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할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고통을 선사해 줬다.
쉼 없이 육체적 고통을 줬다.
전에 상대했던 인간 사냥꾼들처럼, 산 상태로 영혼을 희롱했다.
결국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죽여 줘…….”
“그래. 소원대로 해 주마.”
죽여 달라고 비는 녀석들.
나는 이를 시행해 줬다.
단번에 셋을 쳐 죽였다.
죽어가는 괴물들은 그 순간을 기다린 듯 미소를 띠었다.
“이놈들 웃는데요?”
“내버려 둬. 이게 끝인 줄 아나 보지.”
죽음이 마지막인 줄 알았던 거겠지.
이해는 간다.
보통 죽음이 끝이라고 판단하잖아.
자신들이 계약한 악마에게로 갈 거라 믿을 거다.
그곳에서 악마나 외신의 하수인이 되는 게 지금보다 낫다 생각한 거겠지.
하지만 말이다.
나한테선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어어억……!?
-흣!
저 아래 지저로 내려가려는 셋의 영혼을 끌어당겼다.
내가 지닌 영력으로 조각조각 내듯 쳐 준 뒤에, 곧바로 흡수했다.
“이리 와.”
스스슷-
안 된다 외치며 끌려들어 오는 악령들.
[당신은 적의 영혼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적의 영혼을…….]
[당신은…….]
셋의 영혼은 조각조차 남기지 못하고 내게 완전히 흡수되었다.
그 결과.
나는 분명 한 단계 나아갔다.
[당신은 기술 : 공양을 익혔다.]
[당신은 기술 : 의식을 익혔다.]
…….
[당신이 지닌 가호 : 위압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다.]
[당신이 지닌 가호 : 살인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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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공양]
말 그대로 바치기 위한 기술이다.
광신도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익히게 되는 기술. 그 대상이 악마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설사 천사라도 공양을 받아 내니까.
이 기술을 지니면 상위 존재에 무언가 바칠 수 있게 된다.
효율성도 상승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는 방식이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이건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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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의식]
공양의 기술로 제물을 빚으면 이어지는 기술.
상위 존재 중 하나를 선택해 부를 수 있는 의식이었다.
이를 이용 악마와 최소의 소통이 가능해지긴 했다.
공물을 바치면 그걸 받을 통로 정도를 여는 식이다.
그 대가로 악마나 상위 존재는 힘을 주거나 각성을 시키는 식.
소환과는 또 다른 방식의 기술이었다.
이 또한 광신도라면 익히는 기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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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는 하등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렇잖나.
옆에 있는 마왕에게도 제물을 바칠 일이 없는 나다.
악마 따위에게 제물을 바칠 리가 있나.
차라리 의식이 아니라 소환이었더라면 이야기가 다르긴 했을 거다.
냅다 소환해서 패 버리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일종의 통신 단말을 만들어내는 수준인지라.
흥미가 돋으래도 돋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놈들을 죽이며 얻은 잡기술 따위가 마음에 들었다.
기술 : 몸통 박치기, 작은 완력 강화
두 기술은 잡기 중 잡기였다.
말 그대로의 기술들이었으니까.
몸통 박치기는 실행했을 때, 적에게 주는 대미지를 일부 상승시켜 주는 수준이었다.
작은 완력 강화는 사용 시 내가 지닌 근력을 2 정도 상승시켜 준다.
사슬과 영력으로 전투를 시행하는 내게 있어 그리 쓸모있는 것들은 아녔다.
그저 없는 거보다 나은 수준이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가호의 등급 상승 정도다.
어렵사리 얻었던 위압의 가호는 말할 게 없다.
이젠 꽤 등급이 상승했다 할 수 있는 살인도 내겐 유용하니까.
뭐, 혹자들은 내게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나란 녀석은 범죄자라지만 죽여 버리는 거도 모자라 영혼까지 잡아먹고 있으니까.
뼛속을 넘어 영 자체를 흡수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보다 사악하고 잔혹해 보일 수도 있겠지.
안다. 그런데 어쩌라고.
내가 뭐 성자도 아니고.
나는 내 식대로 정리할 뿐이었다.
