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58화 (58/206)

제58화

예언자 노릇이라니.

뭔 헛소리지.

그런데 마왕은 그럴듯한 계획을 풀기 시작했다.

그걸 듣던 지한휘는 감탄을 터트렸다.

‘역시 차원 단위로 해 먹는 녀석은 스케일이 다른 건가.’

러시아에 예언자 라스푸틴이 있다면, 여기는 벨린카니스가 있는 건가?

“너 잔머리 좀 친다?”

-이건 잔머리가 아니라 전략이라고 하는 게다.

“나는 그걸 잔머리라 하는데?”

-이익! 말을 말자꾸나.

그게 꽤 그럴싸해서 이사야에게 물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

“크큭. 그나저나 이사야, 어때? 내가 보기엔 꽤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고. 처음만 잘 짜면 당장 써먹을 수 있겠어.”

“오. 그 정도인가.”

이사야도 그리 느꼈는지, 호평 일색이었다.

마왕이 말한 예언자 노릇.

사실 이건, 우리가 짠 계획에도 있기는 했다.

왜 그렇잖은가.

난 회귀 전엔 최전선에서 싸우던 놈이고.

끝끝내 살아남아 회귀를 한 놈이다.

내가 겪은 온갖 일에 동료로부터 전해 받은 일들까지 더하면?

내가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유보라나 마리도 있지 않냐고 한다면. 걔들은 지금 내 안에 있는 상황이다. 누가 따지겠는가.

어쨌거나.

지금은 반쪽짜리가 됐지만, 내가 가진 정보를 사용하면 예언자 행세를 할 수 있기는 하다.

어느 정도만.

문제는 어느 정도만 된다는 거에 있었다.

왜 문제냐면.

“원래 정도가 문제였잖아? 예언이라 하면 그래도 시, 분은 못 맞혀 줘도 날짜는 그럴싸해야 하니까 말이야. 근데 한휘는 그게 안 됐고. 여기 한국말로 빡대가리라?”

“너 새끼, 일부러 그런 말 섞는 거지?”

“으응? 무슨 말이야?”

“순진한 척 표정 짓고 그런 소리 말아라. 한 번만 더하면, 대련이라도 할 줄 알아.”

“쳇.”

예언의 핵심은 곧 정확도잖은가.

나는 이 정확도가 떨어진다.

회귀 전 흐름이랑 정보들은 좀 알고 있는데. 정확한 시와 분은 맞추지 못한달까. 하물며 날짜도 조금 오차가 있다.

뭐, 이거만으로도 대단한 거긴 하다만. 써먹긴 역시 무리다.

예를 들어,

『몇날 며칠쯤 해서 던전 하나 터질 거니까 대비합시다.』

라고 했다 치자.

이러면 준비를 좀 하겠지.

뭐 결과적으로 어떻게 맞히긴 할 거다.

예전에 벌어졌던 일을 맞히는 거니까.

마족이 뻥뻥 터트려대는 건 몰라도, 본래 몇몇 던전이 터져대는 건 마계와 상관없이 있는 일이니까 터지긴 하겠지.

문제는 터지긴 하는데, 좀 먼 게 문제라니까.

일 터지기 전까지 시간이 대충 한 달쯤 텀이 있다 치자.

아, 터지긴 한다고요.

근데 터지긴 하는데 한 달 사이예요. 그러니 대기하셈. 오케이?

이러면 잘도 대기를 하겠는가.

반발만 엄청 해 대겠지.

뭐, 그래.

이래 봬도 루키인 데다가 어째 온갖 업적은 다 따고 있는 나다.

어떻게 설득은 해서 시킨다고 치자.

그럼 그 한 달 동안 전력이 묶여 있는 건 어떻게 하나.

그사이 전력 소모는?

전력이 묶여 있는 사이 만약 내가 모르는 문제가 터져 버리면?

‘진짜 빡대가리 취급 받을지도. 아니, 그 전에 매장당해 버리겠지.’

그 뒤가 감당이 안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정확히 아는 것만 하자니, 그건 한참 뒤의 일들이거든.

나도 사람이다 보니 최근 일은 잘 기억하고, 먼일은 잘 모르니까.

그러다 보니 예언자 행세 노릇은 기각된 지 오래였다.

내 머리가 빡…… 아니 좀 나빠서 에바.

전력 누수로 에바.

시간 차로 에바.

즉, 삼진 에바로 완벽한 기각이었는데.

이제 좀 이야기가 다르다.

“살아 있는 탐지기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긴 해, 그치?”

-누가 탐지기란 거냐?!

내겐 탐지기가 있었다.

