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당신은 특별한 미궁 : 돗가비 마을 답파를 완료했다.]
[당신은 특별한 미궁 : 돗가비 마을을 완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과연. 꽝이다 싶더니, 이름이 붙어 있다.
신화가 섞인 던전(미궁)엔 보상도 이름이 붙어 말해지곤 했다.
이름하여 네임드 던전이란 거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50등급부터는 특별하긴 하니까.”
등급 50.
이때부터는 거의 모든 던전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파티정도 규모는 꾸리고 공략해야 했다.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는 레이드를 위해서 수십 명이 가야 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전 던전들은 잘해야 7명이 최대인 파티급 규모였다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부터는 난이도가 한 차원 더 올라가 버린 셈이다.
쉽게 말해 20등급 특별 던전은 체계에 자격을 증명하는 거.
50등급부터는 증명한 자격을 가지고,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보는 시험이다.
그래선지, 이때부터는 재밌는 말들이 나오곤 한다.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의 원한과 호감을 함께 샀다.]
한 종족의 호감이나 원한 따위를 샀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던전은 분명 조각난 세계인데, 원한과 호감이 종족 단위로 생기다니.
우스운 일이긴 하다.
문제는 이게 나중 가면 좋든 나쁘든 실제 현상으로 발현할 수 있단 거다.
이다음 단위.
말 그대로 수십 명 단위의 헌터를 필요로 하는 던전에 들어가면, 그 크기가 지금보다 수배는 커진다.
쉽게 말해 마을이 몇 개 붙어 있거나 던전에 도시가 있기도 하단 건데.
그때 원한이 쌓인 종족의 도시를 찾아가게 된다면?
‘최악이지. 모든 게 꼬여 버리니까.’
그럴 땐 골 때리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던전 목표가 A라는 종족을 살리는 거라 쳐봐라.
근데 그 A 종족이 나한테 원한이 있네?
그럼 돕는 건 불가능하다.
던전 정벌이고 뭐고, 시작하자마자 생존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 버린다.
사실 이렇게 가는 상황은 거의 없기는 한데.
나중에 가서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그러한 일들은 나중에 생각할 일.
지금은 주어지는 던전 보상들에 집중했다.
[영혼 술사를 위한 특별한 미궁 답파 완료에 따른 보상이 정산되었다.]
[당신의 등급이 5단계 상승하였다.]
[당신의 가호 : 영력이 상당한 경험치를 쌓았다.]
[당신의 가호 : 포식의 등급이 상당한 경험치를 쌓았다.]
[당신의 가호 : 그림자가 단숨에 B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은 가호 : 돗가비를 얻었다.]
[당신은 영혼 마법 : 접속을 얻었다.]
[당신은 영혼 마법 : 감정 부여를 얻었다.]
[당신은 기술 : 영혼 단말 연결을 얻었다.]
[당신이 지닌 기술 : 그림자 짐승의 하위 기술 : 그림자 무기 생성이 만들어졌다.]
[당신이 지닌 기술 : 그림자 발걸음의 등급이 E에서 D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등급이 상승하고. 가호들이 경험치를 단번에 얻어냈다.
이 중에서 생각지 못한 건 <가호 : 돗가비>.
던전 탐색이 끝나도록 끝끝내 나오지 않길래 염려했는데.
이렇게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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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 돗가비 F]
돗가비를 상대로 하여 얻은 희귀한 가호.
세월의 힘을 이겨낸 그들은 하나의 존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돗가비들의 힘은 특별하다.
손재주가 상승한다.
특별한 행운이 발동할 확률이 상승한다.
-시간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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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야 장인이 아닌 내게 당장 쓸모가 없다만.
중요한 건 특별한 행운이 발동할 확률 증가다.
나중에 미믹 던전이나, 특별한 뽑기가 필요할 경우 확률이 올라가기는 하니까.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는 가호 중 하나였다.
여기에 그림자 가호가 상승할 줄이야.
계속해 올라간 가호 : 영력에 비해서 그림자는 도무지 오르질 않았는데.
B등급이 되다니.
이 정도면 영력과 적당한 균형은 맞췄다 할 수 있겠지.
