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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61화 (61/206)

제61화

김민하가…… 말을!?

목소리의 주인공, 김민하였다.

그녀는 내가 놀람에도 괘념치 않았다.

또렷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옆을 바라보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오로지 나만을 향하는 그 눈.

다른 자라면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고 다른 어설픈 생각이라도 하겠다만.

나는 이미 다른 의문들로 가득 찼기에, 그조차 불가능했다.

‘지금, 어떻게 말을 하는 거지?’

‘사연이 있어 실어증이라도 걸린 게 아니었나?’

‘나는 아직 예언자 노릇은 실행도 하지 않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어느새 미래 그룹이 나 몰래 내 영혼이라도 탐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질 때쯤이었다.

“아가씨, 그런 식의 선문답은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요.”

“……그래?”

꼬리를 끊은 건 옆에 있던 김시연이었다.

불퇴권사인 김시연.

그녀는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동생에게 설명하듯 차분히 달래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예. 단계별로 이야기해야 알아듣지요. 이 사람들은 아가씨와 제대로 대화를 해 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구요.”

“으음…… 이해했어.”

다행이랄까.

김민하는 김시연의 말을 잠자코 받아들였고.

“당장은 어려우실 수 있으니까, 남은 이야기는 제가 풀어 볼게요. 괜찮으시겠어요?”

“부탁할게.”

그 결과 나는 김민하의 동행자이자, 해석자랄 수 있는 김시연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 *

이어지는 김시연의 설명.

그 설명을 듣고도, 나로선 꽤 당황할 수밖에 없더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예언자 노릇을 하려고 온 게 아니었나.

뛰어난 탐색기를 가진 지금이다.

그걸 이용해 영향력을 쌓으려 했다.

그 영향력으로 미래 길드를 잠식하는 게 분명 내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꽤 많은 걸 준비해야 했다.

그런 준비를 하면서 꽤 힘듦을 느꼈다.

이거 예언자 노릇이 생각보다 힘든 걸 알아버렸거든.

나랑 체질이 안 맞는달까.

그런데.

‘뜻밖이야…….’

진짜 예언자가 여기 있었다.

김민하. 그녀는 내가 이곳에 제안을 던질 걸 알고 있었단다.

어떻게 아냐 하니.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미래의 일부를 보는 거 그게 아가씨의 능력이에요.”

“그게 능력이라고?”

“예.”

미래의 일부를 보는 거.

그게 그녀가 지닌 본래 능력이었단다.

이중 각성이냐 물으니 이능력과는 별개라나.

신기한 일이다.

“오해는 마세요. 완전한 예지는 아니에요. 방향성을 알 뿐이죠.”

“그거만으로 대단하잖아?”

“그렇죠. 불완전한 세계에서 방향성을 안다는 거만으로 그건 축복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리고 동시에…….”

“저주였겠어. 그렇지?”

“맞아요. 그게 이 가문에서 아가씨를 중히 여기면서도 꽁꽁 숨긴 이유기도 하죠. 사실, 그걸 알려드리는 것도. 알려드리는 게 맞단 미래를 일부 보셔서예요.”

“……허.”

그 능력은 완전하지도, 전지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일부만이 보여올 뿐이었으니까.

틀리지는 않되, 그 해석은 본인의 몫.

그러기에 내심 오랫동안 품었던 생각 하나가 이해가 갔다.

“이제야 하나는 확실히 알겠네. 내가 왜 냥곰이를 쥐쟁이 던전에서 봤는지를 말이야. 그거 의도한 거지?”

“반은요. 그곳에 아가씨가 도달하는 게 미래 그룹에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간 거예요. 그 뒤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요.”

“그런 건가. 뭔가 이상하긴 했어. 이 귀한 집 아가씨가 그런 막공대에? 그거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잖아? 우연이라고 하기엔 말이야.”

“……아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연은 우연이에요. 구체적인 거까지 의도가 들어간 건 아니니까요.”

“보기 나름이겠지.”

“거기까진 부정하지 못하겠네요.”

그녀와 나의 만남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사실 그렇잖아.

삼류 드라마도 아니고, 시대도 시대다.

우연이라지만 첫 사냥을 가서 소위 재벌가 영애랑 만나는 게 쉬운 일일까.

전혀.

불가능은 아니니, 확률로 보면 0에 수렴한다.

아니 설사 만났다 해도 그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것도 우스운 일.

그런데도 이어졌고. 수많은 편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유의 일면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에 대한 내 감상을 가감 없이 표현하자면.

