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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75화 (75/206)

제75화

-그어어어어어!

어디선가 울려오는 영혼의 울림.

“좋네.”

처절하리만치 울려 퍼지는 영혼의 울림을 나는 교향곡이라도 되는 양 감상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나는 무려 까다로운 자의 영혼에 저주를 심었다.

저주를 심은 저 영혼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게걸스러운 자를 향해서다.

아마 게걸스러운 자는 만찬이라도 먹는 기분일 거다.

무려 이 지구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상위 광신도 하나를 집어 먹는 거니까.

맛있는 건 설사 외신이라도 기뻐할 수밖에.

꿀꺽.

아마 지금쯤 삼켰겠지.

그런데 말했잖나.

내가 처음부터 노린 건, 까다로운 자가 아니라고.

나는 그 위를 노렸다!

바로 지금처럼.

[당신은 최초로 외신 게걸스러운 자를 저주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지구 최초로 외신에게 타격을 입힌 자가 되었다.]

‘빙고.’

내가 노린 건 게걸스러운 자, 그 자체였다.

놈은 제 신도도 죽어 나자빠지면 잡아먹는 속성을 지녔다.

그게 뭐든 간에 살을 찌워 잡아먹는다.

그러니 다른 외신과 다르게 힘을 쉽게 나눠 준다.

어차피 뒤지면, 그 영혼을 자기가 잡아먹으면 되니까.

하지만 살찌워 잡아먹는 영혼이 불량 식품이라면 어떨까.

푸아그라처럼 아주 곱게 키운 녀석이, 제 몸에 타격을 주게 되면?

[당신의 행위에 외신 게걸스러운 자가 크게 분노하였다.]

[외신 저주스러운 자가 당신에게 분노의 언령을 내리려 시도했다.]

무려 신이라는 작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게 저주를 내리려 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한 일은 무려 신에게 타격을 입힌 일이다.

성좌를 차지하고 앉은 신이라는 존재들.

그들조차도 외신에게는 쉽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

뭐. 내가 먹인 저주가 외신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는 건 아녔다.

그래서 어쩌라고?

중요한 건 타격을 줬단 그 자체다.

필멸자라 부르는 나에게 신이 타격받았다는 거.

그 자체.

하나만으로 신이란 작자의 자존심은 심하게 금이 가는 법이었다.

영원을 산다는 신에게 자존심은 곧 목숨과 같은 것이었다.

그 의미는 곧.

게걸스러운 자를 적대하는 다른 신들에게 큰 기쁨을 줬단 거다.

신에게도 남의 불행은 자기 기쁨이 되거든.

[불균형된 일!]

[게걸스러운 자의 적대자들이 당신을 위해 나섰다.]

[게걸스러운 자의 적대자들이 분노의 언령을 막았다.]

[체계가 당신에게 쏘아져 오는 언령의 흔적을 지웠다.]

그러기에.

게걸스러운 자들의 적대자들은 좋다고 나서서, 분노의 언령을 막는 데 힘을 써 줬다.

그뿐이랴.

[당신은 심대한 업적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업적이 체계에 기록된다.]

[게걸스러운 자의 적대자들이 당신을 주시한다.]

[게걸스러운 자의 적대자들이 당신의 행위에 만족한다.]

[체계에 상당한 보상이 적립되었다.]

이들은 내게 보상을 약속했다.

내가 던전에 기어들어 간다면, 그 보상으로 못해도 신기는 받지 않을까 싶을 지경.

뭐. 이제 와 신에게 충성을 바친다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만.

주면 받아야지.

누가 주든 받을 건 받고 가는 게 내 모토니까.

저주 한 방에 이 정도라.

과연, 벨린카니스도 질린 표정을 짓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성과였다.

-심하게 악독한 방식이로구나.

“게임 잘한다는 소리로 이해할게?”

봐라. 어마어마한 칭찬을 해 주지 않는가.

-아니라곤 못 하겠구나. 그런 수작질은 어디서 배운 것이더냐?

“네 녀석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했지. 괜찮지 않아? 마족을 상대로도 가끔 비슷한 수법을 써줬는데 말이지.”

-……어쩐지, 마계에 영혼까지 저주받은 자들이 넘치더라니. 네 녀석 때문이었구나.

