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68화 (68/206)

제68화

작전의 끝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박멸시켜 버리고 싶은데. 문제는 효율이 없다 이거지. 그럼 슬슬 때가 됐나…….’

많은 일이 있었다.

숲에서 전투를 녹화해 공개했다.

그럼으로써 팀이 시선을 끌었다.

그사이 수많은 광신도와 빌런을 추격 소탕하는 작전이 한 달 이상 이어졌다.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그 가운데서, 나와 내 팀이 얻은 성장은 이루 말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등급 및 기술의 숙련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단순 무력만 증가한 게 아니었다.

내가 속한 미래 그룹을 넘어서, 내가 지닌 영향력은 최고조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쉽게 말해 여론이 좋았다.

흠.

그래. 보통이라면 여기서 끝을 내는 걸로도 좋았다.

박수 칠 때 떠나란 말도 있잖나.

외부 여론도 좋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슬슬 던전을 처리하겠다고 가도 이상한 일은 아녔다.

근데, 그러면 재미가 없지 않나.

휘발유처럼, 시간이 지나면 훅- 사라지는 걸로 내 영향력을 없애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소모성이니까.

타고난 관종인 나로선 이렇게 끝을 내고 싶지 않달까.

그쯤.

나는 이 무르익은 여론을 내게 더 집중시키면서.

동시에 이번 소탕 작전으로 내게 원한을 품었을 빌런과 광신도를 향한 한 방을 생각해 냈다.

“전에 말한 그거, 시작하자.”

-정말로 하시려고요? 앞으로 많이 위험해지실 수도 있어요.

“그러라지. 자자, 준비해 달라고.”

그리고 그 한 방을 바로 실현했다.

* * *

그 한 방.

기자회견이다.

차르르르륵-

플래시가 세례처럼 터져 나간다.

하얀빛이 눈을 아프게 때려 오지만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거침없이.

떳떳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정의의 사자.

그에 오늘 내 기자회견 컨셉이니까.

전생에도 몇 번은 해 봤던 거라, 떨림 따위도 없었다.

앞에 마련된 기자들.

그 옆으로 실시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댓글들이 슥슥- 지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이번 빌런 소탕 작전을 추진하는 중심이 지한휘 헌터라는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첫 질문으로 이 사태의 중심을 나로 뒀다.

인정하자마자 큰 한 방이 내게 쏟아진다.

[다소 방법이 과격하지 않았습니까? 초법적이란 말도 있는데요.]

아잇? 세계 멸망 가서도 나대는 놈들 지금 안 죽이면 어쩌자고?

라는 게 내 진심 어린 답.

하지만 자중 한번 해 주자.

큰 한방을 위해선 참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거든.

“인정합니다. 다소 과격했죠. 그러나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저는 또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그 과격함이 빌런들과 다를 게 없잖습니까?]

“그리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빌런과 광신도들에게 생존을 위협받는 지금입니다. 모두를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때마침.

내가 신호를 던지자, 내 뒤로 준비된 짧은 영상이 흘러간다.

광신도가 펼친 인신 공양.

빌런들이 진행한 범죄.

살인. 강도. 폭행.

빼도 박도 못할 확실한 증거로만 채워진, 그러며 동시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영상.

충격적이며 선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이런 걸 보면 어떻게 되냐면.

충격에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나는 그 효과를 원했다.

[…….]

[…….]

봐라. 마이크를 든 기자들도 침묵하는걸.

지들끼리는 짠맛 쓴맛 다 보고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언제나 그들이 느끼는 그 이상인 법이다.

나는 그 현장을 직접 보여 줬을 뿐이다.

그렇게 모두가 멍한 상태.

이때 내가 원하는 건, 멍해진 그들에게 깊숙이 들어갈 다른 한 방이다.

“보이시죠? 상황이 이렇습니다. 저희가 안전합니까?”

[그…… 그것이 공권력이란 것도 있고…….]

“공권력…… 있습니다. 있죠. 그러나 안전을 다 책임지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과격? 제가 한 게 과연 과격하기나 한 걸까요? 이들이 보이는 것들에 비해서요?”

[…….]

답이 없다.

계속해 내 말은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 제가 방법을 바꿔야겠습니까? 바꾸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까?”

[…….]

역시 답은 없지.

아무리 기자라도 이 상황에 반박한다고?

이야.

그럼 내가 아니라 그 기자가 박제당하지 않을까.

기세와 흐름이 있는 법이었다.

나는 빌런과 광신도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움직였다.

