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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44화 (44/206)

제44화

안내를 해주는 자도 없어 한창 바라보고 있으려니.

“지한휘 헌터? 무슨 일이십니까.”

직원 중 하나가 나를 알아봤다.

아쉽게도 김필서는 아니었다.

‘한방 먹여 줄라고 했는데.’

명찰을 보아하니 이름이 한시영인가.

처음 본 자는 아니었다.

전에 쥐쟁이 던전에서 마주쳤었으니까.

김시연의 측근으로 알고 있는데, 이리 바삐 움직이고 있을 정도라.

내가 찾을 김시연도 바쁘단 의미겠지.

“급히 찾을 일이 있어서 왔는데 말이죠.”

“평소엔 괜찮으실 듯한데…… 오늘은 선약이 없으시면, 오늘은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

여유롭게 돌아갈 만한 미래 엔터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라.

헌터 관련해 일이 크게 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은 이쪽도 급한 일이었다.

상대도 알아들을 만한 일이고.

“저도 다른 일이면 시간을 늦춰도 될 거 같기는 한데. 승급 관련한 일입니다.”

“……예? 잘못 들은 거 같습니다만.”

“승급이요. 승급. 20등급 도달하면 하는 거요.”

“예?! 헌터가 되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어쨌건 그리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합니다마는.”

한시연의 눈에 놀람이 가득 찼다.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당장 보고드리고 올게요!”

* * *

승급.

특별한 레벨에 도달하여, 특별 던전에 가는 게 곧 승급이었다.

던전을 정복하기 이전까진 등급이 오르질 않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특별 던전을 가기 위한 등급이었다.

“벌써 승급 지원 요청이 왔다고?”

“예.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잖습니까. 20등급이란 의미죠.”

지한휘의 등급이 20이 됐단 의미니까.

이 대목에선 김시연으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 아가씨도 아직 14등급이신데 벌써 20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요.”

매일 영웅의 전장을 이용하고.

그사이, 던전 한번을 다녀온 김시연도 14등급이다.

최고의 지원을 받아 올라가고 있는 게 14인데 20이라.

현재도 강력한 권사로 불리는 김시연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그런데 지한휘는 그 이상이다.

내심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녔다.

“러시아에서 던전 정복을 최소 한번은 했단 거네.”

“그런 거죠. 계약에 명시된 던전도 가질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여겼는데…… 이거 참. 골이 아픕니다.”

러시아에서 얻은 등급인 게 분명하다. 사실 그거로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던전에 갈 때마다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는걸. 들어갈 때마다 완전 정복을 해 왔다는 건가.’

각 던전을 갈 때마다 지한휘가 던전을 완전 정복했단 걸 의미했다.

그래야만 어렴풋이 계산이 섰다.

최단 루트 정복이 아닌 완전 정복이라.

‘그런 무식한 짓을? 그 짧은 시간에?’

하기도 어렵거니와 실제 해내는 자도 없는 일이었다.

완전 정복을 위한 정신적 피로도는 어마어마하니까.

많은 헌터들이 최단 루트로 정복하는 피로도도 버티지 못하겠다 호소하는 판국이다.

그런데 완전 정복이라.

“지한휘 헌터에 대한 평가를 상향 평가하도록 해. 루키 정도가 아니라, 이미 랭커급 수준일지 모르는 걸로.”

“벌써요? 이제 20등급인데요?”

“계속 20등급에 머무를 거 같아? 그리고 같은 등급이라고 실력도 같지는 않잖아.”

“그도 그렇겠네요. 이 부분은 바로 수정하고 반영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처리하도록 해.”

“예!”

지한휘에 대한 등급 자체를 상향할 수밖에 없는 김시연이었다.

‘한 달에 두 번 가는 계약을 어겨서…… 벌을 줘야 한다 여겼는데. 이렇게 되면, 그도 어렵겠는데.’

한시연에게 등급 상승에 대한 일을 맡긴 김시연.

그녀는 지한휘가 있을 회의실을 향해 움직였다.

* * *

‘그 특별 던전을 벌써 간단 말이지. 어떻게 설득을 한다.’

정복만 성공하면, 말 그대로 승급이라 할 만큼 강력해지는 게 특별 던전.

소위 말하는 스텟과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건 기본이다.

어떻게 정복했느냐에 따라 가호 상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게 특별 던전이었다.

‘성좌도 그때는 움직이지.’

자주 움직이지 않는 성좌.

첫 승급을 했던 김시연에게도 찾아왔던 그 성좌들의 시선이 크게 느껴지는 곳이 특별 던전이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게임으로 치면 망겜이라 할 수 있는 ‘체계’ 아닌가.

난이도를 높혀 놨다.

승급을 하다 죽을 확률이 20%는 된다면 믿겠는가.

그래서일까.

