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콰즈즉.
두 어깨를 완벽히 아작 내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했다.
“크아아아아악!”
최시윤.
놈이 지르는 비명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다.
하기는 반항할 새도 없이 바로 두 어깨를 곤죽을 내놨는데,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그제야 주변에 반응이 왔다.
“뭐, 뭐야!”
“팀장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최시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내 옆을 지키고 있던 한시영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여긴 건지 내게 묻고 있었다.
하나같이 놀란 표정들이다.
왜 갑작스레 사람 하나를 곤죽 내냐 이거겠지.
사실 저런 식으로 어깨를 부숴 놓으면 제아무리 강력한 치유계를 데리고 오더라도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지.
겨우 치료해도 헌터 생활은 절대 무리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클 테니까.
그런 곤죽을 내놨으니, 놀라는 건 무리도 아니긴 한데.
“이 새끼가!”
“팀장님!”
놀람이 분노로 변하는 거도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최시윤을 따르는 팀원들.
그들이 분노에 차서 내게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고오오-
제각기 이능력을 끌어 올린 것이, 본격적으로 날 상대할 생각이다.
그러나.
“가만 있어. 너희들한테도 확인할 게 있으니까.”
“뭐라는 거야! 내 당장 네 녀석을…… 윽?!”
최시윤 팀원들의 발은 이미 묶인 지 오래였다.
“이, 이게 어느새.”
“크으읏…….”
그들의 발목은 봉쇄되어 있었다.
식물의 뿌리처럼 자라난 뼈들이 발목을 완전히 감싼 상태였으니까.
저거.
<사령 마법 : 뼈 감옥>의 작은 형태다.
안 물어봐도 누가 시전했는지는 뻔하다.
지금 내게 눈짓을 보내는 이사야의 작품.
과연, 이사야.
모두가 놀란 와중에 잘도 나와 호흡을 맞춰줬다.
“가만 있으라니까. 발목 나간다?”
“이 따위 것을! 크어어억…….”
저 감옥.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무려 감옥이라 이름 붙은 걸, 쉽게 빠져 나가려다가는 그 대가로 발목이 말 그대로 곤죽이 나 버리니까.
그사이 나는, 이제 와 눈을 굴리고 있는 최시윤 그에게 다시 시선을 줬다.
“왜…… 대체 왜…… 이러는…….”
“끝까지 가증스럽네? 하기는 너 같은 놈들이 대다수 이렇지. 어디. 그 가면이 벗겨지고도 그러나 볼까.”
“무슨…….”
녀석의 가면을 벗기기 위해 나는 놈의 옷가지를 찢어발겼다.
그사이 드러난 잘 단련된 몸을 무시하고, 목덜미 주변을 탐색했다.
“잡았다.”
그러고 드러나는 미묘한 틈새.
사실 이 틈새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다.
느끼는 거였다.
보통 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틈새가 내겐 느껴졌다.
쫘아아악-
나는 그 틈새를 찢어발겼다.
찢어발기는 내 손엔 거대한 영력이 실린 채였다.
“크아아아악!”
그러한 영력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그 틈이 찢어발겨지는 순간이었다. 최시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진다.
그럴 만도 하겠지.
고통스러울 테니까.
“맨얼굴을 드러낸 기분이 어떠냐?”
-크르륵…….
틈이 찢어발겨지며, 녀석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금발 태닝 양아치의 가면은 사라지고, 악마 아비투스와 비슷한 문어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온 얼굴엔 탄 흉터 자국이 나 있었다.
내 영력에 의해서 태워져 버린 거다.
“으아아. 저게 뭐야!”
“티, 팀장?!”
그제야 모두가 다시 놀란 눈을 한다.
상황을 관망하던 헌터들도. 발목이 곤죽 나는 걸 감수하고 덤벼들려던 팀원들도.
전부가 멈췄다.
-감히! 감히! 네가!
“광신도 따위 주제에 감히는 무슨. 유희의 농락자가 보낸 녀석이구나, 너.”
-……!!!
문어가 놀란 표정을 한다.
제 정체까지 까발려질 줄은 몰랐겠지.
그러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
[또 다른 외신의 정체를 최초로 알아냅니다.]
[당신이 만들어낸 업적이 체계에 기록된다.]
시스템조차 기다렸다는 듯 인정해 줘 버렸거든.
이제와 이런 피라미 녀석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콰아아앙-!
“캬악!”
그러기에 나는 바로 움직였다.
슬그머니 몸을 빼려는 듯 문어의 머리를 곤죽 내야 했으니까.
유희의 농락자들이 지닌 특기는 변신.
곳곳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녀석들은 그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약해진다.
유희가 실패한 것이니까.
영력 실린 내 주먹이 녀석의 정수리를 쳐 버리는 그 순간.
