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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51화 (51/206)

제51화

노곤한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이른 아침.

그때부터 내가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수련이었다.

바로 영혼의 수련.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어제 마왕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

-여를 도와줘라.

둘을 꺼낼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나지막하게 도와 달라 말하던 마왕.

회귀 전만 해도 침략군의 선봉장이었던 녀석의 부탁.

그것에 나는 어이없어 할 수밖에 없었다.

“……엉? 도움? 하하. 이거, 뭔…… 웬일로 정보를 툭툭 던져주나 했더니 어이가 없네.”

-…….

너무 어이없으면 웃음부터 나온다던가.

나는 픽 웃으며 그 말을 무시했다.

고로 답은 거절이나 마찬가지였다.

협상 무시랄까.

내가 거절을 했다 해도 급한 건 내가 아니고 마왕이었다.

‘거절은 거절이고 챙길 건 챙겨야 하지 않겠어?’

협상에서 내가 유리한 상황일 땐 못 참는 게 있는 거거든.

그게 뭐냐면.

바로 뻔뻔한 요구다.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됐어. 그 수련법인가 뭔가부터 이야기해 보자.”

-휴우…… 역시 만만찮은 녀석이로구나. 결국 너는 둘을 꺼내야 할 터인데.

“그렇지.”

-그런데도 수련법을 나로부터 가져가려 하는 건 이득만 보려고 하는 거 아니더냐?

“응, 맞아.”

생글생글 웃으면서, 요구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아나.

못해서 그렇지.

재밌을 수밖에 없다.

앞에 이 녀석은 보통 놈도 아니고 전생의 숙적이기까지 하다.

그 녀석을 상대로 요구라.

짜릿할 수밖에.

마왕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숨을 폭 내쉰다.

내게 영혼이 갇힌 녀석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이다.

그래서 어쩌겠는가.

-여가 상대하던 너란 녀석은 전에도 이러하기는 하였지. 지독하게 집요하고. 약점은 어떻게든 뚫어내려 하고.

“오. 칭찬 고맙다?”

-칭찬이 아니니라!

“엥?”

-……되었다. 대체 어찌 이런 자에게 걸려 버린 건지. 하기야 그 둘을 꺼내는 게 내게도 유리해지는 일이겠지. 잘 들어보거라.

“오냐. 난 들을 준비가 되었다.”

-둘을 꺼내기 위해서는 네게 필요한 건 영혼의 수련이다. 이 수련은…….

이거 봐라.

결국 항복을 하는 쪽은 마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항복의 의미로 녀석은 내게는 영혼의 수련을.

이사야에게는 사령 마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가 이 이른 아침부터 수련을 하자고 죽치고 앉은 이유였고.

동시에.

‘한번 해 보자.’

내 안에 갇혀 있다는 둘을 꺼내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 * *

영혼의 수련.

“후우…….”

심상을 내려 앉히고.

무의식 속에서 들어선다.

그 안에서 타인으로부터 흡수한 게 아닌 나만의 영혼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

그게 결국 벨린카니스가 말하는 영혼 다루기의 시작이었다.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이었다면 차라리 쉬웠을 게야. 회귀를 한 주제에도 이리저리 영혼을 흡수한 지금은 어려운 게 당연하다.

“왜?”

-네가 다뤄야 하는 영혼이 비대해졌으니까. 본래도 다루기 어려운 게 영인데, 덕지덕지 다른 자의 영혼을 붙여놓았는데 쉬울 리가 있겠느냐.

내 영혼은 한없이 비대해진 상황이어서다.

무리도 아니긴 하다.

인간, 몬스터, 마족, 천족, 악마, 그리고 둘까지…….

너무 잡다하게 흡수해 버렸다.

영혼이 비대하다 못해 잡탕 상태라 이거지.

그 안을 파헤치고 내 자신의 영혼을 찾아내는 거.

쉬울 리가 없다.

어이가 없지 않나.

‘이거. 게임이었으면 진짜로 진작 망했다. 아냐. 출시는커녕 얼리 억세스(체험판)에서 뒈지게 욕먹고 끝났을지도?’

아, 거 그런 거 있지 않나.

10레벨에 잡기 힘든 몬스터도 20레벨 되면 슴풍슴풍 썰고 하는 그런 맛.

‘유다이’로 유명한 미친 소울류 게임도 이제는 쉽게 깨게 해 주는 시대다.

뭐 게임까지 갈 것도 없다.

현실에서도 뭔가 좀 오래 다뤄 봤으면 그 뒤는 숙련도 되고, 일이 수월해지는 게 상식이다.

근데 여긴 그딴 게 없다.

흡수한 영혼들이 그득그득 쌓여서 날 둘러싼 껍질처럼 된 상태란다.

그게 근원을 막고 있단다.

뭔 소화 불량도 아니고…….

영혼이 담석처럼 쌓였다니.