“소름 돋네.”

소름. 그래. 무언가에 대한 꺼림칙함이었다.

그런 솔직한 내 표현을 받아서일까.

김민하의 몸이 작게 움츠러드는 게 보여왔다.

‘이런.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본래라면 저런 작은 행위에 신경 쓰지 않겠다만.

이번만은 오해를 풀어줘야 함을 느꼈다.

그러기에 나는 가감 없이 내 감정을 이야기해 줬다.

“김민하, 쓸데없이 오해하지 마. 나는 마치 누군가가 조종한 거 같은 여태까지의 것들에 소름이 돋는다는 거야. 김민하 너 자체가 소름 돋지도, 두렵지도 않아.”

“저를 이해해 주는 거예요?”

그런 나의 솔직한 생각을, 그녀는 마치 무언가의 이해라도 받았다는 듯 해석했다.

‘이해라…… 그래. 어쩌면 이거도 이해는 이해지.’

오래전부터 예지를 할 수 있는 아이.

그런 녀석을 어떻게 써먹었을지는 훤히 보이긴 한다.

가문에서 대우를 해 준다 해도, 결국엔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생각을 버리긴 어려웠겠지.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을 숨기고.

자연스레 자기 자신에 움츠러드는 일 따위.

이해는 간다.

심리학 따위 공부도 안 했지만, 짬밥으로 구르며 집어 먹은 야매 심리학이란 게 있거든.

특히, 이능이 판치는 이 세계서는 제힘에 제가 잡아먹히는 일 따위 너무도 흔한 거니까.

그러기에.

나는 이해 따위라는 건 무시하고,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못 할 건 뭐야? 사람이 이익가는 대로 행동하는 건 당연하잖아. 마침 너는 예지에 가까운 좋은 도구를 갖고 있었고. 그 도구를 이용했을 뿐이잖아. 그걸 왜 소름 돋아 해야 하지?”

“…….”

“있는 도구를 쓴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면, 누구도 도구를 써선 안 되겠지. 그게 당연한 거야.”

정제되어 있지도. 그러면서, 김민하에 대한 배려 또한 없이 툭 던진 나다운 조언이었다.

그게 김민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진 걸까.

“……아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어느 샌가 김민하의 눈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저 붉어진 눈의 의미는 이해받았음에 대한 위안일까.

그도 아니면, 자신에 대한 이해도 없음에 툭 하니 던져진 말에 상처를 받아 흘러내리는 눈물일까.

어느 쪽일지 나는 알 수 없다.

김민하는 자신을 진정시키려 할 뿐이지, 내게 설명을 더 할 생각은 없어 보였으니까.

“……후.”

그래, 뭐.

나 또한 그녀에게 어떤 설명을 원하진 않았다.

그저.

나는 살짝 반성하고 후회할 뿐이었다.

‘예언자 노릇 한번 하러 왔다가 허가 찔려 가지고, 괜한 말이나 꺼내 버렸네.’

회귀를 한 나는 나다워야 했는데, 나답지도 않게 조언 따위를 던져 버린 셈이었으니까.

후회가 될 수밖에.

왜 그러냐고?

사실, 내가 좀 쫄보거든.

근데 그런 쫄보인 내가 세계 구원 따위를 하게 되었잖나.

그래서 겉으로야 세계 구원이니 뭐니 말을 하고. 마음내키는 대로 툭툭 행동하는 듯해도 내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그렇게 정해진 내 규칙은 간단하다.

『내 울타리 내에 있는 자들이나 신경 쓰자.』

그 울타리 내부에 들일 자는 딱 두 종류로 정해져 있었다.

좁게는 최후의 칠 인이거나.

넓게는 최후의 칠 인을 위해 목숨을 걸어 준 선발대까지.

딱 그 정도였다.

겉으로야 세계의 구원 따위를 바라고 있다고 하지만, 속으론 단단히 쫄아 있어서 그 어떤 새로운 자를 안고 갈 생각이 별로 없었거든.

한 마디로, 상처받은 고슴도치처럼 굴었다.

X랄하고 다닌 거다.

해서 그 외의 사람들은 내심 툭툭 밀어내고 있었는데 말야.

이리 되지도 않는 조언을 해 버렸으니.

내 나름 규칙이란 걸 깨 버렸을지도…….

‘씁. 이게 다, 내 안에 유보라나 마리가 있어서 그런 거라니까. 이번 건, 오지랖 넓은 마리의 영향을 받은 거려나?’