“후후. 칭찬 고맙다.”

덕분에 내 수법이 낱낱이 들키긴 했는데.

지금의 마왕은 내게 영혼이 귀속되어 있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마계에 가서 가르쳐 줄 일도 아니니까.

어쨌건 좋다.

반쯤 보스나 다름없는 까다로운 자를 죽이고, 외신에게 한 방을 먹인 지금.

“역시. 슬슬 발동될 때가 됐지.”

-이걸 노린 게로구나.

“당연한 소리. 신들이 주는 보상 따위보다, 이게 중요한 거라고.”

내가 기다리던 현상이 점차 일어났다.

드드드득-

땅이 뒤흔들린다.

두근거리며 맥동하던 심장 소리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 경매장 안에 점차 스며들어 가던 오염이 사라져간다.

신으로부터 내려오던 침식이 사라진단 의미.

결국 이는 한 가지를 의미했다.

-으아아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컥…….

-크헤헤. 크헥. 망했어! 망했다고!

-다 처먹어!

한창 신나서 일을 벌이던, 광신도들에게 결정타를 먹이는 데 성공했단 거다.

지금쯤.

살아남은 광신도 전부는 혼란에 빠졌을 거다.

공포스럽고. 불안하겠지.

저들에게 힘을 쥐여 주던 외신이 물러났으니.

그러니 지금이 때였다.

“다 죽이러 가 볼까.”

[당신은 다량의 영력을 불러일으켰다.]

[당신은 다량의 그림자에 힘을 불어넣었다.]

[당신은 기술 : 그림자 짐승을 사용했다.]

[당신은 기술 : 영혼 병사를 사용했다.]

[당신의 소환물에 특성 : 전투 지능이 깃든다.]

드득. 드드득.

-키이이이…….

일대에 남은 모든 광신도를 쓸어버릴 때다.

나는 순식간에 군세를 일으켰다.

휩쓸어가며 점차 전진해 나갔다.

“물어뜯어 버려.”

-키이이……!

“켁!”

혼란스러워하는 광신도를 찢어발겼다.

겨우겨우 생존해 가며 버티고 있던 생존자들을 구했다.

“감사합니다!”

“으아! 살았어!”

헌터고 일반인이고 상관없이 학살당하는 때.

나의 등장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많은 자를 살렸다.

또 많은 자에게 희망을 가져다줬다.

그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까.

꽤 많은 헌터들이 합류를 요청하긴 했다만.

“합류하겠습니다!”

“됐고. 저들이나 구해요. 안쪽까지 가서 처리하는 건 내가 할 테니까.”

“그래도……!”

“쓸데없이 명을 재촉하지 마시길. 그럼 갑니다.”

나는 그를 거절했다.

이유는 있었다.

-받지 그러더냐? 여태 살아남은 헌터라면 전력이 나쁘지 않을 텐데.

“별로. 지금 데리고 갔다가는, 다들 죽을걸?”

저들 모두가 죽을 수 있어서다.

그렇게 죽으면, 또다시 광신도들에게 힘이 되어 버리겠지.

쓸데없는 희생이다.

그러기에 합류를 막았을 뿐이다.

어설프게 이야기했다간 말을 안 들을 게 뻔해서 강하게 이야기했을 뿐이고.

그게 뭐가 우스운 건지.

내 말을 들은 마왕은 피식 웃어 보인다.

-아아. 뒷일을 생각하는 것이로구나. 그들이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곱게 이야기를 해 줄 것이지 왜 그리 삭막하게 말을 하는 것이더냐.

“헹. 퍽이나.”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후후. 부끄러운 것이더냐?

“……됐고. 가자.”

나는 녀석의 웃음을 뒤로 한 채로, 전진의 속도를 점차 높혀갔다.

어느새 내가 디디고 선 걸음은 꼭대기에 가까웠다.

그만큼 많은 광신도를 죽였고.

많은 자를 구했단 의미.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 내심 감탄에 취할 필욘 없었다.

감상 따위에 빠져들기엔 나는 너무 닳고 닳은 놈이니까.

단지 이건 전략적인 행보일 뿐이었다.

이 수많은 구함과 죽음.

그것은 아직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치 못하는 게걸스러운 자.

그의 걸음을 막아설 수 있을 거라 하는 것에서 나온 행보였다.

