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내게 있어 재물은 넘쳤다.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던전, 아이템, 몬스터 정보…….
소위 특급이라 쳐지는 정보도 나만큼 누가 알까.
설사 모르는 정보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또 그 눈인가.
“내가 뭘?”
-……여는 분명 의지를 가진 존재이니라. 그거만 기억하거라.
“내 기억하겠느니라……!”
-좀……! 여랑 함께하려면 격을 갖추거라.
“흐흐.”
부가 기능으로 눈치라는 게 탑재된 벨린카니스.
녀석을 이용하면 어지간한 정보는 다 들어오게 돼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뭐.
어쩐지 안에 있는 녀석들이 영혼 상태로 도와주고 있는 거 같단 말이지.
그러니까 한 마디로.
‘어지간한 건 지금 나한테 가치가 별로 없다.’
웬만한 돈으론 내 자존심을 살 수가 없다 이 말이다.
미래 그룹이라도 덜컥 내주지 않는 한은.
해서 내가 복채로 받을 것은 무엇이냐?
“오랜만이에요.”
“……저는 금방 뵙네요.”
“아니, 저는 이제 막 뗐는데, 이게 뭡니까!? 컥. 왜 찔러!”
“조용히.”
저 시끄럽기 그지없는 이진성.
여전히 조용히 그를 제압하는 이진아.
무려, 미래 가문의 김민하.
이 셋을 복채로 우선 받았다.
아, 오해할 건 아니다.
이들은 내 팀원이 됨으로써 복채가 된 거거든.
아직 루키급이라지만 실력은 다들 보장된 자들.
거기다 미래 길드의 지원까지 크게 받았던 자들만 모아 놨다.
두둑하지.
그래서 오랜만에 본 복채, 아니 광대 이진성이 아주 죽상인 거다.
“이진아 씨 잘했네요. 거, 상사한테 따지고 들어? 나 때는 그러면 큰일 났어!”
“별말씀을…….”
“와. 팀장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꼰대질을 할라 그럽니까? 저보다 나이도 어리신 분이.”
자기도 유망주라 들어왔는데, 냅다 팀장을 먹은 건 나였으니 저렇게 말하는 것이 무리도 아니지.
특성 : 광대를 타고난 이상 감정을 숨기는 것도 어려울 거다.
광대 특성을 가진 쟤들은 제 감정을 숨기면 페널티를 얻으니까.
저 페널티가 나중에 가면, 더 가관이다.
웃기만 해야 한다.
슬퍼도, 우울해도 일단 표정은 웃어야 했다.
일명 슬픈 광대랄까.
어쨌거나, 이진성이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저리 말하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잇! 나이만 먹고, 직급은 못 먹으신 분이 삿대질을?”
“……윽. 치사하게 팩트를.”
이리 쉽게 덤벼서야, 더 쉽게 침몰시켜 줄 수밖에.
가슴을 부여잡고 침몰 되어가는 이진성.
“오빠도, 그만해. 추해.”
“진성 씨? 더 해 봐요. 저는 응원하거든요!”
“오……! 역시! 이런 분도 팀에 있으셔야지!”
“그쵸? 후후. 승진도 못해서 추한 경박스러운 사람의 한국어를 더 보고 싶으니, 어서요!”
“……아오, 씨. 내 편이 없어.”
그에게 막타를 먹여주는 건 이진아와 이사야였다.
크. 저리 확실하게 보내 주는 걸 보라지.
‘팀원 효과 확실하구만?’
이것으로 이 팀에서 자연스레 가장 밑을 맡아주는 막내를 누구로 할지는 정해졌다.
“이진성, 너로 정했다. 네가 막내다.”
“뭔…… 소리예요, 동생을 두고……!”
“저는 찬성이에요!”
“나만 아니라면 좋지!”
“…….”
“찬성. 찬성. 찬성. 쓰리 찬성으로 막내 결정되었습니다.”
“에바야!”
그렇게 내가 서열(?)을 정리해 주는 사이.