어쨌거나.

내 이런 변덕 같은 건,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그런 걸 거다 생각하자고.

그리 생각하며 내심의 부끄러움을 숨기는 그 짧은 사이.

“후…….”

김민하도 감정을 추스르는 데 성공한 듯했다.

그녀는 전보다 또렷한 눈을 했다.

중심이 잡힌 그 눈으로, 선문답이 아닌 본격적인 말을 던져왔다.

“이제 어떻게 아는지 이유는 알았으니, 가져온 제안을 들어 보도록 할까요?”

“얼마든지. 한번 이야기해 보자.”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때였다.

* * *

스르르륵- 턱.

곱게 닫혀 가는 문.

그 사이로 보이는 지한휘의 뒷모습.

그 모습을 김민하와 김시연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꽤 멀어졌다고 여길 때쯤이었다.

“아가씨, 던전 브레이크 날짜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적어도 내 감각은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어.”

김시연이 지닌 의문은 커져 가기만 했다.

“저는 아가씨를 믿기는 하지만, 아직 지한휘에 대해선 의문이네요. 던전 공략 능력은 분명 대단하지만…… 예언. 이건 전혀 다른 영역이니까요.”

“이해해. 그래도 어차피 며칠 뒤에는 밝혀질 거야. 그가 예언한 건 딱 4일 뒤니까.”

“알죠. 그의 말대로라면 던전은 그때 터질 테니까요.”

4일 뒤다.

그때가 되면 김시연이 가진 의문의 증거가 나올 거였다.

지한휘가 희대의 사기를 치려 하는 사기꾼이라거나 혹은 진짜 예언에 가까운 예측을 할 줄 안다거나.

그 수단이 뭐든 진짜라면…….

그에 대한 대우를 달리해야겠지.

한편으론 그가 진짜 예언이 가능했으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괜스레 부아가 치미는 김시연이었다.

“예언을 하는 건 좋은데. 사일이라면 공교롭게도, 제가 꽤 바삐 움직여야 준비가 되는 시간이에요. 마치 딱 그게 알맞다는 듯이요.”

“후후. 그래서 심술이라도 나는 거야?”

“조금은요.”

어쩐지, 그가 올 때마다 김시연 자신이 바빠져서 일지도 몰랐다.

“정말 아가씨의 말대로 저자가 도움이 되는 건 맞네요. 루키 수준은 넘은 지 오래고요.”

“그 눈빛은 질투 같은걸?”

“그럴지도요. 어쨌건 직접 대화까지 나누니 어떠세요. 아가씨의 그자에 대한 평가는요?”

“만점이야.”

“예? 저도 만점이 아닌걸요? 아가씨를 이해하는 듯해서 점수를 준 건 아니에요? 그럼 너무 편향적이신데.”

그게 아니라면 제 아가씨를 빼앗아 간 질투 때문일지도?

사실 그런 걸로 질투를 하기엔 둘의 사이는 각별하기만 했다.

그 각별함 때문에 김시연으로선 신경이 쓰인 걸지도 몰랐다.

“그럴지도?”

“당당하시네요.”

“처음 받은 감정이었거든.”

“어떤 감정을 받으셨는데요?”

“……말 못 해.”

저 작은 아가씨가 갖은 감정이 어떤 종류일지가 보였으니까.

그건, 능력이 없더라도 보이는 예측이었다.

‘힘든 걸 시작하시네요, 아가씨도.’

더 파고들어서야 좋을 건 없었다.

김시연은 대화 주제를 원점으로 돌렸다.

바로 던전 브레이크 예언에 대해서였다.

“어쨌든 좋아요. 한번 준비해 볼게요. 지한휘의 예언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를 증명한 아가씨의 능력을 믿고요. 한번 해보자구요.”

“지켜봐. 분명 맞을 거니까.”

“예. 그럼 전 준비를 하러 먼저 움직이도록 할게요.”

“응. 힘내.”

그렇게 김시연은 다시 움직일 채비를 했다.

둘의 말대로 앞으로 일어날 던전 브레이크가 있다면, 그녀도 어서 움직여야 할 때였으니까. 해서 김민하를 두고 떠나려는 찰나.

“휘유…… 하여간 지한휘에 이사야. 둘 때문에 무슨 고생인지…….”

“응? 둘이 아니라 셋이지 않았어?”

“……예?”

“역시, 못 봤구나.”

김민하는 또 다른 소름 돋는 의문을 하나 더 김시연에게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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