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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4화 (94/206)

제94화

“한휘!”

일어난 그를 바라보는 이사야.

그녀의 부름에도 지한휘의 정신은 아직까지 멍하였다.

“뭐였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평소답지 않은 그의 모습.

그걸 본 이사야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한휘는 담담히 답했다.

“내가 했던 일 말이야.”

“했던 일?”

“어. 너도 영력을 느끼잖아. 그때, 내가 공허의 대전사의 영혼…… 아니 리바이의 영혼을 당기던 거. 봤지?”

“봤지. 웬 미친 짓을 하는가 했어.”

이사야도 상황의 심각함을 알았다.

때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그래. 미친 짓이지. 근데 그걸 마치 누군가의 지시라도 받은 거처럼 무의식처럼 행했다면…… 믿겨?”

“……무슨 소리야?”

“내 의지가 들어간 게 아니었다고.”

그는 그때의 상황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때 분명 그는 리바이를 포기했다.

흔히 공허의 대전사라 불리는 것들.

사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제물인 자들을 그는 수없이 보았었다.

그들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변질되어 버린 육체도, 영혼도.

예외는 없었다.

회귀 전, 꽤 많은 시도를 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때문에 그때도 그는 포기했다.

리바이의 영혼을 잡을 생각 따위 하지도 못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떠나가는 리바이의 변질된 영혼을 부여잡았다.

그 대가로 영력에 꽤 많은 타격이 가해졌다.

그간 몬스터 웨이브를 정벌하며 얻었던 영력 중 상당수를 잃어버렸을 정도다.

사실 그는 영력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으로 영혼을 부여잡았다는 거.

그 부분이 정신이 깨어난 지금에서도 그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마치 누가 시킨 거처럼. 거역해선 안 될 명령을 받은 거처럼 해 버렸어. 이 내가 말이지.”

“그걸 누가 시킨 건데? 누가 너에게 영력을 강제로 쓰게 해? 체계가 그랬어?”

“아냐.”

체계, 외신, 신좌. 그런 것들이 그를 움직이게 하지 않았다.

그를 움직이게 한 건 그의 내부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존재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어.”

“뭔데?”

지한휘는 대답 대신에, 제 그림자 속에 있던 것을 꺼내 들었다.

두 개의 영혼석이었다.

유보라와 마리. 둘이 담겨 있는 영혼석 중에 그는 왼쪽의 것을 가리켰다.

유보라가 들어 있는 영혼석이었다.

“이 녀석이 날 움직이게 한 거 같은데.”

“그게 돼?”

지한휘는 그녀가 영혼석에 있는 상태서, 그를 움직이게 했다 말하고 있었다.

그에 놀라 이사야가 되냐고 되물었고.

그 답은 둘에게서 나왔다.

“본래는 안 되겠지.”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는 지한휘.

다른 하나는 잠자코 옆을 지키고 있던 마왕이었다.

마왕은 평소보다 더 흥분해서 말했다.

-영혼석이 만들어졌단 의미 자체가 무엇이더냐. 너나 이 둘의 영혼이 분리가 됐단 소리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혼석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그래! 네가 직접 만들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지 않더냐. 영혼석 상태에서,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거. 말도 되지 않는 일이야!

흥분에 차 있다고 해서, 마왕이 말하는 이야기가 거짓일 리는 없었다.

마왕의 말대로 영혼석 상태서 외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

특히, 강력한 영력을 지는 지한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라리 신좌 하나가 은밀히 네게 손을 쓴 게 아니겠더냐?

“흠…….”

-잘 생각해 보거라. 분명 그때 신급이 움직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마왕의 말대로 신이 움직였다 하는 게 타당했다.

명분도 있다.

외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니, 사이 나쁜 성좌 하나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감은 계속해서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데 이 녀석이 하는 거 같단 말이지.’

그의 감은 손에 쥔 유보라를 계속해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이 모른 무언가가 있다.

하기는 자신을 회귀시킨 거도 그녀였다.

예언과도 같은 계획을 잇달아 성공시켰었고.