그래. 그뿐이다.

그러기에 나는 쉬지 않았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구나.

“시끄러.”

마왕의 쓸데 없는 말에 대꾸해 주는 사이에도, 병사들을 부렸다.

그리고 올라선 꼭대기.

마지막까지 핏빛으로 가득한 그곳에 발을 디디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본 광경.

내 예상외의 것이었다.

“뭐야, 저 새끼. 벌써 변절한 거였냐!?”

* * *

“으아아아! 뭔 개소리야!”

변절이라니.

이게 뭔 개소린가.

길동, 아니 동길로선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신은 이곳의 책임자였다.

경매를 직접 기획한 게 자신이었으니까.

이는 오성의 일원으로서.

점차 영향력이 커져 가는 미래 그룹의 발걸음을 막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나쁜 계획은 아니었다.

예상대로라면 성과도 꽤 좋을 것이었다.

-괜찮구나. 실행해 봐라.

덕분인지 오랜만에 제대로 가문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 가운데서 수많은 초대장을 직접 뿌렸다.

경매에 성공하는 그림도 그렸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린 그림은 최상이었다.

이번 경매로 오성의 격을 높일 수 있다.

고작해야 수수료 수십억으로, 가문의 위상을 높인다라.

나쁘지 않잖은가.

일만 해결한다면, 가문 내에서 자신의 입지도 좋아지겠지.

한데 엉망진창이 됐다.

헌터 지한휘.

고작해야 루키급이라 칭한 녀석이 그런 식으로 방해를 할 줄이야.

결국 놈 때문에 모든 건 반쪽짜리가 됐다.

경매는 성대하게 끝이 맺어졌으나, 집행할 광고비로 무려 엘릭서를 쓰게 된 셈이니까.

그러나.

그조차도 언제고 수습하면 될 거라 여겼다.

어떻게든 협상이라도 하면 되지 않겠다.

정 안 되면 다른 데서라도 구하면 될 일이고.

그리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뒷수습에 대해서만 머리가 아플 정도로 가열차게 생각하고 있는데.

콰아아아앙-!

갑작스럽게 침입이 일어날 줄이야.

‘이건 아니야!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침입은 갑작스러웠다.

그러나 수습해야 했다.

이곳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곳이니까.

미친 듯 달렸다.

그래 이곳.

이곳에 있는 ‘그것’이 빠져나가는 거만은 막아내야 했다.

누군가 알아주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설사 가족 중 누구도. 아니,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막아서기만 하면 됐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큰 재앙이 일어날 테니까.

결국 그가 이곳까지 달려온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큰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책임감으로 움직였다.

“허튼짓하지 마!”

“키이…… 뭐냐!?”

“저 새끼 죽여! 죽여!”

“으아아! 안 돼! 안 된다고!”

다행히 자신이 한발 빨랐다.

광신도들이 열어젖히려 하는 그곳을 막아설 수 있었다.

그 뒤는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막아냈는지도 모르겠다.

이능력이라도 각성해 버린 건가.

자신은 재능이 없을 건데?

모르겠다.

그저 힘이 닿는 대로 막을 뿐이었다.

설사 자신이 죽는다 하더라도 버틸 생각으로.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는 책임감 하나로 이곳을 디디고 서 있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으아! 온다! 온다고!

-크아아! 막아!

광신도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의 기세가 점차 약해짐이 느껴진다.

누군가. 그래 누군가가 이 사태를 해결해 주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지만 무슨 상관인가.

‘어떻게든 해결만 해달라고. 나는 여길 꼭 막을 테니까.’

그게 누구든 해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해결만 해 준다면. 그래.

이 망할 상황을 막아만 준다면야.

‘내 모든 해 준다. 그래. 가문의 인정이고 뭐고. 어떻게든 도와준다. 신으로라도 모셔 주지.’

그 대가로 자신이라도 바칠 생각이다.

미친 소리겠다만.

그게 진심이었다.

온몸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음에도.

눈은 점차 부옇게 변해 가며, 감겨오는데도.

그가 한 결심은 점차 강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버티었는데.

변절한 게 아니냐고?

동길, 그는 억울함에 피를 토하듯 외칠 수밖에 없었다.

“X바아아아! 그게 뭔 개소리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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