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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37화 (37/206)

제37화

어딘지 모를 차원이 산산조각 난 세계.

그게 바로 던전이다.

공허가 내려앉기 이전, 누군가는 이 조각난 세계가 마왕 벨린카니스가 만들어 낸 것이라 이야기했다.

반론은 없었다.

차원을 침공하는 악역인 마왕이 하기에 딱 어울리는 일이니까.

그러나 공허를 이미 지켜본 내가 생각하기엔 그것과 전혀 달랐다.

‘공허가 집어 먹고 남은 부스러기가 던전이겠지.’

결국 공허의 남은 부스러기가 던전이었다.

증명이나 증거 따위는 없다만.

내 몸이 그리 느끼고, 생각하는데 누가 따지랴.

그러한 조각난 세계, 던전.

그거보다도 더한 게 바로 눈앞에 있었다.

스스스스-

음습한 마력이 몸 주변을 훑어댄다.

그 마력으로 이뤄진 바람이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황량하다 못해 폐허가 되어, 더는 새로운 생명이 이어지지 않을 공간이 눈앞에 그려져 있었다.

조각이 나다 못해, 망가져 버린 세계.

이러한 공간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빌어먹을. 그 마피아 얼마나 해 댄 거냐. 던전이라도 침식이 이렇게까지 이뤄진다고?”

“침식? 뭔 말이야? 원래 던전이 이렇게 생겨 먹은 거 아냐?”

“그럴 리가 있냐.”

이 광경.

침식이 시작된 광경이다.

미래에 여러 번 본 광경이었다.

‘망할 악마 새끼들. 자기네 음차원에나 틀어박혀 있을 것이지. 쓸데없이 부지런하단 말이지.’

이러한 광경은 내 알기로 오로지 악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공허가 잡아먹고 남은 찌꺼기, 던전.

이 던전을 놈들은 변형시킬 수 있다.

던전 자체를 천천히 제 공간으로 뒤바꿀 수 있단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사야의 평은 신랄했다.

“웩. 죽은 걸 먹냐.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이네.”

“이건 하이에나보다 더하지. 하이에나는 먹고 끝나잖아.”

“이런 침식 끝에 또 뭔가 한다고?”

“어.”

영원불멸하며, 제가 쌓은 업과 그에 모태가 된 육악(六惡).

그 육악을 모시고 광란하며 생을 잇는 악마.

그러한 악마가 침식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침공하는 거야.”

“뭐?”

“이 던전을 교두보 삼아서, 침공해 온다고. 말 안 했냐. 미래엔 죄다 쏟아져 나와요.”

바로 차원 침공이다.

직접적으로 힘을 사용해 침공해 오던 마왕 벨린카니스와는 또 다른 방식.

마왕이 차라리 제 차원의 힘을 소모해 침공해서 온다면. 악마는 이미 뚫린 던전을 이용해, 차원을 넘어오는 식이다.

“이 지구에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더럽게 음습하게 오네.”

“내 말이! 더러운 악마 새끼들. 하여간 다 뒤져야 해.”

부르르르르-

그게 아니라는 듯, 하데스의 사슬이 떨려온다.

그 의미가 너무 뻔해서.

터어엉!

나는 사슬을 손으로 냅다 내리쳐 줬다. 튀어나오지도 않으면 닥치란 의미였다.

모든 설명을 들은, 이사야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우리 다 망한 거 아냐? 네 말대로면 이건 침식도가 심한데.”

“보통은 그러겠지.”

그럴 만도 했다.

그녀 말대로다.

침식도가 심할수록 인간은 버티기 어려워진다.

숨 쉬는 거만으로도 들어오는 악기(惡氣)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보통은 그렇단 이야기다.

“우린 예외잖아. 잘 느껴 봐. 왠지 이곳 친숙하지 않냐?”

“……오? 그러네?”

덜그럭. 덜그럭.

-키이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던전에 본래 살았었을 몬스터들이 살점이 떨어진 채, 뼈만 남아 거닐고. 육체서 떨어져 나온 영혼은 유령이 되어 달려오고 있었다.

저들이 의미하는 바는 뻔하지 않은가.

“여기가, 악마 새끼만 유리한 필드가 아니란 거지.”

* * *

“아씨, 좀! 양보해!”

“어허. 이건 내 거지.”

온갖 언데드가 나다니는 필드.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건, 영혼들의 귀곡성이 아니었다.

나와 이사야의 외침뿐이었다.

“다 네 거냐? 어? 다 네 거냐고?”

“그럼 네 거겠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 하면은.

‘이사야나 나나 미친놈이니까.’

