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04화 (104/206)

제104화

“한창운이라고 하네.”

미래 엔터 회의실을 들어섰다. 급하게 불러서 가보니, 웬 점잖은 양반이 여기 앉아 있었다. 그 옆으로 김시연이 자리하고 있는데, 답지 않게 약간은 긴장한 기색이다.

“나 저 사람 티비에서 봤어.”

‘나도 봤다. 회귀 전에도 몇 번 봤고.’

그를 본 이사야가 작게 귓속말을 했고.

나는 의지 전달로 그녀에게 말을 전달했다.

……!!

처음 의지 전달을 써서 그런가.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걸 무시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미 아실 테지만, 지한휘라고 합니다.”

“반갑군. 어색하지 않게 대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앉자마자 오는 건 작은 신경전.

“회장님만 하겠나요. 급한 상황으로 오신 거 같은데, 표정은 침착하신데요? 그런데 저 같은 헌터 앞에선 표정만 아니라 기색도 숨겨야 합니다. 긴장한 게 느껴지거든요.”

“흠…… 한 수 배웠네. 주의하지.”

“아무렴요. 뭐, 대가는 지불하지 않으셔도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하핫. 이거, 생각보다 걸작인 친구로구만. 그래 내 감사히 여기겠네.”

“별말씀을.”

눈앞의 한창운 회장.

그는 전생에도 내가 몇 번 마주했던 자였다.

한 회장이 지니고 있는 회사는 유통회사.

정확히 말하면 항만을 중심으로 하는 물류 회사였다.

그는 전에 몬스터 사태가 터지자마자 기민하게 움직였다.

‘헌터를 용병들로 고용했고. 곧바로 길드를 만들어서 조직화했지. 그러면서 물류망도 꽤 지켜냈고.’

인류의 새로운 힘. 헌터.

그들을 이용해 물류망을 장악했다.

억지로 장악한 거도 아니었다.

그는 빠르게 움직여 물류망을 지켜냈을 뿐이다.

대다수 기업은 그에 대응하지 못해서, 물류망을 지키긴커녕 창고까지 털려 버리면서 망해 버린 거고.

그 망해 버린 기업들마저 흡수하며 그는 자신의 기업을 키웠다.

그렇게 하여 도달한 게 재계 12위다.

타고난 수완가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이지. 그건가?’

후에 그는 몰락한다.

정확히는 기업가로서의 자기 위치를 포기한다.

기업을 키우기보다 몬스터를 토벌하는 데 초점을 뒀었다.

복수를 위해서다.

몬스터에게 죽어 버린 하나뿐인 손자를 위한 복수.

덕분에 전생에서 나는 그와 꽤 많이 마주했었다.

이리저리 움직여야 할 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좋은 인연이었다.

해서 그때의 인연이 생각이 나서 충고를 해 줬는데.

그는 어린 내가 했는데도 충고를 잘도 받아들여 주었다.

“자아, 보아하니 길게 이야기한다고 의견을 달리할 친구도 아니군. 줏대가 있어.”

“그게 제 얼마 안 되는 장점이죠.”

거기다 지금은 나를 탐내기까지 한다.

“후후. 미래 엔터에 소속된 거만 아니었으면 당장 스카웃 제의를 했겠어. 아니 지금이라도…….”

“회장님, 선은 넘으시면 안 됩니다.”

“알겠네. 알겠어.”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김시연의 말로 인해서 멈추기야 했다마는.

‘역시 저 양반 인재 욕심 하나는 대단하지.’

그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꽤 달아올라 있었다.

욕심이 난다는 거겠지.

뭐, 회귀 초장기라면 넘어갈 만도 한데.

지금은 미래에 확실히 자리 잡은 나다.

넘어갈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작은 헤프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래. 더 말을 하다가는 김시연 실장에게 잡아 먹힐 거 같으니 잡담은 여기까지로 하지. 내 이리로 온 이유는…….”

* * *

한 회장이 말하는 건 심각한 이야기였다.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두고, 어째 잡담을 나눌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

강심장이다.

과연 제 손으로 기업을 일군 회장이라면 이 정도는 된다 이거겠지.

어쨌건.

‘지금이 그때인가? 아니면…… 당겨졌나? 이건 나도 잘 모르긴 하지.’

