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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54화 (54/206)

제54화

“악……!”

긴 손톱을 본 생존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죽는다.’

이제 곧 죽을 거란 생각뿐이었다.

저 임프의 손을 어떻게 피하랴.

자신도 검은 군대가 그러했듯이, 죽어 버릴 거였다.

이제 곧 저 손톱이 닿으면 자기 몸은 갈가리 찢겨 죽겠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은 찰나였다.

“어림도 없지!”

때아니게 상항과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아앙!

왜인지 자신 바로 앞에서 무언가 크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어……?’

눈을 감았던 생존자, 김의식은 감겼던 눈을 다시 떴다.

설마…….

하는 생각이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영웅이.

혹여나 자신을 살려준 게 아닐까 하는 희망.

진짜였나.

-키에에에엑!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임프의 손톱이 잘려 나가는 모습이었다.

날카롭기만 하던 기다란 손톱.

꽈드드득-

그로선 결코 벗어나지 못했던 절망과도 같은 그것들이,

드러난 사슬에 의해서 갈가리 찢겨 나가고 있었다.

-크륵…….

-켁!

눈앞에 있는 사내.

그가 가볍게 휘두르는 손짓 하나에 임프 여럿이 무너졌다.

“……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바로 방금 전까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웅이다. 진짜 영웅…….’

그의 눈에 사슬과 그 주인의 얼굴이 틀어박히는 순간이었다.

그런 김의식의 집중을 깨는 건 그를 지금 상황에 빠지게 만들었던 사슬의 주인이었다.

“거기, 정신 차리고 물러나! 살 놈은 살아야지!”

방금 전까지 영웅이라고 생각하던 자의 말투치고는 너무도 사나운 목소리.

그러나 방금 전까지도 그 덕분에 산 김의식으로서는.

‘……저게 진짜 헌터지!’

그조차도 전장의 살벌함 가운데 있는, 영웅의 호쾌한 목소리일 뿐이었다.

흡사 욕지거리를 날려도 그는 영웅의 풍모라 생각했을 터였다.

그가 그런 영웅에게 해 줄 일은 한가지.

“바로 가, 가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물러나는 거다.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쇠사슬을 놀리던 사슬의 주인이 호쾌하게 웃어 보인다.

“그래. 그래야지!”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냐! 끝까지 살아남아라!”

“예!”

그의 웃음 뒤로 김의식이 전장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살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또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진짜 헌터, 아니 영웅을 봤다는 것을 몸에 각인시키면서.

* * *

사슬을 날려 생존자인 김의식을 구한 그.

지한휘.

“휘유. 갔나. 그나저나 얼굴이 익숙한 녀석이긴 한데? 뭐…… 상관없나. 나중에 같이 전장이라도 달렸던 녀석이겠지.”

존경스러운 눈빛을 받은 가운데서도 그는 계속해 쇠사슬을 휘둘렀다.

쩌어엉-! 쩌엉-!

-케에엑!

끝없이 달려드는 임프들.

그들의 손에 머금은 마기 물든 손톱을 죄다 쳐냈다.

멈출 순 없었다.

타앙.

“가, 감사합니다!”

“어서 가기나 해!”

임프의 몸놀림.

그들을 한 마리 부술 때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생존자 여럿을 살릴 수 있어서였다.

손짓 한 번에 사람 목숨 여럿이라.

이보다 남는 장사가 또 있겠나.

그러기에 그는 검게 물들어 있는 사슬을 계속해 휘두를 뿐이었다.

[당신은 하등한 마족 : 임프를 살해하였다.]

[당신은 하등한 마족 : 임프를 살해하였다.]

…….

그때마다 그의 눈엔 죽어 버린 임프의 영혼이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눈앞에 수없이 교차되는 알림음의 수만큼,

많은 영혼들이 저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본디 죽어 버린 임프의 영혼은 그 주인에게로 돌아가야 했다.

그 영혼조차 귀속되어 전투 병기로 사용되는 게 임프니까.

이들은 죽어도 저 영혼을 이용해 다시 태어나게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제 생명력을 쉽게 불태울 수 있는 것이었고, 저리 치열히 전투만을 벌이며 살아갈 수 있는 거였다.

저들은 죽어도 죽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그를 상대하는 지한휘로선,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적들만큼이나, 거슬리는 건 또 없으니까.

그러기에 그는 재차 다음 수단을 사용했다.

* * *

“어림도 없다고 했잖냐.”

그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에 사슬을 휘둘렀다.

겉으로 봐선 허망하게 휘둘러지는 듯 보이는 사슬.

스스스스-

-켁!

-……키익?

그러나 사슬은 겉보다 더 중요한 임프의 영혼들을 휘감고 있었다.

마족의 영혼도 흡수하는 그에게 있어, 임프의 영혼 따위.

‘원래라면 하루 종일도 잡을 수 있지!’