정확히 우리 둘의 지배력이 높아서다.

언데드를 다루는 건 결국 지배력이다.

어떤 놈이 언데드를 일으켰든 상관이 없다.

지배력이 높은 자가 언데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뭐, 자연에서 태어난 자연 언데드는 이야기가 다르다만.

-그어어어!

-그억!

눈앞에 있는 몬스터는, 무려 주인이 있는 몬스터지 않은가.

이 조각난 세계를 침식해 버린 악마 말이다.

이러한 주인 있는 언데드는 뺏는 게 가능했다.

지배력만 높다면 말이다.

거기에 더해 몇 가지 노하우가 필요하기는 했다.

‘하여간 이사야 이 자식도 괴물이라니까?’

그런데 눈앞에 이사야 녀석은 그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족족 흡수해 댔다.

미래의 내가 수십 년에 걸쳐서 얻은 노하우를 무려, 듣기만 하고서 저게 될 줄이야.

제 몸을 스스로 리치로 바꾸는 괴랄한 짓을 할 때부터 알아는 보긴 했다만.

“어? 저건 내 거다!”

“……하, 새끼.”

눈앞에 언데드가 욕심나서 달려가는 놈은 확실히 괴물이다.

타고난 재능 괴물이랄까.

덕분에, 우리의 전진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영혼 분리.”

[당신의 영혼 일부가 분리되었다.]

[분리된 영혼이 살점만 남은 스켈레톤에 빙의했다.]

[당신은 살점만 남은 스켈레톤을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내 영혼을 부려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고.

“정신 착란. 광란. 의지 저하.”

[당신의 동료가 스킬 : 정신 착란을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스킬 : 광란을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이사야는 눈앞에 있는 언데드에게 정신 계열 스킬을 난사. 본래 언데드의 주인이 부여했을 의지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종의 해킹이지.’

적의 의지를 흔듦으로써, 지배력이 쇠약하게 만든 다음에.

“사령 부여.”

[당신의 동료가 스킬 : 사령 부여를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스켈레톤을 부리는 데 성공했다.]

제가 다루는 저주에나 사용할 사령을 부여함으로써, 지배를 마쳐 버렸다.

이러한 일을 바로 해내는 거만으로도 놀랄 정도인데.

“야, 이거 자연 언데드랑은 확실히 다르네. 후음…… 그럼 이거도 되려나? 연속 사령 부여.”

“……미친놈.”

[당신의 동료가 스켈레톤을 스켈레톤 워리어로 강화시켰다.]

사령을 부여해, 기존의 언데드를 강화시키기까지 했다.

콰득- 콰드드득-

눈앞에 스켈레톤이, 주변에 남은 침식된 마력을 잡아 먹고, 성장하는 광경이란.

남은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고, 그 위를 뼈로 된 갑주로 채우는 모습은 나로서도 기염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응용을 해 버린다고?’

영혼을 잡아 먹으면 강해지는 언데드의 속성을 이리 이용해 낼 줄이야.

이 방식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바로 해 낼 줄은 나도 몰랐다.

-크르륵…….

-키익…….

그렇게 이사야는 침입자인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모든 언데드를 보는 족족 아군으로 삼았고.

[당신의 지배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그러한 아군이 가득 찰 때쯤.

“그럼 부숴야지.”

“그거 좋지. 딱 마음에 들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 * *

침식된 세계에 때아닌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에 참전하는 양측의 병사는 언데드뿐.

정확히는 한 때, 악마의 지배를 받던 언데드들의 싸움이었다.

“넌 강해졌다! 돌격해!”

콰아아앙-!

이사야가 다루는 언데드는 정예병의 전투 방식을 사용했다.

그녀의 사령술로 강해지는 육체를 이용. 강력한 전력으로, 적을 압살하는 게 그녀 병사의 전투 방식이었다.

그녀는 단순 병사를 부림으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진 않았다.

“역시 움직여야 제맛이지!”

“……미친 녀석.”

부우우웅-!

제 몸뚱이만 한 도끼를 휘두르며, 전장을 휩쓸었다.

“봐라. 이게 휠 윈드다!”

“그거 짝퉁 기술 아니냐?”

“먼저 쓰면 주인이지!”

후우웅- 후웅-

어지럽지도 않은지, 제 몸을 회전시켜가며 달려드는 언데드를 부숴대고.

그러면서도, 입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세 번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

“어떻게 되는데?”

“봐 봐. 광란. 광란. 광란. 중첩!”

[당신의 동료가 사령 마법 : 광란을 사용했다.]

[당신의 동료가…….]

입으로는 쉼 없이 사령 저주 스킬을 활용해 댔다.