그따위 기준으로 나를 옭아매는 대신에, 그게 어떤 방식이든 나는 내 방식을 관철시키겠노라고 맹세한 지 오래 아닌가.
실제로 행동해 왔고.
그 결과가 수없이 들려오는 체계의 음성일 따름이다.
그리고 그에 더불어서 수많은 정보를 얻어 냈다.
그거면 충분하잖은가.
* * *
지금은 그 정보를 이용해 적을 추격할 때였다.
“다들 기억하지? 녀석들이 계약한 악마는 아브라다야. 고통과 쾌락의 악마지.”
-고약한 녀석이 걸렸구나.
“누구 말마따나 고약해. 이 녀석은 고통이랑 쾌락을 똑같이 보는 미친 새끼거든.”
“……그런 놈이 여기 한국에 뿌리내렸단 거죠?”
“뭐, 아직 그 정도는 아니고. 의식을 벌였는데 우연찮게 걸린 걸 거다. 재수가 없는 거지.”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지만, 도무지 존중하기 어려운 아브라다.
회귀 전에도 꽤 많은 광신도를 만들어 냈던 놈이었다.
고통 이전에 쾌락이란 것에 홀린 녀석이 많거든.
그 끝이 고통이란 건 모르고 말이지.
최악에 가까운 녀석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게 있다면…… 보아하니 아직 이곳에 광신도가 완전히 뿌리는 못 내린 거 같다 이거지.”
“초기란 거군요.”
“그래. 그나마 낫단 거야.”
그래도 이놈, 딱 걸려 버렸다.
전생엔 꽤 많은 광신도를 낳아 버렸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 막 번지기 시작했다.
전염병은 초창기부터 잡아야 하는 법이었다.
수많은 것 중에 이제 막 하나를 찾아내기야 했다만.
그 종류가 지독한 걸 잡아 냈으니 최악이 아닌 걸로 됐다.
놈들로부터 얻어 낸 정보는 고작 계약한 악마 종류 따위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같이 공양 의식을 시행했던 광신도의 정체, 위치, 지부 따위를 알아냈다.
이들이 다음 공양 의식을 곧 시행할 거란 정보까지도.
이 정도면 떠먹여 준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러니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여보자. 녀석들도 곧 움직일지 모르니까.”
몰아붙일 시간이다.
* * *
사람은 사람을 써야 하는 법이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혼자 다 했겠다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꽤 많은 사람을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중 다수는 자연스레 미래 엔터의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내 끈의 중심은 미래긴 하니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팀 매니저 한시영이었다.
같이 움직이고, 처참한 현장을 직접 겪은 그녀는 내 요청에 의지를 불살랐다.
맡겨만 달라고 말하던 그녀의 눈빛은 퍽 인상 깊었다.
적을 처단하는 방식이 전투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날 돕기 시작했다.
그녀는 제 상사였던 김시연에 협조 요청부터 시작했다.
그 답은 빨랐다.
-실장님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어요. 김시연 실장님은 바로 확답해 주셨어요. 그런데 의외인 게…… 신이현 실장님도 도와주시겠다고 하네요?
“신이현 실장이라…… 스카우트 건 이후로 마주친 적이 없긴 했는데. 여기서 나서 주다니, 의외긴 하네?”
-예. 이득이 없는 일에는 움직이는 법이 없으시니까요.
“그런데도 나왔다라. 우선, 받아들여.”
-옙!
내 요청에 대한 화답은 예상 이상으로 크게 돌아왔다.
미래 엔터의 넷 중 둘이 화답해 왔다.
김시연이 우익이라면 신이현은 좌익.
서로가 경쟁자처럼 굴지만 어디까지나 선의에서였다.
최후가 다가오기까지 둘은 경쟁자이자 동료로 움직였다.
회귀 전엔 신이현이 운이 나빠 먼저 죽어 버렸을 뿐이다.
그녀의 능력은 분명 뛰어났다.
‘빚을 졌군.’
그런 그녀의 합류는 일에 추진력을 끌어 올려줬다.
내가 준 정보를 바탕으로 추격대가 꾸려졌다.
