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나는 녀석에게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야, 너 나랑 일 좀 할래?”
-내가 너랑 일을 왜 해! 어서 돌려보내 주기나 하라고!
돌아오는 건 거센 반대.
하지만 상관없다.
망치를 이용해 부활 의식을 실행했다.
녀석의 혼령은 이미 여기에 묶인 상태다.
즉, 도망치기도 힘든 상태라 이거지.
시간은 내 편이다.
나는 더 은근하게 말했다.
“여기서 일을 하면, 너한테도 꽤 이득일 텐데?”
-이득은 무슨 이득이야…… 인간이…… 어?
그러며, 녀석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한 가지를 행했다.
[당신은 자신이 지닌 거대한 영력을 풀어 헤쳤다.]
스스슷-
거대한 영력을 보고 녀석이 넋을 잃는다.
본디 영체인 돗가비들에게 영력은 가장 좋은 먹을거리!
그들의 성장을 도모해 주는 귀한 보약이었다.
난 그중에서도 녀석의 구미에 맞는 것들로만 보여줬다.
근원을 파악했기에 할 수 있는 묘기였다.
-너, 네가 어떻게 영을……? 아니 영을 다루는 건 그렇다 쳐도…… 인간이 이리 세세하게 영력을 쓴다고? 어떻게?
“궁금증은 나중에 풀도록 하고. 어때, 이걸 먹으면 꽤 커질 수 있을 거 같지 않냐?”
끄덕. 끄덕.
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빙고!
‘역시 먹힌다. 전생에서도 이걸로 잔뜩 꿀 빨았지.’
영체든 몬스터든 성장은 본능이다.
하물며 외신마저도 성장을 도모한다.
광신도를 시켜서 영혼을 바치게 하거나, 그 광신도 조차 잡아먹음으로서 성장한다.
그 본능에 의거하여 보면, 돗가비들은 내 영력에 환장을 하셨다.
성장에 미친 듯이 도움이 되니까!
특히 성장기 어린이(?)로 추정되는 이 돗가비에겐 내 영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겠지.
-와아…….
그러니 이리 홀린 듯 바라보는 것이겠고.
내가 영력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돗가비의 눈도 같이 움직인다.
눈이 완전히 홀려 있었다.
그걸 감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간 솔직하기는.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러니까 어때, 친구? 나는 영력을 제공하고. 너는 내게 조금의 편의만 제공하면 되는 거야.”
-편의?
“그래. 편의. 네가 아까 보여줬던 그 능력들. 장비 만드는 걸로만 슬쩍 나를 도와주면 되는 거지.”
-으음…….
녀석은 내 영력과 제 손에 망치를 반복해 바라봤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뜸 들이기는.
이미 다 넘어 온 걸 알고 있었다.
스스슷-
나는 돗가비의 아쉬움이 커지도록, 풀어 놓았던 영력을 다시 흡수했다.
몰래, 한 움큼 집어먹으려던 놈의 손이 허공을 가른다.
“싫음, 말고. 정 안 되면 나중에 돗가비 마을 가면 되니까. 꼭 돗가비가 아니라도 방법은 있고.”
-…….
“장인이 어디 돗가비 하난가?”
너 다 꿰인 거 알고 있다.
자, 어서 대답만 해라.
역시.
돗가비가 눈을 질끈 감더니, 외쳤다.
-하, 할게! 영력만 대가로 주면 손을 봐 줄게!
“옳지. 그래야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친구?”
-히이이익. 그, 그래!
애가 심기가 약한 것이, 어딘가 불안하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전에 보인 보스 몬스터로서의 실력은 진짜였다.
자, 이것으로 장인 하나는 획득인가.
‘안 그래도, 슬슬 장비에 변화를 줄 때가 되기는 했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동료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슬슬 팀원으로 영입할 후보도 수십이 돼 가고 있다.
몬스터 토벌전 당시 눈에 보이는 족족 주워 왔으니까.
이 상황에 제대로 되어 먹은 장인의 출현이라.
다소 심기가 약한 거만 제외하면, 딱 좋은 녀석이다.
[당신이 지닌 영기 일부를 영혼 : 돗가비에게 나눠 주었다.]
“자, 그럼 우선 이거나 받아라. 친구비다.”
-히, 히히히! 친구비! 좋아!
봐라. 영기 조금 나눠 줬다고 저리 기뻐하는 모습을.
다소의 폐해는 있었다.
-여는 친구비 안 주느냐? 나는 항상 고생을 해 주는데?
