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39화 (39/206)

제39화

[당신은 최초로 침식된 던전을 완전 정복했다.]

[당신은 최초로 악마의 본질에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언데드를 지배하여 본질을 깨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적에게서 동족상잔을 일으켰다.]

[당신은 미궁답파 와중에 특별한 20등급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악신이 당신에게 다가서고 있다.]

[음차원에서 당신의 정체를 점차 인식하고 있다.]

[당신의 보상이 정산되었다.]

열불 난 정신을 맑게 깨우쳐 준 건 역시 보상이었다.

[당신의 가호 : 악마가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다.]

[당신은 특별 던전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의 등급 상승은 특별 던전을 정복하기 전까지 보류되었다.]

[당신의 가호 : 위압의 등급이 E에서 D로 상승되었다.]

등급 5을 취했을 때, 새로운 보상이 주어지는 게 기본.

보통 등급 10이 되면, 특별 보상을 줄 거 같지만 절대 아니었다.

‘그러면 망겜이 아니지. 이건 게임이 아니라서 더 문제지만.’

등급 5 다음에 특별 보상이 바로 등급 20에 주어진다.

쉽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보상에서 말했던 거처럼.

특별 던전에 가서야 보상이 주어진다.

말 그대로 던전이기에, 클리어까지 해야만 한다.

‘일반 던전보다는 난이도가 낮긴 한데. 그래도 일인 던전이라 위험하긴 매한가지란 말이지.’

던전 클리어라는, 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게 역시나 문제다.

거기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쉬울 뿐이다.

등급 20에 도달한 자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곤 했다.

보상도 못 받고 뒤지는 거다.

그런 일이 워낙에 많다 보니 등급 20에 멈추는 녀석들도 있다.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누구나 목숨은 소중하니까.

어쨌거나, 등급 상승이나 가호 : 위압의 상승까지는 예상했는데.

“왜 이리 퍼주는 느낌이 드는 거지?”

문제는 다른 거였다.

바로 가호 : 악마.

악마 볼프를 사슬로 사로잡은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단다.

거기다 이해 안 가는 점이 또 한 가지가 있다.

악마 벤티를 먹은 건 분명 사슬 안에 있는 볼프였을 건데.

어째서 보상을 내가 받는 것일까.

우선 줬으니 받는 게 맞기야 하다만.

시스템이란 녀석은 거절을 거절할 테니까.

그래도 영 꺼림칙했다.

‘설마 시스템이 망가진 건가?’

공허가 내려앉을 때도 망가지지 않는 게 이 체계란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게 체계가 오류라.

컴퓨터가 망가지면 용산 던전…… 아니, 친구한테 고치면 되는 건데.

시스템이란 체계가 망가져 버리면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가호에 경험치를 퍼주었으니, 기뻐야 할 터인데.

어쩐지 꺼림칙하기만 하다.

거기다.

“너, 영혼의 격이 상승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아냐?”

“격?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우선 다른 건 몰라도 능력이 꽤 상승할걸? 너는 영혼 술사니까 영혼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될 건데? 왜? 격이라도 상승했어?”

“어.”

도무지 이놈의 격이 주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

볼프도 내 격을 보고 놀라 도망가지를 않나.

어쩌면 악마 벤티도 그 때문에 도망을 친 거 같기는 한데.

“근데 안 느껴져?”

“……대체 뭐지.”

이놈의 체계가 나 한정으로 망가지기라도 한 건가.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게 전혀 없었다.

평소와 같을 뿐이었다.

‘이것도 회귀 부작용?’

뭐든, 부작용으로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은데.

워낙에 나도 모르는 일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으니 원.

이 궁금증에 대해서 이사야에게 물어보지만.

“이건, 나도 생각을 좀 해 봐야겠는데.”

“역시 그런가.”

머리 좋은 이사야도 물음표를 그릴 뿐이었다.

* * *

어쨌거나.

그녀도 나도 모든 보상을 받은 상황이다.

이제 돌아가서 마피아에 대해 처리를 하기 위해 우린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면 하루라도 쉬자. 마피아고 뭐고, 골이 아프다.”

“그건 나도 인정! 사람이 하루는 쉬어줘야지.”

“그래그래.”

던전과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다.

방해자도 없었기에 돌아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본래 머물던 호텔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무리일 거다.

그래도 이 도시는 한때나마 관광도시.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좋은 호텔은 넘쳐날 거였다.

사슬에 갇힌 볼프 문제, 마피아, 앞으로의 계획…….