회귀 전에도 임프 수만 마리를 잡아챌 수 있는 게 그였다.

-키이이이!

임프들의 비명이 진혼곡처럼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는 발악하며 마계로 돌아가려 하는 임프의 영혼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당신은 하등한 마족 : 임프의 영혼을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하등한 마족 : 임프의 영혼을 흡수하고 있다.]

그는 끌어당긴 영혼을 여태 그러했듯이, 영력으로 흡수하고자 했다.

-끄에에엑!

-꺽!

수십여 마리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흡수되어 온다.

“옳지! 된다!”

다시금 차오르는 영력에 지한휘의 표정이 환희로 불타오른다.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표정으로!

그의 기쁨, 당연한 일이었다.

임프의 영혼을 잡아채고 흡수하는 거.

본래라면 지금 당장은 어려웠을 일이었다.

이제 막 특별 던전을 다녀온 그다. 그가 지닌 영혼 지배력은 마족에 귀속된 영혼을 흡수하기엔 약했다.

전생에도 50등급에는 도달해야 가능했었던 일.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당신은 하등한 마족 : 임프의 영혼을 흡수했다.]

[수많은 영혼을 흡수한 당신의 영력이 상승되었다.]

‘너무 쉬워.’

영혼을 잡아채는 거도, 흡수하는 거조차도 쉬웠다.

이는 그가 지닌 영혼의 구속력이 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단 증거였다.

그러한 증거가 지닌 의미는 명백했다.

-왜 그리 보느냐?

“아니다.”

-싱겁기는.

날뛰는 임프를 보며, 그보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마왕.

벨린카니스가 가르쳐 준 영에 대한 수련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단 의미였다.

그러기에 지한휘로선 한편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건 저 마왕이 제대로 된 수련법을 가르쳐 줬단 건데. 진짜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건가?’

무슨 수작질을 부릴지 몰랐던 저 마왕이 제대로 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단 거니까.

아니라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힘들었다.

영혼의 구속력은 고작 임프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데만 먹히는 게 아니었다.

본래부터 있던 그의 수족.

-돌진!

-크르르

영혼 병사와 그림자 짐승.

그의 구속력이 강해진 거만큼이나, 이 둘의 전력도 상당히 강력해졌다.

그러고도 영력이 남았다.

그것들이 향하는 방향은 뻔하지 않겠는가.

사령의 군대를 다루며 도끼를 휘두르는 이사야.

그녀에게로 그 영력이 전해졌다.

[당신은 다량의 영력을 동료에게 전해 주었다.]

“꺄하하하! 어? 이게 뭐야!? 이걸 두 번을 해준다고?”

미친 듯 도끼를 휘두르던 그녀.

갑작스레 들어 온 거대한 영력에 도끼를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 거대한 힘 앞에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건 전투의 흥분 따위가 아녔다.

큰 힘이 주는 전율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저 전장 끝에 있는 지한휘에게로 외쳤다.

“오! 지한휘 영력이 더 커지고 있잖아!”

“오다 주웠다.”

“오우. 미친.”

역시 괴물인가.

회귀했다는 제 동료는 이 순간도 강해지고 있었다.

전장을 날뛰는 자신에게도 힘을 보태 줄 정도로 말이다.

“받아서 군대로 만들기나 해!”

“미친. 도무지 끝이 없잖아!”

그런 동료가 명령을 내렸다.

더 날뛰라고.

망자의 군대를 만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남에게 명령받는 취미 따위는 없는데 말이야.’

이건 안 시켜도 따를 만한 미친 짓이지 않은가.

더 날뛰고. 부수라니.

이사야에게 이보다 더 마음에 드는 명령이 있을까.

이러한 거대한 영력에서 사념을 뽑아내는 거 따위.

이사야에겐 숨을 쉬듯 쉬운 일이었다.

“좋아. 좋아. 사령의 군대여 새로이 몸을 일으켜라!”

드드드득-

그녀는 전해지는 영력의 광기에 몸을 맡기며 망자들을 불러일으켰다.

지한휘가 쥐여 준 영력으로부터 아낌없이 사념을 뽑아냈다.

-명을…….

-오오…… 죽인다! 다 죽일 수 있어!

-흐흐. 이 한을 어디에 풀면 되는가!

그것으로 만들어진 망자의 군대.

과연 그녀의 군세다운 광기가 서려 있었다.

“간드아아!”

더 날뛸 시간이었다.

콰즈즈즉-

그들이 움직이는 곳.

그곳에 존재하는 임프들은 걸리는 족족 갈려 나갔다.

[당신의 소환물 : 그림자 영혼이 적성 존재를 사살하였다.]

[당신의 소환물 : 영혼 병사가 적성 존재를…….]

그림자 짐승, 영혼 병사, 이사야의 망자 군대.