그러다 보니 수련의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

이걸로도 꼴 받는데.

‘아오. 내가 끌어 쓰는 거만 잘했지, 언제 내부를 뒤져 봤냐고.’

나는 이러한 수련 자체를 해 본 바가 없었다.

언제 내가 내 안의 영혼을 찾아본 적이 있을 리가 없다.

회귀 전도, 지금도.

나는 내 영력을 바깥으로 끌어 쓰기만 했다.

그 안이 어떻게 되어 먹었는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때는, 하루하루 기술을 연마하고.

가호를 갈고 닦는 게 당장 주어진 나의 최선이었으니까.

내 힘에 대한 이해를 할 시간 따위가 존재할 리가 없다.

근데 찾으란다.

어려울 수밖에.

-이대로면 너희들은 또 공허에 먹힐 것이다.

“아, 왜 이기고도 망하는데. 요즘 엔딩은 기본이 해피 엔딩인 거 모르냐? 배드 엔딩은 욕먹어.”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것은 존재의 문제다.

“뭔 존재?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문제란 거냐?”

-씁…… 진지해지자꾸나. 자기 존재를 깨닫지 못하면 공허를 막을 수가 없다. 즉, 상위 존재가 돼야 한다는 거다.

“상위 존재? 하…… 뭔 신분제도 아니고. 위아래 따지는 거 보소.”

-……닥치고 수련이나 시작하거라.

이대로면 공허가 또 온단다.

그래서 해내야 했다.

자신의 존재를 깨달아야, 상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이끌려오는 공허를 비틀 수 있는 힘을 획득해야만 한단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해피 엔딩이란 걸 볼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하기는 하는데.

‘이거, 내가 선택한 회귀는 아닌데 말이야.’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생에 하지도 않던 수련을 하는 거 자체가, 온몸에 좀이 쑤시는 일이었다.

* * *

그러한 수련 속에서 온갖 잡념들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너희 신들이 어여삐 여긴 것인지 몰라도 각성이란 이름으로 힘을 깨닫곤 있다만…… 그 사용법은 가르쳐 주지 않은 게 패착이다.

“기계만 주고 설명서를 주지 않았다는 거로구만.”

-이해가 너무 저렴하지 않느냐.

“여튼 그래서?”

-체계라는 것을 통해 힘을 사용을 하게 해 준다는 거 자체가 우리 입장에선 불합리하기는 하다만. 잘 보면 인간들이 이를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게 패착인 게지.

“새끼들…… 하여간, 신들이 인간 만들어 놓고 내팽개쳐 두는 건 어디 신들 종특인가?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런 허술함조차도 신좌에 오른 신들에겐 유희일지도 모르지.

“거. 놀 줄 모르는 놈들인가 보네.”

-후후. 그 말만큼은 여도 동의할 수밖에 없구나.

마왕 벨린카니스가 재미 삼아 가르쳐 준.

체계가 가진 진실의 일부, 공허, 신좌…….

그 모든 것들이 수련을 지속하는 지금에서도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갔다만.

그래도 계속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이 통한 것일까.

스스스스-

정신의 집중 끝에 잡념들도 결국 지울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해 내 안의 근원이란 걸 찾아 헤맸다.

스윽-

동시에 내 영혼을 둘러싼 영혼들의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영혼 놈들 죽어서도 성격 보소. 성질머리 더러운 걸 보니 이건 마족. 가식적인 이건 천족 거겠네. 날뛰는 건 몬스터인가.’

누구 말마따나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았다.

하도 많아서 분류를 해 내야 근원이란 걸 겨우 찾을 수 있을 게 분명한 상태였다.

누가 나 자신을 알라고 했든가.

그렇게 분류를 조금씩 해 나가니 성과는 있었다.

비대해졌던 영력의 껍질이 점차 열려갔다.

“우욱…….”

그 반작용으로 머리는 빠개질 듯 아려왔고.

현기증에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왔다.

드드드득-

내부의 영혼은 네깟놈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그만하라는 듯, 계속해 떨어댔다.

분류는커녕 어서 꺼지라는 듯이!

켁.

순간, 순간 느껴지는 거대한 정신의 고통.

영혼의 흔들림.

온몸의 비틀림들.

체계를 통해 억지로 담아놨던 비대한 영혼의 저항은 예상보다 컸다.

이 짓을 계속하느니 차라리 내 안에 담긴 영혼을 다 부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쉬지 않았다.

해내야 했으니까.

실패를 두 번 하기는 싫었으니까.

제한 시간 내에 유보라와 마리, 이 둘을 찾아내야 하는데 어찌 쉴까.

그러기에 이내 그 고통조차 지우고 잊어간 채로 나는 점차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후우…….”

* * *

스스스스-

옅게 퍼져 나가는 영력이 지한휘의 몸을 감쌌다.

자기 내부를 살피는 일이기에,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영력의 크기는 적었다.

