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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41화 (41/206)

제41화

“에이, 삐졌네.”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삐졌냐 묻는 지한휘.

그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운전을 하고 있는 김필서.

그로선 그런 지한휘의 표정이 백미러 사이로 환히 보였다.

덕분인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저런 자가 러시아에서 어떻게 그 난리를 만들어 냈다는 건지.’

지한휘가 러시아서 난리를 친 덕에, 그 여파는 미래 그룹에까지 왔다.

러시아 내에 구축한 수많은 라인이 무너졌다.

러시아 정보국은 지한휘뿐만 아니라 그를 러시아에 보낸 미래 그룹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해 왔으니까.

정보를 위한 라인과 인력 라인 등.

재구축해야 하는 라인을 생각하면 손해는 막심했다.

처음엔 지한휘란 헌터 하나를 위해 그 정도 소모를 감당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

하지만 정보 라인이 마지막까지 보낸 정보를 생각하면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손해는 아니다.’

김필서가 보기에도 지한휘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았다.

아니, 예상 이상으로 높았다.

흔히, 최고가 될 헌터는 등급을 초월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한휘가 딱 그러했다.

그가 정식 헌터가 된 지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 국내 던전만 세 번 공략했다.

러시아에서도 던전을 오간 거로 추정이 되니,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최소 네 번. 그동안의 기간과 그가 다닌 던전 난이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결코 작지 않은 숫자.

‘거기다 멀쩡하지.’

그러면서도 부상조차 없다.

부상 없는 전투 진행.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지한휘는 그걸 계속해서 해내고 있다.

미래 그룹도 모를 숨은 조력자라도 있는가 싶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러시아에서 찍힌 수많은 영상들이 있으니까.

‘대체 그 위력들은 뭐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좀비 사태로 명명된 그 사건.

좀비가 도심에서 활개 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시 봐도 최악의 사고였다.

민간인도 대피 훈련이 기본인 현재. 외곽에서 일어났다면 일은 작은 소동으로 끝났을 거다. 문제는 도심지 한복판에서 좀비 떼가 나타났다는 거.

간간이 끼어 있는 도끼를 든 스켈레톤까지 생각하면, 사태는 결코 작지 않았다.

몇 시간만 더 시간이 끌렸더라면.

‘그때는 제압도 힘드니, 완벽한 좀비 도시가 됐겠지.’

수를 무한히 부풀리는 언데드 특성상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망했을 거다.

그러기에 그때 보인 그의 활약은 결코 작은 게 아니었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컸다.

‘홀로 최소 수백은 격살했어. 좀비 사태 근원지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으음.’

지한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김필서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거기다 그는 해괴한 짓까지 해버렸다.

“한휘. 쟤, 왜 계속 갈구는 거야? 마음에 안 드는 분이야?”

“아니, 마음에 안 들진 않지. 요즘 저런 순애보를 지닌 사람이 드물거든.”

그가 한 해괴한 짓은, 바로 저 여인을 데려온 것.

‘쟤야, 분이야? 하나만 하지. 어쨌건 이사야라 했던가.’

존대인지 반말인지. 알 수 없는 괴이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는 러시아 여인.

그녀는 빠른 언어 습득 속도를 떠나 헌터로서도 최상의 능력을 지닌 자였다.

그녀도 헌터로 각성한 지가 채 2년이 되지 않거니와, 막장에 다다른 러시아의 헌터 지원 방식을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배운 거도 없이 홀로 2년 만에 저 정도로 성장하는 건 힘들지.’

이사야가 지닌 성장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미래 그룹의 지원 하에 성장했다면, 현재 최소 랭커급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천재란 소리.

그런 수준을 지닌 이사야를 그는 잘도 꿰어 왔다.

‘그 출처가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정보.’

홀로 강력한 헌터가 되는 잠재력을 지닌 것도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잠재력을 지닌 타인을 끌어 올 정도의 인맥 혹은 수완이라.

홀로 일 때보다 그 가치가 몇 배 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상향 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김필서지만.

그와 별개로 내심 그 능력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작은 문제가 있다면.

“근데 왜 갈굼?”

