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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55화 (55/206)

제55화

겉으로야 상황은 좋아 보인다.

임프의 군세는 밀리고 있고, 검은 군세는 전진하고 있다.

그사이 끼어든 헌터들.

그들은 제각기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활약을 해 주고 있다.

그들은 평소보다 더 강한 활약 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망자의 군대인 검은 군세가 탱커 역을 자처해 주고 있지 않은가.

죽여도, 죽여도 다시 태어나는 원혼의 군대는 역설적으로 그 무엇보다 단단했으니까.

그런 가운데 헌터들은 그 능력만 사용하면 됐다.

이보다 쉬운 사냥이 있을 리가.

때문에 기세가 오른 거고, 희망도 커지는 거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진짜는 아직 못 찾았지?”

“어. 너는?”

“찾았으면 이러고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찾아봐도, 네가 말하는 녀석들은 안 보여.”

“씁…… 꽁꽁 숨겨놨네.”

실제는 둘만 아는 진짜가 남아 있었다.

말했잖나.

이건 차원 침공이라고.

제아무리 상위 존재가 넘치는 마계라도 차원 게이트를 여는 게 쉽겠는가.

아직까지 차원 막이 짙은 지금, 적의를 가진 그들이 침공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거도 아니지만.’

수많은 자원이 소모되는 게 차원 침공이다.

때문에 이들은 임프 따위를 병기로 보내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둔다.

임프 무리 사이에 소위 말하는 진짜, 차원 침공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임프를 숨겨 놓는다.

그렇게 숨겨진 임프는 일종의 단말기다.

마계와 이 지구 사이를 연결하는 단말.

이 단말을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마계에서 열어젖힌 게이트가 닫힌다.

만약 그 단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휘. 2차 소환까지 얼마나 남은 거야?”

“내 경험상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제길!”

단말을 통해서 바로 다음 임프들이 투입된다.

그 주기는 갈수록 짧아진다.

처음은 지금처럼 반나절.

다음은 몇 시간.

한 시간.

이내 거의 몇 분 만에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약해빠진 임프라도 그런 식으로 투입해 들어오면 그건 재앙이었다.

전생에선 그런 재앙으로 인해 수많은 도시가 망가져 폐허가 됐다.

이는 아직 침공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다른 자들은 모르는 사실이다.

반대로 직접 겪은 지한휘와 그를 들은 이사야만은 확실히 아는 사실이다.

츠츠츠츠-

그러기에 쉼 없이 날뛰고 있는 거였다.

“우선 흩어지자.”

“알았어!”

다른 자들이 주목을 하든 말든, 그들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할 일을 끝내야만 했다.

‘이 지루한 소모전을 또 할 순 없지. 그때 가서는…… 다들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끝내지 못한다면 남는 건 절망이다.

희망 뒤 찾아드는 절망이라.

희망이 높이 떠올라있으니만치, 절망이 찾아왔을 때 낙폭은 클 거다.

그때가 되면.

“잘했어!”

“됐다! 됐어!”

절망이 저들을 잡아먹을 거다.

그러고 그들은 금세 무너지겠지.

그 거대한 낙폭을 버텨내지 못할 테니까.

‘그런 절망은 지금 겪을 일이 못 돼. 우리 쪽은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까.’

그러한 절망이 내려앉기 이전에 찾아야 했다.

-키이이이!

-킥!

괴성을 내지르며, 계속해 날뛰는 임프 사이에서의 단말을!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남아 있던 1시간이란 시간은 금세 15분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5분이 지나 10분이 남았다.

그사이 둘은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들 손으로 격파한 임프의 수가 가히 수백에 이를 지경이었다.

“허어억…… 헉…….”

“단말은?”

“난 둘 처리했다.”

“난 셋.”

성과는 있었다.

총 다섯의 단말 임프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문제는 나머지다.

“그럼 남은 건 하나인가.”

“젠장. 하나 남은 거 처리하지 못하면 결국 똑같잖아.”

남은 하나를 찾아내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성과가 무색해진다.

소환을 하는 데 필요한 단말은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시간이 다 되면 2차 침공이 또 시작될 거다.

그때가 되면 다른 단말들이 더 추가되겠지.

지원군이 오면 단말이 하나가 아니라 일곱이 된다.

‘치명적이야.’

난이도가 괴랄 맞게 올라간다.

그땐 패배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나 이사야 둘은 버텨내도, 수많은 헌터가 목숨을 잃을 거다.

이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구경하는 머저리들도 죽어 나가겠지.

그렇게 되면.

‘애써 공허가 못 내려앉게 만든 확률이 떨어지겠는데.’

자신이 아는 미래 선이 상당히 망가질지도.

