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79화 (79/206)

제79화

“같이 좀 갑시다!”

이진성의 고함이 던전 감옥 안에 울려 퍼진다.

그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서려있었다.

던전 바깥을 나오자마자 팀원들 전부가 슬그머니 그를 두고 움직여서겠지.

그러나 이쪽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녔다.

“몰라. 이 미친놈아. 너는 던전에서 정신 좀 차려라.”

“아씨. 내 각성 능력이 광대인 걸 어떻게 해요! X랄을 떨어야 능력이 오르는걸!”

“이진성 특, 도무지 절제란 걸 모름.”

“아오!”

이번에 다녀온 던전.

일명, <검은 정글의 파편>.

정글에서 등장할 법한 몬스터가 나오는 위협적인 곳이었다.

재규어를 꼭 닮은 몬스터들이 주로 나오는데, 피부가 모두 검었다.

검은 정글에 검은 피부라니.

그야말로 악몽이지.

그곳에 나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내내, 이진성은 능력을 과하게 사용했다.

그 말대로 광대 능력을 한계 없이 끌어 쓴 거다.

제 딴에는 제 몫을 다 하려고 그리한 거 같기는 하다.

알잖나.

저 광대란 직업 자체가 나대는 데 특화되어 있는 거.

“그래도 한편으론 정신 차려야지. 뭔 불 쇼를 그렇게 해? 내 영혼 병사들은 상관없지만, 다른 자들은 아니라고.”

“아직 조절이 좀 부족해서…… 그래도 팀장님이 다 받아 줄 거 아닙니까?”

그의 말처럼.

내가 어떻게든 커버를 쳐줄 거라 여겼는지, 능력을 절제 없이 사용했다.

불 쇼를 해대다가 자칫 그의 동생인 이진아가 다칠 뻔했다.

사슬을 날려서 어렵사리 막기는 했다만.

잘못했다가는, 이진아가 큰 중상을 입을 뻔했다.

그런 사고를 쳤으니, 팀원들이 슬그머니 몸을 내빼도 이상할 것도 없지.

“어휴. 그러다 까딱 사고 나는 거야. 주의해. 이건 장난이 아니라 팀장으로서 말한 거야.”

“예. 주의하겠습니다.”

결국 내가 팀장으로서 주의를 주고서야 끝이 났다.

“에휴…… 저걸 동생이라고…….”

“내가 오빠라고 했지!”

“오빠가 동생을 죽이려고 해?”

“……미안.”

뭐. 이진성, 이진아.

두 남매끼리는 따로 풀 게 있기야 하겠다만.

거기까지는 내 아무리 팀장이라도 챙길 거리는 아니겠지.

둘을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저들을 두고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뭐, 고생하고 있긴 하지…….’

바깥에서 저들은 최고 루키 중 하나다.

내가 등장함으로써 그 이름이 퇴색된 바가 없지는 않다만.

그렇다 해도 어딜 가서 꿀리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부족하기만 했다.

회귀 전 수준으로 보면, 루키는커녕 생존 자체가 의심스러운 수준이니까.

해서 이참에 이들을 데리고 던전을 돌았다.

‘너무 강행군으로 몰아붙이고 있나?’

나로서도 내심 걱정이 될 정도로 돌긴 했다.

무려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사흘에 한 번 건너서 던전을 데리고 가고 있으니까.

일주일에 1-2회 던전을 오고 가고 있는 셈이었다.

일반 헌터가 평균적으로 던전을 가는 데 이 주 1회 정도인 걸 생각해 보면.

심한 강행군이긴 하다.

“…….”

“왜요, 냥곰.”

“너무 지치긴 해요.”

오죽하면, 내 의견엔 별말을 않는 냥곰-김민하-도 불만을 표출할 정도니까.

그나마 불만이 없는 건 팀원 중 둘이었다.

하나는 이사야.

“어, 왜 나는 괜찮은데? 쭉쭉 등급이 오르잖아.”

“흐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새로 들어 온 팀원, 박동길이다.

아, 이놈이 왜 오성이 아니라 내 팀에 있느냐고?

이놈, 아주 미친놈이기는 하다.

경매장에서 사건이 터지던 날.

이 녀석이 각성을 했단다.

각성을 한 거까지는 나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각성하지 않았더라면 경매장 창고 앞에서 그리 지키고 서는 건 불가능했을 테니까.

근데 각성한 능력이 하필 수호자다.

