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근래 들어 나나 이사야나 사정이 복잡했다.
“와 씨, 어렵네.”
“왜?”
“생각해 봐, 한휘. 이게 보통 일이냐고. 계획을 짜놓는데, 갈수록 변수만 는다니까는?”
“뭐…… 미치도록 늘기는 하지.”
급작스러운 광신도의 경매장 침입.
그것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할 일이 산재해 있었다.
-가장 먼저는 유보라와 마리의 부활.
-미래의 영향력 강화.
-그 후에 있을 미래 잡아먹기.
결론적으로 이런 모든 걸 해내야 내려앉는 공허 막아낼 수 있단 건데.
광신도 자식들이 여기에 일을 더 추가해 줘 버리네?
이번 경매장 침습은 일의 일부란다.
어떤 일이고 하니 더 큰 침략을 위한 제물 모으기의 일환이라나.
한국에 있는 몇 개의 게이트를 더 변질시킬 생각이었다 한다.
그들이 변질시키거나 불러내는 게이트.
무려 외신의 것이다.
외신 대다수는 신좌에 오르지는 못한 것들이다만.
내가 겪어 보기로 그 힘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열리기만 하면 재앙이 벌어지는 거나 다름없다.
다가오기 전에 막아야 했다.
문제는 나도 할 일이 많아 여기까진 당장 끼기 힘들다는 건데.
해서 한가한 사람을 하나 불렀다.
김필서였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불러 놓고 보니까 영, 태도가 불퉁스럽기야 하다.
자식, 부르자마자 본론인가.
그럼 이쪽도 바로 본론을 꺼내야지.
“광신도들이 게이트를 열려 한다는 첩보가 있고. 관련해서 찾아 줘야 해.”
“거절을 하고 싶은데…… 이거, 워낙 큰일이니 안 할 순 없군요.”
그 본론에 말을 들은 김필서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쯤 되면 내가 장난식으로 부른 건 아니란 걸 알겠지.
회귀 전이라면 모를까.
그간의 일을 같이 겪어 온 그다.
이쯤에서 광신도가 위험하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출처는 확실합니까?”
“어. 광신도들을 족치면서 들은 정보야.”
다만 그가 의심이 많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 미친 자들이 그런 걸 술술 불 리가 없는데요?”
“내 직업 몰라?”
“영혼의 마법…… 아! 이해했습니다. 그들 영혼으로부터 들은 거군요.”
정보의 출처를 듣자, 그는 그제야 내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곤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저 모습, 이해한다.
일도 바쁜데 확실하지 않은 거엔 움직이기 싫단 거겠지.
쓸데없는 일로 시간 낭비만 하다가는 김시연 실장 옆에 못 붙어 있을 테니까.
짜식.
근데 불쌍해서 어쩐다.
내가 무려 김필서까지 불러온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광신도에 대한 정보를 구하긴 구했다.
영혼을 태워 가면서 고문했으니까.
근데 문제가 있다.
“어. 문젠 이 자식들이 미친놈들이라, 지들도 장소를 잘 몰라. 점조직의 폐해지 뭐.”
“일이 복잡하게 되었네요.”
“그런 셈이지.”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이 광신도들이 제물을 모아서 게이트를 어떻게 변질시킬지도 모른다.
언제 할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렇다고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럼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부터 움직여도 늦을 수 있겠군요.”
“어. 꽤 고생하긴 해야 할 거야.”
일 자체가 복잡해진다.
어쩌면 정보를 알아낸 거 자체가 늦은 걸지도 모른다.
“……후. 어려운 일만 찾아서 가져오시는군요. 그래도 안 할 순 없는 일이고요.”
“맡기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했다.
김필서는 그걸 알기에, 내게 인사를 하고는 휙 하니 나갔다.
그 성격상 바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일 거였다.
* * *
김필서가 조사를 위해서 움직이는 사이.
“이젠 내가 움직일 차례야, 한휘.”
“고생하라구.”
“고생은 무슨. 재밌는 일이 되겠지. 후후.”
이사야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경매장에서 그 난리를 피우며 귀한 물건들을 가져오지 않았나.
그걸 이용해 슬슬 의식을 준비해줘야 했다.
