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신좌 아키텍쳐는 당신의 등급을 한 단계 상향시켰다.]
[신좌 아키텍쳐는 당신에게 전쟁 금화 3500개를 하사했다.]
[가호 : 사령술의 등급이 E에서 D급으로 상승한다.]
[신좌 : 아키텍쳐가 당신에게 특수능력 영안(靈眼)을 부여했다.]
…….
우선 던져지는 건 보상들이었다.
등급 상승, 전장 금화, 가호의 상승과 더불어 더해지는 특수능력.
여기까진 지한휘가 그녀에게 말한 바와 같았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그녀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신좌 아키텍쳐는 당신에게 사령왕의 던전 위치를 건네주었다.]
‘……뭐지?’
이사야는 의문감과 함께 몸이 뜨는 듯한 부유감을 느꼈다.
머릿속에 새져지는 정보들.
그 정보들이 주는 과부하 속에서도 그녀는 의문을 잊지 않았다.
‘사령왕의 던전이라…… 아키텍쳐가 초반에는 호구인 듯 군다더니, 한휘 말대로긴 하네. 그런데 이걸 왜 주지?’
사령왕.
지한휘의 말대로라면 전생에 그녀가 사령술의 비전을 여럿 얻었던 곳 중 하나.
사령술의 왕이라 칭할 지고한 힘을 지녔던 자의 무덤이며.
동시에 그녀가 리치로 변화할 비전이 심어졌던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이러한 정보에 감탄해 마지않았을 거였다.
‘그 녀석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지…….’
사령술에 미쳐 있는 그녀로선, 이러한 정보가 생겼다는 거 하나만으로 신이 났을 거다.
자연스레 신좌 아키텍쳐에 대한 호감도도 크게 상승을 했겠지.
그러나 인생은 타이밍인 법이었다.
‘좋아 보이는 겉모습으로 다가와서 속으론 독을 푼다더니.’
이건 함정이다.
그녀를 미치게 하는 사령술.
그 사령술을 매개로 그녀를 살살 꼬셔 드는 함정!
‘리치가 되고 난 뒤의 결과를 난 이미 알고 있어.’
강대한 사령술사 리치.
그 강력함을 이루 말할 수 없긴하다.
리치가 되는 순간 사령술의 단계는 순식간에 2단계는 더 강력해진다.
그러나 변질되어 얻은 힘이기에 약점이 있었다.
끝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영원히……!’
리치가 된 몸으론 진리의 끝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절대 이르지 못한다.
자신의 영혼을 담은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 진리에 가지 못 하게 하는 족쇄가 돼 버린다.
사령술의 끝.
그 끝의 진리에 닫고자 인간이 리치가 되는 발악을 했는데, 끝에 닿을 수 없다라.
결국, 절망이다.
‘그런 절망감을 매 순간, 매초 느낀다고 했지…….’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때문에 전생에 그녀가 미쳐 있었던 것이고, 그녀가 그럼에도 최후 칠 인 전부가 이해해 준 이유기도 했다.
신좌 아키텍쳐는 그러한 절망을 선물처럼 던져준 것이다.
그런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신좌 아키텍쳐가 당신에게 제안을 던지고 있다.]
제안을 던진다.
저게 아키텍쳐의 방식이었다.
과한 선물로 선물을 줘, 호감을 사고.
그 호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이끌어가는 거.
그러한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샌가 신좌 아키텍쳐를 따르는 열렬한 광신도가 된다.
그때가 아키텍쳐가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때다.
꼭두각시가 된 광신도를 제 식대로 바꾸고, 설계하고.
그조차 질려 버리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던져 버리듯, 신도를 던져 버린다.
결국 아키텍쳐의 진짜 정체는 선한 신이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선신의 성좌로 행세하지만, 악마보다 더한 결과를 안겨 주는 존재.
그게 아키텍쳐의 진짜 가면 중 하나다.
그러한 신의 장난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이사야기에.
‘알고 나니까 너무 우스워.’
그녀는 아키텍쳐의 제안 앞에서 환히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머. 어떤 제안이요?”
[신좌 : 아키텍쳐가 당신을 분석하길 원한다.]
[신좌 : 아키텍쳐는 당신에게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을 것을 신좌를 걸고 말하고 있다.]
[신좌 : 아키텍쳐는 분석을 바탕으로 영웅의 전장을 강화시킬 뿐이라 말하고 있다.]
