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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8화 (98/206)

제98화

‘이번은 속아 주자.’

당황스러워하는 지한휘.

역시. 이자는 북한에서 마리를 데려 온 게 아니었다.

분명 반쯤 진실을 숨겼다.

그러나, 그의 말이라면 들어줄 참이었다.

‘저울의 균형이 깨지고 있어.’

이번 토벌에서 그가 보인 활약은 특출났다.

각 토벌대에선 그를 부정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랭커가 뛰어나다고 말하고 다닌다만.

전혀 아니었다.

총 8만의 토벌대.

그는 그중에 일부를 맡았을 뿐인데도.

그가 데리고 움직인 토벌대가 보인 성과가 가장 뛰어났다.

직접 그 토벌대 책임을 담당하였던 그녀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러기에 미래와 그의 저울이 기울었다.

미래가 아닌 그에게로.

단 개인일 뿐이지만, 그만큼 그가 지닌 가치는 뛰어났다.

현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려지는 그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를 잡아야 하는 게 맞았다.

‘어떻게든 잡는 게 맞겠지. 미래 가문의 관측자들도 그리 이야기 했으니까.’

근거도 있었다.

관측자.

미래는 보지 못하지만, 현상을 볼 수 있는 자들.

미래 가문은 이러한 다수의 관측자를 키워 현실을 관측하곤했다.

때로 현재의 현상만 바라보더라도 미래를 그릴 수 있으니까.

그 효용성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미래는 그러한 관측자들을 이용하여 많은 이득을 얻어왔다.

딱 그녀, 김민하가 존재하기 전까지의 이야기긴 하다.

그녀는 현상뿐 아니라 진짜 미래의 단편까지 읽어 들였으니까.

어쨌거나.

그런 관측자 전부가 만장일치로 동의하였다.

지한휘를 잡아야 한다고.

그런 상황에 그가 사람하나의 신분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 따위.

들어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되레, 더 나아간다.

“시민으로 신분은 당연히 만들어 드릴 거고. 능력도 있다면서요? 헌터 시험도 없이 헌터 자격을 얻게 해 드리죠.”

시민권을 만들어 준다.

헌터 자격을 곧바로 주고.

원하는 장비도 꾸려 줄 참이었다.

“휘유. 그거 무리하는 거 아냐? 어차피, 시험 보면 따놓은 당상일 텐데.”

“대신에 헌터 교육받는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건 그렇지. 인정해.”

그럼으로 그의 시간을 벌어 준다.

역시. 이쯤되어야 마음에 든다는 건가.

지한휘의 얼굴에 피어오른 만족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이건 일종의 투자기도 했다.

그 대상은 지한휘가 아니었다.

‘지한휘 헌터가 데려 온 이사야도 이미 랭커급이라고 칭해지고 있어. 각성이 늦은 박동길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지…… 그렇다면 이 마리라는 사람은?’

마리다.

지한휘가 손수 데려온 자들은 모두 강해져 갔다.

그의 눈길을 조금만 받은 자를 데려다 놓고 보면 재능이 특출났다.

그런데 손수 데리고 오잖은가.

기대가 된다. 그러니 투자를 집행한다.

‘미래 가치는 충분해.’

지한휘를 코인으로 놓고 보면 수십 배는 그 가치가 상승했듯이.

마리라는 자도 조금만 투자해 주면 수십 배는 상승하겠지.

딱 좋다.

해서 여기까지는 들어준다.

하지만, 하나는 들어주기 어려웠다.

“원하시는 대로 미래 길드에도 넣어드리겠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지한휘 헌터의 팀원으로 받는 건 다른 문제예요. 신입이 바로 팀원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구요.”

그건, 그녀를 바로 팀원에 앉히는 거.

그거만큼은 그녀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적당한 시험의 기간은 필요로 했다.

그게 상식이니까.

하지만 그에겐 상식이 깨지라 있는 것인 듯했다.

“없으면 만들어 보면 되지 않아? 거, 자격이라고 하는 게 문제면 따 주면 되는 거고.”

“어떻게요?”

과연, 여기서 그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 자격 증명을 어떻게 할지 심히 기대되는 바였다.

관측자들의 관찰을 토대로 그가 어찌 얘기할지는 이미 예상하긴 했다.

대련.

이미 있는 팀원 중 하나를 데리고 대련을 시킬 거라 여겼다.

그게 마리라는 자가 자기가 지닌 힘을 증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마침 그 대상도 적당한 자가 있었다.

‘이진성이 잔뜩 벼르고 있겠지.’

광대, 이진성.

이번 토벌을 통해 꽤 강력해진 이진성.