그렇다면 결국 패배다.

그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되뇌며, 날뛰어 보지만.

-키이이이!

저 날뛰고 있는 임프들 가운데 어찌 단말을 찾는단 말인가.

주어진 시간은 이제 고작해야 2, 3분 내외.

‘끝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자들에게도 단말을 찾으라 말했어야 했나. 그래봐야 믿지도 않았겠지만.’

여태 찾지 못했는데 더 찾을 방도는 없었다.

“다 쓸어버리기라도 해!”

“이미 하고 있어!”

콰즈즈즈즉-

우연으로라도 걸리라고, 사방으로 공격을 날려 본다.

발악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건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남은 임프도 고작해야 수백이지만, 이 중 어떤 녀석일지는 알 수 없었다.

‘알면 죽일 수 있는데!’

씨X.

참아왔던 욕지거리가 가슴 어림을 가득 채운다.

오랜만에 하는 미궁 바깥에서의 날뜀.

혹여나 자신의 활약을 보고 견제할지도 모를 길드나, 배신자들.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움직인 결과물이 결국 실패를 향해가고 있으니까.

결국 남은 시간은 초 단위.

수십 초라도 금방 떨어질 시간이었다.

“하…… 2차전을 준비하도록 하자.”

절망 가운데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지금.

때아닌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 * *

“뭐!?”

-너를 기준으로 가장 왼편. 저 빌딩 사이로 들어가고 있는 임프다. 쏴!

급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

[당신의 소환체가 극소량의 영력을 사용했다.]

뒤이어 영력 일부가 화살처럼 튀어 나가더니, 한 임프를 가리켰다.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에라…….’

감이고 뭐고 말하기 이전에, 당장 다른 걸 선택할 시간도 없지 않은가.

-크르륵.

울부짖는 수백 마리의 임프 중 하나가 선택됐으니까.

‘이거라도 쏴 볼 수밖에.’

촤아아악-!

하데스의 사슬에 영력을 퍼트렸다. 동시에 수백 미터로 늘어나기 시작한 사슬.

거대한 영력을 머금고 수백 미터가 되어 버리는 사슬의 방향은 아까 지정된 임프를 향했다.

-키이이!

그 사슬을 본 임프가 놀란 얼굴을 취했다.

제 바로 앞까지, 동료들을 학살하던 사슬이 왔다. 놀라는 게 무리도 아녔다.

차르륵-

그러나 미묘하게 짧았다. 정확히 40cm 정도가 모자랐다.

“……젠장?”

닿기만 했으면 그 머리를 깨부술 수 있을 건데!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가량.

이 시간 내에 재차 사슬을 끌어당겨 휘두를 수 있을까?

‘무리다.’

제아무리 지한휘라도 그리 휘두르는 건 무리였다. 물리적으로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

망했다.

저게 진짜 단말을 머금은 녀석인지, 아닌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끝까지 해 볼 수밖에 없잖나.

그가 다시 마음먹으며 재차 사슬을 끌어들이려는 찰나.

-영력을 써서 늘려! 지금 네 지배력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온다.

‘맞다. 그렇지!’

그 목소리는 분명한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아직 망한 게 아니라, 막을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본래라면 수백여 미터로 사슬을 늘린 상황에서 영력을 다시금 뿜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간 해 온 수행이 효과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인 상황!

[당신은 남은 영력 전부를 하데스의 사슬에 불어넣었다.]

[당신은 영력을 세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돼라! 돼라! 되라고!’

4초.

뻗어 나간 영력이 사슬에 불어넣어졌다.

2초.

그가 영력을 조율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고.

남은 시간 1초.

닫힐 듯 보였던 게이트는 부풀기 시작했고, 아스라이 붉은 빛은 마기를 머금어 검게 변하기 직전이었다.

명백히 2차 침공이 일어날 법한 그때.

스아아악-!

사슬이 임프의 머리를 꿰뚫었다.

-키에에엑!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임프의 머리 정중앙이 뚫려 나간다.

놈의 몸에 들어간 영력이 온몸을 헤집는 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결국 몸에 머금은 영력을 이겨내지 못 한다.

콰아아앙-!

그 결과 임프는 산산히 조각나버렸다.

“…….”

-정말로 해내다니. 괴물 같으니라고.

그 모습을 본 마왕의 감탄사가 들려온다.

하지만 지한휘는 다른 하나에 몰두하고 있었다.

바로 결과에.

과연 이 도박이 먹혀들었을까.

하는 결과를 그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확인을 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 게이트!’

임프가 조각나 버리기가 무섭게, 그는 요사스러운 빛을 뿌리던 게이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늦었나.’

그의 시선에 들어 온 게이트.

-키키키키.

-킥.

