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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7화 (97/206)

제97화

내 안에 뭐가 있는 거지.

악마, 마족에 천사까지.

온갖 것들이 있는거야 나도 잘 알고 있다만은.

그 출처는 꽤 의심되었다.

내 보기엔 그 출처가 저 마왕 때문인 거 같은데.

-왜 그리 보느냐?

‘아니야.’

영 대답을 안 해 준단 말이지.

하기는 지금 내 안의 무언가를 알아내기 전에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야 했다.

그건 마리가 지닌 부활 능력에 대한 파악.

<부활의 기도>.

쉽게 말해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능력이다.

전생때엔 이걸 이용해 하루에 세 번 부활이 가능했다.

그녀와 같이 성녀라 불리던 다른 두 명이 주 1회에 한 명 부활시키는 게 전부였던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정도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쉽게 얻은 게 아니었다.

그녀도 네 번째 특별 던전을 가서야 얻었으니까.

쉽게 말해 200등급에 도달해서 얻었던 거다.

그걸 지금 얻어 온 거다.

“한휘가 없었으면 안 되긴 했을 거예요. 제가 가진 등급이 딱 50. 한휘도 50. 뭐, 느껴지는 거 없어요?”

“등급이 연동이 됐다 이거로구만.”

“맞아요. 안에서 저도 등급이 오른 것도 있어요. 덕분이죠.”

그녀 말론 내 덕분에 얻었다고 했다만. 글쎄.

그게 맞냐고 물으면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등급이야 연동되었다 치자.

그렇다 해도, 그녀는 자신을 위한 특별 던전을 이번 생엔 가지 못했다.

이름 모를 신좌와 연결도 되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부활의 기도를 얻는 게 쉬울 리가.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을 잘도 해냈다.

“한휘 말고 굳이 다른 덕을 찾자면, 안에 있는 천사들이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그 미친 천사들이 도와줘?”

“……다 미치지는 않았더라구요.”

그녀는 겸손했다.

그러곤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한 건 별거 아닌데, 내가 대단하다 말하는 걸 부끄럽다 여기는 거다.

과연, 그녀답다.

이러한 그녀의 겸손함과 다르게 지금 그녀가 지닌 부활 능력은 꽤 뛰어났다.

“200등급에 얻은 게 아니라 제약은 분명히 있어요.”

“뭔데?”

그때도 제약이 아주 없진 않았다.

부활 의식으로 살아나면 일정 등급이 떨어져 나갔다.

지니고 있던 가호도 수준이 낮아지곤 했다.

그러나 이 정도 페널티는 다시 살아나며 얻은 이득에 비해 적었다.

그러니 너도나도 죽으면 부활을 원했다.

아, 참고로 나는 원해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한 번을 안 죽었거든.

최후의 칠 인 중에 죽었다 살아난 건 건맨과 검성인 리바이 정도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다.

죽으면 등급이 떨어지는데, 죽고 살아나서 최후까지 강자가 되기 쉽겠는가.

그만큼 안 죽고 버티니까 최강이 될 수 있는 거였다.

어쨌거나.

이러한 부활의 기도에 남은 제약은 당장 세 가지.

첫째, 한 달에 한 번 부활.

둘째, 신체 손상률 10% 아래로 뇌와 심장은 멀쩡할 것.

셋째, 레벨과 가호의 대폭적인 하락.

한 마디로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페널티도 세진 거다.

시전 자체도 전보다 어려워졌단다.

“……그러니까, 뭐 딱히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볼을 긁적이며 부끄러워할 정도의 능력은 아니지 않나?

이 모든 걸 다 들은 나나, 이사야, 마왕 전부.

“미쳤다.”

“……와오. 계획을 몇 개 수정해야겠는데.”

-대단하구나!

감탄을 던지다 못해, 입이 쩍 벌어지는데?

[당신에게 종속된 영혼 : 마왕이 당신의 영력을 끌어 썼다.]

오죽하면 저 마왕이 잠자코 있다가.

그녀를 보려고 스스로 제 몸을 드러내기까지 할까.

‘저거 실수인데……?’

내 보기엔 괜찮다고 생각한 거 같아 모습을 드러낸 거 같은데.

그걸 본 마리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어맛?! 마왕이 왜 여기에……?! 한휘의 근원에서 어느 순간 사라져서 죽은 줄 알았는데!”

고오오오-

이내, 전생에서 모습처럼 적을 발견하면 악귀처럼 변하는 본모습을 보여주셨다.

“한휘. 나와요. 적은 사살해야죠. 마왕은 최대의 적 중 하나라구요.”

손을 척 들어 올리고.

양손 가득 신성력을 뿜어내는 그녀.