“……자자. 여러분 진정하시고. 이리로 와주세요. 아직, 팀원이 전부 보충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싸우시면 어떻게 해요?”
“커흠.”
투닥거리고 있는 우리를 보고 막으러 온 건 한시영이었다.
김시연의 측근이자, 우리 팀의 매니징을 담당하자고 온 게 그녀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정복을 입고서도 멋들어짐을 드러내는 한시영.
능력도 지닌 그녀를 여기에 배치할 줄이야.
과연 김시연이 사람을 쓰는 용병술 하나는 기깔나게 잘한다.
사실 나는 김필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시영을 보내준 거거든.
김필서를 보내줬으면 어마어마하게 놀려줬을 건데.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지.’
그걸 잡아낸 건지, 떡하니 한시영을 보내 줬다.
처음 나를 볼 때 놀란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일 처리는 깔끔했다.
팀원들의 서포팅을 위한 장비를 금세 마련해 오는 건 기본이었다.
빠른 팀워크를 위해 나를 중심으로 팀원 숙소를 옮기는 여러 잡다한 일도 금방 해냈다.
꽤 발품이 들 일들인데도 빠르게 해내는 걸 보면 과연 능력자랄까.
과연.
김시연의 용병술이 빛나는 부분이었다.
나로선 김필서 보내달라고 떼쓸 수 없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하기야 아직도 짝사랑만 해대는 김필서도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간다.
‘그 김필서는 김시연 옆에 있어야 능력치가 배는 되지. 그래가지고, 옆에 가만두고 있는 건가? 후음…….’
짝사랑의 힘으로 업무를 불태우고 있잖아?
과연 불퇴권사 김시연.
무력 이전에 사람 쓰는 게 그녀가 지닌 최고의 힘일지도.
어쨌거나.
원래 있던 이사야와 새롭게 추가된 셋에 한시영까지.
총원 여섯으로 된 팀이 만들어졌다.
이게 끝은 아니었다.
내가 수배한 자들도, 조금씩 끌어모을 참이니까.
느리지만 팀원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과정이 길긴 했다만. 미래 길드에 터를 잡는다는 건 성공했다.’
이것으로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 미래 길드를 잡아먹자는 계획.
그것에 한 걸음을 내디디는 데 성공!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건지, 이사야는 작게 엄지를 내밀었다.
나는 그를 받아 주며, 한시영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섰다.
* * *
멀끔하게 마련된 회의실의 가장 상석,
[팀장 : 지한휘]
이라는 명패가 굳이 자리를 잡아주고 계셨다.
캬. 내 지위 보게.
뿌듯하구만.
“크…… 자기 직위를 벌써 챙기시는 게 대단하십니다.”
“걱정 마. 곧 막내 이진성이란 명패도 만들어 줄게.”
“누가 그딴걸!”
“자자, 됐고. 모두 착석합시다. 이진성, 그쪽은 저쪽 끝자리로 가고. 팀장으로서 첫 명령이야.”
“……큽.”
불만이란 쿠데타 따위.
금방 잠재워 주면 될 일이었다.
모두는 금세 이 분위기에 적응한 건지, 자기 자리를 알아서 찾아 앉았다.
잠시, 이진성이 앞으로 와 앉으려 했지만, 그 또한 이진아의 제압으로 끝.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는 가운데 입을 가장 먼저 떼는 건 매니저 한시영이었다.
“팀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인용으로 장비들을 꾸려놨어요.”
“오. 빠르네.”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런데 이 장비들을 가지고 대체 어딜 가시려는 거죠? 인간형 몬스터라도 상대하시는 건가요?”
제 할 일을 끝마친 그녀는 다음 행보를 물어왔다.
“아, 그거 말이지. 어디일 거 같아?”
“확실한 준비를 위해 어서 알려주세요.”
모두가 내 말만을 주의 깊게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그러니까…….”
나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이다음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지한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건, 한시영뿐만이 아니었다.
소위 헌터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시대다.
헌터에 달라붙는 팬들도 생겨나는 판국.
