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내가 오늘 공허고 뭐고 너부터 죽인다!”
“으아아아! 솔로가 미쳤다! 모태 기간이 길어져서, 솔로가 미쳤어!”
“X바. 한국어 그런 단어만 배우고 시작하지 말라고! 뒤졌다, 넌!”
“캬악!”
결국 한바탕이 시작됐다.
‘뒤졌다, 진짜!’
이 숙소에서 날 막을 자는 없었다.
“악! 뼈, 뼈 맞았어! 기술 쓰지 말라고!”
“너도 쓰든가!”
“크윽…….”
숙소가 울릴 정도로 뛰어대고.
이사야에게 한 방 먹이고 나서야, 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후우…… 후…….”
“흑. 내가 이러려고 한국에 왔나. 내가 하필이면 모…….”
“더 하면 진짜 뒤진다?”
“흡…….”
이사야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그 뒤가 돼서야 우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진지하게.
* * *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이사야는 그럴싸한 계획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나는 길드 들어가서 영향력을 쌓는 게 다였는데 말이지.’
확실히 머리가 돌아가기는 한달까.
그녀의 계획은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부터가 팀을 짜는 거부터라고?”
“어. 그게 시작이야. 현실적으로 거기부터 시작이기도 해.”
먼저 그녀 계획의 시작은 내 팀의 창설부터였다.
지금처럼 애매한, 김민하의 성장만을 위한 팀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유망주 다 알잖아? 아니, 네 기억에 남는 얼굴이기만 해도 유망주 아냐?”
“그렇기야 하지.”
유망주. 그것도 제대로 된 자들을 찾도록 하고.
“걔들 그냥 둬도 성장하지 않겠어? 거기에 네 노하우가 더해지면?”
“괴물 되겠네.”
“어. 괴물 양성이지. 그래서 그게 시작이고.”
그들을 정예로 육성하는 건 기본이었다.
그 뒤에는.
“알량한 충성심 따위 믿지도 마. 너도 그런 거 생각하기엔 닳고 닳았을 거니까.”
“뭐…… 인정. 미래에 결사대는 기적이나 다름없긴 하지.”
“그래. 그런 거야. 그러니 이익을 제시하라는 거지.”
확실하게 저들의 마음을 얻는 거?
어렵거니와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는 무형, 유형이고 가리지 않고 이득을 제시해 정예를 사로잡길 원했다.
그리고 나온 대망의 다음 단계.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영향력이 커져 봐야, 미래만 좋은 거 아니냐?”
“에이. 왜 거기까지만 생각을 해. 그다음은 길드를 완전히 집어삼켜야지.”
“……뭐?”
미래 길드. 나아가 미래 그룹 자체를 집어삼키란다.
‘얘 미쳤네?’
듣는 거만으로 아득해지는 스케일이다.
미래에 미래 그룹은 단순히 길드 따위가 아니다.
세계적 세력으로 발돋움한다.
기업의 테두리를 한 국가 그 이상이 된다.
미래의 육 대 세력 중 하나며,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이었다.
결사대가 성공만 했더라면.
그들은 지구를 지배하는 자 중 하나의 축이 될 거였다.
그러한 미래를 공유해 줬음에도, 이사야는 그리된다 계산하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계산의 근거는 현재가 아닌 미래 그 자체였다.
“네 말대로 갈수록 던전은 강화되고, 튀어나오겠지. 이 세계 침공도 심해지고. 듣자니 전장인가 뭔가도 수작질이 있다며?”
“그거야 기본이지.”
“어. 거기다 네가 미래를 뒤튼 게 꼭 너한테 좋은 결과로만 나오진 않을 거거든?”
“뭐?”
“이해가 안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생각해 봐. 결과적으로 네 회귀 전보단 언데드 사태 규모는 작았지만, 사태 자체는 빨라지지 않았어?”
“시간선이 뭉개졌다 이건가.”
“빙고. 그렇게 되면 남는 건 뭐겠어?”
그녀의 말.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 답은 말하기 싫을 정도지만, 답은 해야 했다. 회피는 할 수 없으니까.
“……붕괴의 가속화.”
“그게 최악의 경우긴 하지. 어쨌건, 붕괴는 곧 한 가지 가치를 끌어올리게 돼 있잖아?”
그 가치. 힘이다.
힘이 최고가 된 이래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힘이 곧 권력이 된다.
그녀는 그걸 꼬집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 그를 따르는 정예. 길드 하나 집어 먹는 거 따위 불가능할까?”
“하…….”
그 근거를 듣고 보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니, 차고 넘친다.’
나는 아직까지 내 지식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소모하지도 않았다.
대다수의 자원을 유보라와 마리를 찾는 데 하릴없이 에너지를 소모했을 뿐이었다.
그 둘을 흔적조차 찾지 못하니, 깔끔하게 포기한 이다음.
이사야를 책사로서 사용하면 내가 쓸 수 있는 자원과 패는 훨씬 더 많아진다.
거기다 그녀는 꼭 미래 그룹에만 계획을 한정하지 않았다.
“설사, 미래 그룹을 먹는 게 벅차도 상관은 없어. 먹는 게 최선이어서 할 뿐, 최고여서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어떤 식으로든 나가서 만들어도 돼. 어차피 미래 그룹을 잡아먹는 거조차도 과정 중 하나일 뿐이거든. 이건, 일 단계도 아니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세력을 얻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이게 일 단계라고?’
그리고 이다음.
그 말엔 나조차도 확실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길드라는 기반을 쌓으면, 네가 해야 할 건 하나야.”
“뭔데?”
“왕이 되는 거지.”
그녀의 말에, 내 얼굴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 * *
‘왕이라…….’
