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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90화 (90/206)

제90화

‘본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건데.’

라쿠인의 정신력은 예상 이상으로 낮았다.

나약한 정신력을 공략하면 생각보다 쉽게 이길 수 있다.

공략법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 건 그대로 공략을 하는 거.

“악령의 절규.”

[당신은 영혼 마법 : 악령의 절규를 사용했다.]

나는 기회가 되는 대로 악령을 소환했다.

점차 늘어난 악령들은 주변에 있는 라쿠인을 잡아 먹었다.

쩌어엉- 쩌엉-

악령에 쓰인 라쿠인끼리 서로를 공격하다 쓰러져갔다.

죽어 버린 라쿠인 위로 희멀겋게 떠오른 영혼.

“잘 먹겠습니다.”

[당신은 적성 영혼 : 악령에 물든 라쿠인의 영혼을 흡수하였다.]

그 영혼을 집어삼켰다.

순수한 영혼과 다르게, 악령을 잡아 먹는 건 꽤 재미난 경험이었다.

‘반항을 하네. 더럽혀졌다 이거지.’

악령은 그의 영혼 포식에 반항했다.

그조차도 얼마 가지 않아 제압을 당하긴 했다만.

순순히 잡아 먹히는 거보단, 잡아먹는 재미가 있었다.

잡아 먹다 보니 퍼뜩 떠오르는 영감도 있었다.

‘후음. 이 악령들을 잘만 이용하면…… 재밌겠는데.’

악령도 영혼이다.

그 혼이 변질되어 크게 반항은 한다는 거.

다른 의미로 보면 지닌 포악성이 크다는 거 아닌가.

이를 이용하면 자신이 부리는 영혼의 공격성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전생에도 이런 건 생각지 못했는데. 직업이 달라지니 해 볼 수 있는 게 많네.’

안 그래도 등급 외로 강력해진 나인데, 여기서 더 공격력이 강해진다라.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크롸라라락!

쿠웅.

그렇게 악령의 수를 불리고.

그만큼 많은 라쿠인들을 죽여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덧 거대한 문이 보였다.

보스 룸이다.

그걸 본 이진성은 대놓고 아쉬워했다.

“역시, 팀장님이 나서니까 나는 나설 것도 없잖습니까? 크. 평소에도 이렇게만 해 주시지.”

“까불지 마. 이진성.”

“예이. 예이. 오늘은 안 괴롭혀서 신나서 그랬습니다요.”

“시간이 없으니까 그런 거야.”

이유야 뻔하다.

이번 던전행만큼은, 내가 가장 많이 힘을 사용했으니까.

평소라면 어떻게든 팀원들의 전력을 뽑아냈다만.

지금은 일이 급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식. 이번만 이 상황을 즐겨 두도록 하라지.

‘이번 사태만 끝나면 마음껏 굴려 주마.’

앞으로 있을 던전행부터는, 더 크게 굴려 주마.

그런 내 각오도 모르는 채로.

이진성은 잔뜩 신이 나가지곤, 보스 룸 문을 열어젖혔다.

“자아, 문을 엽니다요. 따라라란, 딴딴. 따라라란……? 헛…….”

“……크네요.”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낸 라쿠인 보스의 거대한 몸체.

전에 내가 소환한 그림자 짐승보다도 더 거대한 보스였다.

그 온몸은 두꺼운 비늘이 틈도 없게 뻗어 올라 있었다.

-크롸라라락!

놈은 거대한 몸을 펼치며,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보스 룸 안이 라쿠인의 몸으로 가득 차는 듯 보일 정도였다.

거대한 덩치로 우리를 밀어붙이려는 태세!

그러나 그 전에.

“자식, 허세는. 이거나 먹어라!”

[당신은 사령 마법으로 불러들인 악령의 군대를 돌진시켰다.]

지금껏 내가 모아 온 악령의 전진이 먼저였다.

가히 군대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악령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보스를 향해 쏘아졌다.

때로 무기가 되는 거대한 몸체는 경우에 따라 약점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악령의 행진을 라쿠인 보스는 악령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도 거대했으니까.

-크허어어어……!

쑤우욱- 쑤욱-

거대한 보스의 몸에 악령들이 깃든다.

놈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붉은색 비늘들이, 검게 물들어 간다.

팔, 어깨, 허리, 복부…….

몸의 모든 부위가 물드는 덴 고작해야 몇 초.

그러고 단 10초가 더 더해졌을 때.

“자, 이제 뒤지시고.”

-크롸라라락!

놈의 머리까지도,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쿠우웅- 쿠웅- 쿵-

놈이 보스 룸 곳곳에 스스로 몸을 부딪쳤다.

