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77화 (77/206)

제77화

“어엇? 선배님?”

뒤에 따라오는 후배는 무시했다.

헌터에게 욕을 들어 먹을 각오, 아니 한 대 맞을 각오도 하고 대체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물었다.

차마,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순 없으니.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용기를 낸 대가일까.

대답은 의외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지한휘…… 지한휘 헌터가 다 살려 준 겁니다.”

“예?”

그건. 예상외의 이름이었다.

이 안에 막 들어간 랭커 김준수.

그가 활약해서가 아니란 말인가.

들어간 타이밍도 비슷할 텐데?

그런데, 지한휘라니.

지금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다.

그에게 생소한 이름은 아녔다.

이제 막 루키 수준을 넘어선다고 칭해지는 자이긴 하다.

기자가 그 정도 이름은 기억해야 했다.

미래 길드의 팀장을 달고 있는 그 지한휘다.

기자인 자신이 봤을 때 젊은 녀석이 운도 좋다고 여겼었다.

‘근래 활약상이 많긴 하다만…… 미래가 잘 포장해준 거라 여겼는데?’

안 그래도 슬쩍 그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현장에 보이질 않았다.

죽었거나, 몸을 내뺐다고 여겼다.

그런데 활약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얼이 빠진 채로 도 기자는 물었고.

헌터는 화를 내듯 다시 대답해줬다.

“그, 그가 무슨 활약을 한 겁니까? 루키 정도가…….”

“그가 다 살렸다니까요? 우리 다요! 그 아니었으면, 여기 나오는 사람 하나도 없었어!”

경매 행사의 끝.

급작스러운 폭음 뒤에 이어졌던 지한휘의 활약을 소상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 오성 경매장의 난리 소식을 듣고 방송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라이브를 보던 사람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지한휘? 지한휘가 활약했다고?

-뭐냐?

-생존자들 모두 다 그 덕분이라는데?

-대체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건데?

-그걸 내가 어찌 알아?

-ㅅㅂ. 뭐지.

여기서 지한휘라니.

안 그래도 광신도들을 상대로 크게 도발한 그자이지 않나.

최근 어지간한 랭커보다 화제성이 더 큰 그였다.

그가 오성 경매장에 들어간 거도 모두 알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 기자들이 사진 기사를 송출해 댔으니까.

그러고 얼마 가지 않아 사건이 터졌단 뉴스에 다들 라이브 채널부터 달려왔다.

근데 그 지한휘가 활약을 했단다.

이제 막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있던 생존자들 전부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헌터고 일반인이고 가릴 거 없었다.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그분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 흐흑…… 그분 아녔으면 죽었어요.”

생생한 증언들이었다.

문제는 대체 뭘 어떻게 해서 구했느냐였다.

하나같이 그가 검을 휘두르면, 적이 무너져 내렸다고 하는데.

그조차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지한휘 원래 검 쓰냐?

-중이병 때문에 쇠사슬만 쓰지 않았어? 근데 검?

└2222222

-근데 검 쓴 다잖아?

-영혼 술사 아님? 근데 검도 다룸? 그걸로 다른 ㅇ ㅐ들이 처리 못하는 걸 지가 처리하고?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는데…….

-근데 된다잖아? 다들 똑같이 증언하는구만?

-뭐지…….

궁금증은 갈수록 커져 갔다.

생존자들이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그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검을 쓴다질 않나.

마법을 쓴단 이야기도 있었다.

생전 보지도 못한 몬스터.

아니 이젠 광신도로 밝혀진 자들을 홀로 쓸어 버린단다.

방금 막 들어간 랭커 김준수.

그도 제대로 상대도 못 한다던데.

혼자서 그걸 쓸고 있단다.

-루키 수준은 뛰어넘은 거 아니냐?

-아니 뛰어넘은 건 진즉에 뛰어넘은 거 같은데…… 대체 뭘로 뛰어넘냐고?!

-ㅅㅂ. 지한휘는 진짜 전설이다.

궁금증이 폭발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갈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안.

저 거대한 빌딩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광신도들을 상대로 그가 어떻게 활약하는지를 모두 알고 싶어 했다.

저 안의 진상을 알아내야 했다.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 기자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들어가야 하나?’

저 위험한 전장.

저 안으로 들어가서라도 지한휘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지. 어떻게든 송출을 해내야만 하는 게 아닌지를 생각했다.

몇 분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의 고민이 끝날 때쯤.

‘그래…… X바. 한 번 죽지…… 두 번…… 엇?’

콰아아아아앙-! 쾅! 콰아앙!

저 위. 가장 꼭대기 층에서부터 거대한 폭음이 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폭음은 한 층, 한 층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 위는 분명 지한휘가 올라간 층이었다.

