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당신은 외신의 아이를 처리했다.]
“이거 이 새끼들이 여기 왜 있어?”
잡아먹는 자.
신좌에 오르지 못한 외신.
통칭, 게걸스러운 자가 만들어 내는 형태 중 하나다.
신좌에 오르지 못한 외신의 아이라 해서 우습게 볼 건 아니었다.
잡아먹고 또 잡아먹어 제 몸을 키우는 이것들은 분명 강력하다.
겉으로 보기엔 사령술로 소환한 것들과 비슷하나 큰 차이도 있었다.
집어먹는 자는 이름 그대로다.
집어먹을 먹이만 있다면 쉼 없이 몸을 부풀릴 수 있었다.
그렇게 강해진다.
만만치 않은 무력을 지녔다.
회귀 전엔 건물만 한 녀석도 봤을 정도다.
‘마을 하나를 그대로 집어삼켰었지. 얼기설기 기어오는 시체 주문의 모태가 잡아먹는 자기도 하고.’
제 몸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해 기고, 굴러다니는 그것은 움직이는 악몽이었다.
“이것들.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광신도는 좀 공부했거든.”
“네? 무슨 광신도를 공부를…….”
“됐고. 어쨌건 뭐든 냅다 집어먹는 녀석들이야. 결국 뒤지면 자기들이 모시는 녀석한테 잡아먹히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현재로서는 광신도를 제외하고 오로지 나만 아는 존재들이다.
그러다 보니 보다시피 공포의 대상이 돼 있었다.
“으아아아!”
“사, 살려 줘서 감사합니다!”
이 봐라.
한 마리 반으로 갈라 죽였더니, 그 틈바구니로 도망치는 모습을.
감사 인사를 하고 도망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 뒤로 드러난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지옥인가 싶었다.
‘잠식도 슬슬 이뤄지고 있는가 본데.’
하기야 무리도 아니긴 했다.
집어먹는 자의 방어막은 뚫어 내기도 힘들다.
그걸 뚫어도 재생 능력 하나는 탁월한 게 집어먹는 자들이다.
지금 시기엔 도망 말고 다른 상대 방법은 거의 없었다.
압도적인 화력을 갖출 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만.
랭커급이 여기 달려오기엔 시간도 걸릴 테니까.
이 상황이 이해는 간다.
그런데 말이다.
나로선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달리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야기가 다르냐 하면.
“그런 걸 어떻게 죽인 거예요?”
“바로 이렇게지.”
투아아아앙-!
지금처럼.
약점만 찔러 버리면 일은 쉬워졌으니까.
그 약점을 나는 정확히 알았다.
‘결국 이 게걸스러운 자의 아이들은 어디든 표식이 약점이었지.’
놈들 어딘가에 있는 표식.
보호막에도 있고, 몸에도 있는 표식을 정확히 찌르면 됐다.
그리하면.
놈들을 보호하는 막은 쉽게 깨어진다.
그 뒤에 드러나는 속살들.
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은 내게 있어 찌르기 쉬운 표적일 뿐이다.
그 표적의 중심.
배에 새겨져 있는 작은 점 하나를 발견하면 끝이다.
후우웅-!
게걸스러운 자의 표식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냅다 내질렀다.
-커…… 커거거거걱!? 먹이…… 가…….
“뭘 눈을 뒤룩 굴려. 뒤져, 걍. 인간이길 포기한 새끼야.”
-헤에에엑!?
투우우욱. 투둑.
잘해 놓은 바느질도 그 끝을 잘라내면 금방 풀어지듯이.
내가 검을 내리 찌른 채로 위로 올리자, 놈의 거대한 살은 그대로 녹듯 갈라져 간다.
그러곤 온몸 전체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뒤져라. 가서는 잘 잡아먹히고.”
-켁!
그리고 그 상태로 이어지는 건 결국 폭발!
콰아아앙-!
조각조각 나 터져 버린 놈들의 사체.
[당신은 외신의 아이를 처리했다.]
[당신의 공적이 체계에 기록되었다.]
그를 보면서도 죄책감 따윈 들지 않았다.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것들인데, 들 이유가 없지 않나.
되레 내가 드는 감정은 혐오뿐이었다.
그에 더불어서 한 가지 더 두자면.
“으아아아!”
“살았어…… 살아…….”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 보이는 참혹한 광경.
그 광경을 나로서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약간의 죄책감 정도였다.
세상 모든 걸 다 내가 끌어안고 지킬 생각은 없다만.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잡아먹히는 거 따위를 보는 취미는 없거든.
저 인간 같지도 않은 배신자들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건 더더욱 싫었고 말이지.
그래서일까.
앞에 보이는 집어먹는 자들을 향해 걷는 내 걸음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보폭이 빨라져 간다.
-키이이……!?