질질 침을 흘려대고, 고약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든 행위를 악령들은 막지 않았다.

되레 즐기는 듯 보스가 더 발광하게 했다.

키키킥-

어디선가 악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악취미라니까.’

그러한 악취미적인 괴롭힘이 몇 분간의 시간을 잡아 먹었을까.

-크르…….

까매진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눈은 더 붉어질 수 없을 만큼, 핏줄이 치솟아 올랐을 때.

-꺼억!

라쿠인 보스의 정신은 더 버텨 내지 못했다.

스스로의 몸을 찔렀다.

쿠우웅.

그러고 무너져 내리는 거체.

라쿠인 둥지의 주인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보스가 쓰러지고 난 후.

스스스-

변질된 던전 핵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재가 묻어 있는 던전 핵.

그것은 내가 손을 가져대기 전에 변화를 시작했다.

치익.

타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재가 사라졌다.

이것으로 평소의 던전 핵과 같은 형태가 드러났다.

이 뒤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뻔하였다.

“있다 보자.”

“예!”

푸우욱-

핵을 찔러 파괴하는 거였다.

* * *

[당신은 변질된 미궁 답파를 완료했다.]

[당신은 변질된 미궁을 완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이 외부에서 쌓은 업적이 확인되었다.]

[당신은 외부에서 수많은 기록을 얻었다.]

[당신이 외부에서 쌓은 업적과 기록이 체계에 승화되었다.]

…….

핵을 찔러 파괴하는 순간, 내가 관음의 신이라 명명한 체계가 움직였다.

지난 던전 이후,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들.

체계로선 기록이라 칭하는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내 눈앞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나온 보상들.

[당신의 등급이 10단계 상승하였다.]

[당신의 가호 : 영력이 상당한 경험치를 얻었다.]

[당신의 가호 : 살인의 등급이 C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의 기술 : 영력 폭발이 C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의 기술 : 영력 폭발의 하위 기술 영력 구체화가 B등급으로 상승하였다.]

[당신의 영혼 마법 : 악령의 절규가 C등급으로 상승하였다.]

…….

보상의 수준은 만족스러웠다.

등급은 순식간에 상승하여 47단계에 도달했다.

몬스터를 토벌하며 사용한 기술들의 등급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정도면 다음을 기대해 볼 법해.’

내 예상보다 빠른 속도라 언급할 것도 없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다음 50등급이 되었을 때.

두 번째 특별 던전을 향하게 되면, 그땐 생각도 못한 보상들을 얻을 게 분명하였다.

지난 시간 바삐 움직인 것들에 대한 보상으로 차고 넘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알림음.

그 뒤는 내가 기다리던 게 아니었다.

[당신을 주시하고 있던 암살의 신이 당신과 조우하길 원한다.]

[당신을 주시하고 있던 정의를 표방하는 자가 당신과 만나길 원한다.]

[당신을 주시하고 있던 유일의 대신이 당신과 만나길 기대한다.]

그것은 신들의 부름이었다.

내가 저들의 부름과 주시를 계속해 무시해 와서일까.

저들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존재를 스스로 드러냈다.

신의 부름.

흔한 일은 아니었다.

본래 신이란 작자들은, 신비주의를 고수하기 마련이니까.

‘되지도 않는 컨셉이지.’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기보다는, 알아봐 주길 원했다.

은혜를 베풀기보단,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신앙을 바치는 것을 즐겼다.

그런 자들의 부름이라.

만나기만 한다면 꽤 많은 대가를 줄 거였다.

가호, 신기, 등급…….

기대되는 바는 많다.

그러나 내 보기엔 영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저들로부터 받는 건 결국 빚이니까.

현재에 있어 찬란해 보이더라도, 미래에 가게 되면 다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다.

신좌 아키텍쳐보다도 더한 것들이 저들이다.

때문에 나로선 저 부름들 전부가 쓸모가 없었다.

해서 못 본 척, 아무것도 아닌 척 무시하려 했다.

“이게 끝이면 어서 나를 보내 주지? 내가 저기로 갈 일은 없으니까.”

[당신이 신좌를 찾지 않음에, 수많은 신좌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당신이 자신을 거절함에, 신좌 정의를 표방하는 자가 분노하고 있다.]

[당신의 거절에 수많은 신좌들이 불만을 표한다.]

내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 건가.

대놓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뭐, 이러면 쫄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일개 인간이라고 하는 건, 신좌라는 족속들에게 기가 죽는 법이니까.

보지도 않아 놓고 머리부터 조아리는 인간도 넘쳤으니.

우리 인간이란 자들이 그네들에게 얼마나 우스울까.

