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영상으로 보이는 곳은 숲이었다.
안전지대가 형성된 도시 바깥으로만 나가도 몬스터가 날뛰는 시대다.
물류를 위한 도로에도 간간이 습격이 오곤 했다.
그런 이 시대의 숲.
그곳은 더는 힐링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 가득 찬 숲을 보이고 있는 영상은 선명했다.
-던전은 절대 아니다.
-ㅇㅈ. 던전인데 영상이 저리 선명할 리가 없지.
-그럼 대체 어딜 간 거지?
-그러게? 분명 미래 엔터가 올린 거잖아?
의문에 대답이라도하는 듯 비치는 화면의 앵글이 달라졌다.
숲 안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오? 지한휘다!
-지한휘!
-쟤들은 새 팀원들인가?
-오, 둘은 익숙한데.
-쟤들이 신생 팀으로 갔네. ㅎㅎ
화면에 사람들이 보이자, 반응은 거세졌다.
지한휘를 제외하고 유명한 게 이진성, 이진아였다.
지한휘가 있기 전, 미래의 루키로 소문이 났던 둘이다.
미래 길드에서 둘에 대한 정보를 간간히 뿌리기까지 했다.
다른 길드들도 이에 따라 경쟁하듯 루키들 정보를 뿌려봤다만. 언제나 앞서가는 건 둘이었다.
그런 둘이 팀원으로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 외국 애도 있다!
-오. 전에 지한휘 옆에 있던 애잖아?
-맞음. 도끼 휘두르는 게 꽤 강했던 걸로 기억함. 근데 소환사는 어딨지?
-쟤 아님?
-도끼도 휘두르는데 소환도 한다고? ……뭐지?
-????????
어깨의 도끼를 지고 있는 이사야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최근 임프 침공과 던전 브레이크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사야다.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호쾌하게 휘두르는 도끼질!
두 개의 갭(gap)이 있는 매력.
그 매력에 빠져서 생겨난 소위 빠들이 있었다.
그 취향이 다소…… 존중이 필요하기야 하겠다만 나쁘진 않았다.
원래 헌터란 게 별의별 이들이 다 있는 법이니까.
도끼 좋아하는 헌터 정도.
허용 범위 내였다.
이외의 반응이 터진 건 다른 하나였다.
-근데 그 옆에 바이커 헬멧 쓴 건 누구지……? 정보 없음?
-씁…… 난 오늘부터 바이커 헬멧 팬이다.
-뭘 보고?
-보면 모름? 실루엣만 봐도 딱 느껴지는 게 있음!
-……새끼…….
-왜? 뭐?
-나도 함.
김민하.
팀에서 지한휘 이상으로 베일에 싸인 존재가 하나 있지 않은가.
지한휘의 팀원이 되었으니 분명 뭔가 있을 텐데.
그녀에 관한 정보를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내가 쟤들 안다. 한때 지한휘이랑 저 냥……굼? 인가 내가 탱커 한번 해 줌. 크. 그때 쥐쟁이 잡을 때는 꼬꼬마 애들이었는데.
-아재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짜라니까?
-어이 김 씨. 쉴 시간 끝났어. 와서 짐이나 싸게 들어!
-이…… 새끼들이!?
진실을 말하는 자가 있긴 하였지만, 그조차도 금세 묻혀 버렸다.
유명인과 친분을 과시하는 어그로.
그런 거야 어딜 가나 넘쳐나는 법이었으니까.
어쨌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등장만으로 시선을 끌었다.
기대감은 차고 넘쳐났다.
그런 가운데 진짜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건, 금방 나왔다.
* * *
캬아아아-!
야생 몬스터들이 특유의 하울링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이트 울프다! 변종인데!?
-저게 저기 서 왜 나와?
-숲에 있는 던전 터져서 풀린 거겠지.
-크. 저기는 엄청 풀려 들었을 건데.
-저걸 어떻게 상대하냐? 이거 활약이 아니라 자살하러 간 거임?
그 수만 하더라도 수백 마리.
카메라를 든 사람도 떨리는지, 화면이 작게 떨려왔다.
무리도 아니다.
한 마리만 놓고 보면 하급이지만, 모이면 중급 몬스터보다 상대하기 힘든 게 그레이트 울프니까.
거기다 변종이었다.
당장 카메라를 던지고 도망치지 않은 거만으로 칭찬해 줄 만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활약 영상이 아니라 고인의 생전 영상이었나…….
-……아. 미친 그러니까 저길 왜 가냐고.
