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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100화 (100/206)

제100화

거대한 왕좌에 돗가비가 앉아 있었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돗가비 보스.

놈이 몸을 일으키자, 안이 가득 차올랐다.

어느새 보스의 양손엔 거대한 사슬낫과 방패가 들려 있었다.

놈은 이상한 말을 내뱉지도.

내게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스스스-!

그저 거대한 사슬낫을 휘두를 뿐이었다.

“피해!”

가로로 길게 휘둘러지는 사슬낫.

그 공격 범위는 안에 들어선 우리 전체였다.

보스의 공격 방식은 단순하였다.

날이 달려 있는 사슬낫을 휘두르고. 방패를 던져 내기도 했다.

때로 입을 벌려 짙은 화염을 내뱉기도 했다.

“질 수 없지!”

화르르륵-!

미친 광대 이진성이 그에 반응하여, 화염을 내뿜어본다만.

화력이 부족했다.

“영력 방패!”

[당신은 기술 : 영력 방패로 아군을 보호했다.]

“무리하지 마!”

“……큿. 저거 뭡니까, 대체!”

보스 룸에 들어서기 전부터, 잔뜩 화염을 머금고 있던 이진성.

그의 화염이 전혀 먹혀들지 않을 정도였다.

화염, 사슬낫, 방패.

결국 패턴 자체는 다 단순하다.

문제는 그 공격이 하나같이 위협적이라는 거다.

큰 덩치는 그 자체로 무기였고, 범위였다.

낫을 휘두르면, 공격 범위는 우리 전체를 아울렀다.

방패는 뚫기도 어렵거니와.

겨우 뚫을라 쳐도, 특이한 방패술로 어느새 굳건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다 간간히 브레스처럼 터지는 화염!

“이러다 우리 다 죽어요!”

“알아.”

화르르륵-!

어느새, 녀석이 뽑아낸 화염이 보스 룸 전체를 뒤덮다시피하고 있었다.

전투 환경 자체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쿠구궁.

놈은 이 강력한 화력에도 끄덕이 없어 보였다.

그 거대한 몸을 쉬지도 않고, 휘둘러 댔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지치기는 해야 하는 법인데.

녀석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묵직한 공격을 해내고 있었다.

이쪽이라 해서 가만 있는 건 아녔다.

함께 사투를 벌였다.

계속해 날아드는 낫의 공격 사이에서 사력을 다했다.

“이사야! 마리!”

“맡겨만 줘! 사령의 화살 다발!”

“신성한 성력의 불이여. 삿된 불을 잡아먹어 주소서!”

이사야는 사령을 빚어 화살을 날렸다.

소환은 포기했다. 어쭙잖은 걸 소환해 봐야 잡아 먹힐 기세니까.

바닥의 화염 장판은 마리가 맡았다.

불엔. 더 큰 불로.

때로 물이 아닌 불로도, 장판처럼 깔려 있는 불을 살라 먹을 수 있는 법이었다.

전투의 흐름을 뒤바꿔 가는 가운데서.

이민하가 가장 먼저 묘기를 부렸다.

“제가 쏠게요!”

“엇! 그걸 잡는다고?!”

“연계기라고 하자구요.”

그녀는 날아가는 이사야의 사령 화살 여러 개를 잡아챘다.

[당신의 동료가 사령 마법을 변환시키고 있다.]

“오우. 미친!”

그러더니 그 여러 개의 화살을 빚어, 거대한 사령 화살을 만들어 냈다.

더 날카로워지고 거대한 화살.

그것을 자신의 자그마한 활대에 꽂더니.

투우웅-!

가볍게도 날렸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처음 던전 보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방패를 들었다.

타아앙!

거대 사령 화살과 방패가 부딪쳤다.

사령 화살은 순간 수십여 개로 나누어지더니, 연발 산탄총처럼 방패를 때려댔다.

쇠 부딪치는 소리가 보스 룸 안을 가득 채웠다.

터져나가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죽어.”

스스슷-

어느새 암살자인 이진아가 던전 보스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 상처를 안 돗가비 보스가 뒤늦게 공격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려 하지만.