그녀의 요지는 확실하며, 간결했다.
어설퍼서는 <공허>로부터 뭉개지는 건 예정된 일이었다.
모든 자원과 사람을 갈아 넣어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를 게 공허다.
그런 가운데 왕이 되지 않고 공허에 대응을 한다?
“두 번 잡아 먹히겠단 소리나 다름없게 돼. 왕이 되지 않으면 세력 간 이해관계도, 다른 협력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거든. 모든 자원이 집중이 되겠냐?”
“안 되겠지.”
“결사대의 기적을 두 번 바라지 마. 그건 욕심이야. 설사 또 이뤄진다 해도 패배야. 제대로 힘을 모으지 못했을 거니까.”
“반박이 안 되네.”
그건 재차 돌리는 배드 엔딩일 따름이란다.
‘과격하지만 틀린 말은 아냐…….’
하기는.
미래에 살아남는 모든 세력은 하나의 존재에게 권력이 이양돼 있었다. 그 존재가 죽으면, 최악으로 치달으나 살아남아 있기만 하면 됐다.
‘이게 무엇보다 효율적일지도 모르지.’
하나에게 집중된 그 힘이 공허가 내려앉기 이전까지 살아남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미래를 봐 왔으니, 이는 확실했다.
‘나야…… 그런 미래를 봐서 이해는 간다만. 대체 이사야 이 녀석은 뭐냐.’
재밌는 건, 그러한 미래에 대해서 이사야는 아주 확실히 듣진 못했다.
그러기엔 지금까지 설명할 시간이 짧았으니까.
그런데 잘도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
중세도 아닌 이 시대에, 왕이라.
가능할까.
아니 가능성을 재단하기 전에 상상 자체가 미친 일이었다.
그러한 계획을 이사야는 잘도 짜냈다.
그러고도 그녀는 태연히 다음을 말했다.
“뭐 여기까지가 제대로 된 일 단계다.”
이조차도 고작해야 시작일 뿐이라고.
“일 단계가 있단 건…… 이 단계는?”
“에이. 쉽게 들으면 재미없지. 그거 듣고 싶으면 일 단계부터 해내고 오라고.”
나를 왕으로 세우는 걸 고작 일 단계로 볼 뿐이었다.
“……하.”
이러니 이 녀석을 미쳤다 할 수밖에.
상상만 해도 미친 일이다.
사실, 일 단계라지만 제대로 된 세부 계획도 아직 없다.
내가 정보를 알고 왔다고 해도, 시간선이 무너지고 있는 현재다.
최후 칠 인 중 이 인이 사라진 지금.
그 정보들의 가치도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니 일 단계라 말하는 목적을 위한 세부 사항은 그때그때 맞춰 임기응변을 부려야 할 게 뻔하다.
그 자체로도 난이도가 괴랄 맞아진다.
거기다.
내가 중심으로 있다 말하지만, 실상 제대로 갖춘 건 아무도 없다.
현실을 봐 봐라.
나. 이사야.
현재, 이 둘이 알파며 오메가다.
끝일 뿐이다.
이러면 계획의 난이도는 괴랄하다 못해 지랄 맞다.
‘이쯤 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감이 떨어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자를 끌어들이는 게 맞는 일이었다.
육대 세력이 될 미래 그룹에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게 내 허황된 계획보다 더 현실적일 수도 있었다.
전대부터 재벌로서 이름을 높인 미래 그룹.
VS.
유망주인 나.
그 어느 걸 비교해봐도 현재의 티끌 같은 나보단,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하는 미래 그룹 쪽이 더 나은 미래를 그릴지도 모를 테니까.
아니, 그릴 거다.
이건 확률의 문제다.
미래 쪽이 확률은 높았다.
그런데 말이다.
왜일까.
그녀의 계획이 구체화되면 될수록, 심장의 두근거림은 더욱 커져 가는 듯했다.
유보라와 마리가 사라지고 남은 공허함.
계속해 커져 가기만 하던 그 공허감이 일순간 멈추는 듯했다.
‘못 할 건 없지 않나?’
결사대 최후의 칠 인이었으며. 그 의미는 최강의 칠 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오른 나다.
한 번은 최강으로 갔으니, 이다음은 그보다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 생각하니 시야가 확 트였다.
내 마음속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 거 같았다.
확신이 들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 확신을 이사야에게 말했다.
“왕. 까짓거. 한번 해 보자.”
한번 해 보자고.
그 대답을 들은 이사야는 만족스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 * *
-그럼 네가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바로 다음 날.
이사야는 나를 재촉했다.
뜸뜰일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숙소에서 채비를 해 나왔다.
“왠지 허전하네.”
덕분에 나로선 어쩐지 느껴지는 허전함까진 어쩔 수 없었다.
옆에 이사야가 없어서였다.
같이 지낸 지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전생까지 합하면 꽤 되지 않나.
많은 걸 공유한단 점에서, 나도 모르게 정을 주고 있었을지도.
어쨌거나, 이사야 녀석은 언데드 사태 당시 마피아 저택에서 얻은 마법서를 이제야 살피고 있는 상황.
추격전으로 인해 미뤄 뒀던 사령 마법을 이제 와 익히겠다는데 막을 이유는 없었다.
이사야가 마법을 익힘은 곧, 나만의 책사인 그녀가 강해진단 의미니까.
해서, 터덜터덜 움직여 목적지까지 도착을 했는데.
“그 서류는 여기로 보내면 안 되지. 다른 곳으로 어서 이관해!”
“네, 넵!”
“얼 타지 마! 어서 움직이라고!”
내 예상 이상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전장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거 나까지 봐 줄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여기서, 나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