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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56화 (56/206)

제56화

스스스-

게이트가 흩어져 갔다.

산란하는 빛으로 화한 게이트의 빛은 여러 곳으로 몰려갔다.

게이트를 파괴하는데 일조한 헌터들을 향해서였다.

빛을 받은 헌터들은 제각기 메시지를 받았을 거였다.

[당신의 공로가 체계의 기억에 새겨졌다.]

[당신의 공로는 후에 보상의 방에서 정산될 예정이다.]

단 두 줄기의 메시지.

그 말에 꽤 많은 헌터들이 뒤에 있을 보상으로 설레했다.

그런 가운데 헌터가 아닌 다른 자들은, 보상이 아닌 다른 의미로 멈춰 섰다.

“아아…….”

“살았어. 이번은 진짜라고!”

“와…….”

그들을 감싸고 있던 절망이 흩어졌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렸다.

일부는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모두가 형태야 어떻든 다들 살아났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 실감의 중심.

자연스레, 그들에게 살 기회를 준 자를 향하고 있었다.

‘저분 덕분이야…….’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진짜 살았어.’

“와…….”

지한휘였다.

사슬을 길게 늘어트리고, 큰 심호흡을 던지고 있는 그.

그에게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 살아남아 있는 생존자.

같이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헌터.

그 둘 중 누구 하나도 지한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자가 없었다.

설사 직접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그림자 짐승과 영혼 병사. 검은 군세가 누구로부터 비롯됐는지는 다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세상이 아무리 박하다 하더라도, 자신을 살려 준 은인이 바로 앞에 있다.

그를 무시할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경외를 보내고 있었다.

또한, 일부는 그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인사라도 드려야지.”

잠시라도 그와 가까워지려 하는 본능적 행위였다.

그러나 정작 모든 시선을 받고 있는 지한휘는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또렷하게 시선을 보내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 * *

지한휘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

그건 모순된 존재를 향해서였다.

마왕이었다.

-여를 왜 그리 보는 것이냐?

“네 말대로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 보야겠다.”

회귀 전 최대의 숙적인 마왕.

그런 마왕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았다.

‘다시 태어나도 마왕의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단 말이지.’

수련 따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당장 전장에서의 도움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어쨌건, 2차전이란 최악의 상황을 마왕이 막아 주었다.

그 마지막, 임프를 마왕이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면 서울은 난리가 났을 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임프가 괜히 마족의 전투 병기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전생에도 수많은 대도시가 임프의 침공으로 잡아먹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시 자체가 임프에게 유리한 전장이었다.

임프가 강해서 유리한 건 아녔다.

상대했다시피, 제 밥값은 하는 헌터면 임프는 쉽게 처리한다.

문제는 결국 아까와 같은 시간이다.

시간 내에 잡지 않으면 재차 침공이 이어진다.

문제는 그 시간.

단말이 삽입된 영악한 임프는 전장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상황이 불리해져도 제 몸을 내빼려고 한다.

그런 임프에게 복잡하고 거대하게 밀집된 빌딩 숲은 천혜의 지형이고 요새다.

들어가 숨을 곳이 많다.

그러니 대도시에서 임프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임프는 숨기만 하면 되지만, 인간은 그런 임프를 찾아 말살시켜야 하니까.

서로의 전쟁 수행 난이도 자체가 달랐다.

이번도 그런 식으로 전쟁이 진행될 수 있었다.

고작해야 몇 초.

아니 일 초만 늦었어도 패배하는 쪽은 이쪽이 되었을 거였다.

결국 어떻게든 임프를 몰아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그들이 물러나고 남은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져야 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마족이 유리해진단 말이지. 나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침공이었으니까.’

그걸 막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마왕이다.

그러니 모순된 존재라 할 수밖에 없었다.

“후…….”

그러기에 가슴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이기만 했던 적의를 보이기엔, 도움을 받아 버렸으니까.

거침없이 들이박을지언정, 모순된 감정을 갖는 덴 익숙지 않은 그였다.

그러니 나오는 게 한숨이었고.

그 표정엔 적의도 호의도 아닌 모호함이 어려 있었다.

마왕은 그런 그가 보내는 시선이 마음에라도 든 것일까.