그는 이 참에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이때 마리랑 붙여주는 거도 나쁘진 않겠지.

해서 대련장을 어디로 물색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였다.

“바로 던전 하나 클리어하고 오지. 증언을 해줄 자들은 내 기존 팀원들이고.”

“……이렇게 갑자기요? 토벌을 다녀오신 지 얼마나 됐다고.”

그는 덥썩 던전행을 하겠단다.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며칠은 쉬었잖아? 그럼 됐어.”

“강행군은 이미 여러 차례하셨으니 그건 이해했어요. 그럼 어디를 가실 건데요?”

“특별 던전. 마리는 임시 팀원으로.”

“예?”

특별 던전이라니?!

상황을 이끌어간다 여겼던 김시연.

그녀도 여기선 포커페이스가 깨질 수밖에 없었다.

* * *

‘이거지!’

어? 이젠 나한테 적응했다, 이거지.

아주 그냥.

내가 던전을 간다 해도 침착해요.

유보라가 잘 있다는 걸 보긴 했고, 마리도 되찾아오긴 해서.

내가 미쳐 가지고 우울에 빠지는 건 좀 줄긴 했다만.

어?

다 예상했다는 듯이 나를 톡 건드리는 건 못 참지.

원래. 톡 건드리면 툭툭 쳐 주는 게 회귀를 하고도 버리지 못하는 내 습관이니까.

해서 나는 세게 던졌다.

특별 던전으로 가겠다고.

20등급을 달성하면 가는 1차 특별 던전.

50등급에 가는 게 2차 특급 던전.

이 둘의 난이도는 여전히 괴랄맞게 높다.

참고로 1차는 혼자 가는 거다만.

2차는 20 이상, 50까지 등급을 지닌 헌터들이 함께 간다.

그중 허락된 수는 딱 일곱.

‘파티급이지.’

여기에 난 마리를 끼겠다고 한 거다.

“다시 생각해 보시죠?”

“싫은데?”

그녀가 말리는 거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걱정이 되겠지.

특별 던전에 허락된 인원은 파티급 규모.

하지만 그 안의 규모는 보통 파티급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제대로 된 던전이니까.

이때부턴 고작해야 둥지니, 늪이니 하는 수준을 넘는다.

정말 최소가 마을 단위로 덤벼든다.

규모가 작아지면 강력함이 세지고.

개체가 지닌 강력함이 약하면 수로 밀어붙인다.

아니면 생각지 못한 함정이 있거나.

누가 말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50등급 특별 던전부터는 정말 조각난 세계를 여행한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거, 맞긴 한데.

아잇?!

내가 언제 그런 거 따졌나.

따서 갚으면 되는 거 아닌가.

“걱정하지마. 어차피 특별 던전을 우리 팀이 못 이겨내겠어? 어지간한 곳이 아니고서야. 그 냥곰마저 토벌을 통해 더 강해졌잖아? 진아나 진성도 말할 거 없지. 아, 이사야도.”

“그야 인정하죠. 지한휘 헌터의 팀원은 강해요. 하지만…….”

“저를 데려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란 거죠.”

잠자코 있던 마리의 물음에, 김시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한다는 거겠지.

하지만 내 보기엔 가장 위험한 사람 중 하나가 마리다.

그녀는 강하다.

이진성, 이진아 남매가 무너져도 그녀는 살아남아 있을 거다.

때로 이사야보다 독한 생존력을 보여준 게 그녀였다.

그런데 위험하다고?

헛소리지.

그래서 안심하고 더 질렀다.

“무조건 처리해 줘. 설사 이번 일이 잘 안 돼서 실패로 돌아가면, 그 책임은 내가 지지. 어때?”

“……하.”

뭐든 다 걸고 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녀는 그런 날 보고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그러다.

“진짜…… 내가 지한휘 씨만 상대로 하면 매번 밀린다니까요.”

그녀는 결국 항복 신호를 보냈다.

“푸흐흐. 그게 내 매력이지 않아?”

“……시끄러워요. 지금 한 번 더 웃으면 괜히 때려 주고 싶으니까 조용해요.”

“쳇. 이런 사람을 김필서는 대체 왜 좋다고…….”

“씁……!”

“…….”

하지만 항복은 했어도, 그 의지까지 무너지진 않은 듯했다.

“조용히 가요. 준비되면 호출할 테니까.”

더 약올려보려는 나에게 그녀는 추방 명령을 내렸다.

어쩌랴.

가줄 수밖에.

* * *

김서연은 장담대로 빠른 일처리를 보여줬다.

3일 뒤, 마리는 정식 시민이 됐고.

이후 헌터 자격증을 바로 다음 날 쥐어 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그녀는 선물을 한 아름 받을 수 있었다.