그녀의 단호한 눈빛엔 당장에라도, 마왕을 격살할 의지가 돋보였다.

‘이런. 눈 돌아가 버렸네.’

이때가 마리가 가장 위험한 상태.

평소는 조용한데다, 수줍음이 가득하다만.

적이라 판단되는 존재만 나오면 전설의 잔다르크 이상의 전의를 불태우는 게 마리였다.

적으로 상대했던 마왕도 그것을 알기에.

내게 도움을 요청하여 보지만.

-여, 여는 안 죽었느니라! 그리고 죽지 않을 것이야! 한휘, 무엇 하느냐! 어서 막지 않고!

“뭐, 어때. 신고식 한번 해 봐. 부활 능력 말고도, 다른 능력도 봐야 하지 않겠어? 어차피 실험 한번 해 봐야 하는데, 마침 잘된 거 같아.”

-이이익! 배신자!

“키킥. 한 번 맞아 보라고!”

나는 빙긋 웃으며 그걸 묵살할 뿐이었다.

상처받은(?) 마왕이 뒤늦게 몸을 멀리 날려보지만.

마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지 오래였다.

“갑니다. 성휘의 폭발!”

콰가가가각-!

그날.

의식 준비를 위해 마련했던 저택 지하가, 크게 흔들렸다.

* * *

내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마리가 지닌 능력에 대한 시험이 시행됐다.

마왕은 도망칠 곳도 없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마왕의 선택이다만.

이 뒤로는 자기 기척을 지우고 싶어도, 내가 영력을 계속해 보내 줬으니까.

마리는 성녀이기 이전에, 전투 사제라 불리던 시절의 힘을 제대로 선보였다.

성휘의 폭발.

신좌가 보내 주는 신성력을 이용한 폭발로 시작하여.

근력, 체력, 민첩 가호를 몸에 두른 채로 달려들었다.

이후 신성력의 화살 더미를 소환 뒤를 노리고.

체력이 떨어지면, 스스로 회복 마법을 걸어 회복을 도모하더라.

장비도 줄 필요가 없었다.

성광의 갑옷과 방패를 두르고.

헤르메스의 장화에 비견되는 장화를 신었다.

투구는 스스로 빛을 피어 올리는 광휘의 왕관 형태였다.

전생에 사용하던 장비들의 레플리카.

신성력으로 빚어낸 가짜들일 뿐이다만, 그걸로 위력은 충분했다.

그러고 내려진 결론.

-으으…… 배신자들. 배신자…….

“뭐 실험은 한 번 해 보는 게 맞잖아? 그치?”

“당연하지. 합격이야.”

과연.

최후의 칠 인이랄 수 있는 최고 능력자 다운 모습이었다.

전생엔 동료였어도.

이번은 처음보는 상태인 이사야도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인정할 정도였다.

뭐, 물론.

“근데 아까부터 저 같이 있는 여자는 누구예요?”

“저게, 이사야야.”

“네?”

“리치가 되기 전 이사야라고.”

“히익……?!”

그 이사야를 마리가 알게 되면서 놀라는 작은 헤프닝이 있긴 하셨다.

하기는 나도 리치가 되기 전 이사야를 보고 놀라긴 했지.

“정말로…… 이사야……?!”

“맞다니까?”

“열두 살에 자기도 모르게…….”

“거기까지!”

“……X발. 전생의 나 뭐냐.”

몇 가지 확인 작업을 거치고서야 그녀도 결국 이사야를 인정했다.

그러며 한 가지 의문이 들긴 했다.

‘내 안에 있으면서 몇 가지를 도왔다는 소리는 바깥 파악이 된단 소리지 않나. 그런데도 이사야나 마왕은 잘 모른다는 게 이상하긴 해. 뭐지? 여기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마리가 중요한 몇 가지를 잘 모른 상태라는 거.

이 부분이 무언가 이상하기야 하다만.

“이, 이번은 친하게 지내요 이사야! 화, 환영해요!”

“저번은 안 친했어?”

“리치랑 성녀는 어울리지 않잖아요.”

“오우. 대단한 종족 차별자……셨네?”

“기본이죠!”

어째, 전생에 비하면 둘의 합이 잘 맞는 듯하니 이 정도야 넘어가면 되겠지.

이것으로 한국 외에 있는 자를 제외하고.

현재 남아 있는 최후의 칠 인이랄 수 있는 자들이 전부 모이는데 성공했다.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되기까지 하지 않았나.

상황 파악은 여기까지.

이젠 조금 더 발전적인 일을 해야 할 때다.

“자, 우리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제 건설적인 이야기 좀 하자고.”

“뭔데요?”