김시연은 놀람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걱정도 가득했다.

애써 얻은 지한휘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저 표정은 뭔가.

“오랜만이네요. 우선 특별 던전에 가시는 거, 축하드려요.”

“오! 오랜만. 축하는 감사히 받지.”

긴장했어야 할 게 당연한데, 그녀가 바라본 지한휘의 표정은 태연자약하다.

특별 던전을 앞에 두고도 긴장감이라는 게 없단 건가.

‘승승장구해서일 거야.’

이럴 땐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좋겠지.

김시연은 그리 생각하며 말했다.

“축하는 드리는데. 당장은 가지 않는 게 좋으실 거 같아요.”

“이거, 참. 돌려 말하는 법이 없으시네.”

“이유가 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실패율이 낮지 않잖아요. 특별 던전은 홀로 가셔야 하니까요.”

“알지. 그거야 헌터 면허 딸 때,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 중 하나니까.”

아는데도 이렇다는 건가.

아니면 특별 던전에서 얼마나 죽는지 통계를 모르는 건가.

‘지한휘는 쉽게 죽어서는 안 되는 자야.’

김민하도 주목하고 있는 자가 지한휘다.

사실 그녀가 모시는 김민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녀가 보기에도 지한휘는 귀한 인재다.

이런 인재가 거만한 거 따위?

이해할 수 있다.

자신감이라고 포장도 해 줄 수 있다.

헌터 중엔 그보다 더 미친 녀석이 수두룩하니까.

하지만.

빠른 등급 상승에 눈이 멀다가 죽어 버리는 것.

그것만은 두고 볼 수 없는 그녀였다.

때문에 설득해야 함을 느꼈다.

“예. 그럼 승급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헌터도 많다는 걸 잘 아시겠네요.”

“머저리들이지.”

“그 머저리들이 승급 자격을 얻은 헌터 중 절반은 된다는 게 더 문제죠.”

“이야. 머저리들이 절반이나 되는 줄은 몰랐네.”

다만 영 먹힐 기색이 아니었다.

헌터 등급이 20까지 가고도, 포기하는 자가 절반.

수없이 많은 던전을 헤맨 20등급의 헌터가 포기하는 건 그 난이도가 쉽지 않아서였다.

힘을 합쳐 갈 수 있는 던전과 달리, 특별 던전은 오로지 홀로 들어가야 했다.

‘말 그대로 미궁 그 자체인 던전을 홀로 정복해야 한단 의미.’

그것은 헌터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단 뜻이며, 동시에 그조차 해내지 못할 거면 죽으란 것과 다름없었다.

그에 대해서 설명을 한창 해 줬는데도, 지한휘의 표정은 깨질 줄을 몰랐다.

이해는 한다.

“지한휘 헌터가 갖고 있는 치열한 성장 욕구. 포기는 분명 안 하겠죠. 이해는 해요. 이미 혼자 다녀오신 경험도 있고요.”

그는 김시연 자신과 같이 성장 욕구가 강력한 자니까.

그러기에 언제까지고 가지 말라 할 수는 없는 걸 안다.

그러나 특별 던전 정복 준비를 위해서 잠시 멈출 수는 있는 법 아닌가.

“완전히 포기하란 건 분명 아니에요. 다만, 준비를 하자는 거죠.”

“무슨 준비를 하란 건지?”

“아시다시피, 영혼 술사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많지 않아요.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때문에 영혼 술사를 위한 특별 던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시간이 필요해요.”

준비를 위한 최우선은 하나다.

각 직업마다 다르게 나오는 특별 던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자는 거.

영혼술사 자체가 희귀하기에 그 정보는 한정돼 있었다.

그걸 모으는 동안만이라도 쉬라 말하고 있는데.

“그 정보? 내가 알고 있는데?”

“……예?”

“내가 알고 있다고, 그 정보.”

어찌 된 일인지, 지한휘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지?’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는 김시연이었다.

* * *

영혼 계열의 직업이 비주류로 취급받고 있는 지금.

나만은 영혼 계열 직업의 특별 던전 정보를 안다.

특별 던전의 이름은 영혼의 무덤.

‘미치도록 많은 영혼이 나오지.’

수많은 영혼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 영혼의 무덤이었다.

문제는 그 영혼의 종류다.

아무런 연관 없는 영혼이 나오질 않는다.

‘내가 죽인 영혼이 나온다는 점에서 더 악랄하지.’

지금껏 겪은, 손수 영혼으로 만들어준 영혼이 몬스터가 돼서 나온다.

한 마디로, 20등급에 도달하기까지 나온 영혼들의 집합이랄까.

때문에 많은 영혼 술사들이 여기서 잡아 먹히곤 한다.

인간을 죽였다면, 자신이 죽인 인간의 영혼을 마주한 죄책감에.