[또 장비로 이상한 짓 하실 거 같아서, 먼저 보내요.

-김시연]

짧은 편지와 함께 보낸 거.

그건 장비였다.

장비의 수준은 내가 보기에도 높았다.

“수사의 장갑, 성광의 갑옷, 헤르메스의 로브, 에탄의 어깨 보호구? 와씨. 풀세트를 그냥 가지고 왔네?”

“이걸 어떻게 다 가져왔을까요?”

“힘 좀 쓴 거 같은데.”

하나같이 쉽게 구할 수 없는 거였다.

특히 헤르메스의 로브.

회귀 전 마리가 190등급까지는 끼고 다녔던 거다.

신의 이름이 붙어서 한때는 신기라고도 취급 받았는데.

실제는 레플라카인 게 밝혀지기는 했지.

어쨌건 지금 시기엔 보통 구하기 힘든 게 아닌 것들이다.

과연 김시연이다.

여기에, 이 장비들은 그녀의 시험도 들어가 있었다.

“근데 이거. 도발이네.”

“예? 도발이라니요?”

“죄다 귀한 데다가, 등급 제한도 없는 것들이잖아. 대신 필요한 신성력이 미친 듯 높은 물건이고.”

어디 낄 수 있으면 껴 보라는 도발이라니.

……귀엽잖아?

참고로, 그녀가 지닌 가호 : 신성력의 등급은 A다. 주력 가호인 영력이 B급인 나보다도 무려 한 등급이나 더 높다.

사기 아니냐고? 사기지.

이 미친 성좌는 그녀가 부활해서 다시 연결되자마자 신성을 쏟아부어 줬다.

‘대체 둘이 무슨 사일까……?’

아무리 성녀라도 이만큼 들이붓는 경우는 없는데 말이지.

덕분에 가호는 A고, 신성력은 200이다.

미쳤지.

등급은 50이라도 던전 경험은 없기에 이 정도 신성력을 갖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툭 하니 200이 찍혀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짜잔.

그게 실제로 일어나 버렸습니다.

“에이, 뭐 어때요. 전 덕분에 쉽게 시작했는걸요?”

“크흐. 그러게. 누구는 영끌해 가지고, 빚지고 시작했는데 여기는 편하네.”

“덕분이에요. 후후.”

철컥. 철컥.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장비를 손쉽게 착용했다.

홀로 끼기 어려운 갑옷마저도 신성력을 이용해서 채워 버리는 묘기까지 보여주셨다.

‘과연 세계 제일의 성녀야.’

장비를 시험 삼아 던져 준 김시연으로선 놀랄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놀라기도 했다.

며칠 후, 매니저 한시영과 함께 특별 던전 앞을 온 김시연.

그녀는 다시 마리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다 착용하신 거예요? 레플리카급이 아니고?”

“그럼 진짜지, 가짜를 끼겠어?”

“진짜예요.”

명백히 놀란 모습.

옆에 있던 한시영도 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거, 이거. 내가 괜히 뿌듯해지는 장면이로구만.

“내가 이래서 바로 팀원으로 받아들이자고 한 거야.”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후후. 그렇지?”

근데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내게 한 방 먹이려 들었다.

“지한휘 헌터도 하나 인정해야 하실걸요?”

“뭔데?”

“헌터님의 팀원이면 제 팀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웃어 보여도, 저도 가용 전력이 상승한 거라고요?”

“……오호?”

겉으로 봐서는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나 마리나 결국 미래 길드에 속한 사람이다. 현재는.

그러기에 내 팀이 강력해지면, 그 위에 상사로 있는 김시연도 같이 강해진 게 맞았다.

“재주는 지한휘 헌터님이 넘고, 이득은 제가 얻은 거죠.”

“오오. 이론상 맞긴 하네.”

“인정하세요. 전 어찌 되든 이득이에요. 후후.”

그녀가 이득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거.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내 계획대로면 다 내 거거든.’

내가 미래를 잡아먹으면, 결국 모든 힘이 내 것이다.

휘오오-

지금 막 특별 던전을 향해서 나아가는 건.

바로 그러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실행하는 한 걸음이었다.

김시연은 그걸 모르니, 내게 한 방 먹였다 생각하는 거 같긴 한데.

“패배 인정이시죠?”

“뭐,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서로 다른 동상이몽도 때로 재미난 법이지 않은가.

인정하세요-

그녀의 고요한 외침을 들으며,

“다들 가자.”

나는 팀원들을 데리고 제 차 특별 던전에 들어섰다.

* * *

그렇게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느낀 감상은.

“……망했네?”

이거 아무래도 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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