-거 기대해 봐. 쟤들 다르다니까?
└김 씨, 쉬는 시간 끝났다고!
-아오 씨!
반대로 향초부터 피우고 보는 자들은 도무지 칭찬을 하기 어려운 법이었는데.
그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지한휘부터였다.
쒜에에엑-!
시원스레 늘어나기 시작하는 검은 사슬!
그 능력을 숨길 것도 없다는 듯이, 사슬엔 희끄무레한 영력이 실렸다.
마치 검에 실린 검기처럼 환하게 빛을 밝히는 영력은.
쿠우웅!
선두로 달려오는 그레이트 울프의 대가리에 작렬했다.
콰즉- 소리가 나며 깨어져 나가는 울프의 머리!
-와 사이다!
-미친…… 저게 한방에 쪼개진다고!?
이 영상을 보는 자들 모두 잔인함에 절여진 뇌들을 갖고 있었다.
영웅의 전장 덕분에 잔혹한 영상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보는 세상이니까.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저 휘두름은 호쾌하기 그지없었다.
콰아앙! 쾅!
그런 호쾌한 공격이 연속으로 터져 나갔으니!
속이 상쾌해질 수밖에.
집요하게 대가리를 노려 깨버리고.
그때마다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시체로부터 나왔다.
그게 지한휘를 향해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그 빛이 다시 형상화되면서 늑대를 공격하는 건 또 다른 백미였고!
그는 단순히 사슬만으로 끝을 안 냈다.
-캬. 일 타 삼 피!?
-오 미친! 이사야는 도끼 들었다.
여럿을 한 번에 처리하고.
영혼을 부려 그레이트 울프를 압박했다.
온몸이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레이트 울프의 바로 앞에서 영혼 폭발!
끼이잉-
제 동족의 영혼이 터져 나간 판국에, 그레이트 울프들은 맥을 추질 못했다.
그의 활약만으로 놀라울 따름인데.
나머지 일행의 활약도 결코 그에 못지않았다.
-시체 터진다!
-캬. 저기는 불장난?
-이진아는 어디 갔…… 조깄네!?
도끼를 휘두르는 이사야가, 손을 휘저으면 폭발이 일어났다.
사령 마법 시체의 폭발이었다.
시체가 하나 터질 때마다 주변이 초토화!
그런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주제, 아군에는 피해 한 점 없는 미세 컨트롤을 보였다.
예술은 폭발, 아니 폭발은 예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가운데!
그 틈 사이사이에 이진성의 불이 뿜어졌다.
“히히히히. 다 뒤져. 뒤지라고!”
눈이 반쯤 훼까닥 뒤집힌 그.
광대놀음에 푹 빠져버린 그의 기세는 거칠 게 없었다.
후우욱-
숨 한 번에 불길을 일으키다가도.
또 언제 집었는지 모를 곤봉과 단검들이 그의 손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갔다.
깨에엑-!
물건들은 피치 못 할 그곳에 작렬했다.
-……왜 내가 다 아프냐.
-이진성 미친놈. 저 새끼 저거 사냥할 때 제정신 아니라는 소문이 진짜였네!
-광대 특성인가 본데…… 그래도 미친놈.
그때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차마 좋지 못한 곳에만 들어가는 그의 공격은 어딘가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아마, 이런 미친 이진성의 공격방식에 가장 익숙한 건 이진아지 않았을까.
“케케케! 뒤져! 뒤지라고!”
“오. 막내 신났네!”
“막내 아니라니까! 으아아아아! 뒤져! 뒤져!”
“그거 나한테 뒤지라는 거 아니냐?”
“뒤져어어어어!”
이진성이 미쳐 날뛰는 광기의 현장.
스스스스-
그 사이를 이진아는 산보라도 나온 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자로 잰 듯 움직이는 이진아.
언제나 최소로 움직이며, 존재감조차 죽여 버리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존재감을 드러낼 때는 정해져 있었다.
푸슉-
울프의 죽음이 터질 때. 그때뿐이었다.
손짓 한 번에 한 마리.
절제되었기에 완벽한 그녀의 사냥 방식은 하나의 춤과 같았다.
부드러이 이어지는 잔혹함이었다.
그런 그녀의 잔혹함은 거의 깨지는 법 없이, 적의 명줄을 자르고 있었다.
단 한 번.
“캬캬캬. 너 거기 일부러 찌른 거지?”
“……시끄러. 실수야.”