“뒤졌다고들 복창해라.”
저 망할 놈들을 어서 죽여야 했으니까.
* * *
[당신의 외신의 아이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외신의 아이를…….]
콰즈즈즈즉-
오랜만에 검을 썼고. 쉼 없이 휘둘렀다.
이 검.
사슬은 차에 두고 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든 거였다.
검의 출처는 죽어 버린 이름 모를 헌터의 손이었다.
주워 온 대신, 그를 죽인 광신도를 죽여 줬으니 검 값은 치른 셈 쳐도 되겠지.
그런 검을 들고 건물 안을 헤집고 다녔다.
-케에엑!
[당신의 외신의 아이 집어먹는 자를 처리했다.]
보이는 족족 표식들을 찔러댔다.
그러며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검은 손에 익어가는 듯했다.
하기야.
내게 검은 익숙했다.
검왕 리바이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고.
전생에서도 검은 꽤 자주 애용하던 병기 중 하나니까.
뭐, 사실 살려고 발악하다 보니 이것저것 쓸 줄 아는 거기도 하다.
그러니 검 자체를 휘두르는 건 지금에 와서도 금방 적응을 하겠는데.
“감사합니다.”
“아래로 피하기부터 해.”
“네, 넵!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커흠…….”
구출 받은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하는 걸 보면 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목숨을 구해 준 게 맞기는 한데 말이야.
워낙 막장의 세계를 살아와서 그런가.
그때는 구해 주면 다들 튀기 바빴으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닌 게 생존 본능 상 그게 맞았다.
우선 냅다 튀고 보는 게 살 확률이 높았으니까.
인사야 나중에 지나가다 봐서, 배양식 하나 나눠 받으면 그게 끝이었다.
그런 세계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저 부분은 영 적응이 안 됐다.
뭐, 그래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살려 주세요!”
-켁……!
사람 하나 살려 줄 때마다, 받는 인사 덕분인가.
세상 구하기에 현타를 가져다주는 광신도들 덕에 아래로 처박힌 내 기분이 조금은 구원받는 듯했다.
저기 아래, 지저로 처박혔던 기분이 지하로 올라오는 정도.
그렇게 조금 정화가 되려나 싶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인 듯하다.
-키히…… 누가 왔나 봤더니 너로구나!?
“어쭈?”
[당신은 외신의 새로운 아이를 발견했다.]
새로운 외신의 아이를 발견한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 *
“까다로운 자……?”
-네가 어찌 우리를 알지?
달려들던 놈이 내 말에 멈칫한다.
[외신의 아이가 지닌 이름을 당신은 최초로 알아냈다.]
제 이름을 내가 알고 있었으니까.
까다로운 자.
이름이 왜 이러냐 하면 내가 지은 건 아니었다.
외신이 명명한 이름이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개념으로 명명하면, 이 세계의 체계가 치환한 이름이었다.
이름하야 진명.
꼭 악마만 진명을 가지는 것은 아니니 이상할 건 없다.
어찌 아는지에 대한 설명? 그런 걸 해 줄 리가.
나는 저놈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나.
저들의 전 단계, 집어먹는 자가 같은 광신도를 잡아먹어 태어난 거라고.
그럼 다음 단계를 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잡아먹었겠나.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그러기에 나는 설명 대신에 조롱부터 박았다.
“나는 너 같은 머저리가 아니라서 말이야. 멍청한 게걸스러운 자의 비루한 종놈아. 아아. 모시는 놈도 비루하니, 너는 미천하다 해 줘야 하나?”
-가, 감히!
피식 웃으며 조롱해 줄 뿐이었다.
눈앞에 녀석이나, 그 신마저도 같이.
그 반응은 바로 돌아왔다.
[아이를 거느린 외신의 이름을 당신은 최초로 알아낸다.]
[아이를 거느린 외신 게걸스러운 자가 당신을 주시한다.]
[외신 게걸스러운 자가 당신에게 분노한다.]
“실없는 소리에 분노하기는.”
-네게 벌을 내주겠노라!
신은 분노하였고. 그의 아이란 까다로운 자는 땅을 부수며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놈을 조롱하였지만, 이쪽도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은 제대로 가야겠지.’
까다로운 자.
녀석의 전투력은 발군이다.
무려 집어먹는 자의 다음 단계 중 하나가 저것이었으니까.
쉽게 풀자면 까다롭단 소리는 취향이 있단 소리지 않나.
취향이 있단 소리는 호불호를 판별할 뇌가 있다는 소리.
즉, 공격 패턴이 다양해진다는 거다.
뻐어억- 뻐억-
당장 제 온몸으로 쉼없이 날 타격하는 이놈만 봐도 상당히 강력했다.
무기는 없지만, 제 몸에 지니고 있는 보호막을 역으로 이용했다.
