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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9화 (99/206)

제99화

2차 특별 던전이 어려운 이유.

첫째, 그 규모가 전에 없이 커지는 데 있다는 거.

둘째는 더 큰 문제다.

어떤 던전이 선택될지 모른다는 거다.

한 마디로, 랜덤.

들어서자마자 선택이 되니, 이걸 대비하기가 힘들다.

혹자들은 들어가는 파티의 수준이나 등급 혹은 가호를 놓고 정해진다는데.

‘개소리지.’

내가 보기엔 체계가 제멋대로 결정할 뿐이었다.

팀원들의 등급, 가호, 장비.

그중에 대체 뭐가 대체 눈앞에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걸까.

온 곳곳이 어둑한 가운데.

달빛만이 요란하다.

그 아래 담겨 있는, 건물들은 우리 팀원들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

조선 시대쯤의 건물 양식을 지는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으니까.

마치 민속촌 한가운데 온 거 같은 장면 가운데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소름 돋도록 웅혼했다.

-지 서방. 자네가 왜 벌써 온 거여……?

-맞아. 약속의 때는 지금이 아닐 텐데?

-우리는 버림받은 것인가! 그대에게!

그 웅장한 목소리가 여럿.

그그그그긍-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주변의 기파가 흔들렸다.

바람이 솟구쳤다.

“읏…….”

“……이거. 뭡니까?”

“잘못 걸린 거 같은데…….”

바람이 스쳐가 니 팀원들 모두 소름돋아했다.

바람에 녹아들어 있는, 짙은 감정을 느낀 것이리라.

그건 분노였고, 원한이었다.

분노와 원한의 주인들에겐 당연한 감정들이었다.

이들은.

-우릴 잊었는가?

-하…… 그럴 시간이 되기는 하였지.

성좌에 오르지도.

이젠 신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존재들이니까.

고작해야 한 지역.

넓어야 한 나라.

그 가운데 신화와 설화 속에 자리하면서, 겨우 살아남은 신이 되지 못한 비천한 자들.

그들의 세계를 체계가 툭 하니- 조각 내놓은 던전에 떨어져 내려 버렸다.

쪼개진 신의 던전 안이라니.

우리로선 고약한 것에 걸려 버렸다.

그 무엇보다 난이도가 어려우니까.

그러니 꽝이요, 우리와는 관련도 없는 곳이라고 할 수밖에.

의미도 모를 말을 하는 저들의 정체는.

“……돗가비.”

-히히. 그래도 우리를 기억하는 자가 하나는 있구나!

-키킥. 완전히 실패하진 않았나 보이?

-좋구먼.

돗가비. 다른 말로 도깨비.

그들의 세계에 들어서 버렸고.

그를 환영하듯 파란색의 돗가비 불이 춤추듯 우리를 홀리고 있었다.

* * *

돗가비. 도깨비.

본래는 돗가비라 불리는데.

일본의 오니 따위와 섞인 존재들.

후우웅-!

-이것도 받아 보게나.

“미친 소리 말라고!”

콰아앙.

-히히. 역시 막는구먼?

-과연 지 서방이야.

“아직 결혼도 안 했거든!”

-키킥…….

본래는 홍두깨나, 도리깨 같은 나무로 된 물건을 휘두르곤 하는데.

그게 오니와 섞여들면서 철 방망이니 하는 걸 휘두른다고 왜곡되어 버렸다.

이해는 간다.

둘 다 쇠락해가고 있는 신화들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화가 섞여드는 게 영향력을 유지하기에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나라고 해서, 이걸 공부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다.

“오랜만이네요, 이 돗가비들도.”

“그치. 종말이 가까워질 땐 다 숨었었는데 말이지.”

“둘은 이미 경험한 거야?”

“안 했으면 알 리가 있겠냐. 으차…….”

콰아아앙-!

이미 몇 번이나 경험을 했기에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를 하니.

적인 돗가비를 상대하기 위한 공부 정도는 이미 해 놓은 거다.

뭐, 결국 해 놓아 봐야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건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건 하나는 확실하다.

‘외신 따위도 되지 못하는 잡신이지.’

저들은 패배자다.

왜 그렇지 않나.

성경에 나오는 악마들.

바알, 레비아탄, 아스트로트…….

그 많은 악마라 불리는 것들은 본래 신이었다.

패배하여 죽어 나가며 악마란 존재로 묘사되었을 뿐이다.

이 돗가비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들이다.

신급 규모에서 보면 패배자다.

문제는.

저게 신 규모에서 패배자지, 우리에게는 강자란 거다.

-히히. 지 서방은 나랑 놀아야지?!

거대한 돗가비의 본체.

그걸 상대하기도 어려운 판국에, 돗가비는 도술을 부렸다.

빗자루, 도리깨, 나무 몽둥이, 망치.