그가 지금 풀어놓은 이야기는 내가 반만 아는 이야기였다.

그의 유일한 후계자인 회장의 손자.

그가 죽었단다.

이게 딱 내가 반만 아는 부분이다.

언제 죽었는지는 모른다.

전생에서도 원래 지금쯤 죽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후에 죽을 운명이, 나 때문에 바뀐 걸지도 모른다.

언제 죽었는지는 몰라도,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안다.

이 뒤로 회장은 복수귀가 된다.

몬스터를 죽이려면 뭐든 해 버리는 미친 살귀.

그 개인에게는 불행한 일.

하지만, 인류 전체로 놓고 보자면 다르다.

그는 살귀가 됨으로써 인류가 몬스터 세력에 꽤 많은 저항을 하게 하는 절대적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런 그가 말하고 있었다.

“……자네의 동료에게 부활 능력이 있다 들었네. 내 그 아이를 살려만 준다면 뭐든 하겠네.”

자신을 살귀로 만들었던 방아쇠.

그 손자를 살려달라고.

몸을 일으켜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읍하는 그의 모습엔 진심과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후…… 어쩌냐.’

회귀 전 몇 번을 만났던 그는 전우요.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귀인이기도 하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몬스터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힘을 쏟았었다.

여기서 내가 구한다면.

그는 살귀는 되지 않을 거다.

그에겐 행복한 일이겠지.

그러나.

‘인류 전체로 놓고 보면…….’

이자가 살귀가 되는 거도 나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겠지.

그러자면, 살리지 않는 게 맞다.

안 그래도 부활의 페널티가 있으니 그걸 핑계로 하면 저들도 넘어가리라.

우리가 살릴 수 있는 시간은 12일 이내의 시체.

부활의 기도를 다시 시행하기까지는 21일이란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9일의 차이로 안타깝게 살리지 못한다 할 수도 있다.

근데.

‘……내가 언제 그렇게 계산적이었다고.’

나란 녀석은 경망스럽고, 가벼울지언정.

못된 놈은 못 된다.

내 테두리의 사람만 챙기긴 한다만.

저 한 회장도 한때는 내 테두리 안에 있기에 충분한 전우이지 않은가.

‘젠장. 내가 살리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

-그래도 너는 할 것이지 않으냐. 그게 여가 본 너니까.

‘……후.’

그래. 어렵게 가지 말자.

아니 이 선택으로 인해서 일이 어려워지더라도 감수를 하자.

결국 내가 할 대답은 하나다.

“한 회장님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오오. 고맙네. 고마워.”

해 줘야지.

사람 가리며 살리자고 여태껏 살아 온 나도 아니니까.

전우의 손자이지 않나.

그거도 재벌가 손주인 녀석이 몬스터 잡겠다고 갔다 죽었다는데.

그대로 둘 순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뭔가? 내 뭐가 되든 구해 주지. 아니 만들어라도 주지! 이권을 주면 되나?”

“그런 건 부수적인 거죠.”

이득이나 이권도 살리고 봐야 챙길 수 있는 거다.

내 기색을 읽은 건지, 펴졌던 한회장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럼 대체…… 뭔가?”

“실은…….”

나는 가감 없이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해 줬다.

부활을 위한 딜레이가 있단 사실을.

그를 들은 한 회장이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허……! 역시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단 건가.”

“……회장님, 죄송합니다. 여기까지는 저희도 모르는 부분이었던지라…….”

“아니, 아닐세. 정보를 주워듣고 찾아온 건 나지. 자네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그렇다 해도……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건 너무 잔인하군.”

“…….”

그는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회의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이거 참.

이렇게 절망스러워하라고 말한 게 아닌데 말이지.

평소라면 여기서 다들 다음 말을 기다렸을 거다.

분명 난 조건이란 걸 말하지 않았나.

살리기 위해 조건이 필요하다고.

그에 대한 기반 설명을 해 줬을 뿐인데.

이리 무너지다니.

시급을 다투는 일인데 이렇게 되면 이쪽도 곤란했다.

절망스러워 하는 걸 즐길 이유는 없다.

이미 내가 몇 번이나 겪어봤기에,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안다.

그러기에 난 바로 말을 이었다.

