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나를 대신해 사람들이 불타올랐다.
아, 사이비 교주가 방화를 일으킨다거나 한 건 아니고.
방송이 나가고 그 녀석은 종적을 감췄다.
아니 감추려 시도했다.
문제는 불탄 사람들이 끌어 올린다는 거지.
-그 사이비 교주 자식 떴다! 제보 어디에다가 함?
-설마 재천에 있는 거? 그거 이미 내가 했는데?
-ㅅㅂ 나 하고 있었는데, 졸라 빠르네.
대중이 나섰다.
소싯적 명탐정 김도일 정도는 빙의가 되고, 마비 침 툭툭 쏴 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게 우리 국민이다.
어쨌거나.
한 번 불타오르면 어떻게든 찾아 낸다는 소리다.
그런 시민의식이 뜨겁게 불타주셨다.
[으아아아! 아니라고! 아니야!]
제보가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사이비 교주가 잡혀 가셨다.
열기는 그것으로 끝나나 했는데, 이제 막 시작되는 시발점일 뿐이었다.
-여기도 사이비 또 아니냐? (사진)
-렉카들 뭐 하냐? 안 가 보고.
-와 씨. 여기는 더한데?
-뭔 이상한 제사를 지내는데ㅋㅋㅋ
일종의 재미처럼.
때로 정의로운 사도처럼.
곳곳에 있는 사이비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세기말 같은 시국에 사이비라하는 건 높은 확률로 광신도와 연결이 돼 있는 법이었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안다.
-왜 나를 그렇게 보느냐?
“저거 너가 키운 거 아냐?”
-아쉽게도 아니로구나. 아직 일을 벌이기에는 이 시기 이몸도 꽤 바빴느니라.
“퍽이나 그렇겠네.”
내 옆에 이 녀석. 벨린카니스.
용케 투구 사이로 사탕이나 빨아 먹고 있는 이 녀석이 꽤 많은 자들은 제 신도로 끌어들였었거든.
사탕 하나를 하루 종일 먹어대고 있는 저 녀석이 뭐 그리 대단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별별 사람들이 마왕의 마수에 넘어갔었다.
특히, 마리와 비견되곤 하던 성자 녀석이 넘어갔을 때는 최악이었지.
놈을 따라 넘어간 녀석도 많았거든.
신을 믿은 게 아니라, 성자란 녀석 자체를 믿은 머저리 같은 녀석들이랄까.
‘씁…… 그 자식들도 내 언제 한번 털러가야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머리가 아찔하다.
그런데, 이번은 그 반대로 일어나고 있네?
소위 조회 수 빨아보겠다고 움직이는 요튜버의 렉카.
그들이 진짜 사이비들을 탐방하고 다녔다.
그러다 성과가 나오면, 크게 조회 수를 빨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 나섰다.
바로 기자놈들.
제 발로 뛰기보다 앉아서 슥-슥- 긁어 보는 걸 더 잘하는 요즘이다.
영상 요튜브 하나가 뜨면, 기사 수백 개가 복사가 됐다.
아잇, 기사가 복사가 된다구?
그 뒤엔 빠르게 사람들이 출동.
같이 캐기 시작한다.
-여기도 이상한 거 같은데?
-오…….
-근데 여긴 뭐임? 헌터 지한휘를 위한…… 재림 의식?
-지한휘, 얘도 사이비였어?
-거긴 둬. 팬클럽이라더라.
-팬클럽 이름 하나 이상하네. 얘들은 팬미팅 선물로 저주 인형 주고받고 그러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끼. 설마 그런 걸로 조공하겠냐.
……가끔. 이상한 곳으로 엇나가는 제보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소수나마 그런 게 찾아지면 그 효과는 지대한 법이셨다.
[특종 : 교단 재림 사이비로 밝혀져…….]
[유명한 목자로 소문이 났던…….]
[이 시대 풀소유를 추구하는 종교인이 있다?]
[절망 속에서 자라나는 희망이 아닌 광신…….]
곳곳에서 사이비 광신도를 잡아댔다.
광신도뿐만이 아니다.