온갖 것들이 돗가비 불에 씌어 사방을 날아다닌다.

놈들은 춤을 추듯 날고 있을 뿐이었지만.

“저거 막아!”

“으아아! 날아온다! 화염 다지기!”

후우우욱-!

이쪽 입장에선 겨우 막기도 급급할 정도다.

하나같이 강력한 공격이 서려 있었다.

현재 팀원들 수준이 결코 낮은 건 아니다만.

이건 밸런스 자체가 무너졌다.

그만큼 노력해 줘야 했다.

“하필 이것들이 걸려 가지고는. 영혼 분리!”

[당신은 영혼 마법 : 분리를 사용하였다.]

[당신은 적성 영혼 : 돗가비 불을 대상으로 삼았다.]

-끼야아아아악!

-꺽!

[당신은 적의 영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영혼 상태인, 돗가비 불 병사들을 쉼 없이 분리시켜 놓아야 했다.

-끼끼끼…….

-히익. 다시 들어가면 되지!

저게 녀석들의 본체다.

놈들은 분리되었어도, 자신만만해했다.

다시 물체에 들어서려 해댔으니까.

보통이라면 여기서 속수무책이다.

저들이 빙의할 물건을 이 틈에 태워야 하는데, 그거도 쉽지가 않으니까.

이때 나서주는 자가 있었다.

마리였다!

“성불하세요! 성휘의 불!”

갑옷을 둘러싼 그녀는 누가 봐도 성기사로 보이지만.

그녀가 지닌 본질은 성녀.

화르르륵-!

쉽게 말해 신성력의 활용성 자체가 달랐다.

-끄에에엑!

-껙!

그녀는 신성의 불을 주변에 퍼트려 폭발을 시키고.

돗가비 불의 혼령들이 약화된 그 틈을 노렸다.

“어서요!”

투우웅-!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던 장갑으로 돗가비 불을 크게 때렸다.

-키이…… 무식한!

“누가 무식해요!”

-……커억.

후웅- 후웅-

성화가 깃들어 있는 장갑은 그 자체로 무기.

그녀의 손이 휘둘러질 때마다, 돗가비 불들은 맥을 못 추고 무너져 내린다.

투우욱. 툭.

그러자 둥둥 떠올라 있던 물건들이 다시 하늘 아래로 떨어졌다.

물건의 주인이 죽었으니 물건도 기운을 잃은 거다.

결국 저건 돗가비 불의 사망을 뜻하는 거였다.

그러나.

-키키키?!

-소문난 잔치가 있다고 하던데!

저들 돗가비 불은 본체가 있는 한은, 계속해 부활을 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곧.

-지 서방. 어딜 보는가. 나를 상대해야 한데두?

“하여간 지독한 것들.”

-킬킬. 칭찬 고맙네.

내 눈앞에서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나 하는 저 돗가비를 상대해야 한단 건데.

쉽진 않았다.

저 돗가비는 크기만 무려 4미터.

양손엔 도리깨와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고, 온갖 도술을 부려 날 곤혹스레 만들곤 했으니까.

그러나.

물러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 어디 한번 놀아 보자고!”

-좋구나!

콰아아앙-!

부딪쳐 볼 수밖에.

* * *

하나를 무너트리면 둘의 돗가비가 나왔다.

자신들이 내게 버림받았다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으면서도.

돗가비는 지금의 상황을 우리의 침공이 아닌 장난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이건 전과 다르지 않네.’

내기를 거는 돗가비가 있었다.

-씨름에 지면 내가 사라져 주마.

“상대는?”

-당연히 지 서방이지 않은가?

“어디 해 보자고.”

동화에서처럼 씨름으로 승부를 걸자 하고.

[당신은 기술 : 영력 부풀리기를 사용하였다.]

[당신의 영혼이 크게 부풀려 존재감이 커진다.]

“읏차.”

-으어어어……?! 넘어간다?!

쿠우웅.

그 승부에서 패배하게 되면.

-내가 졌다. 히…… 역시 지 서방이로구먼.

“뭔데 날 아는 것처럼들 구는 거냐.”

-키키. 아직 모르나? 뭐 상관없지. 그럼 나는 가네.

“싱거운 자식들.”

그들은 역시 처음 왔을 때처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들을 따라다니던 돗가비 불들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대체 뭡니까?”

“보다시피 나도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돗가비가 몇 있었다.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와 내기에서 승리했다.]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의 장난을 간파했다.]

씨름부터 시작하여 수수께끼까지.

온갖 내기를 걸지를 않나.

때때로 알 수 없는 도술로 우리를 이상한 곳에 빠트리기도 했다.

비바람이 내려쳐 오고. 기이한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이거, 우리 나갈 수는 있는 겁니까?”