그들이 전진하는 속도는 처음 이들을 소환했던 그로서도 생각지 못한 정도로 빨랐다.

그게 증거였다.

강해진 구속력만큼, 그의 명령을 받는 소환체들이 강해졌단 증거.

말장난을 할지언정, 현실까지 거부하는 장난질을 하는 취미는 없는 지한휘였다.

‘이 속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올바른 방향으로 강해졌다.

바로 옆에서 자신만큼이나 심각한 마왕의 도움으로 말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압도적인 전장이 만들어진 거였다.

콰즈즈즈즈즉-

-키에에엑!

곳곳에서 임프의 비명이 내질러지고.

그들이 자랑하는 빨간 물결이 하염없이 뒤로 밀려나는 전장이었다.

게이트에선 계속해서 1차 침공하는 임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오는 족족 다시 또 쓸려나가고 있었다.

이사야의 검은 군세.

그 사이에서 특수부대처럼 활약하는 그의 소환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흐얏! 대가리 깨져라!”

-키엑!

그 사이에서 그의 동료가 된 이사야가 활약하고 있었고.

꽈드득-

지한휘가 휘둘러대는 하데스의 사슬은 임프를 수확하는 뱀처럼 활개 쳤다.

* * *

그러한 그의 활약은 곳곳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신화 속 요르문간드처럼 길게 늘어난 사슬.

거대한 뱀이 몸부림치듯 움직일 때마다, 수십의 임프가 터져 나갔다.

그 사슬의 끝을 따라가면, 작은 손짓으로 큰 흐름을 만들어 내는 지한휘가 있었다.

그 흐름은 단지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가 움직이는 곳에 망자로 이뤄진 검은 군세가 같이 움직였다.

거대한 그림자 짐승이 울부짖으며 벌건 것들을 갈아댔고.

살아 움직이는 무기는 남은 것들을 산산이 분쇄했다.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을 그려내는 게 지한휘, 그라는걸.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에게 집중하는 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찾았다! 저기에 드론 띄워!”

“몇 개나요!?”

“멍청아! 있는 거 깡그리 띄워야지! 장면별로, 각도별로 다 챙겨 놔! 각이다.”

“네, 넵!”

기자들은 수없이 많은 드론을 날려 지한휘를 찍었다.

‘이야…… 죽을 둥 살 둥 하는 가운데서도 참 부지런하기도 하네?’

그 수가 워낙에 많다 보니, 전장을 날뛰고 있는 지한휘로서도 알아챌 지경이다.

하기야 이거를 질투하는 자도 없었다.

그 옆에서 같이 뛰고 있는 헌터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저는 뒤를 보조하겠습니다!”

어느 새부턴가 헌터들은 그의 신자라도 되는 양,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활약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진형을 짰고.

널리 움직일 수 있도록 그의 움직임을 보조하고자 했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질투를 하고 말고가 있겠는가.

그만큼 이 전장에선 그가 중심이 되고 있었다.

이는 같이 출동을 한 길드고, 파티고 가릴 것도 없었다.

자연스레 그리 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를 중심으로 어느 새부턴가 자리를 채운 헌터들은 승리를 점치기 시작했다.

빨간 군세는 물러나고, 검은 그의 군단은 뒤를 받쳐 주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갔다.

“승리를 굳혀.”

“곧 끝이야. 어서 몰아붙여!”

“전진! 전진해!”

점차 없던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어디서 튀어나온 녀석인지 몰라도 대단하단 말이지.’

‘이번 이레귤러는 이상하긴 한데…… 뭐 해결해 가니 아무래도 상관없나?’

갑작스러운 이레귤러 게이트.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임프 따위를 흘리는 이상한 게이트가 튀어나오긴 했다만.

일이 일어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어, 슬슬 막을 수 있단 희망이 보였으니까.

게이트가 튀어나오고 온갖 차원이 뒤덮이고 있는 지금이지 않은가.

갑작스레 원인도 모른 무슨 사태가 터지든 해결만 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들을 다들 갖고 있었다.

‘이대로면 승리한다.’

그의 옆에서 같이 날뛰는 헌터들도.

‘살았어……!’

“아아…….”

“엄마아!”

울며불며 대피하던 대피자들도 슬금슬금 멈춰섰다.

모두가 희망을 점쳤다.

그중 일부는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폰을 들어서 헌터들의 활약을 촬영하는 자들도 나올 정도.

“찍었어!”

“잘했다! 잘했어!”

그만큼 지한휘의 활약으로 전장은 정리가 되는가 싶었다.

오늘은 갑작스러운 게이트로 사고가 터지긴 했지만, 이리 수습되면 내일은 또 평온해지겠지 하는 순간이었다.

희망이 다시 찾아드는 순간이다.

그러나 정작, 그 상황을 만들어 낸 지한휘의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그만은 알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보다,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단 걸 말이다.

‘……어서 찾아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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