그걸 통해 마왕을 이겨내는 기염까지 토하게 한 그녀다.

그런 그녀가 과연 어디까지 보았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선택되어 회귀한 자신조차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고민을 마친 지한휘는 본래의 활발한 모습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한번, 확인해 보자.”

“확인?”

“그래. 우리가 본래 해야 할 일이 있었잖아.”

“아……! 부활 의식!”

“바로 그거지.”

머리를 굴릴 이유는 더 없다.

확인해 보면 될 뿐이다.

그를 위해 달려 왔던 토벌이었고, 꽤 많은 조각을 구하지 않았나.

공허의 대전사가 되었던 리바이로부터 얻은 조각.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그것은 품에 챙겨 넣었던 지한휘였다.

‘이것으로 세 개, 완료.’

고로 의식을 위한 재료는 전부 준비했단 의미.

이대로 의식을 진행해도 상관없었다.

그를 위한 일의 마무리가 있기는 하였지만.

문제는 없었다.

“별일이 없다면 토벌은 성공적으로 끝날 거야. 대전사 하나를 부쉈으니까. 사도가 나오더라도 완벽하진 않겠지. 이사야, 너 하나가 빠져도 문젠 없을 거야.”

“이해했어. 먼저 준비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데 좋긴 하겠지.”

“바로 그거야.”

공허의 대전사 하나를 무너트렸으니까.

저들이 만들어 낼 사도는 완성되도 그리 강력하지 않다.

회귀전 경험이 있기에 이는 확실하다.

그러니 지한휘는 안심하고 이사야를 보내었고.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부탁해.”

그녀는 흔쾌히 그를 받아 들여 줬다.

* * *

그가 눈을 뜨고 이사야와 대화를 마친 게 아침.

그날 밤이 되도록 토벌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수습을 해야 해서였다.

공허의 대전사 자체는 그가 처리했지만, 그사이 죽은 헌터가 오십이 넘었다.

사상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백에 가까웠다.

그가 쓰러진 사이, 일부 몬스터들이 혼란을 일으켜서였다.

다종족 팀이라도 짠 듯 함께 움직이기도 하던 몬스터가 서로를 공격했다.

그 공격 범위엔 자연스레 인간도 포함돼 있었고, 그에 따라 사상자가 난 거다.

처음 있는 대규모 사상자.

전체 토벌자 수의 10% 정도나 된다.

이를 수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사야가 떠나갈 명분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네.’

지한휘는 그녀에게 사상자 수습을 위한 귀환을 명령했다.

부활 의식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할 이사야는, 냉큼 그 명령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루.

지휘관인 그의 조치로 이사야는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었다.

“다녀올게!”

“오지 말고, 마무리나 하고 있어라. 내 옆에 이 녀석도 같이 못가니,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 거야.”

-조심하거라.

“헹. 안 그래도 잘할 거라고.”

심각한 기색을 지운 그녀.

그녀다운 모습으로 밝게 전장을 이탈했다.

떠나가는 그녀의 뒤로는 부상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헌터들과 그를 지켜주기 위한 헌터 50명이 붙어 있었다.

꽤 긴 행렬이었다.

그렇게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는 한참 바라봤다.

“갔군.”

-안 그래도 빠르게 떠날 준비를 하더구나. 저 이사야도 이 상황이 궁금한 것이겠지.

“마왕, 너는 아니고?”

-여 또한 저번 현상이 궁금하긴 하니라.

“이번은 부정을 안 하네?”

-당연한 소리다. 네 말대로 신좌가 아니라면, 그 유보라라는 자가 너를 조종한 것일 텐데. 그런 일은 본래 불가능한 것이거든. 궁금하지 않을 리가.

“흠. 마왕이 궁금할 만큼의 일이라…… 하여튼 그 녀석이 대단하긴 하다니까.”

동의 하는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지한휘.

그런 그를 마왕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대체 누굴 대단하다고 하는 건지.

지한휘 자신의 대단함은 잘 모르는 것인가?

회귀 전, 유보라란 자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마왕은 상관없었다.

그녀가 만들어 낼 그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한 힘이 없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니까.