수호자는 탱커류의 직업이면서 꽤 강력하기까지 했다.

하나의 조건만 붙는다면 말이다.

이 조건은 현재 현터 업계에선 잘 모르는 거 중 하난데.

수호자들은 제약을 거는 만큼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어떤 걸 지킬지 결정하느냐에 따라 강해진달까.

그걸 정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인데.

‘길동이 녀석은 경매장 지킨다고 정신이 없을 때, 지도 모르게 질러 버렸단 말이지.’

녀석은 무얼 지킬지 저도 모르게 정해 버렸다.

경매장의 책임자로 있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거나 다름없는 자.

그게 누구든 간에 이 경매장 사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제힘을 바치겠노라고 해버렸단다.

그건.

내가 보기에도 꽤 수준 높은 제약이었다.

누구에게 힘을 써야 할지도 모른 채로, 힘을 바치기까지 하는 거.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 그대로 도박을 건 거다.

근데 보게.

하필이면 그게 딱 나네?

어쩐지 협상을 할 때도 나를 찾는다고 얘기가 전해져 오더라니.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

하긴 생각해 보면.

‘받아달라고 할 때도 난리였지.’

오성에 있던 놈이 내게 와서 팀원으로 받아달라고 하는 거.

그 자체로 미친 짓이긴 했다.

서자라지만 무려 오성의 일원이다.

안에서 괄시는 당할지언정, 바깥에선 전무급의 인물이라 이 말이다.

실제론 실권도 거의 없는 데다가, 경매장 사건으로 한직으로 밀려나긴 한다만.

어쨌거나 일반 사람보단 편한 삶을 살 수 있다 이거다.

그런데 대뜸 온다네?

처음엔 거절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믿어주나.

대뜸 오성에서 투입하는 스파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말 그대로 꺼지라 말했다.

“꺼져, 길동. 나는 애 하나 주워서 키우는 취미는 없다니까?”

“이미 많은 자들을 주워 키우는 거 같습니다마는? 팀원들 중에서 랭커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주워 주시죠.”

그래도 매달리더라.

“으음…… 팩트로 때려 버리네. 어쨌건 싫어. 네 녀석은 관상이 영 아냐. 마음에 안 든다고.”

“저를 못 믿어서 그러신 겁니까?”

“뭐. 그 건도 아니라곤 못 하지.”

그래서 억지를 부렸다.

관상 때문에 안 받는다니.

말도 안 되는 이유지.

하지만 녀석이 하는 뒷말엔 나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말씀하신 대로 수호자가 제약이 걸린 만큼 강해진다고 하면, 내가 약해지면 내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약을 지키지 않는 거니까. 이럼 증거가 확실하지 않습니까?”

“씁. 거, 뭔 말을 못 하겠네. 그래. 인정한다. 그만큼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못 받아들일 거도 없긴 하네. 후…… 당장 출근해.”

“예! 감사합니다.”

자기 제약만큼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데 어떻게 하나.

받아들일 수밖에.

뭐, 내심 무언가 변한 녀석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전생엔 각성도 못 해 가지곤, 마족이랑 계약해서 오성도 부숴 먹는 녀석인데 말이야. 뭔가 변한 거 같긴 하단 말이지.’

경매장의 일.

그것을 계기로 동길은 분명 변했다.

그 싹을 틔운 게 나라고 한다면, 그걸 거둬들이는 거도 내가 되는 게 맞겠지.

그때부터 녀석은 팀원이 됐다.

강행군이라고 할 수 있는 던전행을 따랐다.

무려 등급 10도 되지 않는데도, 녀석은 별말 없이 뒤를 따를 뿐이었다.

탱커답게 묵묵하고 묵직하달까.

어쨌든 동길까지 포함하여, 현재의 내 팀원은 총 여섯.

이들이 현재의 강행군을 따라주고 있었다.

매일같이 던전을 오고 가서일까.

덕분에 내 등급만 하더라도 어느덧 37이다.

임프 사태 때부터 쌓은 업적, 이 밖에 외신을 처리한 업적까지 더해져 오른 등급이긴 하다만.

빠르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의 속도다.

내가 성장한 만큼 팀원들도 전부 성장했다.

저, 동길이도 어느덧 20등급 특별 던전행을 슬슬 준비해야 할 정도니까.

그야말로 미친 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건. 미래 엔터 팀장으로서 주어진 온갖 권한과 자원을 다 끌어들여 쓴 결과물이긴 한데.

