그럼 이 단단해지기만 이 뿔들을 어떻게 쓰느냐.

결국 전투에서 하는 응용이란 게 곧 기술이다.

강력한 기술은 언제나 통용되는 법이었다.

“무협지 흉내를 한번 내볼까. 이게 만천화우다, 악마 새끼들아!”

이제 막 사슬에서 빠져나오는 바포멧.

힘을 모아 거대한 화염을 날리는 뒤의 바포멧.

그들을 향해서 내가 날린 뿔들이 쉼 없이 쏘아진다.

두두두두두둑-!

수백개의 단단한 뿔들이 쏘아지는 장관이란!

-크에에엑!

-껙!

급소를 노릴 필요도 없이, 놈들의 몸 곳곳을 꿰뚫는다.

몸을 꿰뚫고도 힘이 남은 뿔들.

그것들이 시험장 바깥으로 나가려는 그 순간.

“아직이지. 한 발 더!”

영력이 부여된 뿔들은 황급히 반대로 궤도를 틀었다.

궤도를 튼 뿔들은 재차, 바포멧들을 향하고 있었고.

-끄에에……!?

-끽!?

다시금 살아남은 바포멧을 향해서 쏘아지고 있었다.

이는 영력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에 부린 묘기.

효과는 확실했다.

쿠웅. 쿵.

살아남은 바포멧 전부가 쓰러져 버렸으니까.

“성능 확실하구먼?”

[당신은 적성 개체 : 바포멧을 전부 사살하였다.]

[당신은 일차 시험에 합격하였다.]

완벽하며 압도적인 사살이었다.

하위라지만 악마는 악마다.

그러한 악마를 상대로 쉽게 쓰러뜨렸음에, 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애써 노력한 게 내게 강함으로 돌아왔단 의미니까.

“진짜 오랜만에 느낀 손맛이었어.”

오랜만의 경험이기도 했다.

요즘 악마들은 나만 보면 튀기 바쁘지 않았나.

내가 유추하기로 옆에 있는 마왕 때문에 그런 거 같기는 한데.

이곳의 악마들은 달랐다.

날 보자마자 전의부터 불태웠다.

그게 새삼 신선했다.

진짜 악마들을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시험 던전에 묶여서 그런가?’

그 원인은 알 수 없다만 상관없다.

통과는 통과다.

덕분에 나는 아주 기분 좋게 다음을 향하려 했다.

“자, 이제 수확의 시간이다.”

그것은 아직까지 내가 붙들고 있는 악마 : 바포멧들의 영혼.

총 열이나 되는 그 영혼들을 흡수할 시간이란 거다.

이들을 흡수하면 또 영력이 얼마나 상승할까.

“존재 포식.”

그에 기대하며, 포식을 시도하는 그 찰나.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신은 기술 : 존재 포식을 시전했다.]

[당신은 기술 : 존재 포식을 사용하는 데 실패했다.]

“……어?”

존재 포식이 처음으로 실패했다.

* * *

존재 포식은 실패했지만, 영혼은 남아 있었다.

-끄으으으…….

-끄륵…….

저들은 내게 잡혀 있는 걸로 고통에 겨워했다.

슬쩍 당겨보자 더 고통스러워했다.

-끄엑!

“아하.”

저들은 어디론가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그걸 내가 잡아 놓고 있으니 문제가 된 듯하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겠지.

“흠…… 시험 던전에 완전히 묶여 있는 악마들인 건가. 종신 계약으로다가?”

-저 녀석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인 거 같다.

“이야. 그럼 대단한데?”

-내가 보아도 대단하구나. 그 악마들에게 종신 계약이라니, 하급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확실히 그래.”

과연 시험의 던전이란 건가.

악마에게 종신 계약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급이라도 상관없이, 그들을 꾀어내는 거 자체가 어렵다.

악마가 계약자를 꼬셔서, 불공정 계약하는 건 들어봤어도.

계약자가 악마를 역으로 꾀어 계약하는 건 드물지 않은가.

하물며 영혼까지 묶는 계약이다.

그걸 종신 계약으로 하게 한다는 거 자체가 꽤 신선했다.

“갈수록 흥미가 돋네.”

-여도 처음엔 지켜만 보려 했는데, 재미있구나.

“어디 위쪽으로 가도 그런지 살펴보자.”

때문에 나는 위로 올라가는 속도를 더 높였다.

* * *

몸에 주어지는 과부하가 강해지는 가운데 순식간에 20층에 도달했다.

스스스-

-죽인다! 죽여 버릴거야!

-키키키키. 죽음이다.

그곳 시험에서 나온 존재들은, 버서커였다.

즉, 광전사.

들고 있는 무기 종류는 다 다르지만, 눈에 맺혀 있는 광기는 전부 같았다.