그 몫은 당연히 이사야가 주가 된다.
여기에다가. 하나가 더 끼기는 한다.
-여도 같이하느니라.
“넌 잘해라? 수작질 부리지 말고.”
-여에게 도무지 신용을 갖질 않는구나. 말하지 않아도 잘할 것이니라.
그게 마왕이다.
안 믿어주는 내게 불만을 표하긴 한다만.
어쩌랴.
이쪽에서는 부활 의식에 벨린카니스를 끼워 주는 거 자체가 불안한 것을.
저래 봬도 전생에 온갖 수작질을 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마왕이 없으면 의식 준비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마법진 전수가 아직 안 끝났으니까.
그러니 안 끼워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 가 볼게.”
“오야.”
내게 눈짓하며 움직이러 가는 이사야를 믿어 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이 둘을 보내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미리 정해져 있었다.
‘어디 시작해 볼까.’
그것은 슬슬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는, 내 근원 찾기였다.
지난 시간이 있다 보니 성과는 있다.
껍질처럼 둘러쌓아 있는 영혼들은 거의 분리를 해내고 있는 상태니까.
여기서 남은 건 이제 인간으로 분류한 영혼 중에서 그 둘을 찾아내는 거다.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둘의 영혼은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잖나.
이건 내게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왔으니까.’
각오를 다지며,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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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 존재 각성 F]
자기 존재를 깨닫는 자는 드물다.
당신은 스스로 근원을 찾아 상위 존재를 향한 밑거름을 얻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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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인가…….”
결국 나는 내 안의 영혼이 지닌 근원이란 걸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 영혼 술사로 각성하여서 찾았더라면 진즉 발견할 수도 있었을 내 영혼의 근원.
그것을 드디어 찾은 거다!
쉬운 길을 어렵게 돌아간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와중에 유보라와 마리를 찾는 데도 성공했다.
둘을 찾기 위한 여정은 참으로 고되었었다.
내가 지닌 영혼의 분류를 성공한 지 오랜데도 나오질 않았으니까.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리 찾아도 안 찾아지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지.’
둘은 내가 흡수한 영혼 바깥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일종의 합일(合一)을 이룬 상태랄까.
둘 모두 내 안의 근원 중 일부가 돼 있었다.
그러니 애를 먹은 거다.
나와 항시 함께하고 있는데, 나는 그 바깥에서 찾고 있었으니까.
겨우 찾아낸 둘.
상태는 좋지 못하였다.
‘위험했지.’
마왕의 말대로랄까.
회귀를 위해 자신들의 영혼을 바친 둘은 무슨 이유에선지 의식 자체가 없는 듯했다.
나랑 합일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완전히 내게 동화되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되었거나.
정말로 둘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성공했어. 최악은 면했다.’
둘을 찾아낸 나는 곧바로 떼어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근원이란 건 영혼의 본질.
그것을 나누는 작업이 결코 쉬울 리가 없다.
기술을 사용하며 느끼는 고통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고통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영혼을 가르는 거나 마찬가지 일을 한 거였으니까.
미친 짓이지.
그럼으로써 얻은 가호가 존재 각성이란 것이었다.
둘의 영혼을 떼어 내는 순간 얻은 것인데, 그 내용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내용은 상위 존재로의 밑바탕을 쌓은 거라하잖나.
그 밑바탕이 어떤 효용성을 가져올지는 나도 몰랐다.
마족이나 천족을 상대하긴 했다만.
나라고 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건 아니니까.
예상하기론 지들끼리 상위존재라고 하는 천족이나 마족이 되는 밑거름을 쌓은 거 같긴 한데.
‘등수 놀이는 관심이 없단 말이지.’
자기들끼리 상위니 하위니 나누는 거엔, 영 취미가 없어선가.
가호를 얻었음에 와닿는 건 없었다.
작은 기대감조차 생기질 않으니 말 다한 거지.
되레 내가 기대감이 생기는 건 손에 쥐어진 것들이었다.
스스스- 스슷-
내 손 위에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두 개의 투명한 구체.
마왕이 영혼석이라 명명하던 이 두 구체는 내겐 그 무엇보다 기대감이 커지게 하는 것들이었다.
유보라와 마리.