“다들 왜 이렇게 성미들이 급합니까. 이러한 상황이니, 조건을 붙인 겁니다.”

“조건을 들으면 그 아이가 살아나나?”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문제는 시간이죠. 12일 이내에 조건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그게 정해지니까요.”

“오오……! 신이시여!!!”

그제야 이 공간에 다시 희망이 내려앉았다.

“그래, 그게 뭔가?”

“우선 회장님의 힘을 좀 써야겠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대신 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쓰게나! 얼마든 써!”

“좋습니다. 그럼 우선은…….”

* * *

내가 조건을 말하고 고작해야 한 시간가량.

회의실을 나서는 한 회장은 곧바로 여기저기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 왕년의 살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자.’

그의 능력을 시험하면서, 동시에 나는 그간 쉬고 있는 팀원들을 모았다.

숙소가 멀지도 않은 지라 팀원들은 30분도 되지 않아 모였다.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참여 여부를 물은 게 10분.

모두가 참여하는 조건으로 설명을 시작한 지가 20분이었다.

정확히 1시간이 딱 되자 회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

문을 연 주인공은 한 회장의 기업인 화승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는 금방 나를 찾아 다가왔다.

꽤 다급했던 듯 슈트가 땀에 절어 있는데도, 목소리는 침착한 게 인상 깊은 자였다.

“지한휘 헌터 되시죠? 이자운이라 합니다. 회장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

“맞습니다만. 벌써 준비된 겁니까?”

“예. 특급으로 준비하였습니다.”

“호오. 어디 한번 가보죠.”

“모시겠습니다.”

그는 옆에서 가만 지켜보고 있던 김시연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하곤.

곧바로 우리를 수행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차가 준비돼 있었고.

이후 차는 서울을 넘어 인천까지 직행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공항이었다.

그곳에 우리를 위해 준비 된 거대한 비행기가 있었다.

“이야…… 이걸 한 시간만에 공수를 했다고요?”

“예. 전용기로 준비하였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엔 쉽지 않은 일이긴 했죠.”

“대단하네요.”

과연 물류왕이란 건가.

몬스터가 있는 이 시기에 항로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위협적인 몬스터를 피하기 위한 항로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적은 항로를 이용하기 위한 스케줄 자체가 빡빡했다.

여기에 작은 비행기를 써서도 안 됐다.

본능이 강한 몬스터란 것들이 작은 비행기는 쉽게 공격하려 들기 때문.

실제 내가 겪기도 했잖은가.

‘진짜로 죽을 뻔했지…… 회귀해서 추락사라니. 진짜 추하게 죽을 뻔했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올 때. 그 작은 비행기에서 하피와 와이번의 출현으로 죽을 뻔한게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과연 이 비행기 하나를 띄우기 위해서 한 회장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불했을까.

돈이 문제가 아닌, 꽤 많은 이권도 소모해야 했을 거다.

그걸 생각하면, 이보다 더 호화스러운 비행기는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대로 직항으로 가시면 말씀하신 목적지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가시고 나서도, 수행원이 한 명 붙을 거고요.”

“호오.”

“나머지는 전부 걱정하지 마시고, 우선 오르시지요.”

단 한 시간 만에 스케줄 조정과 내가 말한 조건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쳐 놨다.

수행원까지 붙일 줄이야.

이 부분에서만큼은 미래 엔터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미래는 정보와 무구에 대해서 강력한 힘을 지녔다면.

한 회장의 화승은 결이 달랐다.

물류하면 화승이라는 공식이 왜 성립되는지 알 만했다.

‘과연 물류에 특화되어 있으니 이런 식으로도 써먹는구나.’

이는 나쁘지 않은 힘이었다.

시간 내에 손자를 살려내기만 한다면, 나는 이런 힘을 지닌 조력자를 얻는 셈이겠지.

회귀 전 그는 은원은 확실한 사람이었으니까.

“이사야, 이번 작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겠다.”

“그렇지? 내가 봐도 그래. 우리 이동력이 몇 배는 늘 거니까.”

“그래. 그렇겠지.”

결국 이 힘을 얻으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오르시죠. 바로 출발합니다.”

“그러죠.”

작전이 성공해야만 했다.

그것을 위해,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얼마 가지 않아 비행기는 땅으로부터 떨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