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그럼 쥐가 아닌 스스로를 야수라 생각하는 것들이 물리면 어떻게 반응할까.
먹잇감이라 생각하던 자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올 때말이다.
발악을 하게 되는 법이었다.
-감히 우리를 건드린 녀석들에게 죽음을 주자. 그들을 제물 삼아, 다시금 힘을 얻는 것이야.
-오오……! 죽음을……!
-죽여! 죽이라고!
-그러니 어서 움직여! 이 머저리들아!
신좌를 두지 못한 외신들.
그런 외신을 모시는 광신도들.
그들이 딱 그런 발악중이었다.
실제 야수가 맞든, 아니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복수.
자신들을 이곳에 몰리게 만들었다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간 받은 모든 원한을 쏟아부으면 족하다 생각하는 광신도가 다수였다.
그런 그들이 노리고 들어 온게 오성에서 이뤄진 경매.
대다수는 엘릭서나 용골 따위에 시선을 주겠지만 아니었다.
이들은 저주받은 무구들과 저 안에 있는 ‘그것’에 관심을 뒀다.
그들이 믿는 외신의 것들을 모셔오는데 그만한 것들을 또 없었다.
원하기만 한다면 구매가 가능하겠지만.
이들은 정식으로 구매하겠다는 선택지 따위는 두지도 않았다.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이미 달라져 있으니까.
그렇게 준비한 침략이었다.
콰아아아앙-!
경매장 외곽 벽이 거대한 폭음이 일었다.
무려 오성 경매장의 외벽이다.
마도석과 결계석으로 빚어만든 곳.
본래라면 폭탄 따위로 터져 나갈 곳이 아니었다.
-키키킥. 뚫었다! 뚫었어!
-성공이다! 성공이야! 내가 말했잖아! 그 새끼들 잡아먹으면 성공이라니까!
-흐흐흐. 흐흐…….
그러나 성공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건 아녔다.
무려 같은 광신도 셋을 갈아 넣은 마폭탄을 터트린 거니까.
광신도의 세가 약해진 지금.
같은 광신도 셋이면 낮은 대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런 희생을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됐으면 얼른 비켜! 내가 먼저라고!
-케헤엑……!
누가 먼저 들어가나에 흥분할 뿐이다.
폭탄 설치에 성공했던 광신도가 가장 먼저 밀려나 넘어졌다.
-켁!!
스스로 정체를 감추기 위해 둘러쓴 뱀 가면.
그 사이 들리는 목소리가 애처롭지만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크헥…… 크허어억!
되레 쓰러진 그를 밀쳐내고, 밟으며 지나가 버릴 뿐이었다.
모든 광신도가 지나가고 나서야, 뱀가면은 일어섰다.
그는 온몸이 욱씬 거리는데도 신경쓰지 않았다.
-키히힛. 킥. 좋아. 좋아!
그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거에 웃어 제끼며, 달려나갈 뿐이었다.
그야말로 광기가 가득 찬 모습이었다.
* * *
콰아앙-! 쾅-!
세기말에나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곤, 놈들은 경매장 창고를 향해 내달렸다.
-폭발은 예술이지!
-크케켁.
-폭발이다!
복도를 달려나가는 그들은 거칠 게 없었다.
“꺄아아아!”
“저, 저것들 뭐야! 경비! 경비 부르라고!”
-저거 잡아!
-먹이다! 먹이! 어서 잡아!
-신을 믿을래? 응? 믿어 봐? 정신 나갈 거 같아? 그럼 믿으라고!?
경매소에 머물던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광신도들은 겁을 먹긴커녕 더 흥분했다.
냅다 달려들며, 잡아챘다.
“끄억…….”
-킥! 잡았다! 내 요놈을 그냥…….
-죽이면 안 돼! 죽이지 마! 데려가야 해!
-아. 안다고! 있다 잘 포장해서 잡아먹을…… 컥……!
그들을 막고자 달려드는 자들도 있었다.
“잡긴 뭘 잡아!”
“어서 구출해!”
경매소를 지키고 있는 길드원들이었다.