몰래 모여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빌런들에게도 그 시선이 가 있었다.
범죄를 위해 모여 들려 하면, 사람들의 신고가 들어갔다.
조롱도 있었다.
-ㅋㅋㅋ 지한휘 말대로 능력 없으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ㅇㅈㅇㅈ
-ㅂㅅ들이니 저러고 다님.
-헌터들은 거만은 떨어대도 몬스터는 잡지. 쟤들은 뭐임?
-사회 좀 먹는 벌레들이라니까.
내가 기자회견에서 날렸던 빌런과 광신도들에 대한 조롱.
그게 일종의 밈처럼 퍼져 나갔다.
안 그래도 몬스터 때문에 생존 위험을 받는 요즘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언제 던전 브레이크가 나올지도 모를 게 이 세상.
그런 세상에 빌런까지 추가돼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하겠나.
이참에 조롱하는 거.
폭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경멸, 조롱, 놀림, 욕, 밈…….
빌런이 자기 욕먹었다고 고소할 일도 없으니, 폭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그 효과는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사이비 종교 포교는 물 건너 간 듯?”
“몇 년은 하기 힘들겠지.”
횡단 보도만 건너려고 하면 극성이던 자들이 사라졌다.
거, 영혼이 맑은 게 보이면 영혼 술사나 할 것이지.
의식이나 하자고 하는 미친놈들이 많았거든.
걔들이 싹- 다 사라졌다.
포교하려다 뺨 맞아도 하소연도 못 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으니까.
경멸이 있는데 쉽게 세가 늘어날 수가 없다.
원래 이런 건 분위기가 좌우하는 거도 있는 법이니까.
빌런?
걔들은 뭘 하려고만 하면 신고가 들어와 버린다.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내가 이용하곤 하던 암시장도 그 규모가 팍 줄어 버렸기는 한데.
이제 나는 무려 미래 엔터의 팀장급이다.
정식 루트를 써서 물건을 구해도 된다 이 말씀.
내게 상관없는 일이다.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이건 융통성이 좋은 거라고 하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나중에 슬슬 풀리면 가 보고 하는 거지.
근데 말이다.
이 몸의 기자회견이 나비효과로다가 세상을 바르고 맑게 한 거 같은데 말이지.
회귀 전 우중충한 분위기보다는 정의로 불타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근데 왜 세상을 그렇게 만든 대가가.
“……왜 이번엔 내 몸만 한 대형 저주 인형이 오는 건데?”
“와씨. 마력 제대로야. 이걸 어떻게 만든 거지? 사령술사인 나도 힘들 거 같은데.”
-뛰어나구나!
“…….”
어째서 저주 인형으로 돌아 오는 걸까.
뒤진다, 진짜.
* * *
행동력 하나는 장점인 나다.
그 지한휘 재림교인가…… 저주술인가 미친 집단.
그걸 찾아달라 매니저에게 요청했다.
숨어든 빌런도 찾아내는 미래 그룹이다.
듣기로 빌런 중 쓸만한 몇들은 형량을 인질삼아 협상을 진행할 정도다.
어지간한 공권력보다 더 강력하다.
팬클럽…… 아니 테러 집단 따위 마음만 먹으면 못 찾을 리가 없다.
금방 해결해 줄 줄 알았다.
팀장의 이미지를 관리해 주는 거도 매니저의 일이니까.
그런데.
안 한단다.
“아, 왜 안 찾아주는 건데요?”
“그들도 팬이잖아요? 조공도 바치는 팬은 드물다고요? 찐이에요.”
팬이랍시고.
팬도 팬 나름이다. 이게 말이 되나.
“그런 팬을 갖고 싶어요? 어?”
“일종의 밈처럼 돼 버려서요. 지금 괜히 추격해서 고소라도 하다간 역효과가 날걸요? 민심이 뒤바뀐다고요.”
“와 씨…….”
그런데 잡으면 문제란다.
안티도 팬이라는 개소리도 아니고.
어?
다른 헌터 팬들은 팬픽도 써 주고 말이야.
없는 탈모약도 만들어주는데 말이지.