그 많은 것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자니,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겠지.

그러기에 어디로 돌아가 머물지를 연신 이사야와 이야기하며 빠르게 돌아왔다. 어서 쉴 생각으로.

그런데, 돌아가서 본 현재의 상황은 또 다른 의외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여긴 또 왜 이러는 건데?”

“……한휘. 너 혹시 회귀 전에도 재액을 몰고 다닌 거 아냐?”

“어디서 그딴 말을 들어가지고는. 그럴 리가 있겠냐.”

“근데 저건 뭔데? 왜 막장이야?”

그녀의 말마따나 막장이었으니까.

* * *

웨에에엥- 웨에엥-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 온다.

‘저거도 오랜만이네.’

전엔 매일같이 틀어대다가 어느 순간부터 뚝 끊긴 저 소리.

익숙한 소리다.

도시에 몬스터가 침입하면 울리는 비상사태 소리니까.

콰아앙! 쾅!

꽤 많은 몬스터가 침공한 건지, 곳곳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그어어어!

“또 언데드?”

“와 씨.”

침공한 몬스터의 종류는 언데드.

대다수가 좀비였고. 스켈레톤 종류는 간간이 보여왔다.

그나마 있는 좀비들은 상처를 제외하곤, 살점도 제대로 붙어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일반인을 잡아먹었다는 건데.”

어디선가 언데드가 소환됐고. 소환된 언데드가, 또 다른 언데드를 양산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럴 때 대응 방법은.

“진원지로 가 보도록 하자.”

언데드의 진원지로 가 언데드를 막는 거였다. 그리고 그 전에.

-그륵?

콰아앙-!

역병 같은 언데드가 더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수고 보는 거고.

* * *

본래 도시에 언데드 떼가 나타나고 하면.

‘뒤는 뻔하지.’

만화나 영화에서는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도망치는 생존자 시선으로 보곤 하지 않나.

그때, 생존자가 목숨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급작스레 주인공이 나와 주고.

그걸 주인공이 떡하니 구해 주면.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생존자가 선망의 눈빛으로 주인공을 봐주는 게 기본.

거기다 아직 언데드가 깽판 치고 다니는데도, ‘감사합니다.’라고 목청이 터지라 외친다.

고함을 지르면 좀비가 다 몰려올 건데도 감사 인사를 한다고 위험을 자처해 주는 거다.

‘미친 장면이지.’

그걸 보고 주인공은 코-쓱 하는 느낌으로다가, 시청자랑 같이 뿌듯 좀 해 주고.

근데 그런 거.

다 감성이란 게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닥치고 어서 들어가. 문은 좀 꽉 닫고 다니고!”

“에?”

“안에 쳐들어가라고. 나한테 대가리 깨지기 싫으면. 아, 소리는 죽여라? 듣고 또 몰리지 않게.”

“네, 넵!”

뭐든 잡아먹는 <공허> 빔! 한 방 맞고 나면, 그따위 감성은 남지도 않는다.

아니, 뭐 나는 그 전부터도 그런 거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몬스터가 쏟아지면 코-쓱 하는 감성의 시간에.

“대가리!”

-그어어!

콰득!!

“넌 뚝배기! 넌 초고추장!”

터어엉! 텅!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대가리 깰 연구부터 하는 게 맞다.

내가 한바탕 흐뭇해하는 몇 초 사이로, 이름도 모르는 생존자 하나는 좀비 손에 뒤질 수가 있거든.

죽기만 하면 또 모른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잖아.

처리할 좀비 수가 늘어나는 거다.

그러니 몬스터 떼가 넘쳐날 때. 특히, 이럴 때는 한 치라도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며 대가리를 깨고 다녀야 했다.

“너무 빨라!”

“니가 느린 거야.”

지금 못 따라오는 이사야처럼.

동료가 못 따라오는 걸 보며, 코-쓱 하며 자신이 지닌 강함 자체에 흐뭇해 할 시간 따윈 없다 이거다.

콰즈즈즈즉-!

사슬에 걸리는 족족 언데드 떼를 처리해 나가야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머리를 굴려야 했다.

어디로 머리를 굴리냐 하면, 바로 상황 파악을 하는 데 굴려야 했다

“야야. 이 방향, 네가 상대해야 한다는 마피아 두목 방향 아니냐?”

“허어억…… 허억…… 맞네. 맞아.”

몬스터를 헤치면서 오다 보니 방향이 어딘가 익숙했다.