‘끝까지 장난질이네.’
선물을 던져 준 뒤, 이 제안 안에도 함정이 숨어 있음을 아는 그녀다.
때문에 그녀는 더 미소가 짙어졌다.
분노할수록 더 웃음 짓는 게 이사야였으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욕지거리를 한다거나, 함정을 간파했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저를 하나, 하나 분석한다구요? 그렇다면 제 답은요. 저는…….”
그녀는 신좌로서도 예상치 못한 답을 할 뿐이었다.
* * *
이사야가 아키텍쳐의 함정을 피하고 있는 사이.
지한휘는 던전 내부를 쉼 없이 돌파하고 있었다.
‘이놈도, 아니고. 저놈도 아니네. 아씨…….’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몬스터, 인간, 악마, 마족의 영혼들.
-키에에엑!
-큭…… 감히 인간이…….
-히히히.
그중에서 말이 통할 만한 녀석을 찾아 헤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들을 상위 종족이라 칭하는 악마, 마족들 중 정상이 드물었다.
‘초반에 나온 것들이 되레 제정신이잖아? 뭐 이리 덜떨어진 것들이 많냐.’
이유는 안다.
이건 영혼이 조각되어 나온 폐해였다.
조각으로 몸 전체를 구성하다 보니, 지능이 낮은 거다.
던전 시험을 위해서 영혼 조각을 지능보단 전투 위주로 구성시켰을 거니까.
이해는 가는데.
“아…… 좀! 나오라고!”
-키에엑!
콰아앙-!
던전의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나로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아무런 성과 없이 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모든 던전이 그러하듯 특별 던전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강력한 개체가 나오곤 했다.
허접한 녀석들을 지나치자,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 저게 왜 여기 있는 거지? 가만…….”
* * *
그건 악마도 마족도 아니었다.
고풍스러운 흰 날개에,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아우라를 가진 마(魔)의 존재는 없으니까.
저건, 천사였다.
영혼의 조각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신성함이 있었다.
덕분에 없던 믿음이 절로 생길법하였다.
그만큼 신성해 보였으니까.
아마 천사를 처음 보는 자라면, 극한 반응을 보일 거다.
역시 신좌에 앉은 신은 확실히 실존하는 것이라며 없던 믿음이라도 생기겠지.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전에 보았으니까.
‘쟤들도 악마 못지않은 악질이지.’
-오. 인간인가.
그들은 영혼이 된 상태에서도, 겉으로나마 친절함을 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검은 속내를 아주 잘 알았다.
저 천상계에 거주한다는 이 녀석들은 하위 종족이랄 수 있는 인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혐오했고 시샘했다.
하위 종족 그 자체에 대한 혐오.
하위 종족인 주제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시샘이 묘하게 얽힌 존재들이 천사다.
그런 주제, 혐오와 시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걸 드러내는 건.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신화에서처럼, 타락해 마족이 돼 버리니까. 그래도 마침 잘 됐다.’
하위 종족이란 인간보다 더 혐오하는 마족이 되길 원치는 않지 않겠는가.
때문에 이들은 겉으로나마 친절은 드러내곤 했다.
영혼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태도였다.
-표식을 지닌 인간이라…… 이거 공교롭군.
놈은 겉으로나마 친절을 가장하고 있었다.
속은 아니었다.
‘이 자식아 날개 신성력 모으고 있는 거 다 보인다고. 역시 음습한 녀석. 하기는…… 이래야 편하지.’
놈은 천천히 힘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너는 대체 왜 여길 나온 거냐? 그리고 표식은 뭐고?”
-나를 이곳에 부르게 된 건 당신이니, 나보다 더 잘 알 걸로 생각하는데.
고오오-
놈도 시간을 끌며, 은밀히 신성력을 모아갔다.
“그래도 알고 있는 게 있는 거 같은데, 알려 좀 주지? 아니면, 곱게 내게 영혼 조각이 돼서 흡수되든가.”
-경배라도 한다면, 조금이나마 알려드리죠.
“하, 경배라…….”
새끼. 여기서 더 모으게 두었다간, 나로서도 위험한 공격이 날아 올 수 있었다.
철그럭.
[당신은 하데스의 사슬에 영력을 부여하고 있다.]
나 또한 놈 몰래 영력을 긁어모았다.
공격이 다가온다면 언제고 쳐내야 했으니까.