어느새 투구 아래로 가려진 마왕의 미소는 짙어져 있었다.

-호오. 재밌는 모습이로고.

“시끄러워.”

-후후. 되었다. 오늘은 놀리지 않겠느니라. 이제 와 만들어진 대화의 장을 내 손으로 깰 생각은 없으니까.

“거참, 영광입니다그려.”

얼굴은 보이지 않더라도, 그 기색이 느껴지는 지한휘였다.

그로선 마왕이 기분 좋아보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한껏 비꼬아 보지만.

-부끄러워하기는.

마왕은 한 마디를 툭 던지며, 그 비꼼을 쉽게 받아칠 뿐이었다.

-어쨌거나 좋구나. 다만, 여기는 대화를 하기엔 영 좋지 않은 장소이지 않더냐.

“뭐, 그건 그렇지.”

그러며 이어지는 말은 분명 타당했다.

마왕의 말마따나 어느새 주변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된 상황이었다.

전장에 중심에 섰던 이가 그이니만큼 이는 당연한 이야기.

이러한 시선이 새삼 무겁게 느껴지거나, 부끄럽지는 않은 그였다.

전생에도 이미 여러 번 느껴왔으니까.

그러나, 이 상황이 문제다.

마왕과 대화하는 걸 괜히 알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었다.

“저기 말씀을 좀…….”

“야야. 찍자, 찍어!”

안 그래도 수많은 헌터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리 통에 살아남은 생존자 몇은 스마트폰을 들고 기자처럼 달려오고 있기까지 했다.

“이사야. 뜨자.”

“그 말 기다리고 있었다고.”

스스스스-!

우선 자리를 피해야 했다.

* * *

많은 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튀는 게 쉬울 리가 있나.

전에 그를 스카우트하고자 사람들이 집에 찾아왔을 때랑은 달랐다.

그땐 내 능력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장에서 날뛴 걸 다들 보았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화려하게 벗어나는 게 답이었다.

“우선 길부터 뚫어야겠네.”

“시작은 역시 그거지?”

“당연하지. 영력 폭발.”

파아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으로 강대한 영력이 퍼트려진다.

“이야! 아직도 그런 영력이 남아 있다고?!”

“이정도야 기본이지.”

“미쳤네.”

[당신은 영력을 대량으로 사용했다.]

탈력감이 들 정도로 많은 영혼이 퍼져나갔다.

나는 전에 사용했던 수단을 다시금 사용했다.

이전에 마왕을 이사야의 눈에 드러나게 했던 수법. 그 수법을 대량으로 퍼져나간 영력 전부에 사용했다.

[당신의 영력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거면 충분했다.

샤아앗-!

“꺄악…… 내 눈!”

“큿…….”

급작스럽게 드러난 영력이 사방을 밝히는 빛처럼 산란하였으니까.

사방이 밝게 빛나는 가운데,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그사이를 거닐었다.

마치 산보라도 나온 거처럼.

“이야. 다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모르네?”

“영력을 치우는 법을 모를 거니까.”

“하기는, 아직 영력에 대해 아는 자가 거의 없지. 마족의 침입이 이제 막 이뤄졌으니까. 너만 특별히 되는 일이긴 해.”

“그런 셈이야.”

-재밌는 광경이로구나.

혼란한 와중에도, 자연스레 걷는 우리를 알아채는 자는 어디도 없었다.

아직 영안을 연 자도 없거니와.

퍼져나간 영력을 뚫고 내 존재감을 찾을 자는 더더욱 없었으니까.

그러기에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주변을 둘러싼 자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드디어 바깥이다.”

“휘유.”

우리는 다른 자들이 눈치채기 전에, 조용히 사라졌다.

* * *

그는 조용히 사라졌으나, 그가 사라졌다 해서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가 쏘아 올린 궤적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논현 이레귤러 게이트 뭐냐?

-왜?

-그거만 제대로 막았다던데?

-게이트가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도 있었음?

-ㅇㅇ 있더라. 러시아는 그 도시에서 한 번 더 터져서 난리 났음 일본도 마찬가지고. 무슨 괴수들이 나와서 겨우 수습한다던데?

-유럽은 악마 나온 곳도 있다던데?