표식만 터지지 않으면 단단하기만 한 보호막이었다.
그 어떠한 무기보다 단단하고 강력했다.
그걸로 벌써 수십 번은 휘둘러 왔다.
그 휘두름을 나는 손수 검을 휘둘러 막아야 했다.
-흐흐. 무슨 말이라도 해 보지 그러느냐?!
놈은 그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생각하는지 조롱해 왔다.
“하찮은 먹이가 악마라도 되는 양 씨부렁거리기는.”
-이 자식이!
“그따위로 입을 놀리고 오려면, 천사라도 찍먹은 해 보고 와라. 머저리야.”
그래봐야 도발은 이쪽에서 이미 만렙을 찍어서 말이지.
하찮은 도발 따위 역으로 돌려줄 뿐이었다.
놈도 그것을 느꼈다.
쒜에엑-!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동시에 수작도 부렸다.
[외신 게걸스러운 자가 자신의 아이를 손수 사육하였다.]
“얼씨구?”
분노한 외신의 수작이었다.
게걸스러운 자의 사육은 결국 제 먹잇감인 신도를 살찌우는 것.
결국은 자신이 잡아먹기 위함이지만, 그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고오오-
까다로운 자의 공세가 더 거세졌다.
-흐흐…… 흐흐흐흐…… 힘이 넘치는구나!
“안 되니까 엄마한테 이르고 오셨어요? 우쭈쭈?”
그를 통해 놈은 다시 입을 놀려본다만.
어째.
신의 분노가 혀 스킬엔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서 말이지.
결국은 조롱이요.
-……크아아아!
“새끼. 눈 돌아가기는.”
남는 것은 까다로운 자의 분노뿐이었다.
덕분인지 갈수록 공격의 맹렬함은 끝을 모르고 치솟아 올라갔다.
그 공격을 찌르고, 베며 막아갔다.
타아앙. 탕.
단단한 보호막과 검의 난투.
흡사 서로 춤이라도 추는 듯했으나, 그 끝은 분명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한계인데.’
우연히 주워 온 헌터의 검.
그 검이 슬슬 금이 가고 있었다.
지금은 잔 실금이라지만, 여기서 더 간다면 그 뒤는 뻔하였다.
깨져나가겠지.
그때는 제아무리 나라도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영력을 총동원하고, 기술들을 난무시켜야겠지.
이기기는 하겠으나 비효율적일 것이며.
나를 주시하고 있는 외신에게 보여주어야 훗날 대비를 할 터였다.
저 자식들도 지능이란 걸 지녀 그에 맞춘 아이들을 보내곤 하니까.
‘여기가 던전 안이었다면 차라리 공허가 외신의 시선을 막아줬을 건데 말이지.’
그러기에 검을 들고 날뛰고 있는 거였다.
그러나, 이쪽도 가만 어울려 주고만 있는 건 아녔다.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자의 숨겨진 표식!
집어먹는 자와 다르게 계속해 보호막과 몸 여기저기를 이동해 돌아다니는 표식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내 움직임의 규칙성을 찾아냈다.
왼팔 다음에, 다시 가슴!
‘바로 지금!’
기회를 찾은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런다고 깨질 거 같으냐. 허튼짓은…… 커어억!?
“되는데?”
-……컥!
파사사사삭-
놈이 자랑하던 보호막이 깨져나간다.
연이어 휘둘러지는 검에 그 살이 베여 나간다.
두 개의 표식이 사라지고 남은 놈의 몸체.
슬슬 금이 가기 시작하는 녀석을 향해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곱게는 못 보내 주지.”
외신에게 불려갈 놈.
놈에게 마지막 한 방을 수놓아 주기 위해서였다.
콰즈즉-
열려 있는 놈의 가슴팍에 박힌 검신. 다 부스러져가는 검날을 좌우로 비틀었다.
그렇게 열려져 보이는 놈의 심장 한쪽.
“잘 가고.”
저 멀리서 바라보는 외신도 파악하기 힘들 한 수를 숨겨 넣었다.
[당신은 영혼 마법 : 저주받은 영혼을 불어넣었다.]
[당신은 상대의 영혼에 저주를 불어넣었다.]
그 한 수는 저주였다.
결과는.
‘……성공!’
저주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외신의 아이 까다로운 자를 사살했다.]
콰아아앙-!
저주를 불어넣기가 무섭게 이어지는 폭발.
입을 놀리던 까다로운 자는 사라져 버렸다.
겉으로 봐선 내가 던진 마지막 한 발은 오발이었다.
내가 저리 저주를 심어 봐야 상대는 유언도 못 남기고 죽었으니까.
저주를 느낄 새도 없다 이거지.
그렇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내가 노린 건 곧 죽을 녀석 따위가 아니었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