가호의 등급이 올랐으니 그간 사용한 모든 그림자에 관련된 기술이 강해졌다 봐도 무방하다.
재밌는 것들은 더 있었다.
“그나저나 마법들을 퍼 주네. 문젠 모르는 게 많단 건데.”
영혼 마법 : 접속과 감정 부여.
이름으로 봐선 사용처가 명확해 보이지 않았다.
접속은 다른 영과의 접촉을 이야기하는 거 같은데.
이 접촉의 활용처가 불분명했다.
감정 부여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닌 감정을 부여하거나, 혹은 특유의 감정을 부여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이러한 감정을 부여해서 뭘 얻어낼까?
‘당장 알 수가 없네.’
아직은 잘 모르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하나다.
[기술 : 영혼 단말 연결]
단말 연결.
이건 전생에서도 사용했었던 기술 중에 하나였다.
말 그대로 영혼끼리 단말을 연결.
통신을 해 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바깥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마는.
진짜 쓸모는 던전 정벌에서부터였다.
이 기술은 던전 안에서도 통신이 가능하게 해 줬다.
레벨에 따라 그 수가 한정되고, 거리도 제한이 있긴 하다마는.
그 던전에서 연결이 된다는 거 자체로 유용하다 할 수 있었다.
이건 전생에서도 20등급에서 얻었었는데.
50등급이 다 돼서 얻었으니, 지금은 늦게 얻은 거였다.
어쨌건 얻은 시기를 떠나 전생에서도 꽤 유용하게 써먹은 기술이다.
얻은 거 자체로 만족스러운 녀석이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보상들이다.
지금까지 얻은 기술들로도 뛰어난 보상이긴 하다.
문제는 온갖 업적을 세우고, 여기까지 수많은 영혼을 죽이고 온 내가 받기엔 영 약한 보상들이라 이거지.
아무리 망겜인 체계라도 이런 때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진짜가 남아 있다.
해서 나는 요구하듯 말했다.
“다 됐고. 어서 줘. 50등급에 그냥 넘길 건 아니잖아. 뭘 줄 거냐?”
어서 진짜 보상을 달라고.
스스스스-
그에 대답하듯, 눈앞의 글자가 새로 써졌다.
[당신은 보상 중 둘을 고를 수 있다.]
[<직업 진화>, <가호 강화>, <신기 획득>, <기물 획득>, <영혼의 서 획득>, <차원 이동권 획득>…….]
“……줄 게 없으니까 쥐어 짜낸 거 같다 너?”
[…….]
내 비꼼에도 체계는 조용했다.
하기야, 이제 와서 이 체계란 녀석이 답을 해 줄 리가 없다.
그나저나 직업 진화나 가호 강화가 다시 나온 거도 놀라운 판국이다.
여기에 기물이나 영혼의 서까지 있다니.
차원 이동권은 또 뭐냐.
저거 예전에 건맨이 한 번 얻었단 그건가.
듣기로 차원을 이동해서 얻을 만한 게 있다고 듣긴 했는데.
이후로 이어지는 것도 영 심상치 않은 걸로 봐선.
‘내가 업적을 제대로 쌓긴 쌓았나 보네.’
내 생각 이상으로 내가 꽤 대단한 짓을 하고 다닌 게 분명하다.
“흐음…….”
어려운 고민의 시간이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
이 중 뭘 선택해야만, 과연 제대로 뽑아먹는다고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나는 둘을 골랐다.
“일단 기물은 뭐가 되든 하나 가지고 간다. 기물 획득 선택.”
[당신은 <기물 획득>을 선택하였다.]
[당신은 <기물 획득>을 선택함에 따라 <확장의 기물>을 얻었다.]
투욱-
기물은 선택하자마자 내 손에 떨어져 내렸다.
원형의 기이한 빛이 어린 기물.
가능성의 기물과 비슷하며 다른 먹색빛을 내뿜고 있었다.
“확장이라……. 이건 또 어디에 쓰는 물건이려나.”
이름 그대로면 무언가 확장하는 데 쓰일 테고.
기물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면, 차원과 연결된 게이트를 건드릴 수 있을 수준의 물건이다.