“아까도 말했듯이 계획 변경 및 실행이지. 마리라는 패가 더해졌으니,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잖아?”

그것은 어떻게든 살려낸 마리.

그녀를 통해서 미래에 내려앉을 <공허>를 막기 위한 계획의 조종과 실행이었다.

“그렇지. 후후! 부활이 가능한 패라니 이거, 생각보다 쓸 만한 패를 얻었는걸?”

“……히익. 이사야, 그런 눈빛은 좀 자제하라구요.”

“후후후.”

질색하는 마리의 모습에도.

이사야는 자기 계획에 대한 새로운 패로, 마리를 넣고.

생각을 섞고, 돌리고, 집중하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내려진 빠른 결론이 있었다.

“잘 들어 마리. 우리가 해야 할 건 둘. 미래 길드 잡아 먹기와 유보라의 부활을 위한 인과율의 확보다. 그럼 그걸 시행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건 먼저 하나야.”

“마리 자체를 자연스레 편입시키는 거.”

우선 다시 태어난 마리를 이 세계에 합류시키는 거였다.

쉽게 말해 제도권에 집어 넣는 다는 거지.

그걸 위해 필요한 밑 작업.

“그걸 위해 뭘 해야 할지는 한휘도 척하면 알겠지?”

“물론이야.”

오랜만에 내가 또 나설 때였다.

* * *

“……예? 저분이 누구라고요?”

지금 놀란 채 약간이지만 입을 벌리고 있는 김시연.

그녀가 마리를 제도권 안으로 포함시켜 줄 존재였다.

토벌전 마무리 작업을 위해서 길드에서 움직이던 그녀.

내 요청을 받고 찾아온 그녀는, 나와 마리를 번갈아 보며 몰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상치 못한 걸 봤단 의미다.

“뭘 놀라는 거야? 그 미래가 찾아 주질 못하길래. 내가 마리를 찾아왔다니까? 봤지? 나 미친 사람 아니야.”

“……으음.”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당당하게 미래 그룹도 못 찾은 마리를 찾아냈노라 말했다.

너희도 못한 걸 난 해냈지롱!

하고 약올리는 의미도 있었다.

왜, 그렇잖나.

꼴받게도 마리와 유보라를 못 찾았을 때.

나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

정신과를 소개해 준다니.

말이 되냐고.

내가 상담이라니.

최후의 칠 인 중에서 가장 정상인이 바로 나였단 말이지.

잔뜩 열이 받을 수밖에.

근데 내가 마리를 떡하니 찾아왔네?

김시연이 나랑 마리를 계속해 번갈아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약간의 양념을 치기는 해야 했다.

“……어디서 찾은 거예요?”

“저 북쪽. 북한에 살아남은 소수가 있었잖아. 거기에 난민으로 있었더라고. 거기서 구했어.”

약간의 거짓말을 더했지만 난 당당했다.

반은 맞잖은가.

마리를 찾기 위해서 재료로 삼은 외신의 조각은 분명 북에서 가져왔다.

가능성의 기물도 먹어 버리긴 했다만.

거, 반은 북제라 봐도 된다 이거지.

크. 남과 북의 합일이라니.

이거 북한이 망해 버려서 하지 못한 통일을 여기서 한 걸지도?

여튼.

마리의 출현으로 꽤 멍했던 김시연은 어느새 침착을 찾았았고.

내 허점을 찔렀다.

“있기는 했죠. 실제로 저희도 꽤 많이 구했구요. 그런데 지한휘씨가 난민을 구했다는 건 듣질 못 했다구요. 보고가 없었어요.”

바로 보고가 없었다는 거.

근데 난 미리 준비를 해왔단 말이지.

그 준비, 바로 뻔뻔함이다.

“당연히 없었겠지. 내가 알아서 찾아 온 거니까.”

“그래도 보고는 해야죠.”

“심술이 나서 그랬어. 없다고 하는데, 열불이 안 나나. 그런데 찾았잖아? 보고가 하기 싫더라고. 미친 취급 받은 게 생각났거든.”

“큼큼…….”

다행인가.

내 뻔뻔함이 먹혔다.

김시연은 작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나를 미친 사람 취급 했던 게 미안 한 거겠지.

그런데…… 아뿔싸?!

김시연.

그녀는 아주 끝까지 예리하셨다.

“좋아요. 이거 하나만 이해하면 해 주긴 할게요. 대체 왜 북한에 외국인이 있는 거에요? 마리, 이분 아무리 봐도 동양인이 아니잖아요?”

“커흠…….”

생각지도 못한 허점.

쓴 헛기침을 던지는 건, 이번엔 그녀가 아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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