그런 그들은 다소 과격하게 벌하기에 충분한 죄들을 지었다.

그런 놈들 좀 처리했다고, 나를 욕해?

과연 그럴 수 있을 거 같냐.

못하지. 못해.

에베베베- 여론은 내 건데?

지금 상황에 누가 나설까.

정부?

정부가 있어 봤자다. 그 힘은 약해지고 있다.

정부 내도 빌런들이 암약하고 있다.

갈수록 길드 힘이 강해지는 이 때에 날 공격?

될 리가.

그런 상황에서 날 어떻게 잡아가냐.

곧 있을 선거 떨어질 일 있나.

속으론 이를 간다고 해도 그뿐이다.

되레 곧 있을 선거철에 내 얼굴 좀 팔겠다고 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딱 상황이 그렇다.

근데 나는 여기서 더 나갈 거거든.

“그러니 저는 멈추질 못합니다. 계속 나설 겁니다.”

선전 포고를 딱 때려 주신다.

[……지금의 일을 계속하시겠다는 겁니까?]

“예. 빌런, 광신도는 어디나 있습니다. 그러니 멈출 수 없죠.”

여기서 짧게 한 번 멈춰 주고 분위기를 고조.

-아주 타고났구나.

벨린카니스의 혀차는 소리와 함께, 조롱도 한 번 이어준다.

“그들은 무능하고, 멍청하며, 재능 하나 없어 그런 일을 벌이는 자들입니다. 쉽게말해 벌레죠. 문제는 그 피해는 저희가 그리고 우리가 고스란히 받는다는 겁니다!”

이건 여론을 끌어 올리는 겸 빌런과 광신도에 대한 조롱이었다.

나는 그런 조롱을 계속해 이어 갔다.

『제 스스로 능력도 없을 머저리.

인신 공양이 없으면 사회에서 배척받을 존재.

제 주제도 모를 병X들.』

난 한참을 그들 조롱에 열을 올렸다.

그들을 깎아내리고, 조롱하고, 비웃어댔다.

겉으론 정의의 사도인 양 회견을 진행하면서도 놀림은 계속하는 이 모습.

크…….

나란 녀석.

지금 정도면 특성으로 도발 하나는 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열변을 토해갔다.

소설로 나오면 ‘다 처맞고도 버티는 헌터님’ 정도?

빌런의 ㅂ만 들어가도 발끈할 정도로 에베베벱- 병X 스킬을 시전해 주셨다.

모르긴 몰라도 잔뜩 열이 올랐을 게 분명했다.

속도 쓰릴 거다.

나는 이리 대놓고 비웃어 주고 있는데, 지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숙이고 숙여도 모자랄 때니까.

그러니 내 관종력이 채워지는 만큼 저들은 원한이 커지지 않을까.

이번 사태에 당한 빌런들은 죄다 이 몸을 노릴지도 몰랐다.

암, 내 장담컨대 암살 시도도 늘 거다.

내 던전 사냥 방해? 계속 오겠지.

그 모든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갔다.

기자회견의 마지막까지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굴었다.

“그들이 누가 오든 상관없습니다. 다 쳐 낼 테니까요.”

정의에 취한 용사인 거처럼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했다.

[……거침이 없으시군요.]

“예. 그들이 종횡하는 한, 거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까고, 조롱하며, 나 자신을 포장하는 가운데.

“……이상입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던 기자회견이 끝이 났다.

* * *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시영.

이 자리를 마련하는 데 공을 썼던 그녀다.

단상 바로 뒤에서 조마조마하며 회견장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기자회견이 시작됐을 때.

“이 정도면 준비하기를 잘한 거 같네요. 예상보다 잘하는데요.”

그녀는 인정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지한휘는 타고났노라고.

저음으로 분위기를 휘어잡고.

정의를 불태우는 그 모습.

같이 준비하며 모든 걸 아는 그녀도 잠깐 가슴이 뛸 정도였다.

“잘하긴 하네. 하긴 경험이 있겠지.”

“예?”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이사야의 이해 못 할 소리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아직 한국어에 서툴러서 그럴지도.

러시아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국어를 이 정도 구사하는 거 자체로 수준급이다. 조금 횡설수설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다 지금 중요한 건 기자회견이다.

그녀는 전과 다른 기대감을 갖고 회견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웬걸?

그 잠시 사이 광역 도발을 시전하고 계셨다.

“저, 저건 좀 선을 넘은 거 아닐까요.”

“왜? 잘하는데? 와우. 역시 지한휘야.”