기감이 아무리 예민하더라도 이를 느끼는 건 어려운 일.

그런데도 잘도.

이사야는 무언가라도 느낀 듯 귀를 쫑긋거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은 그를 향해 있었으니까.

“와우. 마왕. 네가 말하는 게 먹히는가 보다?”

-무슨 소리더냐. 설마…… 너는 저 지한휘의 수련이 느껴진단 거냐.

“엉? 안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나?”

그녀는 손짓으로 지한휘의 영력 흐름을 흉내 냈다.

손짓은 뇌에서부터 길게 뻗어 나온 영력이 아래로 들이차다 이내 뻗어 나오는 형상을 그리고 있었다.

제대로다.

그건 그녀가 흐름을 느껴냈다는 의미였다.

“나는 사령술사잖아. 사기를 더 잘 느끼긴 해도, 영력도 기본이지!”

-그게 쉬운 줄 아느냐.

“응? 그냥 느껴지는 거 아니었나? 안 됨?”

-허…….

그러며 그녀는 저 자신이 느낀 걸 별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덕분에 벨린카니스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런 괴물 같은 족속들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사실, 사기를 다룬다 해서 영력을 느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흔히 사령술이라 말하지만 사령술은 영혼을 다루지 않는다.

영혼이 남고 사라지는 찌꺼기.

즉, 사기(死氣)를 다뤘다.

이 사기라는 건, 엄밀히 이야기하면 영혼이 아니었다.

영혼이 사라지고 남은 원혼과 원기의 조각일 뿐이었다.

쉽게 말해 음적 에너지다.

이 음적 에너지를 마법적으로 증폭시키고, 제 뜻대로 부리는 게 사령술.

어렵기는 하나 익히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녔다.

한쪽에 치우친 에너지는 강렬한 파동을 남기는 법.

사념과 사기, 원혼으로 뒤덮인 음기를 느끼는 건 생각보다는 쉬운 일이었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갑작스레 한기를 느끼거나, 쌀쌀해졌다고 느끼는 거.

대다수는 이유를 모르지만, 그 또한 사기를 느꼈을 경우였다.

저도 모르게 음적 에너지를 느낀 거였다.

문제는 이걸 느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 경우다.

느낀 것과 부린다는 건 난이도 자체가 달랐다.

느끼는 거와 힘을 다루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인간이 그러했다.

사악하든 착하든 어쨌건 인간은 생명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사령술을 다루는 건 미치기 딱 좋았다.

심연을 보다 보면, 자신이 심연이 되는 법이었으니까.

온갖 음적 에너지에 담긴 파동을 다루다 보면, 그에 잡아먹히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미치는 것이었다.

한데도 이사야는 제정신이 가까워 보였다.

먼저 묻지는 않았다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내심 궁금하였던 벨린카니스였다.

지금 그 궁금증이 풀렸다.

‘사기를 넘어 영혼도 느끼고 있었던 건가……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신을 보호한 것이고?’

이사야는 사기를 느낌과 동시에 영력도 느끼는 거였다.

사기는 오롯이 음적인 에너지만 담겨 있다면, 영력은 그조차도 품고 있는 영의 근원.

저도 모르게 그 근원을 느낌으로써 이사야는 저도 모르게 자신을 보호하고 있을 거였다.

영력이란 근원을 안다는 거만으로도, 사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건 생각보다 쉬워지니까. 이는 지한휘가 온갖 저주로부터 면역에 가까운 것과 같은 이유였다.

웃긴 건. 그러한 짓을 이사야는 본능적으로 하고 있단 거였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제 몸을 보호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상위 존재가 넘친다는 마계.

그곳에서도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마계에서는 별로 없어? 다들 상위 존재라며? 가능한 거 아님?”

-말을 말자꾸나.

당연히 가능한 걸 왜 안 되냐는 눈빛을 보내면서, 당당하기까지 하다.

마왕으로선 어이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괜히 트집을 잡아보지만,

-그리고 대체 왜 갈수록 말투가 그따위로 되는 것이더냐.

“아, 들킴? 인터넷으로 말을 배우니까 자연스레 이렇게 되던데.”

이사야의 대답은 해맑기만 했다.

따박따박 대답해 오는 이사야를 두고 어쩌겠는가.

-이 몸이 제대로 된 한국어도 가르쳐줘야겠구나.

“엥? 마왕이 그게 가능하다고?”

-이래 보여도 저자와 영혼이 이어졌으니까. 그 정도야 쉬운 일이니라.

마왕으로선 앓느니 죽는다 생각하며 제 손으로 교정을 해 줄 수밖에.

하기야, 고작해야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왕이 보기에는 사령에 이어 영기도 본능적으로 익히고 있는 이사야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아…… 젠장.”

어느새인가. 번뜩 눈을 뜨고 있는 지한휘.

그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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