전생엔 보지도 못한 것들이 바로 기물.
그러한 기물을 또 얻었다 치면, 이건 좋은 성과다.
우선 이걸 확보하도록 하고.
이제 내 남은 선택은 하나.
나는 그 하나를 곧바로 정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 * *
두 개의 선택을 마치자마자 나는 부유감을 느꼈다.
다시 눈을 뜨고 보이는 건 왁자지껄하게 신나 하고 있는 팀원들.
“크…… 이번에 내가 진짜 광대가 됐다고!”
“그전엔 광대 아니었어?”
“아, 그거 사실 어릿광대.”
“……그거나, 그거나 차이가 있나.”
“이젠 진짜 광대라니까? 인정받은 거라고.”
보아하니 이진성은 직업 강화가 된 거 같았다.
박동길은 이미 최상위 직업 수호자라 다른 강화는 없지만 느껴지는 기세가 매서웠다.
능력치가 상당히 강화된 게 분명하다.
이진아나 냥곰은 장비가 달라졌다.
전에 보지 못하던 장비들을 들고 있었다.
‘새로 얻은 건가? 김민하 거는 모르겠어도 이진아 거는 뭔지 알겠네. 살라딘의 단검이군.’
살라딘의 단검.
암살자의 최종 무기들 중 하나.
은신이 강화되고, 모든 공격에 독이 어린다.
사막 지형에서는 공격력이 3배는 증가했다.
꽤 강력한 검인데, 이번 생은 그녀가 받아낸 듯하다.
그녀는 일종의 신기를 획득을 한 거다.
사실, 저거 신기라고 하기엔 부족하긴 하다.
‘돗가비도 지역 신이듯이, 살라딘도 지역 신 수준이니까. 거기다 성좌도 못된 녀석이니…… 명확히 이야기하면 신기는 아니긴 하지.’
그래도 결코 쉽게 구할 순 없는 거니까.
이진아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 옆에 김민하의 건 나도 처음 보는 활이었다.
느껴지는 기세가 살라딘 단검과 비슷한 걸로 봐선 그녀도 신기급 무언가를 획득한 게 분명하다. 꽤 궁금하긴 한데.
‘나중에 같이 사냥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김민하의 성격상 당장 알려줄 리는 없어 보였다.
같이 사냥할 때 알려줄 게 분명하다.
그래도 꽤 기대되는 바다.
안 그래도 꽤 강력한 궁술을 지닌 그녀의 새 활이라니까.
재밌는 건 이사야인데.
그녀는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대체 왤까.
“너는 뭐 얻은 게 없어?”
“있긴 한데. 영 쓸모가 없는 거야.”
“뭔데?”
“리제르의 서.”
“뭐?! 그거면 제대로 얻었네! 근데 왜 울상이냐.”
리제르 서라니.
꽤 귀한 마법이 적혀 있는 마법서지 않나.
그럼 좋은 걸 얻은 건데, 왜 저런 표정이지.
이유는 금방 알게 됐다.
“마법서인 건 분명한데…… 열리질 않아. 자격이 안 된다는데?”
“허이구.”
“이거 자격 어떻게 얻는지 알아?”
“전에 유보라가 도와줬던 거 같긴 한데. 한번 알아보긴 해 볼게.”
“에이 씨. 당장은 안된다는 거네.”
“조금만 참아. 방법은 어떻게든 찾아 줄 테니까.”
“부탁할게.”
본래 저런 마법서 자체가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기는 한다.
시험을 통과하거나. 특별한 절차를 걸쳐야 열리는 게 정석이긴 한데.
던전 보상으로 얻은 거도 저럴 줄이야.
회귀 전에도 몇 번 겪은 일이긴 한다만.
‘하여간 망겜이야.’
저 체계란 건 아무리 봐도 까다롭다.
어쨌거나, 영영 못 풀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방법은 어떻게든 찾으면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마리인데.
“마리는 뭘 얻은 거야?”
“위치예요. 후후.”
그녀는 아이템을 하나 받기는커녕, 위치를 받았단다.
“뭐? 무슨 위치?”
위치라니. 무얼 말하는 거지?
내 물음에 그녀는 비밀을 말하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