“…….”

분명 기자회견 전에 자신과 함께 영상을 짤 때는 이 정도 도발은 없었던 거 같은데.

봐라.

미리 같은 편으로 몰래 준비해 준 기자도 말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해대는 것을.

물론, 반응이 나쁘진 않았다.

그의 도발이 계속해 이어질 때마다, 실시간 댓글은 난리가 났다.

-믿고 있었다고!

-캬…… 저게 사이다지!

-그래. 무능한데 지 주제도 모르고 빌런짓 하는 놈들 다 쳐 죽여야 한다니까!

-이게 뭐임? ㅋㅋㅋㅋㅋ

그의 도발에 열광 했다.

처음 기자회견 목표에서처럼 여론은 분명 그에게로 돌아갔다.

목표를 이루긴 분명 이룬 거긴 한데.

‘이건 아니지 않나?’

문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거였다.

그는 대략 10분을 넘게 더 조롱하고 열 번을 토하고 나서야 기자회견을 끝마쳤다.

후.

깊게 숨을 내쉬고 나서는 지한휘는 후련해 보였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며 스트레스는 다 풀어낸 느낌이다.

후…….

반대로 그걸 바라보는 한시영은 깊은 한숨이 나왔다.

다 말하기는커녕, 말할 게 쌓여 버린 한숨이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그녀는 지한휘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쪽으로 끌고 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이 없는 걸 파악하고. 그 뒤 물었다.

“팀장님! 미치신 거 아니에요?!”

“뭐?”

잔뜩 흥분한 한시영.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지한휘는 생각했다.

‘순간 도발이 잘못 들어간 걸까? 설마…… 한시영이 나도 모르는 빌런이었어? 죽여야 하나?!’

깊은 오해(?)가 더 쌓이기 전, 한시영은 말을 이었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말씀드렸잖아. 이렇게 강하게 도발하면, 빌런들이 정말 팀장님만 노릴지 모른다고요.”

“아아…… 그거였나.”

그건 걱정이었다.

그제야 일 잘하는 한시영을 처리해야 하는 생각까지 갔던 지한휘는 안심했다.

그의 안심에 상관없이 그녀는 잔뜩 흥분해 말했다.

“뭐가. 그거예요! 진짜 큰일 났는데, 당장 숙소 보안도 강화해야 할 거고. 일정에 보안도 몇 배는 더 해야 할 거라구요!”

“난 또 뭐라고. 별로 신경 쓰지 마.”

“신경을 어떻게 안 써요!”

그 흥분은 타당했다.

팀 매니징을 맡은 한시영이다.

그녀가 보기에 오늘 기자회견으로 지한휘는 위기를 자처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신경을 안 쓴단 말인가.

그런데 뒤 이어지는 지한휘의 말은 더 가관이었다.

“그거 일부러 한 거야. 오면 죽이려고.”

“예?”

“다 쳐 잡으려고 했다 이거야. 그게 힘든 거 같다고? 그럴 리가. 그러니까 걱정 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녀가 따져 보지만 그는 피식 웃을 뿐이다.

저 사람,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진짜 빌런이 오면 다 죽일 생각이다.

일부러 불러들인 거다.

그녀는 그걸 느꼈다.

물론, 뒤이어 생략된 말까진 그녀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면 다 잡아먹어서 강해지면 되는 거지. 이게 내가 만든 덫이라고.’

그가 빌런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단 걸 말이다.

그렇다.

지금 이 상황에 그가 성대히 회견을 열고 어그로를 끈 건, 빌런들에 대한 조롱이요 덫의 설치였다.

여기에 사회적 영향력까지 더 크게 얻어낸 상황.

일 타 이 피를 넘어 삼 피를 해낸 거였다.

‘나 이 정도면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걸지도……? 설마 내부에 있는 유마리가 계획을 짜 준 건가? 가끔 그런 생각들이 든단 말이지.’

스스로 감탄이 일어날 정도의 모략이었달까.

그걸 옆에서 가만 바라 보며, 파악하고 있던 벨린카니스로서는.

-네가 악마였으면 교활한 혀의 악마가 되었을 게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뿐이었다.

어쨌건.

만족스러운 빌런 소탕이요, 기자회견까지의 마무리였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마무리를 지었는데.

바로 얼마 후.

“……이거 뭐냐?”

-허. 이런 게 네게 올 줄이야? 세상이 벌써 망조가 드는가 보구나. 여는 이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정체불명의 것이 내 숙소 바로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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