그녀의 계획을 완성하여 주는 지한휘의 힘이 없었더라면.

회귀 전 자신은 결코 죽지 않았을 터였다.

회귀 후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까지 온 것은 분명 그의 힘이었다.

‘다른 자는 다 부정하더라도, 여는 아느니라.’

마왕은 영이 이어졌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자부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 말하나, 그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는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빠른 속도로 전생의 무력을 회복하는 거.

그 와중에 전의 동료를 찾아내고, 이전에 미처 개화하지 못한 자들의 재능을 끌어 올리며 변수를 늘리고 있었다.

그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은 자가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일을 잘도 해내는 주제에.

입으로는 항상 자신을 빡…… 아니 부족한 존재라고만 한다.

다른 자를 대하는 걸 보면 한껏 거만한 듯한데.

자기 자신의 대단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저리 잘 모르는 건지.

하기는.

그걸 모르는 게 지한휘의 성격이겠지.

그러기에 자신도…….

‘내가 무슨 생각을…… 쯧. 오래 붙어 있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건가.’

마왕은 한참 그를 바라보다, 상념에 빠졌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러곤 주제를 환기하고자 퉁명스레 물었다.

-그래서 이제 뭘 할 것이더냐? 한 번의 난동 이후로, 몬스터들도 다시 잠잠해졌다는데. 끝이 아니더냐.

“끝이라…… 그렇긴 하지?”

그건 토벌에 관한 물음이었다.

마왕의 말대로였다.

어제 있었던 건 마지막 발악이나 다름없었다.

하루가 지나자 몬스터들은 짜기라도 한 거처럼 다시 잠잠해졌다.

그들을 쉼 없이 움직이게 하던 광신도들.

변질된 던전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던 기이한 마력 파동-

그것들이 사라져서였다.

이대로만 있어도 토벌은 끝이라 할 수 있었다.

마무리 단계가 남아 있기야 하다만.

-여가 보기엔 네가 굳이 마지막까지 끼어 있을 필요는 없느니라.

“할 만큼 했으니까?”

-바로 그것이다.

그의 공을 모두가 안다.

이틀 전 있었던 대전사를 죽인 게 그인 걸 모두가 알았다.

그가 대전사를 죽인 이후로, 무슨 이유에선지 몬스터들이 잠잠해진 거도 모두 알았다.

이제부터 그는 가만 있으며, 과실만 따 먹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거였다.

아니, 못하겠지.

이번 토벌로 그는 단순히 루키 수준을 넘었다는 걸 모두 아니까.

꽤 많은 자들이 그를 랭커라고 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막 50등급이 되었다고 추정되는 그에게 랭커라.

말도 안 된다 부정하는 자들도 아직 소수 남아 있지만, 대다수는 이미 그를 강자 중 하나로 놓고 있었다.

그를 부정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얼마 가지 않아 그가 강자가 될 거란 사실마저 부정하지는 못했다.

순식간에 헌터계의 주축 중 하나가 되었다 볼 수 있었다.

그게 이번 토벌전 한 번으로 그가 얻은 성과다.

그런데도 그는 이사야가 떠난 이후로 장비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토벌을 갈 것이냐?

“아니. 마무리 작업까지 낄 생각은 없지. 근데 하나는 제대로 해야겠더라고.”

-그 하나가 무엇이더냐?

“한방은 먹여 주려고.”

-으음……?

대체 누구에게 한 방을 먹여 준다는 걸까.

광신도들은 이미 한 방을 먹고 내빼기 바쁠 텐데.

마왕의 물음에도 지한휘는 불길한 웃음을 지으며, 정비를 마무리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 후 전투 준비를 완료한 그는.

“가서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가자고.”

-대체…….

마무리를 위해 움직이는 토벌대를 두곤, 어디론가 몸을 숨겼다.

그가 대체 뭘 할지 모두가 모르는 상태였다.

옆에 있는 그 마왕조차 알지 못하였으니까.

그러나 얼마 뒤.

그가 뭘 하려고 나섰는지를 마왕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너는 미쳤구나.

일이 벌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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