생존자들이 말하기로, 그가 한 층씩 올라가며 사람을 구하고 있다 들었다.

그런데 그 위에서부터 아래로 역순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규칙성 있는 폭발은 예술적이었다.

콰아아앙-! 쾅!

계속해 가까워지는 폭발.

비산하는 유리 조각.

그만큼 강해지는 현장감에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은 난리가 나고 있기야 하다만.

반 이상 폭발이 일어날 때쯤, 도 기자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 무너지는 거 아냐?”

“선배님. 저희도 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단 생각이었다.

그만큼 폭발은 크고, 우람했다.

그 안에 살아남은 게 없을 거라 자연스레 여겨질 정도였다.

많은 자들이 저도 모르게 더 뒷걸음질 쳤다.

가만 바라만 보고 있다 건물이 무너지면 횡액이라도 당할까 싶어서였다.

그래도 도 기자는 꿋꿋이 버티고 섰다.

‘내가 도망가면 안 되지……!’

이건 특종이었으니까.

이 한 번이 자기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몰랐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서도 카메라를 갖고 조금씩 다가갔다.

한층, 한층 터져나가는 건물을 찍기 위해서였다.

10층, 9층, 8층…….

3층, 2층.

콰아아앙-!

어느덧,

폭발은 가까운 1층으로 내려왔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먼지가 비산한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먼지가 가시자마자, 한 검은 실루엣이 도 기자의 눈에 보였다.

도 기자는 그를 향해 홀린 듯 다가갔다.

카메라를 어깨 위에 올린 채였다.

가까이 가자, 실루엣의 정체가 보였다.

“지, 지한휘 헌터……?”

지한휘.

생존자 모두가 활약한다고 말하던, 그였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는.

“끄으응…….”

이 경매장의 책임자 박동길이 함께 끌려 나온 채였다.

그 모든 장면이 송출되는 그 순간!

-미, 미쳤다!

-쩐다…… 개쩐다…….

-오졌다. ㅅㅂ 뭐냐. 진짜 혼자 다 해 먹은 거냐?!

-와 씨…….

그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반응이 터졌다.

그 순간 도 기자도, 생존자도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모두도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진짜가 나타났다…….’

진짜가 나타났노라고.

* * *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지한휘에게로 몰려갔다.

대규모 경매를 열어, 그 시선을 분산시키려고 했던 오성.

그들로선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끝없는 광신도의 침입, 이대로 괜찮은가?]

[광신도들의 정체는……?]

언론도, 인터넷의 여론도 흐름이 만들어졌다.

제아무리 오성이라도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때를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그러나 일이 벌어졌으면, 그에 따른 수습은 누군가 해야 하는 법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그 수습을 위해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오성과 미래의 협상이 있었다.

미래는 오성과도 비견되는 곳.

그런 미래 길드의 헌터가 경매장에 갔다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나.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 오성에게 있었다.

초대장이 그를 증명했다.

그에 따라 만들어진 협상장이었다.

협상장의 한편을 차지하는 건 김시연과 한시영.

둘은 인상을 찡그리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성이 늦네요.”

“바쁘겠지. 경매장에 보통 사람들을 부른 게 아니니까. 그 수습이 쉬울 리가 없을 거야.”

“그렇다 해도 이건 예의는 아닌데 말이지요.”

“그렇긴 하지.”

한 명은 지한휘의 상사, 다른 한 명은 가장 가까운 부하 직원.

그러기에 정해진 자연스러운 인선이었다.

냉담한 표정을 한 김시연과 달리 한시영은 잔뜩 골이 난 듯 보였다.

“시영 씨 답지 않게 짜증이 나는 가 보네.”

“제가 관리하는 헌터가 휘말렸으니까요. 그에 대한 대가는 확실히 받아야죠.”

“좋은 마인드야. 이해했어.”

“누가 오든 확실히 뜯어내 줄 거라구요. 실장님도, 기대해 주세요.”

“아무렴. 당연한 소리야.”

이유 있는 화였기에, 김시연은 그런 한시영의 태도를 그대로 두고 있었다.

때로 저러한 화가 협상에선 이득으로 돌아오곤 했으니까.

그렇게 냉담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 등장하는 인물을 보고는 김시연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동길 전무님?”

“오랜만이로군요.”

그. 박동길이었다.

왼팔과 오른 다리에 깁스를 하고, 머리에도 붕대를 감은 와중에도 협상장을 직접 찾아올 줄이야.

예상외였다.

‘한 방 먹었네.’

저 꼴을 하고도 찾아온다는 건, 뻔했다.