“기다려 봐. 마리의 성좌가 길을 안내해 주고 있으니까.”

“그게 되나요?”

“마리는 돼. 그녀의 성좌는 마리가 다른 삿된 길로 빠지지 않게 축복하거든.”

“이야. 사기네요.”

성좌의 안내가 없었더라면, 몇 날 며칠을 빠질 만큼 음습한 곳이었다.

몇 시간을 헤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빠져나오니, 우리가 있는 곳은 본래부터 우리가 있던 곳이었다.

즉, 제자리란 소리.

“홀린다는 게 정말 이런 거군요.”

“귀신 곡할 노릇이란 거지.”

“햐…… 대체 뭔 수를 쓴 거지?”

다들 놀라는 가운데, 우리의 놀람을 깨는 건 또 다른 돗가비의 출현이었다.

쿠웅. 쿵.

산보라도 나온 듯 걸어오는 돗가비.

“전투 준비.”

“화력 충전했습니다.”

그를 보고 상대하려 하자.

뒤늦게 우리를 눈치챈 돗가비는, 우릴 보고 크게 놀랐다.

-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으아아아!

“뭐냐…… 저거?!”

놈은 우리를 보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속도보다도, 당황스러움에 우리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거리는 상당히 멀어졌다.

“잡아!”

“으아…… 미친 왜 도망가냐고!”

돗가비는 자신이 거처로 쓰는 창고로 몸을 내뺐다.

전투를 피하는 몬스터라니.

말도 안 되지만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사실, 이것들이 상대하기가 더 벅찼다.

투웅- 퉁-

“이거 왜 이렇게 안 무너지는 겁니까?!”

“원래 돗가비 자식들이 지은 건물은 단단해요.”

“마리 말대로야. 요괴 취급받기 전에 장인이거든, 저것들.”

“젠장할!”

녀석들이 만든 창고는 단단했다.

겉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거 같은데, 온갖 기술을 써야 겨우 금이 갔다.

“무너집니다!”

우지끈-

그 창고를 부수고 나서야, 돗가비를 마주할 수 있었다.

-으아! 나는 차라리 여길 도망갈 거야!

놈은 우릴 상대할 생각도 없는 듯, 덜덜 떨더니.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뺐다.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가 도망가게 만들었다.]

“……대체 뭔 수냐.”

“도술을 부린 거 같은데요.”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몬스터가 도망에 내기에 장난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본래 돗가비가 있는 던전들이 이러했다.

그들의 마을, 장터, 도시.

그 어디를 가든 이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렇다고.

그 모든 돗가비가 유쾌하게 다가온 건 아니다.

-우리를 버리고도 네가 괜찮을 듯싶더냐!

“아, 그러니까 안 버렸다고!”

콰아앙- 쾅-!

돗가비 대다수는 장난보단 전투를 원하였다.

돗가비 마을의 중심지.

그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돗가비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어졌다.

-허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몇이나 되는 돗가비들을 상대했을까.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를 무너트렸다.]

[당신은 적성 개체 : 돗가비를…….]

…….

오십부터는 세질 않았다.

하나같이 거인만 한 돗가비였다.

그를 상대하는 게 쉬울 리가.

그렇게 쉼 없이 전진을 해 나갔을 즈음.

우리 바로 앞에는 마을 중앙에 존재하는 가장 큼지막한 건물이 자리해 있었다.

“이거…… 보스 룸 맞죠?”

“그러겠지.”

이 건물이 던전 보스의 거처였다.

문 앞의 손잡이는 전형적인 돗가비 모양으로 장식돼 있었는데.

그게 꽤 무서운 모양인지, 이민하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안에서 풍겨 나오는 주술력을 느낀 것이겠지.

“마을이니 돗가비 촌장이 있을 거야. 제발 쉬운 녀석이 걸렸으면 좋겠는데.”

“장난질이나 안쳤으면 좋겠네요. 끄응…… 그런데 이거 안 열립니다?”

모두의 걱정 속에서, 보스 룸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막혀 버렸다.

뭐지?

이런 식으로 안 열리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내 기억이 맞으면 보스 룸은 어지간해선 열리게 돼 있었다.

그렇다고 안 열리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전에도 돗가비 던전에서 보스 룸에 막힌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때의 내 경험이 맞다면.

이건 약속된 언어를 한 번 외쳐 줘야 했다.

“이거 그건가 보네.”

“맞아요. 전에 그거예요.”

“그럼 뭐, 외쳐 줘야지. 근데 전에도 이러고 열고 들어가서 상대한 녀석이 보통 강한 게 아니었는데.”

“긴장해야겠어요.”

“후우…….”

그런 거 있지 않나.

조선 시대 사극을 보면 항시 외치는 거.

조금 오글거리긴 하다만 할 수밖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이리 오너라!”

그그그그긍-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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