오성의 경매소이니만큼, 오성 길드의 헌터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에 더해서 오성의 하청 길드랄 수 있는 길드도 여럿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경매가 있느니만큼 오성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비대를 보고도 광신도들은 괘념치 않았다.
-헤에……?
-왔어? 이런 건 처음이지……?
“오성 길드다. 다들 손을 들고 물러서면 정상 참작을…… 큭…….”
-큰 먹이다! 큰 먹이! 이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벗어던지고. 되레 더 달려들 뿐이었다.
* * *
“대체 저 덩치는 뭐야! 저 새끼는 인간도 아냐!”
-크히히히히!
악에 받친 광신도들.
미쳤지만, 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니 미쳤기에 정도 이상으로 준비를 해 왔다 보는 게 맞았다.
그중 하나가 자기 자신을 변형시킨 자들이었다.
그들 욕망에 맞춰 몸을 변형시킨 그들의 덩치는 복도를 다 채울 만큼 거대했다.
같은 광신도 수십을 잡아먹고 만들어진 몸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육체를 갖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살아 남은 광신도 하나가 모두를 흡수했으니까.
그러고 그들이 남은 건 오로지 둘이었다.
식탐과 광기.
이성조차 사라진 그들은 분명 강력했다.
“크윽…… 공격이 안 먹힌다고!”
-키킥. 너, 나 찌른다. 난 너 먹는다. 반으로 갈라서!
“크아아악!”
-나도 줘! 나도 줘! 나도 먹을 차례라고!
“이 녀석들 이능력을 막고 있다고! 대체 뭐야!”
복도를 틀어서서 막고.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상처조차 들지 않았다.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알 수 없는 막 때문이었다.
공격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막에서 빛이 흘렀다.
그것이 요사롭게 빛날 때마다 공격이 막혀버렸다.
모든 게 무용지물로만 보였다.
그렇다해도 멈출 순 없지 않은가.
콰즈즈즈즉-
경비대가 끝내 발악하다가, 막 일부를 뚫었다.
“베, 베었다! 내가 베었다고!”
-으…… 아파아아! 죽어어어!
“……컥.”
그러나 답은 없어 보였다.
-히히…… 이제 안 아파.
겨우 낸 상처는 경비대를 잡아먹자마자 금방 수복돼 버렸다.
겨우 뚫어 냈던 막은 더 두터워져 있었다.
더 단단해졌다.
-먹이이이!
-히히
이 순간도 점차 단단해져 가고 있었다.
턱하니, 복도를 채우고 있는 저들을 뚫을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함은 더 해지겠지.
결국.
저걸 뚫어내려면 보통의 헌터로는 되지 않았다.
적어도 인간의 수준은 넘어섰다는 랭커는 필요로 했다.
그도 아니면 저 광신도들에게 먹혀들 만한 어떤 약점을 알아내든가!
저들을 치워 내기 전에는 이 층에서 누구도 빠져나가기가 힘들어 보였다.
“저걸 어떻게 뚫어! 지키는 건 우린데, 뚫는 것도 왜 우리가 돼야 하냐고!”
“X바아아아!”
곳곳에서 경비대의 악다구니가 쏟아져 나왔다.
이 상태로는 누굴 지켜내기는커녕 이 층에 있는 경비대 전부가 잡아먹힐 판이었다.
위기는 이곳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곧 있으면 창고마저도 뚫릴 위기였다.
치이이익-
-지원! 지원은 언제오나! 제3 개폐문이 망가졌다!
-어서 지워어언!
-삼층 뚫렸습니다. 최대한 막고 있지만 여기도…… 크아아악!
-여, 여기는 사층을 바로 뚫고 왔습니다.
시시각각 급박한 무전들이 들려왔다.
제대로 막아냈다는 무전은 어디도 없었다.
모두가 절망적인 신호뿐이었다.
‘대체 몇 마리가 기어들어 온 거야? 광신도가 이리 많다고?’
이곳뿐만 아니라, 곳곳이 뚫렸다.
광신도들로선 큰 한방으로 반전을 노린 걸까.
서울 시내의 광신도 무리는 다 몰려온 게 분명했다.
그를 막아야 하는 경비대원들.
그들로선 정신이 없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뭐가 오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분명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경비대 대다수가 하청이라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무려 오성 길드원들이 나서서 경비대를 자처하지 않았나.