콰즉.
놈의 머리는 그대로 으스러져 버린다.
광신도라도 머리를 잃곤 살아남긴 어려웠다.
뇌가 완전히 곤죽이 나버린 최시윤, 아니 광신도의 몸이 그대로 고꾸라진다.
[당신은 외신 : 유희의 농락자의 신도를 쓰러트렸다.]
[당신이 세운 업적이 체계에 기록된다.]
[당신의 업적을 본 외신 : 유희의 농락자가 즐겁다는 듯 웃는다.]
녀석이 완전히 죽은 그 순간, 나는 시원스레 손을 탁탁 털었다.
실제로 속이 시원하였다.
“후. 이제 확실히 알겠네.”
내심 있던 궁금증을 하나 풀어냈으니까.
다만, 이 장소에서 속이 시원한 건 나 하나인 듯했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헌터.
-…….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그들 모두가 놀란 눈을 한 채로.
여전히 경악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소집된 헌터들.
그 사이 모습을 드러낸 광신도.
그것도 인간도 아닌 존재에 대한 경악과 궁금증이 가득 차오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나는 저들의 궁금증 따위를 풀어주는 취미는 없었다.
“뭐 해? 다들 들어가야지. 매니저도 따라와요.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네? 넵!”
내 방식대로 움직일 뿐이다.
정신없어하는 모두를 두고, 나는 팀원들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 * *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 광신도들 수작이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내가 매니저와 팀원들에게 던진 말이었다.
팀원 대다수는 상황을 몰라 입을 뻐끔거리고.
한시영은 뭔 말인가 해석을 하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가운데 알아들은 건 이사야와 마왕이었다.
그러곤.
둘은 각자 저마다의 해석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던전을 펑펑 터트리질 못하니, 중국 간 거네!”
-어쩐지 몬스터 사태가 왜 이렇게 일어나는지 여도 궁금했느니라. 내심 예상은 했다마는…… 흠…… 이것으로 알겠구나. 여의 탐지 능력은 아직 모자라다.
마왕이나 이사야 모두 이 상황에 대해 이해했고, 해석했다.
이거.
안 그래도 지난 경매장 사태 때, 광신도들의 움직임을 읽은 나다.
그때 광신도들이 목표로 한 건, 더 큰 파괴 행위!
곳곳의 게이트들을 변질시켜서 성좌로부터 멀어진 외신의 영향력을 이 지구에 흩뿌리려 하고 있었다.
게이트의 변질.
그래. 그게 제 몸을 제물 삼아서라도 광신도들이 해내려던 목표였다.
나는 그걸 막아냈었다.
그들 영혼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내, 미래 엔터에 곧바로 넘겼었으니까.
미래 엔터는 정부와 여러 길드들을 움직여 대대적 수색작업을 벌였다.
안 그래도 내가 지른 불로 인해서 시민들조차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지 않았나.
헌터, 정부, 시민까지 나선 감시다.
제아무리 광신도라도 이 한국에서 게이트를 변질시키는 건 어려웠다.
계획 실패란 소리지.
근데 과연 미친놈은 미친놈답다 해야 할까.
한국에서 안 되니 준비한 걸 가지고 가서 북한과 중국 경계에서 게이트들을 변질시킬 줄이야.
아주 우스운 상황이다.
그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이사야와 마왕은 제대로 해낸 거다.
나는 아직 이해를 못 하는 팀원과 매니저들에게도 내 의견을 전달했다.
“아…… 그런 거였나요.”
“미친…… 같은 인간들끼리 그런 짓을 왜 하냐고!”
“…….”
“하 씨. 현타 오네. 누구는 지키자고 난린데, 누구는 더 부수자고 난리냐?”
상황을 이해한 자들은 제각기 반응했다.
다들 입이 씁쓸한 듯 인상을 찌푸려대고 있었다.
‘아직 진짜는 말도 안 했는데 말이지.’
자, 여기까지가 이 상황에 대한 이해였다.
문제는 다른 거였다.
“쟤들이 게이트를 열어 놓고 모자라서, 왜 이곳에 들어와 있을까? 무려 미래 엔터에 팀장급으로까지 심어 놓은 녀석을 써 가면서 말이야.”
“……목적이 있겠네요.”
“그렇지. 그럼 그 목적은 뭐겠어?”
내 말을 들은 일행 저마다 표정은 더 심각해진다.
광신도 하나를 쳐 죽인다고 끝이 아닌 걸 깨달았으니까.
모두가 고민한다.
그런 가운데 답을 낸 건 김민하였다.
“일차적으로 팀장님인 지한휘 헌터한테 수작 부리려고 한 거죠?”
“빙고.”
반은 정답이었다.
녀석은 악수를 하며 내게 은밀한 공격을 했다.