‘너는 나중에. 요즘은 탐지기 역할도 잘 안 하잖아?’
-허…… 네 활약 덕에 적이 움츠러든 것을 어찌하겠느냐. 여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니라.
가만 상황만 지켜보던 마왕이 삐진 거 같긴 한데.
내가 호구도 아니고 말이야.
친구비를 공짜로 줄 순 없었다.
“그럼 들어가 있어. 나중에 또 부를 테니까.”
-응! 알았어, 친구!
자, 이것으로 섭외는 완료.
확실한 이득 하나는 얻었다.
근데 내가 이득 하나 얻자고 이리 거창하게 움직일 리가 없지 않은가.
부활의 기도를 보여주는 쇼맨십까지 발휘하고 말이지.
‘최소 일석이조는 얻어야 고수 아니겠어?’
모두가 갑작스러운 돗가비의 출현과 그 영입에 놀라고 있는 가운데.
나는 다른 둘이 눈을 빛내고 있는 걸 봤다.
눈을 빛내는 그녀, 김시연이었다.
“…….”
그녀의 눈은 한창 반짝이고, 동시에 머리가 복잡한 듯 고운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이는, 내 옆에 있던 냥곰- 김민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부활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러니 머리가 복잡하겠지.
그리고 나는 이들의 복잡한 머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를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라고 부활 의식을 보여준 거니까.’
자, 몸값을 올리려면 적당히 뜸을 들여주는 거도 좋겠지.
“볼일 다 봤으니, 오늘은 이만 해산! 다들 흩어지도록.”
“이런 걸 보고 바로요? 뭐…… 그래도 알겠습니다. 다음 던전 때 뵙죠!”
“갈게요.”
나는 아쉬워하는 팀원들에게 바로 해산을 명했고.
그들을 보낸 가운데, 눈치껏 따라붙는 마리와 이사야를 데리고 준비된 차량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남은 건 김시연, 김민하, 매니저 한시영.
이 남은 셋이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 잔뜩 쉬어 주자고.”
“좋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겠어요. 후후.”
우리 셋은 숙소로 돌아와 주셨다.
* * *
[전장에서 승리!]
[업적 : ‘승리자의 기세’를 획득한다.]
[전장의 유저 중 유일하게 획득한 업적 달성!]
[축하한다!]
[업적 보상으로 전장 금화 1,200개가 주어졌다.]
[도박에 성공!]
[배당률 1.2배 확인]
[판돈 360,000,000원이 입금되었다!]
“씁…… 1.2배가 뭐냐. 골드 리거인데도 버는 돈이 너무 적네.”
던전을 가지 않을 때도 나는 쉬지 않았다.
영웅의 전장.
그곳에서 아키텍쳐로부터 뽕을 뽑을 수 있는데 쉴 이유가 없었다.
근래는 토벌이다 뭐다 해서 그 등급이 골드를 유지하고 있긴 한데.
‘곧 플래겠네.’
이 속도면 며칠 가지 않아서, 플래티넘까지 올라갈 게 분명했다.
플래에 올라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숨겨진 축전 하나가 있다.
무려 플래 전용 던전 하나를 갈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잘 모르는 자가 많기는 한데.
이쪽에서도 그 정보를 크게 풀 생각은 없었다.
‘이거도 정보니까. 나중에 적당한 녀석들한텐 알려줘야지. 너무 많은 자가 알면 아키텍쳐 신도가 많아지니 그건 안 되고.’
아키텍쳐로부터 뽕을 뽑으면 뽑았지.
녀석이 이득을 보게 하지 않아야 하니까.
어쨌건, 플래티넘에 우선 가기만 하면 된다.
그때는 영웅 전장에 쏟은 시간 중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겠지.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나쁘진 않았다.
‘오늘은 재밌긴 했어.’
영웅의 전장 안에서 애들을 패는 손맛이 죽여줬다.
오늘 대전 방식은 배틀로얄.
처음 배치전에서처럼 모두가 일대일을 벌이는 전장이었다.
달라진 건 참여자 수.
무려 300명이 동시에 전투를 벌였다.
재밌는 건 말이 일대일이지, 지들끼리 팀을 먹더라고?
‘다들 잔머리 하나는 죽였지.’
내가 순식간에 30명쯤 죽이고 나니까 위기감을 느낀 듯했다.
어느새 그때까지 살아남은 100명이 팀을 먹고 있더라.
100 대 1이라니.