내 팬은 대체 이게 뭐냐고.
그런 민심 원한 적이 없다고!
“그런 팬 따위. 한시영 매니저님이 가져가시든지요.”
“에이. 팬분들에게 그리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되죠. 나중에 엔터 차원에서 굿즈도 만들면 다 사주실 분들이라니까요? 아잇, 돈이 복사가 된다구요?”
……돈이 복사가 된다라.
자존심을 챙기기에는 너무도 많은 돈이라 이건가.
이럼 어쩔 수 없을지도.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일을 받아들이기로…… 아니, 겸허히 돈으로 용서하려고 했다.
“후. 제 말투는 따라 하지 말고요. 안 어울리니까요.”
“아쉽네요. 연습 많이 했는데.”
“……하지 마요. 그리고 그 굿즈란 거…… 이상한 거 아니죠?”
“안 그래도 저주 인형 같은 건 이미 있으니, 그에 맞춰서 대형 못을 형상화한 응원봉 같은 걸 준비해 봤는데요. 보실래요?”
“……야.”
근데 이거 보게?
* * *
지한휘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시영은 진땀을 뺐다.
거대 저주 못을 형상화한 응원봉.
그녀가 직접 낸 아이디어였다.
미래 엔터에서도 헌터를 위한 굿즈로 이름을 날렸던 그녀다.
‘딱인데…….’
그녀가 보기에 저주 못은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저주를 다르게 한다고 색색별로 시리즈만 내고 수십 개다.
저주 강화를 위한 거라고, 피를 형상화한 액체만 팔아봐라.
이전에 스타의 신체라고 머리카락도 팔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이건 히트가 예정된 일이었다.
‘그게 얼마야…… 인센티브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굿즈 시리즈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받을 인센티브로 뭘할까 꿈을 꿨던 그녀였다.
꿈은 나빌레라 사라져 버리셨다.
본인이 저리 거부를 해서야, 어쩌랴.
저주 못, 피, 저주 술법 포토집은 잠시 보내 줄 수밖에.
물론 완전한 포기는 아니었다.
‘겉은 평범한 응원봉인데…… 비틀면 못이 되는 걸로 해야 하겠지?’
지한휘는 모르겠지만, 이 시장의 세계는 깊었다.
기이하고, 대단한 굿즈 시장이다.
그곳에서 일반인 코스프레를 위한 아이템 정도는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이니까.
“왜요? 뭐요? 이상한 거 말할 거면 얘기도 하지 말아줘요.”
“걱정마세요. 밋밋해지긴 해도, 이상한 거 안 만들 테니까요. 팀장님, 컨펌도 꼭 받을 거라니까요?”
“후…… 내 믿어요.”
본인이 모르는 특수한 기능 하나쯤 들어갈 수 있는 법 아닌가.
아니 그건 기능이 아니라, 일종의 숨겨진 이스터 에그라고 우겨 보면 될 일이었다.
어쨌건, 지한휘가 일으킨 소동.
그녀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금만 유명해져도 이상하게 변해 버리는 게 많아지는 헌터다.
그런 헌터들에 비하면야 지한휘의 작은 난동은 차라리 그녀에게 쉬웠다.
일에 보람도 있었다.
현재 지한휘가 바꾼 분위기를 봐라.
그는 온갖 저주 물품으로 고통받겠지만, 그 대신 많은 자들이 구원을 받았다.
광신도에 시달리던 꽤 많은 희생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왓다.
그중에 능력도 갖고 있는 자들은 미래 그룹의 일원이 될 예정이었다.
대다수가 지한휘의 팀을 원한다는 건, 사내에서도 꽤 소문난 이야기기도 했다.
꽤 많은 이득을 그 덕분에 보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어지간해선 지한휘의 뜻대로 하고자 두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이번에 지한휘가 사무실로 와서 한 요청엔 그녀도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돈을 꽤 버신 건 알고 있지만 이번 건은 잘못하면 파산하실 수도 있다구요?”
그의 요청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던전 정벌, 광신도와 빌런 탐색과 전혀 상관없는 요청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