그 안에선, 2차 침공을 감행한 임프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게이트 사이 보이는 요사스러운 웃음들.

한데 뭉쳐서 수십 개의 머리통을 내놓은 채 게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광경.

종양이 피어오르듯 징그러웠다.

“다음을 준비해야겠다.”

“알았어.”

그 모습에 그는 실패를 가늠했다.

다른 자들도 뒤늦게 게이트를 바라봤다.

“저, 저거!”

“뭐야! 끝 아니야!?”

“또 나온다고?”

이제야 상황 파악을 마친 자들이 나온다.

1차를 운 좋게 버텨냈는데, 또 다른 2차라.

지한휘의 예상대로 상황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망했어…….”

“이걸 어떻게 이겨!”

당황을 넘어 절망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간다.

-키키키.

천에 가까운 임프를 베어 넘겼고.

이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수십 마리인데도, 그 절망은 전보다 컸다.

“도, 도망쳐야 해…….”

“아아…… 이건 못 버텨.”

그 절망의 대가는 공포.

그 공포가 새삼 번져 나가는 와중에서도, 지한휘는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버텨줘야 해.’

그 준비는 2차전을 위한 것.

급격하게 소모된 영력으로 몸은 후들거린다.

소모된 정신력에 당장에라도 눈이 감길 거 같았다.

그러나 그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버텨냈다.

그라도 버티고 서서, 다시 나아가야만 했으니까.

언제부턴가, 이 전장의 중심에 선 것은 자신이니까.

자신조차 무너지면 겨우 성립된 이 전장이 망가질 수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였다.

“후우…….”

심호흡 한 번으로 준비를 끝마치고 그가 앞으로 나가려는 그때였다.

* * *

-키이익?

싹둑-

게이트를 작동케 하던 마기가 갈피를 잃은 듯 흩어졌다.

두 차원을 잇던 매개인 게이트가 뭉개지고 흐트러졌다.

착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걸까.

게이트가 사라지며 두 차원의 연결이 끊어지자, 그 사이에서 제 몸을 넘기던 임프의 몸이 갈라졌다.

후두두두둑-

두 차원으로 몸이 나누어졌는데 임프라 해서 버틸 리가.

지옥 같은 웃음을 짓던 수십의 임프는 그저 시체가 돼서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한 마리가 있었다.

-키이이…….

제 발목만 마계에 남기고, 이곳으로 넘어 온 임프.

놈은 크게 웃음 지었다.

주변에 널린 동료의 시체를 흡수하면 발목 정도야 수복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수십의 시체를 머금어 상급 임프로 강화될 수도 있었다.

상급이라니.

오랜만의 성장 아닌가.

-키키키키

동료의 죽음에도 임프는 되레 웃음 지었다.

와득.

녀석은 곧바로 주변의 시체를 입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더 나가 수십을 먹으려 우악스레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그러나 놈에겐 아쉽게도 그 일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다.

“어딜 발악해. 뒤질라고.”

-케에엑!

순식간에 놈의 온몸이 사슬로 묶였다.

묶이기가 무섭게 조인 사슬은 임프의 온몸을 으스러트렸다.

온몸의 뼈가 망가지는 가운데.

-……!

임프는 발악하듯, 제 몸을 조인 사슬의 주인을 찾았다.

마계에서 제 몸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주인을 제 이빨로 갈기갈기 찢어내기 위해서였다.

“뭘 보냐? 새끼, 눈 치켜뜨는 거 보게.”

-키이…….

죽어가는 임프의 동공에 지한휘의 얼굴이 비쳤다.

임프는 그 순간에도 비친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려 애썼다.

됐다.

기억했고. 완벽히 각인했다.

투우욱-

그 순간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생에 대한 발악을 멈췄다.

스러져가는 희미한 육체를 느끼며 놈은 웃음 지었다.

마계에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복수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설사 다음이 되지 않더라도, 그다음이 있을 테다.

자신들은 다시 살아나니까.

그러니 짓는 웃음이었다.

“어딜 쳐 웃어. 이리 와야지.”

-키이?

[당신은 하급 마족 : 임프의 영혼을 끌어당겼다.]

죽어 버린 영혼조차 잡아당기는 우악스러운 손길이 있었다.

스스스스-

육체에서 벗어나 마계로 향하려던 임프의 영혼.

그 방향이 뒤집혔다.

마계에서 지한휘에게로.

-끼야아아악!

“시끄러워.”

영혼은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지한휘의 몸에게로 흡수됐다.

[당신은 적성 영혼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영력이 소폭 늘어난다.]

“후…….”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라져버린 임프의 영혼도, 급작스레 예정에도 없었던 마계의 침입도 완벽한 종료를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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