무려 마왕이란 탐지기!

뭐, 만능이라고 하기에는 영 걸쩍지근하긴 하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비정규 던전.

즉, 이레귤러 게이트라고도 칭하는 게 터졌을 때.

마왕은 그리 빠르게 느끼지 못했다.

강남 전역에 깔려 있는 사이렌 소리보다 조금 더 빨랐을 뿐이다.

간발의 차였달까.

강남 자체가, 자존심을 부리기엔 강력한 자본의 힘으로 경계 장치가 도배가 되어 있긴 하다만.

그걸 감안해도 고작 몇 분 전에 정보를 아는 걸론 부족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치. 얘가 마족이 일을 벌이면, 특유의 신호로 느낄 수 있다잖아?”

“뭐, 이번에 보니 성능이 불안하긴 한데. 어떻게든 강화는 된다니까.”

“강화만 성공하면 되는 거지.”

얘가 강화가 된다네.

내가 조금만 힘을 더 써 주면 분명 된단다.

영력을 더 공급해 달라나.

남아도는 게 영력인데, 조금만 더 공급하면 강해진다니 이런 개꿀은 또 없었다.

그래도 불안하긴 하다.

“근데 강화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음? 그러게.”

예로부터 강화 실패는 곧 파괴 아닌가?

화아아아악-

하는 멋드러진 빛과 함께 소멸되는 거 아니냐 이거다.

“영웅의 전장에서도 강화 실패하면 부서지잖아. 그런 거랑 같은 거 아닐까?”

-안 부서지느라! 여를 그런 물건들과 같은 취급하지 말거라!

다행히 탐지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소리를 들어 보니 파괴는 아니란다.

“오……! 파괴 불가 옵션이 있다네?”

“오졌다, 한휘! 레어, 아니 유니크 템 주운 거네!”

-하. 둘이 아주 지지고 볶고 다 해 먹거라.

이 녀석. 마왕 영혼은 희귀하니 레어 정도 생각해 줬는데. 유니크라고 칭해 줘도 나쁘지 않을지도.

열불이 났는지 거만한 포즈를 버리고, 씩씩대는 게 제법 그 성능이 의심되긴 하다만.

그런 의심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

“탐지기 성능 한번 시험해 보자.”

“오케이. 그거 보고 계획 짜보자고.”

-하. 어디 마음대로 해 보거라.

거, 한번 찍어 먹어 보면 되잖우?

이름하여, 시험 가동.

* * *

“오. 성능 확실하구먼…….”

탐지기, 아니 마왕의 성능 가동 시험은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쉽게 말해 삼 단계면 됐다.

이 과정이 어떻게 되는고 하니.

1. 마왕 탐지기 강화!

스스스스-

내 몸에 남은 영력을 조금 불어넣는 걸로 완료였다.

-이왕이면 마계의 영혼들로 건네주거라. 그게 내게 가장 도움이 되니.

“아, 거 편식하면 키 안 커. 지금도 쪼그만 한 게 걍 주는 대로 먹지 그래?”

-……하. 주기나 하거라.

약간의 편식(?)이 있었지만 그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녔다.

뭐 말은 그리해도, 취향을 맞춰 주긴 했다.

안 그래도 내 근원을 찾기 위해선, 내 안의 영력들을 구분해야 하지 않았나.

마족, 천족, 사람 이런 식으로 말이다.

거, 이왕 구분해야 하는 거였으니 그 정도쯤은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말은 그리해 놓고 잘도 마계의 영들을 주는구나.

“수련하다 보니, 겸사겸사 준 거지.”

-이 시국에 츤츤대기는.

“야,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서…… 허!?”

화아아악-!

그 영들을 건네주니 마왕은 번쩍 빛을 내더니 마법 소녀처럼 변했다.

주먹만 했던 크기가 족히 두 배는 더 커졌고.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엔 전보다 더 강한 붉은 기가 돌았다.

전생 기억에 있던 모습에 더 흡사해져 갔다.

“붉어졌으니 이제 세 배는 빠름?”

-정확도는 수십 배 올라간 거 같구나.

“됐네. 그럼 넌 강해졌다. 어서 돌격해!”

-찾아보마.

그것으로 강화는 확실히 성공.

그럼으로써 우린 바로 이 단계에 들어섰다.

이 단계.

그것은 바로.

2. 돌격, 아니 탐지.

강화된 탐지기를 이용, 나는 곧바로 마족의 움직임을 포착하도록 시켰다.

아, 참고로 이 탐지기는 마족의 움직임만 탐지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족의 숙적이랄 수 있는 악마와 천족의 움직임도 어느정도 탐지가 가능하단다.