아브라다를 추종하는 광신도 무리를 처리하기 위한 추격대였다.
그 추격대 인원만 하더라도 헌터로 백이 넘었다.
팀마다 규모가 다르다지만, 최소 10팀은 포함된 추격대였다.
신이현과 김시연 밑에서 필수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자들을 제외하곤 전부 움직였단 의미다.
-이참에 광신도뿐만 아니라 거슬리는 빌런들도 여럿 처리한다네요.
“좋은 결정이네. 이쪽도 요청만 있으면 같이 움직일 거라 전해 줘.”
-이미 전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줘서 좋네.”
-별말씀을.
추격대는 곧바로 아브라다의 광신도를 추격했다.
추격하는 중간에 걸려 나가는 빌런 조직도 추격 대상이 됐다.
그렇게 타깃을 확보하고 추격은 소탕 작전으로 변경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저 멀리 경기도까지.
소위 수도권 곳곳에서 비명들이 터져 나왔다.
1차 빌런 소탕 작전으로 치안에 자부심을 갖던 시민들.
그런 시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터져 나왔다.
불안은 공포를 낳았다.
공포는 없는 괴담도 만들어 냈다.
빌런끼리 세력 다툼이 있다느니. 몬스터 무리가 도시에 숨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없던 도시 괴담이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빌런과 광신도가 있었다.
그 수에 맞춰 나도 움직여 줘야 했다.
-김시연 실장님은 직접 남양주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하남은 저희가 처리해야 할 거 같아요.
“접수했어.”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는 광신도들.
그들을 찾아가 처리해야 했다.
처리하고 난 이후엔 그들 영혼을 추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상위 조직원을 찾으려 애를 썼다.
그야말로 쉼 없이 이어지는 소탕 작전이었다.
결국 꼬리가 길어지다 보니, 몇몇 기자들이 냄새를 맡았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그룹의 헌터들이 움직이는 낌새를 포착한 거다.
특종이 던져졌다.
[사설 집행, 이대로 괜찮은가?]
[길드가 공권력을 지니는 게 맞는가?]
[길드의 전횡!]
[미래 그룹! 일을 터트린다!]
우리가 행하는 일은 분명 정의롭다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그 수단이 과격하기는 했다.
불안에 떨었던 시민들이 많았잖나.
여론이 우리 쪽에서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내게 빚을 지워 줬던 신이현이 나섰다.
미래 엔터 내부에서도 로비와 수완의 신이현이라 불리는 그녀였다.
그녀는 여론을 반전시켰다.
[현재의 소란. 2차 빌런 소탕 작전……?]
[토벌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소요…….]
[우리 곁으로 파고든 빌런들.]
[광신이 만들어내는 폐해?]
[xx동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이 광신도……?]
불안함의 화살을 빌런과 광신도들에게로 돌렸다.
정부와 암암리에 이어나가던 공조 체계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그럼으로써 여론은 반전됐다.
반전된 여론은 흐름을 만들었다.
[정부! 정식으로 2차 토벌 작전 발표!]
[2차 빌런 토벌 시작!]
이전에 1차로 끝이 났던 빌런 토벌 작전!
몇 년 뒤에나 시작되어야 할 빌런 토벌 작전이 2차로 명명되었다.
내가 회귀하기 이전엔 없었던 일이었다.
-정부 측 인사들도 움직일 거예요!
“그 굼뜬 애들이?”
-곧 선거잖아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여론의 힘 받기도 좋고요. 덕분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때요?
“최고야. 마음에 드네.”
-후후. 실장님들에게도 전할게요.
오랜만에 회귀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그려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바퀴벌레처럼 파고들어 온 빌런들이 토벌당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감에도 시민들은 불안에 떨기보다 통쾌해했다.
광신도 조직이 점차 세가 줄어 들어갔다.
-오늘은 허탕이네요.
“다 뒤지진 않았으려니…… 수면 아래로 숨은 건가.”
-많이 죽이기도 했으니까요.
며칠이 더 지나니, 슬슬 광신도의 흔적을 찾기 힘들어질 정도가 됐다.
그쯤 나는 하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