보통은 광증이 도져서 광전사가 되는 게 많다마는.

이번에 드러난 녀석들은 달랐다.

인간들의 몸을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느껴지는 음한 기운이 있었다.

악마들이 지닌 음의 기운이다.

“악마에 완전히 쓰인 놈들이네.”

-제대로 절여졌구나.

악마의 꾐에 넘어간 광전사들이다.

마왕은 저들을 이미 상대해 본 듯하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정체를 유추하기까지 했다.

-저들, 도살자의 총통에 속한 것들이다.

“총통?”

-너는 모르겠구나. 크놀라스. 학살과 살인을 예술로 삼는 미친 악마니라.

“미친 새끼네.”

-그러니 광전사를 만들 수 있겠지.

크놀라스의 광전사라.

일반 광전사보다 더 강력하며.

마기를 이용하기에 재생력까지 탁월한 존재들.

그러한 존재들을 양산하는 악마라.

흥미가 동한다.

재밌는 건, 놈을 만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단 거다.

-안 보인 지 꽤 되기는 한 존재긴 한데. 잘하면…….

“그 총통이 여기 묶여 있을 거 같기도 하지?”

-동의한다.

“좋아. 확인해 보자.”

마왕의 감처럼.

어쩐지 이곳에 악마 크놀라스가 존재할 거 같았다.

다른 악마들이 그러하듯, 이 시험 던전에 묶인 채로 말이다.

그에 대한 확인을 하자면.

촤르르르륵-!

-키이이!

[당신은 적성 개체 : 크놀라스의 광전사를 사살하였다.]

[당신은 적성 개체 : 크놀라스의…….]

우선 앞을 막아내는 저 존재들 전부를 죽여야 하겠지.

* * *

30층, 40층, 50층…….

점차 올라갈수록 과부하가 강해졌다.

그런 가운데,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미쳐버린 바포멧.

광전사의 대명사로 알려진 시-디먼.

투명 상태로 암습을 해오는 놀라스.

수와 종류는 다르지만.

매우 강력한 그 개체들을 상대하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고역이었다.

20층과 30층.

30층과 40층에서 느껴지는 과부하가 달랐다.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단계별로 성큼성큼 몸에 느껴지는 부하가 커졌다.

거기에 나는 울부짖는 영혼들까지 끌고 다니고 있었다.

과부하가 느껴지는 가운데서 매 순간 도망치려 하는 영혼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라도 슬슬 지쳐가긴 했다.

“난이도가 심한데, 이거.”

-네 욕심이 있어서기도 하니라. 영혼을 버리는 게 어떻겠느냐?

“그럴 수가 있나. 귀한 것들인데.”

-그렇다면 영력을 돋워서 보호해 보거라. 부담이 한결 가시긴 할 테니까.

[당신은 영혼 마법 : 보호를 사용하였다.]

“후…… 진짜 되네?”

-잡기지만, 꽤 쓸만한 것이니라.

“고맙다. 그나저나 과연 몇 층까지 내게 허락되려나.”

마왕이 잡기라 말하는 마법까지 써서 보호를 하고 있긴 하다마는.

오르면 오를수록 내게 주어지는 부담은 커져 갔다.

던전 자체가 나를 거부하는 듯했다.

매번 시험이 끝날 때마다 던전은 물어왔다.

[당신은 시험을 종료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보상은 준비되어 있다.]

[시험을 종료하겠는가?]

“할 리가 있냐. 거절한다.”

마치 악마가 유혹하는 듯한 느낌이다.

당장, 수락하기만 하면 이 고통은 사라지겠지.

악마의 속삭임 같은 메시지들을 무시하며 얼마나 올라섰을까.

“크흐.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면 나이 먹어서 아프다던데.”

-보통 다른 말로 쓰지 않더냐?

“시꺼. 진짜, 뼈가 삭는다니까는? 네가 이 느낌을 알아야 할 텐데.”

-……어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과부하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는 기어코 90층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스스스스-

90층에 내 발길이 닿자마자 던전은 변환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큰 크기였다.

거대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그그긍-

뒤이어 공터에선 굉음이 일었다.

굉음이 일 때마다, 없던 구조물이 생겼다.

마치 누군가를 위한 무대 같았다.

직감이 말해 줬다.

‘이건 뭔가 다르다. 위험해.’

이번에 진행된 시험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직감을 느끼기가 무색하게, 굉음이 멈추었다.

츠츠츠-

그 뒤로 형성된 게이트.

-키이이…… 재밌는 자가 찾아왔구나?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나로서도 처음 보는 자였다.

그 정체를 밝히는 건 내가 아닌 마왕이었다.

-저자가 크놀라스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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