이 둘이 담겨 있을 것이 분명한 영혼석들이었으니까.
둘은 전생에 있었던 강력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그 존재감을 주변에 흩뿌리고 있었다.
이 정도 존재감이라면 부활 의식을 시작하고도 이전의 강함을 지니고 있을 수 있겠지.
설사 약하더라도 상관없다.
회귀한 내가 그러했듯이, 이전의 강함을 찾는 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가능했으니까.
아니, 그 이상도 될 거다.
내가 전보다 더 강해져 가는 거처럼.
어쨌거나.
그 모든 생각들은 결국 하나를 해내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
이사야가 준비하고 있는 의식을 해내야만, 둘을 다시 살릴 수 있다.
“가 볼까.”
나는 두 개의 영혼석을 가지고, 숙소 저 안.
가장 깊은 곳에서 의식을 준비하고 있을 이사야를 향해 갔다.
* * *
안으로 들어선 지하실.
이사야와 나, 둘이 머물기에 거대한 숙소의 지하다.
그 아래 지하는 넓었다.
본래는 창고로 사용될 이곳.
이미 의식을 위한 물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악마의 육체 조각. 피. 엘릭서. 몬스터 뼈…….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마법진.
온갖 것들을 늘어놓은 가운데 보이는 풍경은 괴기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모른 자가 와서 본다면, 이걸 보면 놀라겠지.
그 반응이 심히 예상은 간다.
이곳에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광신도 집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 않으려나.
그 집의 주인이 바로 나, 지한휘지 않나.
알고 보니 집주인인 지한휘가 광신도고.
다른 광신도들을 몰아낸 건 세를 키우기 위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소설을 쓰지 않을까.
꽤 그럴 싸 하긴 하다.
그렇게 보일 정도로 이곳 자체가 기괴해 보였으니까.
나는 그곳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이사야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며, 마력을 조율하고 있었고.
그런 이사야 곁에서 마왕은 미세한 무언가를 조종해 주고 있었다.
둘 모두의 표정이 진지했다.
집중했단 의미겠지.
그러한 집중을 먼저 깨트린 건 마왕이었다.
-지금 올 때가 아닐 것인데. 설마…… 그건…….
“네 예상이 깨졌단 증거지.”
-허. 대단하구나.
마왕은 내 손에 쥐어진 영혼석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그러곤 제 예상이 깨졌음을 쉬이 인정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결과야.
“그런가?”
-이번에 잡은 악마 다룬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건 알고 있다만. 그렇다 해도 빠르구나.
“운이 좋았지.”
이 둘의 영혼석을 추출해 낸 거.
벨린카니스도 놀랄만한 성과라는 거겠지.
그렇다 해도, 저 마왕이 쉽게 인정할 줄이야.
새삼스레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실감이 난다.
자, 이제는 순차적인 의식으로 부활만 시키면 된다.
마왕은 이 행위를 두고 부활 따위가 아니라 창조라고 말하긴 했다만.
뭐라고 부르든 간에 결과만 같으면 되지 않은가.
유보라와 마리.
둘이 돌아온다는 거.
그러기에 나는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물었다.
“영혼석을 추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네가 말했었지. 이제 이게 끝이 났으니, 다시 둘을 부활시키는 거. 가능하지?”
-가능은 하다. 가능은…… 네가 영혼을 추출하였으니 이제 시간 제한도 사라졌겠지. 그런데 말이다.
“씁. 말이 길어지는 게 불안한데.”
-불안하더라도 듣거라.
“말해.”
-네가 가져온 영혼석…… 그것들의 격을 보니 대가를 더 필요로 하는 거 같다.
“뭔 소리야. 여태 준비한 걸로도 부족하다고?”
-그래. 아쉽게도 그러하다.
그런데 어째.
돌아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다행히 하나는 네가 이미 가지고 있더구나
“그게 뭔데? 내가 그만한 대가의 가치를 지닌 걸 가지고 있던가?”
-있다. 바로 가능성의 기물이다. 그러나 의식을 위해선 최소 그만한 가치를 지닌 게 하나가 더 필요하다.
“젠장…… 이게? 하…….”
혹시는 역시라더니. 엄한 게 튀어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