해서 내가 선택한 거는, 적과 같은 수법이었다.
힘 대 힘.
숫자 대 숫자!
총 300명 중, 죽은 자가 200명 가량.
그들 시체를 전부 영혼 병사로 일으켰다.
여기서 더 나가서 영력으로 사령들도 소환했다.
사령과 영혼 병사의 재림.
그 수가 400은 넘어섰었다.
내가 그렇게 내 병력을 몰고 들이닥쳤을 때.
크…….
그때 당황해하던 적의 표정을 보자니, 그간 쌓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했다.
‘죽여줬지.’
일부는 발악해 보지만 전부 죽어 버렸고.
또 일부는 전의를 잃고 금방 도망쳤다.
그걸 또 추격하는 맛이 있었다.
골드 리거쯤 되니까, 영웅의 전장 경험이 많아 선지 잘들 도망치더라.
그래봐야 이쪽 수준엔 못 미쳐서, 30분만에 털어먹긴 했다.
그래도 재밌으니 됐다.
어쨌건 전쟁 금화와 3억 6천의 돈도 먹었다.
배당금 하나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긴 하다만.
전장 금화와 스트레스 해소만 놓고 보면 딱 좋은 유희였다.
해서 기분 좋게 접속기를 해제하고 나오니.
“한휘!”
“또, 왜 그리 신났어?”
이사야가 전장 승리보다 더 기분 좋은 이야기를 가져 오고 있었다.
* * *
부활의 기도.
그를 통해서 돗가비 장인을 하나 낚지 않았나.
참고로 이 녀석은 우리 집 지하에서 장비를 꾸리고 있는 중이다.
돗가비에게서 듣기로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나?
그를 위해서 시간을 줬다.
그사이, 나는 영웅의 전장을 돌면서 바로 다음 물고기가 낚이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부재중 전화 : 김시연(8), 한시영(12), 김필서(8), 정준(3)…….]
효과가 내 예상보다 뛰어나다.
그 콧대 높은 김시연이 8통이나 부재중을 날릴 줄이야.
보아하니 미래 엔터의 팀원들이 다 돌아가면서 연락을 했다.
이거, 기대 이상이다.
“이야 이게 몇 개냐. 정말 불이 나고 있네.”
“어떻게 할 거야? 안 그래도 나한테도 연락이 오더라고.”
“그래? 슬슬 낚이긴 한 거네.”
“내가 봐도 그래 보여.”
이들 확실히 낚였다.
내가 낚는 데 쓴 미끼는 바로 부활의 기도.
누군지는 몰라도 살려야 할 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돗가비를 살리는 걸 봤으니 다른 자도 되지 않을까 가능성을 점치는 거겠지.
무려 부활이다.
성공만 하면 얻을 이득은 막대하다.
이리 몸이 달아오르는 건 이해가 간다.
그래도 한편으로 김시연의 특성상 꽤 시간을 끌 거라 예상했다.
왜 그런 거 있잖나.
밀당.
나한테 한창 끌려다녔던 김시연이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생각으로 뜸을 들였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리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뻔하다.
“뭔가 일이 터지긴 한 거야. 그러니 이렇게 급한 거겠지.”
“뭘까?”
“꽤 중요 인사가 죽은 걸 거야. 그에 관련해서 찾는다는 건데.”
뭔가 사건이 터졌다.
이리 몸이 달아 오를 정도의 사건이면, 그 대가도 꽤 클 거였다.
“근데 문제가 있지 않아? 우리 부활 의식 하려면 아직 3주는 더 남았잖아.”
“그게 문제긴 하지.”
저들은 모르지만 우리만 아는 문제가 있다.
당장 살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
돗가비 장인을 살린 지가 일주일.
그 뒤로 다시 부활의 기도를 시전하려면 3주가 지나야 했다.
문제는 우리가 부활 의식을 시전할 수 있는 시체는 12일이 지나면 안 된단 거다.
공교롭게도 13일째부터는 무조건 실패다.
고로 나에게 있어 당장 저들의 문제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그럼 거절해야 하나? 뭐 방법 없어?”
“당장은 없지.”
그런데 본래 문제란 건 해결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근데 가 보면 방법이 나올 거 같아. 무려 미래를 이리 다급하게 움직이게 할 정도니까 말이야.”
“후음……? 뭐 재밌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뭐야?”
“한번 봐봐.”
나는 빙긋 웃으며, 김시연과의 통화 버튼을 꼬옥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