“아, 꼴받게 고백을 안 하잖아! 고백을! 요즘 순애보는 인기가 없다는 데도……! 첫 화에 이혼하고 시작하거나, 10화면 절절한 마음속에 있어야 하는데. 시작도 안 한다니까?”

“와. 역시 로맨스의 한국……!”

어디 하나 나사가 빠진 거 같은 게 문제랄까.

“크흠…….”

“저 봐. 헛기침하는 거 보면, 자기 일인 거 아는데도 저러고 참기만 해요. 나였으면, 벌써 고백했다. 아오.”

“…….”

어디서 막장 생활을 몇십 년이라도 하고 온 건가.

도무지 사회성이라고 하는 게 어딘가 고장나 있는 지한휘였다.

그래도 헌터 중 워낙 미친놈이 많은 걸 생각하면, 또 도무지 못 봐 줄 만한 수준은 아니긴 한데.

‘왜 내 연애사를 가지고 이러냐고!’

하필이면 그 대상이 자신인 것에, 하루에도 열 번씩은 울컥하는 김필서였다.

안 그래도 겨우 참아 내고 있어 한계치였는데!

-고백 안 함?

-기다리는 남자는 인기가 없다니까?

언제부턴가 지한휘의 말이 머리서 끊이지 않고 메아리치는 그였다.

덕분인지, 실장님을 보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헹. 이러다 누가 채가지.”

“채가? 그건 무슨 말이야?”

“잘 외워. 인기 없는 남자는 평생 모태 솔로란 말과 같은 뜻이란다.”

“와! 그 짧은 단어에 그런 뜻이 있다고? 한국어 짱 어렵네.”

저 양반은 잘도 그를 갈궈대고 있었다.

‘후우…… 참자. 참아.’

슬슬 그 한계치가 올 무렵.

끼이이익-!

“억……!”

“워우. 이게 말로만 듣던, 코리아 스타일 운전인가?”

“노노. 인기 없는 남자의 방식이야.”

“고렇군.”

다행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쨌건, 그를 데려다주고도 김필서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개인적 사감은 우선 접어두고서라도.

어서 지한휘를 내려 줘야 하는 상황.

“내리시죠. 저는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뭔 일? 설마 하루 종일 고백? 아니 시뮬레이션만 하려나.”

“……시끄럽고, 어서 내리세요.”

“쳇. 농담인데 안 받기는.”

“그걸 농담이라고 하시다니. 꽤 재미가 없습니다만. 혹시 지한휘 헌터 말로 모태 솔로인 거 아닙니까?”

“…….”

이거였나!

그는 백미러 사이로, 지한휘가 움찔하는 걸 분명 보았다.

* * *

‘진짜일 줄이야.’

자신도 모태 솔로면서, 자신을 놀리고 있었던 건가.

이제야 안 보이던 시야가 확 트이는 듯했다.

‘인간은 자신이 지닌 심리적 약점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더니!’

과연.

이래서 지한휘가 모태 솔로로 공격을 했던 거군.

영업을 위해 배운 심리학이 이리 도움이 될 줄이야.

한번 확인을 해 볼까.

해서 슬쩍 한방을 더 먹여 봤는데.

“뭐? 아닌데? 엉? 내가 왜 모태 솔로란 거지…….”

“흠…… 뭐 아니면 마시고요.”

효과가 있었다!

움찔거림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이러면 마지막 한 방 정도는 날려 줘야 예의지 않겠는가.

“다만, 하나는 기억하시죠.”

“뭘?”

“모태 솔로가 그러고 다니면 추합니다. 그 추함 때문에 혹시 압니까. 미래에 수십 년 구르고도 솔로로 보낼 줄 누가 알겠습니까?”

“……와 씨.”

생각보다 타격이 심한 듯, 가슴을 부여잡는 지한휘.

김필서는 기어이 지한휘를 침몰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럼, 이만. 숙소에서 쉬시면서 자신이 왜 솔로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세요.”

“…….”

침몰한 그를 숙소에 넣고 유유히 사라져갔다.

* * *

지한휘가 침몰하여, 축 쳐진 채로 숙소에 구겨 넣어지고 있을 때.