덕분인지 슬슬 불만들이 보이는 거도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만 쉽시다. 제발, 일주일만요.”

“흠…….”

특히 광대 이진성은 그 피로도를 너무 크게 호소했다.

‘하기는…… 사냥할 때마다 광대의 광기가 차오르는데. 그걸 조절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

말은 저래도 최대한 내 발을 맞추려고 하고는 있다만.

슬슬 한계란 거겠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돌아다니는 겁니까?”

“음…… 말하기 좀 어려운데.”

하지만 내가 이리 강행군을 하면서, 어려운 던전만 찾아다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지금까지 총 일곱 번의 던전행이 있기 전까지.

부활 의식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나.

그에 필요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가능성의 기물이다.

가능성의 기물.

이것은 개미 둥지의 변종 개미 인간으로부터 얻었던 것이다.

악마 소환을 하는데, 확률까지 조종하던 그 정체가 뭔지 알 수 없는 것.

마왕은 그러한 기물이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혹은 그에 준하는 동급의 무언가거나.

유보라와 마리.

인류적으로도 특별하다 싶은 재능을 타고난 그들을 빚어내려면, 그만한 격을 지닌 물건이 필요로 한다더라.

이른바 계산 미스란 거지.

‘덕분에 둘 모두 마왕의 예상보다 의식에 필요한 재료가 많아졌다고 했지…… 왜인지 격이 높아져서.’

해서 나는 생각했다.

회귀 전 재앙 중 하나 개미 인간.

그로부터 나온 가능성의 기물.

이만한 격을 지닌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재앙급 몬스터가 있을 만한 던전을 탐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 안에서나 그만한 물건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강행군을 시작했다.

격 높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 어려운 던전만 골라 들어갔다.

오죽하면 던전을 탐색하고자 총량을 측정할 수 있는 매니저 한시영도 동원했을까.

문젠 이걸 아무리 이진성이라도 그에게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는 건데.

대답은 내가 아닌 김민하에게서 나왔다.

“제가 느꼈는데, 찾을 게 있어서래요.”

“예?”

어느새, 그녀의 말엔 알 수 없는 현기(玄機)가 서려 있었다.

회귀 전, 예언자라 말하던 그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던 기이한 기운이었다.

‘뭐지?’

그녀의 말은 쭉 이어졌다.

“가능성을 찾아낼 무언가. 아니 가능성을 확장시킬 무언가네요. 그것이 있고서야…… 그래요. 내려앉을 무언가를 무너트릴 수 있겠어요.”

“……으음. 뭔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그렇게만 이해하시면 돼요. 저도 그렇게 이해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이진성은 영문을 몰라 했다만.

‘역시 놀라워. 핵심을 찌르네.’

나로선 냥곰이 맥을 짚어 낸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유보라와 마리.

이 둘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건, 옛 동료를 찾기 위함이다.

동시에 공허를 물리치기 위해선 둘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영혼까지 바치는 걸 무릅쓰고 회귀한 이유니까.

그런데 이에 대해 맥을 짚을 줄이야.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나로선 동시에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역시 냥곰은 무언가 있어.’

-뭔가가 왔다가 갔다. 후…… 분명 전에도 느낀 것이었을 텐데. 알 수가 없구나.

‘뭘까.’

-모르겠느니라.

김민하에게 미래를 알게 해 주는 알 수 없을 존재.

어쩐일인지 마왕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 어떠한 것이 핵심을 찌르고 있었으니까.

이 또한 나중에 어떻게든 알아봐야 할 바인데.

어쨌건 그건 나중의 일이다.

우선 지금은.

던전을 돌며 가능성의 기물을 찾는 거부터다.

동시에 팀원으로 받아들인 저들도, 앞일을 위한 동료라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나.

“좋아. 일주일은 안 되고, 딱 오 일 준다. 푹 쉬어.”

“오오……! 그 말 진짜죠?!”

“내가 광대도 아니고, 말은 지키지.”

“이, 예쓰!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고.”

잠깐. 아주 잠깐은, 팀원들 전부에게 작은 휴식을 쥐여 주는 나였다.

휴식도 때로 일만큼 필요로 하는 요소니까.

물론, 그사이.

나는 쉴 생각은 없었다.

“이사야. 우리는 필드 하나 더 뛰자.”

“훔. 그러자구.”

던전이 아니라도 기물을 찾을 만한 가능성을 지닌 곳은 넘쳐 났으니까.

어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