꼭 물리적인 것만 공격은 아니지 않나.
정신에 은밀한 함정을 파는 거나, 저주도 공격이다.
상급 저항에 막혀 버렸지만 말이지.
그러나.
저들 광신도의 패턴상, 나를 노리고 공격한 건 한낱 장난질 중 하나였을 거다.
그 증거는 제 광신도 중 하나가 죽었는데도 실실 웃어댄 유희의 농락자의 웃음이다.
내가 몇 년은 상대해 봐서 아는데.
‘그 녀석 농락자라고 하는 주제에 엄청나게 쪼잔한 새끼니까.’
그놈 외신이라 겉으로는 대범한 척을 해대는데, 속은 아니다.
궁지에 몰리면 별의별 수작을 버리는 게 유희의 농락자다.
제 모든 일이 무력화됐을 때는, 무려 신이라는 녀석이 질질 짜기도 한다.
그런 놈이 웃었다?
그거 아직 일이 잘 돌아간단 의미다.
나이기에 아주 잘 안다.
자, 그러니 반만 정답.
이차적인 답은 다른 거다.
“그리고 이차적으론…….”
“토벌을 최대한 실패하게 하려고 하는 거네요.”
“그렇지.”
한시영의 말대로다.
놈들은 시간을 끌려 하고 있다.
“대체 왜일까요? 게이트 변질로 몬스터 웨이브나 다름없는 사태를 일으키면 저들로선 된 거 아닌가요?”
“아니지. 녀석들이 이번 사태를 일으키는 건 제물을 만들기 위함인 거야.”
“제물이라고 하심은…… 설마…….”
“한시영, 당신이 생각하는 그걸 거야. 더 큰 사건을 일으키려 하는 거지.”
시간을 끌어 더 큰 사건을 만들어 내는 거.
놈들의 전통적인 패턴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패턴을 부수려면, 답은 하나다.
“대체 그 사건이 뭘까요?”
“이제부터 그걸 알아봐야지. 즉,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거야.”
단순한 토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을 막기 위해 빠르게 치고 들어가야 했다.
* * *
일은 빠르게 이뤄졌다.
매니저 한시영은 상황을 바로 보고했다.
토벌대 협상이 끝나자마자 김시연을 필두로 하여 토벌전을 준비하고 있던 수뇌는 곧바로 조치를 시작했다.
조치에 수뇌부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나는 아니라고! 나도 모르는 일이라니까!
-우선 조사가 끝날 때까지라도 가택에 있으면 됩니다.
-너 이 자식! 김시연! 네년이 나를 몰아내려고 이러는 거지.
-……후. 끌어내.
실장 박성군.
아래에 최시윤을 팀장으로 두고 있던 그가 가택에 연금됐다.
그의 밑에 남아 있는 다른 팀들에게도 강도 높은 조사가 들어갔다.
강도가 높다 해서 오래 끄는 조사는 아니었다.
단번에 광신도를 찾아낼 방법이 있었으니까.
-끄아아아악!
-찾았다. 바로 사살해.
그 방법을 이용하여, 광신도를 발견하면 곧바로 사살을 시행했다.
그 방법.
던전에서 나오는 몇 개의 물품을 섞어 만들어 낸 감지기였다.
임시로 만들어낸 거라 몇 번을 사용하면 부서졌지만, 당장은 그로 충분했다.
적도 이런 감지기가 나올 거란 여기지 못했는지, 대비를 하지 못 했다.
그 상황에서 광신도를 축출하는 성과는 자연스레 나왔다.
-대체 이런 방법은 어떻게 알아 온 거래?
-지한휘 팀장이 알아냈다는데?
-그래? 우리야 빠르게 처리가 되니 좋기야 한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감지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려 준 지한휘에 대한 감탄이 들어간 거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평강 토벌팀부터 내부 수색이 시작됐다.
개성과 금강도 금방 새로 제작된 감지기가 넘어가며, 검사가 시작됐다.
여러 반발이 있긴 했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폭풍같이 이뤄지는 일이었으니까.
폭풍 같은 거센 흐름이 만들어졌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 진상을 파악고자 한 거였다.
찾기는 쉬웠다.
애당초 숨길 생각도 없었다.
-지한휘다!
-또? 한휘?
-이번엔 또 어떻게 한 거래?
-내가 어찌 아누. 방법은 모르는데 냅다 광신도 패 버리더니, 정화 시작해 버렸음.
-즉결 처형? 시원하네.
-미쳤네.
과격한 그의 방식.
우려하는 자는 소수였고 대다수가 시원스러워했다.
잠시 식는 듯 보였던, 그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지한휘는.
“뭐 해? 출발하자.”
팀원들과 자기 휘하에 들어 온 헌터들을 데리고 토벌전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