바로 이사야의 상대 마피아 보스가 있을 저택이 이곳이었다.

본래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이곳으로 오며 들은 이사야의 설명대로의 저택이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다 부서져서 반파돼 버린 저택이었다.

스스스스-

그곳엔 진득한 마력의 흔적과 영력이 가득했다.

그간 해온 경험치란 게 있지 않나.

쓱- 보다 보면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오는 법이었다.

“흠. 마력의 흔적이 진득한데. 여기가 진원지네. 그러면…… 뒤는 뻔히 알겠구만.”

“뭔데?”

“이유야 뭐든 간에 악마가 완전히 흡수됐잖아. 계약이 깨진 거지. 그럼 어떻게 되겠냐?”

“……설마 마력 폭발?”

“빙고. 악마랑 중간에 계약 해지하면, 마력이 다 터져 나가거든. 벤티가 죽을 때, 이놈도 같이 폭발한 듯?”

“와. 지독하네.”

여기서 대규모 폭발이 있었을 거다.

폭발과 함께 마피아 두목은 뒤졌다. 같이 있던 조직원도 덤으로 죽었겠지.

그리고 그 뒤?

죽음으로 퍼져나간 마력이 갈 곳은 뻔했다.

‘그게 언데드를 만드는 거지.’

마침, 마피아 조직이 시내 깊숙이에 있겠다.

이 정도 크기면 저택에서 근무하는 사용인들도 넘쳐나지 않았겠는가.

터지고 남은 마력은 그들 모두가 언데드가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을 거다.

‘차라리 어디 시외에서 살았으면 이리 문제는 안 났을 건데.’

그 뒤는 보는 바대로, 관광도시 하나가 좀비 도시 돼 버리는 거다.

보아하니, 러시아 헌터들도 꽤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하고는 있다.

하지만 좀비 사태가 워낙에 대처하기 힘든 타입의 사건이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이사야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정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었다.

“앞으로 여긴 관광도시로 굴러가기는 글렀겠는데.”

“그게 문제냐. 이 정도 난리 났으면, 본 초르조 상부 조직도 조사 들어갈 거 같은데! 와 씨. 망했네. 러시아에서 킬러 생활 어떻게 하냐.”

“마피아라…….”

일이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생각해 보면 이 도시.

아니 이 도시를 넘어 러시아 전체에 언데드가 퍼지는 건 한참 뒤였는데 말이다.

대충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알겠다.

전생엔 악마 벤티의 도움으로 마피아 두목이 꽤 거물이 돼가고 있었을 거다.

그 두목을 상대하는 이사야는 그걸 대응했겠다만.

일은 계속해 커져 갔을 거다.

그러다 이 도시를 넘어, 러시아 곳곳에 언데드가 출몰하였겠지.

여기까지가 딱 과거의 이야기.

이번은 다르다.

악마 벤티의 세력이 커지기는커녕, 되레 금방 죽어 버렸다.

그럼 상황이 더 나아져야 하는데.

괜히 내가 망겜망겜 거리는 게 아니지 않나.

미리부터 싹을 잘랐는데도 도시 하나가 날아가 버리고 시작하게 생겼다.

‘벤티가 뒤진 덕분에, 다른 도시까지 언데드가 퍼질 거 같진 않은데…….’

이 주변 전역을 잡아먹은 전생처럼은 안 됐으니, 일의 크기 자체는 전생보다 축소되긴 했다.

문제는 일단 도시 하나가 터지긴 했다는 거!

러시아 정부가 움직이는 건 당연하거니와, 제 영역으로 사용하고 있던 마피아 조직도 움직일 게 훤히 보였다.

이래저래 아직 건드리기엔 무리인 거물들이 움직이게 되면, 나로서도 곤란했다.

‘괜히 있다가 이 사태의 희생양으로 나나 이사야를 써먹을 수도 있겠고 말이지.’

처음부터 벤티란 악마가 곱게 잡혔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 저 사슬 속에 볼프가 쓸데없는 짓만 안 벌였어도 이리되지는 않았을 건데 말이야.

몇 가지가 겹쳐서 좋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입맛이 썼다.

이래선 전생보다 좀비 사태가 작다고 자축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최악은 아니래도 차악의 상황이다.

“야야. 이리되면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하난 거 같은데?”

“……아. 역시 그건가. 반쯤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없었는데 말이지.”

“시답잖은 소리 말고. 움직이자.”

러시아 정부나 마피아. 그 둘의 눈을 피해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