그러며, 동시에 놈의 가식적인 가면을 벗기고자 했다.
내 의도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놈이 눈이 돌아갈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러기에 사슬에 적절한 힘이 모이자, 바로 도발을 시작했다.
“경배라. 신 외에 경배면 그거 우상숭배 아니냐? 분명 네가 모시는 신이 그리하게 두지는 않았을 건데.”
-감히! 네놈이 신의 말씀을 입에 담는가.
작은 도발에 놈의 얼굴에 균열이 인다.
“네가 경배를 입에 담는 건 되고?”
-하. 신에 대한 경배를 하란 내 말을 곡해하다니!
핵심을 찌르자, 얼굴에 확실한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고.
“움찔하는 거 보니 아닌 거 같은데?”
-역시, 가만두어선 안 되겠구나!
팩트를 체크해 주자, 도발의 효과는 굉장해졌다.
[적성 영혼이 당신에게 최대치의 분노를 드러냈다!]
후우우욱-!
놈은 뒤집혀져서는, 바로 공격을 날려왔다.
‘와 급발진 보게. 이래야 천사긴 하지!’
한 번의 날갯짓에 생성돼 나오는 신성력 다발!
신성력은 순백의 깃털 형상을 이뤄 내게 쏟아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나는 급히 하데스의 사슬을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냈다.
샤아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건지, 숨기지 않고 힘을 드러내며 공격을 날려댔다.
날개가 휘둘러질 때마다 신성력이 날아들고.
-신이시여! 저 사특한 혀를 가진 자의 혀를 째겠나이다!
두 손을 모아 기도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신성력으로 된 검이 피어 올라왔다.
‘좋아, 바로 다음 단계라 이거지.’
신성력 줄기로 이뤄진 검.
후우웅-! 훙-!
그 검은 순식간에 휘둘러졌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공격이었다.
‘하여간 쟤들은 도발에 면역이 없다니까. 그래서 쉽지만. 자, 바로 다음 단계도 가게 해 볼까나.’
타아앙!
난 천사를 상대하고자 사슬을 휘두르면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네놈들은 종족 차별주의자 새끼들이라니까. 그러니 세상이 이 모양이 되어도 천계는 끝끝내 모습을 안 드러내지. 쟤들 본성을 숨겨야 하니까. 안 그러냐?”
-그 입 닥치거라! 알지 못한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는 거라 본 건가! 그 죄를 직접 제가 씻어 주지.
“아까는 째 준다며?”
-으아아아! 이 하급 종족 놈이!
“얼씨구. 대놓고 비하하네.”
그렇게 계속된 도발.
결국 놈은 도발을 못 이겨, 반쯤 정신 줄을 놓았다.
놓은 정신 줄만큼 분노를 가득 채우더니, 쉼 없이 공격을 날려왔다.
순식간에 수십 합이 오고 갔다.
휘둘러진 검과 계속해 부딪쳐야 했고.
스사삭-
날아드는 신성력 깃털이 치명타를 노려 올 때마다, 급히 영력을 들어 막아내야 했다.
-이 하급의 쥐새끼가! 어디까지 튀나 보자꾸나!
콰아아앙-! 쾅!
그렇게 쌓여가는 서로 간의 공방이 백합이 더 넘어갔을 때.
-하. 내 이것만은 쓰지 않으려 하였거늘…….
‘온다!’
놈은 드디어 제가 숨기고 있던 마지막 패를 꺼내 들었다.
이게 내가 아까부터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신이시여! 제게 당신의 권능을 빌려주소서!
[적성 영혼이 당신의 정신에 침입을 시도했다.]
[적성 영혼이 당신에게 기도 : 세뇌를 시전했다.]
내가 기다리던 그것.
세뇌.
천계의 일족이 가진 권능 중 하나.
‘영혼이 조각났어도 천사는 천사라 이거지. 제 딴에는 아껴서 쓴 거겠다만.’
이 세뇌는 그들에 비해 하위 종족이라 할 수 있을 인간에게, 경배를 받아내는 기술 중 하나였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차원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천계에 큰 힘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었다.
그게 이들이 상위 차원으로 갈 수 있었던 힘이다.
그러나.
신성이 서린 기술이라 해서 무적일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이대로 꿇어라!
“당할 거 같냐?”
-……큿!?
나는 처음부터 놈이 세뇌를 사용하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고?!
[당신은 기도 : 세뇌에 저항을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