이진아의 단검은 놈의 등을 긋고 지나가고 있었다.

등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먹혔다!”

-…….

추와악-!

등에서부터 피가 줄줄 흘러 내려왔다.

거대한 상처였다.

제아무리 보스라도 이건 먹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큰 일 타가 먹혀들었을 때.

나도 공격의 다발을 날렸다.

“다들 비켜. 영력 활성화, 그림자 짐승, 치명적 일격!”

-캬아아아아!

[당신은 마법 : 영력 활성화를 사용하였다.]

[당신은 기술 : 그림자 짐승과 치명적 일격을 조합하여 사용하였다.]

크게 부풀린 영력에, 그림자 짐승을 실어 내고.

그림자 보스보다 더 거대해진 그림자 짐승을 낫의 모양으로 빚어내었다.

그 상태로, 지난번 얻은 치명적 일격을 녀석의 배에 꽂아 놓았다.

푸우우욱-!

거대한 사슬 낫이 방패를 뚫어냈다.

놈의 배에 기다란 상흔을 냈다.

푸화아악-!

앞뒤로 피가 쏟아져 내렸다.

“읏차.”

그 피를 피해 내며, 나는 승리를 자신했다.

저 보스가 이제 쓰러져 내릴 것이겟노라고.

그런데 뭐지?

-……!

쿠우웅. 쿵.

온몸이 꿰뚫린 가운데서도, 돗가비 보스는 움직였다.

* * *

전혀 타격받은 기색이 없었다.

후우웅- 후웅-

마치 기계처럼 낫을 휘두르고.

방패술을 벌였다.

화염의 위력은 조금 약해졌지만, 일부였을 뿐이었다.

거기다 보스는 실시간으로 전투에 적응을 하는 듯했다.

‘강해지고 있어.’

낫의 패턴이 점차 더 복잡해져갔다.

방패술은 더 두터워졌다.

설사 벽이라도 세워진 듯했다.

약해진 화염의 화력마저도 그 둘로 채워 나갔다.

“후욱…… 후…….”

“……뭐죠 진짜.”

“조금만 힘내요! 그대들의 체력이 상승하리라!”

[당신은 동료의 기도 : 체력 상승을 받아내었다.]

[당신은 체력이 상승하였음을 느꼈다.]

점차 우리도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체력은 마리의 버프로 쉴새 없이 채워 내고.

동료들의 부족해 가는 마력은 내 영력으로 최대한 보충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소모되어 가는 정신력까진 쉽사리 채울 수 없었다.

우리는 쉼없이 상대해 나감에 지쳐가는데, 마치 지치지도 않고 전투를 지속해 나갔다.

저건 마치 기계 같았다.

거기에 슬슬 의문을 느낄 때쯤.

퍼뜩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저거 기계인가?

아니겠지? 보스가?

나는 내게 드는 생각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맞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영체여야 할 돗가비가 피를 흘린다는 거 자체가 이상했다.

“이사야. 녀석의 피 상태를 봐봐!”

“……음? 보통의 피인데?”

“그래? 그렇단 말이지.”

놈들은 영체. 그런데도 피를 흘리다니.

사령술을 쓰기 위해 온갖 생물들을 공부하는 이사야.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일반 피란다.

영체가 피를 흘릴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영체기에 지치진 않을 수 있다.

화르르륵-!

그러나 힘의 소모가 있는 한은 약해질 수밖에 없게 돼 있었다.

그런데 저건 약해질 줄을 몰랐다.

‘화염을 사용할수록 힘이 소모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렇담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거.

“기계야. 저거 기계라고!”

“뭐?!”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가 아닌, 기계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었다.

돗가비.

전설과 설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

그러기에 저것들이 도리깨를 휘두르고, 돗가비 불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그에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이미 나는 한 가지를 잘 알고 있었지 않나.

“저것들, 장인이기도 하잖아!”

“……아!”

녀석들은 장난꾸러기 신이라 불리기 전에, 장인의 신으로도 불렸던 것들이지 않은가.

고작해야 지역의 작은 신.

그 정도 수준이지만, 한때나마 모셔졌던 존재의 기술력이 결코 약할 리 없다.