지한휘에게 관심을 갖는 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지난 게이트 사태에서, 주목을 받지 않았나.
[한국에서 막은 게이트. 일본, 중국도 놀라 뒤집어졌다!?]
[몬스터 방위 최강국 한국!]
소식이라면 뭐든 끌어다 쓰는 요튜버들은 기본이었다.
이참을 이용해 보잔 건가.
미래 엔터가 힘을 써서 언론에 펌프질을 해줬다.
그런 가운데 고작 한 달도 안 돼서 활약이 추가까지 됐다.
[속보 : 던전 브레이크를 미리 막는 길드가 있다?]
[방위 최강국을 넘어 이참에 세계 지배까지……?]
[브레이크가 생겼는데요. 없어졌습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내는 소식들이 노출된 거다.
이 시국에 던전 브레이크가 보통 일인가.
한 번 터져 나가면 그 지역이 초토화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어쩐 일인지 미래 길드가 대대적으로 나서서 막아냈다.
그것도 미리 준비까지 하고서.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랐다.
꽤 많은 단체와 세력들이 들러붙어서, 알아내려 했으나 성과는 아직 없었다.
고작해야 길드원 중 하나인 지한휘, 그가 이 모든 것들을 주도했을 거라 상상할 수 있을 자는 적으니까.
시작은 지한휘였으나, 미래 가문에서 알게 된 건 김민하 덕분이었으니까.
그 속사정을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궁금증이 커졌다.
이 가운데, 미래 길드는 머리를 썼다.
[속보 : 미래 엔터에 새로운 팀이 생겼다……?]
[미래 엔터의 새로운 팀 출현!]
[그 팀장은 브레이크에서 활약한……?]
안 그래도 주목받는 미래다.
이 상황에 새로운 정보? 관심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김시연과 더불어 미래 엔터를 책임지고 있는 네 실장의 합의에서 실행된 일.
그들은 주목의 방향을 자연스레 지한휘에게로 이끌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김시연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그를 잡아야만 해요. 그게 어떤 보상이 되든지요.”
그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내린 조치였다.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실장도, 정확히는 몰라도 그가 무언가 해냈음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가 있을 리가.
그렇게 미래로 쏠려 있던 대중의 관심이 지한휘에게로 갔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헌터라면 집중하는 판국이다.
사건까지 몰아 놨으니 궁금해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다들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했다.
-야야. 새 팀 뭐 한다냐? 정보 없음? 요즘 거기가 가장 핫하잖아?
-몰라. 구성원도 뭐도 아직 제대로 안 올라옴.
-씁. 왜 안 올리고 난리지? 이거 서러워서 팬질 하겠어?
-팬질을 왜 함?
-그때 나 구해 줌.
-ㅋㅋㅋㅋㅋ. 팬질 졸라 현실적이네. 그럼 좀 기다려.
-아씨. 구해 주는 건 쌉 빨랐는데. 뭐지.
팀의 소식을 찾아다니는 자가 수두룩했다.
소위 말하는 사이버 렉카. 조회 수만 오르면 빨대를 던져 쭉쭉 빨아대는 녀석들도 눈에 불을 켜고 소식을 찾았다.
순식간에 흘러간 며칠이었다.
-아씨, 뭐지?
-새로운 팀 나오면 신고식으로 던전 하나 박고 시작하는 게 예의 아니냐?
-ㅇㅈ. 대체 뭐 하는 거임?
보통 팀이 창설되면, 신고하듯 곧바로 던전을 직행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
미리 등록된 던전 정복 계획을 듣고 기자나, 요튜버들이 수두룩하니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지루함으로 바뀔 무렵이었다.
-떴다!
-뭐가?
-새 팀. 그 지한휘인가가 하는 팀. 활약떴다! 영상도!
-오…… 바로 감.
그들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떴다.
그런데.
-엉?
-엥?
-쟤들이 대체 왜 저길 감?
-뭐지?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냐?
그들이 간 곳이 어딘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