-마족 아님? 악마랑 마족은 다르다고 하던데.

-악마나 마족이나 뭔 상관? 설정충임?

-아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아 됐고. 중요한 건 사건 터진 거 아냐?

안 그래도 여러 곳에서 게이트가 터져 나왔다.

그 중심엔 아시아가 있었고, 몇몇은 국가들은 잘못 나간 유탄이라도 맞은 거처럼 이레귤러 게이트가 터져 나왔다.

종류도 다양했다.

임프가 터져 나온 곳은 도쿄, 한국, 중국.

다시 터져 나온 좀비 사태와 함께, 죽은 영혼들이 다시 일어난 곳이 러시아.

그 외에 여러 나라에선 악마로 추정되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특히 한국과 같은 임프가 터져 나온 중국이나 도쿄는 아직도 게이트를 막아내지 못했다.

중국은 도시 하나를 봉쇄하겠다고 난리.

도쿄는 이제 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총리가 입이나 나불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 강남 에어리어라 칭해지는 곳만이 처리를 해 내지 않았나.

└온 세계 헌터들이 막지 못하는 게이트, K-헌터가 나서자 물러났다?

-캬, 국뽕 보소.

└언제적 국뽕이야. 근데 미치긴 했네?

-이정도 피해로 막았으면 국뽕 오질 만하기는 했지. 일본은 난리 났음.

-왜?

-그 뭐냐 뻘건 새끼들 몇 차례 나오더니. 시내를 완전히 지옥으로 만들어 놨음. 누가 마계화인가 뭔가라던데?

-ㅅㅂ. 나도 봄. 거기 다 뒤짐.

-ㅇㅈ 뭔 괴물들만 있던데.

아닌 척을 해도, 가슴속 한 어귀에 국뽕 한 조각씩은 머금고 있는 게 한국인이다.

외국이야 어떻게 되어 버리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지 않나.

여기저기서 소란을 피우듯 소식을 전해 올리는 게 당연한 이야기였다.

거기다 증거도 넘쳐났다.

-또! 동영상 올라왔다!

-오 이번엔 또 다른 각도임.

지한휘의 빠른 조기 진압으로, 수많은 생존자가 영상을 찍어댔다.

그중 일부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특히 그의 활약이 너무도 강렬했던지라, 영상의 중심은 자연스레 그가 차지하고 있었다.

-크흐. 러시아는 망자들에 난린데 여기는 망자로 처리하네?

-여기에 BTS 노래만 틀어주면 다들 흥얼거리면서 싸울 듯.

-미친 뇌절 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에서 차지하는 지한휘의 분량만큼 올라가는 주목도가 있었다.

날카로이 날아드는 사슬. 분쇄되는 임프. 검은 군대의 향연.

어디 하나 빼놓고 볼 게 없었다.

눈을 뗄 수 없이 주목하고 보던 상황.

그 가운데 그를 알아보는 자가 하나씩 나왔다.

-그나저나 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익숙하네?

-어? 쟤 걔 아님? 전에 루키다 뭐다 나와서 영입 난리 난 적 한번 있지 않았나?

-오……!

K-의 오래된 전통인 탐정 카드와 오지랖 카드가 동시에 발동했다.

곳곳에서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은 유망주 스카우트 소동 이야기에서.

-저거 영웅의 전장에서 10연승한 녀석 아냐?

-……어?

-맞다! 내가 봄!

그다음은 영웅의 전장.

그간 활동하지 않은 영웅의 전장 동영상에서 흔적을 기어이 찾아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더해진다.

-전에 사채업자 털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전투 봤다는 목격자도 있긴 했음.

-랭커도 아니라 개소린가 했는데, 진짜였나.

알음알음 헌터끼리만 전해지던 뜬 소문.

그것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나, 둘씩 그간 그가 지나온 행적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새로운 영웅이니, 루키니 하는 게 필요로 한 사회였다.

몬스터의 출현으로 거대 기업이나 길드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반대로 개개인들에겐 언제고 위협으로 느껴지는 게 현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루키의 출현이라.

열광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

최소 몇 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떠들어 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은 가십거리로라도 그 가치는 분명히 존재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가벼운 가십거리로 넘기기 어려운 자들도 여럿 있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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