몬스터인 경우엔 그 수많은 숫자에 질려서.

그렇게 자기 자신이 먹혀 버린다.

그 뒤는 뻔하잖나.

그들에게 패배해 수많은 영혼의 향연에 자신도 합류하게 될 뿐이다.

뭐, 이미 겪어봤던 내가 보기엔.

‘팬 놈 또 패러 가는 거지.’

이미 뒤진 놈, 확실히 뒤지게 해주는 축제일 따름이었다.

죄책감? 가질 이유가 있나. 뒤질 놈 죽여 준 건데.

몬스터? 또 뒤지라지.

남은 영혼 조각조차 삼켜서, 흔적도 없게 만들어 줄 생각이다.

고로 내가 해야 할 건, 김시연에게 준비를 맡기는 거뿐.

“영혼 용기에 퇴마 도구들. 여기에 사슬까지 합하면 확실히 꿀 한번 빠는 거지.”

그 안에 가서 꿀을 빨 준비만 시키면 되는 거였다.

그 대가로, 영혼 술사의 특별 던전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이것으로 계약 조건상 한 달에 두 번 가야 하는 던전을 넘긴 문제도 패스.

“삼 일만 주시죠.”

“그 정도라면야, 기다릴 수 있지.”

김시연은 군말 없이 준비를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바삐 돌아가는 미래 엔터테인먼트를 한참 보았었다.

‘여기를 내가 먹어야 한다는 거지.’

내 일 단계의 목표.

그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게 새삼 재미가 있었으니까.

그러다 집으로 왔다.

* * *

한데 돌아와서 그 꼬라지가 보아하니, 영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여, 왔어!?”

“……너는 반나절도 안 돼서 뭔 폐인이 돼 있냐.”

“집에 있으면 이게 기본이지!”

집에 있는 이사야가 할 일 없는 백수 여동생과 같은 꼬라지를 하고 있지 않은가.

“나오면 좀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기라도 해 봐라.”

“에헤이. 누워 있을 수 있는데 왜 일어나야 하는 거야?”

“……됐다.”

어제는 거창하니 왕을 이야기하는 책사더니, 오늘은 백수 동생이라.

저게 바깥의 모습과 안의 모습이 확 다르단 건가.

요즘은 여동생 컨셉은 어딜 나오든 인기가 없는데.

하여간, 시대에 뒤떨어지는 거 같으니라고.

‘쟤를 믿고 책사 일을 맡겨도 되는 걸까?’

걱정이 들기는 한다.

“영웅 전장은 클리어했고?”

“배치전 전승 중.”

다행히 내가 시킨 일은 제대로 하고 있었다.

바로, 영웅 전장에서 꿀부터 빨아 놓는 거.

‘아키텍쳐한테는 뽑아먹으면 먹을수록 이득이지.’

그걸 시켜 놓고 출발했는데, 벌써 전승을 하고 있단다.

“근데 슬슬 입질이 오는지, 나 죽이겠다고 모였다던데?”

“그거 힘들긴 하지.”

“그래서 좀 쉬려고.”

슬슬 견제가 들어오고 있는 거 같기는 하다.

나도 막으려는 놈들이 있었는데 이사야가 없는 것도 이상했다.

견제가 귀찮은 건지, 적당히 내빼려는 이사야.

하지만 그렇게 둘 필요가 있는가.

“뭐, 못 깰 수도 있긴 하지. 전승 아니고 앞으로 두 판은 져도 승률 80%인데 괜찮지 않나?”

“참고로 난 백 퍼센트임.”

“뭐?”

“전승이라고. 쫄?”

“……씨. 빡세게 해야겠네. 야. 꺼져. 나 전장 뛰러 가야 하니까.”

적당한 견제 한방이면, 쟤는 알아서 열심히 할 녀석이었다.

‘흐흐흐…… 저래야 이사야지.’

그렇게 이사야를 갈구고.

-회귀가 답이다 나왔다!

-으아아아!

-……씁. 왜 적이냐고!

나 또한 전장에 늘어난 실버 리거들을 상대로 시간을 보낸 지가 삼 일이었다. 슬슬 골드리거가 눈에 보일 즈음이었다.

김시연은 약속된 시간 내로 준비를 해왔다.

“정말 바로 가실 거예요?”

“가야지. 그러자고 준비를 해 온 거잖아.”

“휴. 정말 못 말리겠다니까요. 알았어요, 가죠.”

나는 곧바로 서울 한복판에 마련돼 있는 특별 던전 안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스스스-

입구인 게이트를 넘어서면서도 나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번이 두 번째. 꿀 좀 빨자.’

능력치와 가호 상승을 동시에 할 기회는 결코 많지 않았으니까.

해서 꿀을 빨 생각에 행복감이 그득그득했는데.

“……뭐지, 이거?”

던전도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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