오성 측 입장에서는 미래 엔터, 정확히 지한휘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주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러니 그리 깐깐한 저 동길을 보냈겠지.

매번 협상마다 성과를 올리는 동길의 능력은 유명하였으니까.

“이번 협상은 어렵겠어요.”

“동감이야.”

같은 마음을 느꼈는지 한시영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동길은 자리를 잡아 앉았다.

협상의 시작 신호였다.

“괜찮으시겠어요? 그런 몸을 하고 대화하는 거요.”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이죠. 경매장의 책임자는 저였으니까요.”

서로 슬쩍 찔러 보지만, 타격은 없었다.

“책임지시는 부분은 대단하시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런데 오성에서 슬슬 힘드시다는 이야기가 있으시다는데…… 전권은 확실하신 거죠?”

“하핫. 소문이 거기까지 들렸습니까.”

그리고 다시 이 차.

협상자로 온 길동의 위상 자체를 휘둘러 본다.

오성에서도 밀려난 네가 여기에 협상자로 올 수 있냔 의미.

의외로 길동은 그걸 쉽게 인정했다.

“아닌 건 아닌가 보네요?”

“맞습니다. 이 일만 수습하면 한직으로나 밀려날 테죠. 그러곤 쭉 일이 없을 테니. 반백수는 맞겠네요. 아, 물론 그 전에 제가 나올 거지만요.”

“……흐음.”

인정을 하는 걸 넘어.

자기 손으로 오성을 나온다고 할 줄이야.

‘박동길. 무언가 변했네.’

뒤에서 길동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도, 오성 회장의 인정을 받겠다고 하는 동길 아니었나.

그런 그라면 한직에 가서도 칼을 갈 거라 봤다.

그런데도 제 발로 나온다고 말하다니.

의외였다.

허언을 하는 자는 아니었는데.

그럼 오성이 아닌 무언가를 봤단 의미였다.

이런 자가 오성을 포기하고 나오는 이유는 대체 무얼까.

알 수가 없다.

김시연은 회담을 진행하는 내내 그를 지켜봤다.

이 일이 마지막으로 오성을 나올 거라고 하면서도, 협상을 하는 그의 입은 오성의 이득만을 향해 있었다.

제 나름 책임을 지는 방식이란 거겠지.

경매장의 일은 미친 광신도가 벌인 것이지만, 어쨌건 그걸 책임지고 있던 건 자신이니까.

경매장 책임자로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거.

동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이야기긴 했다.

그러기에 김시연이 느끼는 궁금증은 더 커져 갔다.

대체 누가 이자를 변하게 한 걸까.

‘경매장의 실패가 컸나.’

‘소문대로 광신도들에게 물든 건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쉽게도 회담을 하는 사이 그 궁금증을 풀 순 없었다.

그렇다 해도 김시연으로선 나쁘지 않은 협상이었다.

“앞으로 있을 사냥에 던전 우선 협상권 12회. 경매 물품액 배상. 지한휘 헌터의 활약에 대한 비용 처리. 아티팩트 하나까지. 딱 좋네요.”

“휘유…… 역시 악명이 자자한 김시연 실장님이시네요.”

“겨우 이 정도로 끝낸 걸 다행으로 여기시라고요.”

미래 길드로서는 지한휘의 활약 하나로 많은 이권들을 오성으로부터 빼앗아 올 수 있었으니까.

이 중 상당수는 지한휘를 위해 소모되기는 하겠지만.

지한휘가 올리는 성과가 곧 미래의 것이라 생각하면, 그조차도 나쁘지 않았다.

어쨌건 그는 미래의 팀장이었으니까.

그래도 성과는 성과고, 궁금증은 궁금증이었다.

대체 누가 이자를 변하게 했을까.

그걸 직접적으로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혹시 제가 지한휘 헌터를 만나 볼 수 있겠습니까?”

“지한휘 헌터를요?”

“예. 그에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날의 일 때문이라고 하면 이해하실 겁니다.”

동길의 입에서 지한휘와의 만남이란 말이 나온 그 순간. 김시연은 직감했다.

동길의 변화는 지한휘가 낳은 게 분명하다.

어떻게?

라는 건 중요치 않았다.

언제나 그는 그러했으니까.

작게 움직임으로써 주변에 큰 영향력을 뿌리곤 하지 않았나.

그 영향력엔 협상을 하는 자신과 한시영, 그리고 냥곰이조차도 포함돼 있다.

그런 곳에 박동길 하나가 끼는 거 따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있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당장이라도 보여드리고는 싶은데…… 저희도 볼 수가 없네요.”

“예? 길드가 못 보다니요.”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시연으로서 당장 보여줄 수가 없었다. 사정이 있었으니까.

그 사정은 꽤 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