다른 자들은 그가 남긴 파장을 이유로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현지에 일이 발생한 러시아 정보국.

그들은 지한휘가 지닌 전투 능력을 가장 최신으로 겪어 본 바였다.

예전만은 못하다지만, 정보국이 지닌 정보 수집 능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러시아를 커버할 수가 되지 않을 뿐, 아래 요원들도 능력 자체는 탁월했다.

그중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마트료시카 볼르첸코의 요청이 있었으니.

“그 마트료시카가 긴급으로 요청했다고? 그 인종 차별주의자 녀석이?”

“예. 한국에서 온 지한휘. 그를 꼭 확보해야 한다더군요.”

바로 지한휘에 대한 요청이었다. 무슨 수를 동원하든 지한휘를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제안을 요청.

이는 정보국에서도 예상치 못한 요청 중 하나였다.

러시아에 대한 뛰어난 충성심만큼이나, 인종차별이 심한 게 볼르첸코였으니까.

“옆에 이사야가 아니고?”

“그 여자야 누구 말도 듣지 않는 꼴통인 걸 알지 않으십니까. 거기다 아시야보다는 지한휘가 확실히 뛰어나다더군요. 적어도 그자는 미래라는 그룹에 속할 줄은 알잖습니까.”

“으음…….”

그는 꽤 정확하게 지한휘의 가치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 미친 녀석이 눈 하나는 정확한데. 인종차별을 뛰어넘을 정도로 탐이 난다 이거지?’

다른 이도 아닌 정보국 내서도 뛰어난 볼르첸코의 요청이었다.

사실, 땅이 넓어 방위 능력이 부족해진 러시아로선 부족한 헌터라도 수입해 데려와야 할 판이긴 하다만.

어쨌건 그 능력이 뛰어난 자가 오면 올수록 더 좋긴 했다. 유능할수록 다른 사람 몇 배의 몫을 해 줄 테니까.

“안 그래도 이번 사태에서 활약도 뛰어났답니다. 지한휘 헌터 혼자서 다른 헌터들 수십 명 몫은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돕니다.”

“지한휘라…….”

덕분에 정보국장으로선 골이 꽤 아파졌다.

‘그 미래에서 빼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래 쪽의 선을 잘라 버리지 말 걸 그랬나? 임대라도 하는 식으로 데려올 것을.’

최악의 경우 지한휘를 사살하는 방식까지 생각했던 그였으니까.

직접 지한휘를 상대한 볼르첸코가 이러한 요청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어쨌건, 그의 탁월한 눈은 배신을 한 적이 없었으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끌어들여야 했다.

문젠 그 방식. 정상적인 스카웃 제안을 하기엔 미래 그룹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다른 수단을 필요로 했다.

그 일에 제격인 자가 하나 있기는 했는데.

“나헤나. 그 요원이 우크라이나 쪽에 가 있던가?”

“예. 극비 수행 중입니다. 아직 마무리는 짓지 못하긴 했는데요. 그녀를 보냅니까?”

“으음…….”

아쉽게도 당장은 맞지 않았다.

그러나, 꼭 때가 지금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간 성장을 할 테니, 다 성장한 걸 데려오는 거도 재밌는 일이겠지.’

때로 묵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러기에.

“다음 임무로 하지.”

“오랜만의 한국행이라 좋아하겠군요. 처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건 그리 처리하도록.”

정보 국장은 차분히 낚시 끈을 던져 놓았다.

새롭게 등장한 대어, 지한휘.

그를 낚기 위한 미끼를 채비하고 있는 정보국이었다.

“그럼 다음 건은 뭐지?”

“코드명 라스푸틴이 재앙의 싹을 품에 지닌 자가 러시아를 다녀갔다는 말을 되뇌고 있습니다.”

“그 미치광이가?”

“예. 절반만 맞는 녀석이긴 하지만…… 이번은 꽤 심각하게 발광을 하는지라, 한번 가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허……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

그리곤 채비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며, 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는 정보국이었다.

지한휘, 그다음으로 이뤄진 예언자에 대한 안건이 서로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전혀 예상치 못한 채. 정보국의 일상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바쁨은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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