하지만 나란 놈은 도발엔 더 큰 도발로 가는 녀석이다.

나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어쭈? 그럼 더 안 간다니까? 보아하니 내가 처음 보는 신좌도 있는데 말이야. 거창한 이름을 쓰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이 드물던데? 앉아서 구경들이나 처해. 관음증 자식들아.”

장난스럽게.

네놈들은 아무것도 아닌 녀석들이라고.

그렇게 던진 도발.

[당신의 말에…….]

더 이어지는 알림음들.

“안 봐.”

나는 그것들을 손으로 저어 가며 막았다. 완성되어가는 그 글귀들을 눈을 감아가며, 거부했다.

그게 무언가를 불러들이는 행위라도 됐던 걸까.

한참 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오오오오-

“……어? 큿.”

내 몸은 보상의 공간에 존재하지 않았다.

* * *

그곳은 나로서도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이었다.

온 곳곳이 암흑으로 가득 찬 가운데, 내 몸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너무도 어두운 어둠이기에 내 몸이 인식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 한 곳에는 너무도 거대한 빛이 흘렀다.

암흑 속에 빛이라니.

빛이 있으면 암흑이 걷어져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너무도 모순된 공간이었다.

그 공간 안의 빛을 홀린 듯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저거, 눈이야?”

우주 속에서 거대한 별처럼 보이는 저것은 누군가의 눈이라는걸.

눈을 인식하는 거 자체.

그걸 내가 깨닫길 기다렸다는 듯, 눈동자로 추정되는 그것이 움직였다.

행성 하나가 움직이듯 거대한 그 존재가 나를 직시했다.

“……컥!”

그 순간, 울려오는 하나의 울림.

[당신은 외신 : 유희의 능락자의 진체(眞體)와 마주하였다.]

그것을 나는 마주하고 읽어 들일 새도 없었다.

“크아아아악…….”

단지 마주하는 거만으로,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하였다.

눈을 뜨고 그 존재를 보아야 할 텐데.

내 눈은 이미 녹아 버린 지 오래였다.

아니 눈이라는 게 처음부터 존재하긴 한 걸까.

그 이전에 나란 녀석은 존재하긴 한 것이고……?

지금까지의 나는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눈동자에 비친 허구의 존재가 아닐까.

내가 나라고 했던 그 모든 게 부정되는 듯 느껴졌다.

우습게 여겼던.

그 외신과의 마주함이 내게 그러한 절망감을 안겨 줬다.

반항하려 하나, 버텨내는 거 자체가 고작이었다.

사실 버틸 수도 없었다.

3초. 어쩌면 1초.

그 사이, 나는 녹아내려 사라질 거 같았으니까.

그러다 나를 다시 구성케 하는 건 또 다른 외부의 존재였다.

[잘못된 방식의 침입 발견!]

[체계가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침입한 외신 : 유희의 농락자를 추방시켰다.]

[체계가 외신 : 유희의 농락자에게 처벌을 내리기로 결정하였다.]

[외신 : 유희의 농락자가 지닌 권한이 두 개 삭제되었다.]

우습게도 내내 관음증의 신이라 놀리었던, 체계.

그것이 나서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스스로 부정하던 내 존재에 대해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후유증은 있었다.

여전히 온몸이 덜덜 떨려오고, 그 정신은 여전히 공포에 잠식되어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억지로 웃어댈 뿐이다.

그러며 억지로 말을 이어가며 읊조려갔다.

“크으…… 미친 새끼가…… 신이라는 작자가 이런 식으로 날 불러……? 열이 바짝 올랐다 이거지, 새끼야…….”

그게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이었으니까.

그러며 동시에 여러 감정이 나를 점칠시키는 듯했다

처음은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마주한다는 거만으로 죽을 뻔했다니.’

그 전체를 인식하지도 못했다.

단지 눈동자 하나를 마주했다는 거만으로 죽을 뻔했다.

그걸 실감하였으니 절망감을 느끼는 건 차라리 약과다.

절망감 다음에 느끼는 것은 억울함이었다.

과연 신은 신이라 이거겠지.

망할 놈들.

신좌도 갖지 못한 외신이란 거도, 이 정도 힘을 지녔으면서.

<공허>가 내려앉는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소위 신이라 하는 존재의 힘 일부만 사용해도 <공허>를 막아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거다.

평소 그렇게 떠받들어 주기를 원하면서.

그런 주제에 제 힘들 일부를 쓰는 건 그리 억울해하는 쓰레기 같으니라고.

이 신이라는 작자들은 진심으로 망할 놈들이다.

그런 여러 감정을 느끼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태까지의 것들과 정반대의 것이었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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