세상 전체를 바꿀 정도는 못하더라도, 작은 장난질처럼 저런 거대한 기계 정돈 빚을 수 있겠지!

고로.

그러한 내 판단의 근거를 놓고 보자면 결과는 명백하다.

녀석 전체가 아닌, 놈을 조종하고 있을 본체만 노리면 되었다.

그리고 놈의 본체 위치는 전투가 시작하고부터 우리의 위협을 가장 받지 않은 곳에 있을 게 분명하다.

머리? 심장? 복부?

그런 곳 따위가 아니다.

하물며 아킬레스건이란 발목도 아니지.

그곳은.

“이진아! 방패 뒤편! 손을 노려!”

-……!

방패란 가장 단단한 벽 뒤에 숨겨져 있는 손!

모든 곳이 잘려나가고, 다져지더라도. 끝끝내 남아 있을 곳이었다.

그곳이 내가 노리는 가장 강한 한 수!

“알았어요!”

[당신은 대량의 영력을 동료에게 쏟아 붓는다.]

[당신은 가호 : 암살의 힘을 동료에게 쏟아 붓는다.]

[당신은 가호 : 그림자의 힘을 사용하여 동료에게…….]

이진아의 부족한 공격력은, 나의 모든 힘을 빌어 채워 넣도록 하고.

그림자 속에 스며 있던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 돗가비의 거대한 손을 깨부수는 그 순간.

쩌어어어엉-!

기이한 쇳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두 손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하나.

이전에 상대했던 그 어떤 돗가비보다도 작은 사람만 한 돗가비였다.

진짜 돗가비 보스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캬아아아아……! 이런! 지 서방 내말을 들어…….

“시끄러! 나중에 들어 줄게.”

놀라서 손을 허우적 대며, 무언가 말을 하려는 돗가비 보스.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했다.

촤아아악-!

대신 길게 늘렸던 사슬을 녀석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꺼윽!

꽂아넣은 사슬로부터 부풀어 오른 영력이, 놈의 몸에서 춤을 췄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파아아앙-!

던전 보스의 몸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 * *

스스스스-

보스가 죽어 버리자마자 떠오르는 던전의 핵.

오랜만에 보는 변질되지 않은 핵을 본 가운데, 내 팀원들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뒤질 뻔했습니다.”

“마리 씨가 없었으면, 정말로 힘들었을 거예요.”

“……힘들었어.”

그야말로 치열한 전투였다.

일반적인 파티라면 전부가 전멸하고도 남을 전투기도 했다.

애써 보스 룸까지 왔어도, 본체가 아닌 가짜를 상대하다 죽었겠지.

나 또한 중간에 눈치채지 못했더라면, 꽤 큰 타격을 받았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애써 구한 팀원 중 일부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후.”

“오랜만에 전투치곤 격렬했네요?”

사실, 내 옆에서 있는 마리가 없었더라면 진즉 잃었을 거다.

그녀가 사용한 버프와 적재적소에 들어오는 신성력 다발이 여러번 기회를 만들어 줬다.

그래도 지치긴 지쳤다.

그야말로 여러 합이 맞아서 승리는 해낸 거다.

“매번 이러면 못 할짓이야.”

“전에는 매번 이랬잖아요?”

“그땐 그때고…… 뭐. 나도 지금의 평화에 조금 물들었을지도.”

“물들었다라…… 그거도 나쁘진 않네요. 전의 한휘는 너무 매섭기만 했으니까요.”

“그랬나…….”

그러니.

지금처럼,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의 감회 어린 짧은 대화 정도.

그 정도는 사치처럼 누려도 문제는 없겠지.

“무슨 이야기 중이야. 나도 껴 주라구!”

“이사야 씨는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낫네요.”

“……대체 전생에 나란 놈은 뭐냐.”

“후후. 안 듣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 짧은 사치의 시간.

그걸로 팀원들이, 전투 이후 숨을 돌리는 덴 성공한 거 같았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겠지.

“부순다?”

“예!”

던전의 핵을 부숴 버릴 때다.

촤르륵-

핵을 부수는 그 순간, 우리의 몸은 부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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