“케케케. 역시 너랑 나는 남매라니까는? 응? 응? 인정함?”
“……후.”
피치 못하게, 그곳을 한 번 찔렀을 때만 그 부드러움이 깨졌을 뿐이었다.
남매인 자신의 혈육이 왜 저런 이상한 광대가 되어 가지고는 저리 방정맞아졌을까.
하는 생각은 한숨 한 번으로 날리는 이진아였다.
길게 생각해 봐야 머리가 아픈 건 자신이었으니까.
다행히도, 그런 이진아의 한숨에 사람들은 집중할 겨를이 없었다.
투화아아아악-!
가장 끝에서 화살이 쏜살같이 나아갔다.
말 그대로 화살이 더미가 되어 저 위 공중으로 날았다.
중력이 있으니 떨어지는 게 당연한 화살!
다시 떨어지는 화살은 그 힘을 잃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
-……뭐, 뭐냐!?
-저런 기술이 있었어?
후두두둑-!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화살은 제 몸을 수십 개로 나누었다.
그러곤 비처럼 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깽! 끄륵-
떨어져 내린 화살은 정확하게 그레이트 울프만을 노리고 꿰뚫었다.
-저게 말이 됨?
-그냥 맞히는 거도 힘든데, 그걸 꺾고 떨구는 거까지 계산한다고!?
-대체 저 바헬 누구냐!?
-바헬이 뭔데?
-바이크 헬멧!!
-야! 내가 1호 팬이다! 다 기억해라!
-난 이호!
-……미친 ㅅㄲ들…… 난 3.
그 광경에 모두가 경악했다.
일대일에 능하다고만 알려져 있는 궁사들. 그러한 궁사의 상식 자체를 깨부수는 걸 처음 보았으니까.
그렇게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기만 했다.
-다들 미쳤네.
-새로 만들어진 팀이 어떻게 이걸 쓸어 버리냐…….
-어떻게 저런 애들만 데려왔냐?
-뭐지? 뭐가 일어나는 거임?
지한휘를 위시한 팀원들은 흩어져 있되 서로를 보완했다.
전방을 지한휘와 이사야가 맡은 가운데, 중위를 이진성이 보완.
흩어지는 것들은 이진아가 양몰이 하듯 몰아붙였다.
그렇게 한데 모아 버리면 이진아의 화살이 비처럼 내렸다
이 모든 활약에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포식자.
헌터계에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했노라고.
* * *
단순히 강하다 수준을 넘어, 적을 압살하는 자들이 등장했음에 영상을 지켜보던 자들은 저도 모르게 환호했다.
이러한 전투가 두 번, 세 번 계속해 이어져 나갔다.
그때마다 놀라운 활약이 벌어졌다.
-팬클럽 어딨음? ㅅㅂ. 굿즈는 나옴?
-있겠냐?
-없으면 내가 만듦. 당장 미래 엔터 전화한다.
-와씨. 미쳤다…….
영상이 길어질수록 흥분이 더해졌다.
처음 천명 정도로 시작했던 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났다.
10000.
20000.
30000.
…….
70000.
그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현시대 스타나 다름없는 게 헌터라지만. 이런 식으로 속도가 올라가는 건 흔한 게 아니었다. 아직 해외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였으니까.
-다음! 다음으로!
-또! 또 보여 달라고!
그렇게 이어지는 전투의 행렬에 모두가 흥분하다 못해 광기를 보일 무렵.
점차 안으로 들어간 지한휘와 팀원들. 그들이 처음 발길을 멈춰 섰을 때,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어……?
-저건 뭐지? 피?
-빨가네? 몬스터 피가 아닌데…….
예상치 못한 걸 보면 반응하기 어렵다던가.
눈앞에 보여지는 광경이 그러했다.
곳곳에 피가 가득했다.
녹색도 검은빛도 아닌 붉은 피.
직감적으로 사람의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피들이 숲 한가운데 가득했다.
그러한 피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것도.
마치 하나의 의도가 있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된 거 아니냐?
-뭘 의미하는 거야?
-ㅇ ㅣ 미친!
몬스터가 터져 나온 숲 한가운데에서 사람의 피로 만들어진 어떠한 문양의 등장이라.
영상으로 보는데도 다들 멘탈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끄는 지한휘도 당연해야 하는 일인데.
여태 입을 벌리지 않던 지한휘는 나지막하게 단 한마디를 던질 뿐이었다.
“……찾았다.”
그런 그의 말과 함께.
지지지직-!
영상은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