1+2로 생각지 못한 부가 기능이었다.

문젠 말은 그렇게 하는데, 걸린 게 없단 거였다.

3일째 잠잠하기만 하다.

“아, 언제 성공하는데? 이거, 사기 친 거 아냐? 확 영력 회수해 버린다?”

-누구든 움직여야 탐지하지 않겠느냐. 지난번 게이트가 막혀서 그런지, 저쪽도 은밀히 움직이는 듯…… 음? 나왔다!

츠츠츠츠-

그러다 감지기가 드디어 감지를 하는 데 성공했다!

“어디야? 한국? 저 멀리?”

-다행히 가깝다. 지도를 줘 보거라. 표시 해 주겠느니라.

“아, 요즘 누가 지도를 써. 폰에 표시해 봐.”

-하여간 한 번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줘 보거라.

3일간 공치던, 마왕은 파주 출판단지 부근을 찍었다.

“오. 위치 정확하고?”

-믿거라. 이정도쯤은 기본이니라.

못해도 수백 미터 단위를 찍을 줄 알았더니, 거의 정확한 지점을 찍었다.

거기에 뭐가 나올지도 대략적으로 예측해 냈다.

던전의 변형이란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던전이 변형된다는 거지?”

-정확히는 악마라는 족속들이 기생하는 것이니라. 제힘으로 침공할 줄을 모르는 것들이 즐기는 방식이지. 하여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 족속이지 않느냐?

“악마에 대한 편견을 은근히 주입하려고 하지 말고. 이래 봬도 댁처럼 인종 차별…… 아니 차원 차별자는 아니거든?”

-후.

“어쨌든 가서 보자고.”

그 방식이 예상 이상으로 구체적.

이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인데.

-앞으로 3일 22시간 33분쯤 뒤니라. 오차범위는 3분 내외 정도?

“미친.”

시간까지 거의 정확히 맞혀냈다.

솔직히 3분 정도 틀리는 건, 틀리는 거도 아니잖아?

거, 어디 기상청이라는 곳은 폭설도 5초 전에나 맞히던데 말이야.

뭔 말이냐면.

‘폭설 떨어집니다.’

하는 예보가 있고.

5. 4. 3. 2. 1.

정확히 5초 뒤에 떨어지더라.

그게 뭔 예보야. 중계지.

어쨌거나, 우린 반신반의하며 파주를 향해 갔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삼 단계를 실행했다.

그것은 바로.

3. 확인하기.

사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말만 믿고 갈 수는 없잖나.

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건 기본이었다.

시간은 맞는지, 위치는 확실한지, 내용은 맞는지를 봐야 했다.

거, 틀리면 마왕 저 녀석은.

‘여가 잘못 본 거 같구나.’

한마디하고 끝이지만, 나는 민망하다 못해 정신병원에 처박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예언자 노릇 자체가 쉬운 게 아니니까.

그러기에 우린 예정된 시간에 미리 와서 대기했고.

-지금이다.

“오…….”

“진짜 움직이네?”

마왕이 말하는 3일 22시간 33분 14초 뒤에.

파즈즈즈즈즉-

눈앞에 있는 던전에 변화가 생겼다.

그 출입구랄 수 있는 게이트에 희미한 마력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가 겉으로 봐선 워낙에 작아서 눈치를 채기 힘들었다.

하지만 미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던 우리로선 확실히 느껴졌다.

무언가 변화했다.

탐지기의 성능에 신뢰가 한 단계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어서 가서 들어가 보거라. 아마 지금쯤, 악마라는 족속이 들어가 있을 것이니라. 참고로, 기생하기 위해 힘을 꽤 썼을 터이니 지금이 가장 약할 때이다.

“한번 가서 보자고.”

우리는 곧바로 던전 게이트 안을 통과해 들어갔다.

막을 자는 없었다.

안 그래도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 시간을 비워 놓으라 예약했거든.

“들어가시죠.”

덕분인지 우리는 누구 하나 앞을 막는 법 없이 금세 안을 들어섰다.

‘김시연이 일 처리는 확실하다니까.’

대가가 있긴 했다.

던전 예약을 해 주는 대신, 한번 보자고 하더라.

어차피 나로선 슬슬 그녀를 볼 때가 되었다.

특별 던전 건도 있고, 예언자 행세를 하는 계획엔 그녀도 포함돼 있으니까.

탐지기 성능만 확실하다면 먼저 보자고 요청해야 하는 쪽은 나였으니까.

어쨌건 그렇게 들어선 던전 안에 들어간 우리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