그 수가 오십이었다.
어지간한 던전도 공략가능 한 전력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오성 그룹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건물이었다.
온갖 결계와 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무려 오성 그룹의 길드원들인데 누가 건들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오십 명의 길드원 중 쉬는 생각으로 온 자가 다수였다.
같이 온 하청 길드원들도 내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꽁돈을 버는 일이라 희희낙락했다.
그 방심의 대가가 이거였다.
-크히히히. 더, 더 오라고!
-먹을 것들!
-적당히 쳐먹어! 제물 바쳐야 하니까!
-히히. 시룬데……! 내가 다 먹을 거야.
눈앞의 생체 병기들을 뚫을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3, 4, 5층 개폐문 뚫렸습니다!”
“그걸 어떻게 뚫어! 거기에 돈을 얼마나 발랐는데!”
뚫리는 소식은 오로지, 아군이 뚫렸단 소식뿐이다.
“……내, 내부 배신자가 있지는 않을지 싶습니다.”
“망할! 누구?”
“수색 명령은 내렸습니다만은…… 아직 못 찾은 듯합니다!”
“하…….”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게 광신도라더니.
내부에 배신자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쉽게 뚫릴 리가 없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원은 언제 온데……! 팀장급들은?!”
“다들 호위 피신시킨다고 난리잖습니까!”
“시X! 이 상황에 잘도 피신을 하겠다. 다 뒤지기 전에 이리로 좀 오라고 그래!”
호위를 위해 전력이 분산되기까지했다.
망했다.
내부 전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광신도들의 기세는 치솟아 올랐다.
-키히히히!
-됐다. 됐어 그려진다. 더! 더! 가져와! 더!
그들이 기이하게 웃을 때마다, 경매장 내부의 기운이 변질돼 갔다.
동료가 죽으면 그걸 집어 먹고, 인질들을 희롱해 갔다.
그럴 때마다 광신도들의 몸도 같이 변화했다.
상황은 갈수록 광신도에게 유리해져 갔다.
두근-두근-
던전처럼 변질돼 가는 건물.
어디선가 들려 오는 정체 모를 심장 소리에 전의는 깎여져 내려갔다.
결국 공포에 잡아먹힌 자가 생겼다.
“도, 도망쳐…….”
“너 이 새끼! 어디가!”
“살아야지! 나라도 살자고!”
경비대로서의 의무감은 사그라들었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욕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공포는 금세 번져나갔다.
“나, 나도!”
“X바. 살고 싶으면 다들 튀어! 우리라도 살아야지!”
“이 자식들아! 돌아와!”
눈앞에 있는 생체 벽을 뒤로하고. 그들은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히히. 왔어?
-헤헤헤. 역시 우리 차례가 온다고 했잖아! 먹자! 먹어!
그들 뒤에도 이미 거대한 생체 벽들이 세워져 있었으니까.
“아…… 아아…….”
그제야 도망자들은 깨달았다.
그들의 지원군은 오지 않은 게 아니다. 오지 못한 거였다.
결국, 아스라이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앞뒤가 막혔다는 절망.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한다는 공포가 그들을 사라잡았다.
털썩.
저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다.
-히히히…… 이러면 재미없는데?
-신선하지가…… 않……아.
발악도 하지 않는 그들을 향해, 거대한 광신도들이 손을 들이밀었다.
저 손에 잡히고 나서는 결국 그들도 전에 잡힌 자들과 같은 처지가 될 거였다.
잡아먹히거나, 어디론가로 끌려갈 거였다.
끌려간다고 해서 살 수는 없을 게 뻔하니, 결국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스르르르-
그 죽음이 거대한 손과 함께 다가왔다.
저건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없애 버릴 수 없었다.
이름 그대로 절망이었으니까.
덥썩.
그 손이 발끝을 잡아 들어 올리는 그 순간.
‘끝이다…….’
경비대원은 질끈 눈을 감으려했다.
그러다 감으려는 눈 사이로 보이는 무언가를 보고 다시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콰즈즈즈즉-
“……어?”
-케에에엑……!?
거대한 광신도가 머리끝에서부터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