연속된 광란. 본래라면,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게 맞아야 할 터인데. 그녀가 사용하는 광란은 달랐다.

‘미치는 것도 종류가 있었던 건가?’

광란을 중첩시키는 데, 성공!

[당신의 동료가 중첩된 마법 사용으로 마법을 강화시켰다.]

-키에에!

-킥!

중첩된 광란으로, 적을 광기 상태에 빠뜨렸다.

콰득- 콰드드득-

광란에 빠진 적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걸 공격했다. 한마디로 미쳐 버린 채로 주변을 휩쓸었다.

이미 죽어 버린 언데드를 미쳐 버리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

“이러면 지배 안 해도, 자기들끼리 뒤지는 거지. 흐흐. 다 뒤진다.”

광란에 빠진 언데드들 덕에,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되어 갔다.

그걸 보며, 뒤지게 만족스러운지 웃으며 도끼를 휘두르는 이사야.

오랜만에 보는 그녀다운 전투 방식이었다.

‘리치가 되고 미친 게 아니라, 이때부터 미쳐 있던 건가? 하긴…… 맛있는 것도 먹어 본 놈이 잘 안다고. 자기가 미쳤으니까 광란도 중첩시켜서 저주를 거는 거겠지.’

광기에 차, 실실대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동료를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지어야 할지.

쟤를 데리고 공허를 막을 생각에 머리를 부여잡아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 * *

미친 듯 보였으나, 그녀는 한편으로 그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게 회귀자의 전투인가?’

그녀가 보기에 그는 교본이었다.

모든 전투에 있어 살아 움직이는 교본.

스스스스-

오로지 그녀의 눈에만 보였다.

수천, 수만 마리의 악령이 그의 사슬에 서려 있는 것이.

악령의 군집체라는 악마가 담긴 사슬을 그는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듯 휘둘렀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잘 모르는 듯하나 매 순간, 매초 사슬에 갇혀 있다는 악령은 틈을 노리고 있었다.

언제라도 틈을 노리고 그를 공격하기 위해서!

그 상황에서도 그는 틈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슬을 휘둘러 주변의 언데드를 초토화시키면서도, 시야는 항상 전부를 향하고 있었다.

‘전쟁 안에서의 모든 걸 파악하는 시야라.’

타고난 재능 위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거만으로도 놀랄 만한데.

그의 움직임 아래에 있는 언데드들과 영혼들의 움직임은 더 놀라웠다.

‘단순히 전투 지능이 있는 수준이 아냐.’

그는 전투 지능 특성이 발휘되어, 치밀한 전쟁이 가능하다 말해 왔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엔 그게 전혀 아니었다.

그만은 못해도 수많은 전투 경험을 지닌 그녀다.

그런 그녀가 전투 지능을 지닌 소환사를 상대해 보지 못했겠는가.

손꼽힐 정도지만 상대는 해 왔다.

전투 지능이 위협적이긴 했다.

일반적인 소환수에 비해서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긴 했으니까.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멍청한 소환수가 두 배쯤 똑똑해진다고 해서, 무조건 강해지는 게 아니었다.

그 전투력은 한계치가 있었다.

그런데 저 앞에 병사들은 대체 뭔가.

마치 살아 있는 병사처럼 병진을 형성해 내고.

콰즈즈즉-

진형을 유지한 채로 적을 돌파해 낸다.

그뿐인가.

검을 지닌 언데드는 검술을 사용해 댄다.

부유하는 영은 공중에서 입체적 전투를 벌여댔다.

단순 진형 유지뿐 아니라, 서로 간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그녀로서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회귀를 한 게 맞다고.

‘정말 수십 년을 회귀해 온 거구나.’

눈앞에서 그가 벌이는 전투는, 단순 현재의 실력을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초월적인 재능을 지닌 자가 수십 년을 노력해서야 보일 법한 전투를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믿을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의 회귀를.

그리고 동시에.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과연 수십 년이 지나도 그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저자와 같은 격에라도 설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그려졌다.

‘어렵겠는데. 아니, 불가능할지도.’

그, 답. 알 수 없었다.

제 재능에 자신이 넘치는 그녀로서도 장담이 안 되었다.

그만큼 그의 전투는 정확했다. 또한 치밀하였다.

어지러운 듯 보이나, 틈 하나 없이 전장을 그렸다.

낭비되는 힘인가 하면, 또 어느샌가 그 힘이 적을 파훼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전투를 감상하듯 나아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결국 둘은 이 조각난 세계를 침식해 가는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악마와의 조우였다.

‘긴장해야 해…….’

지한휘로서도 그 강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 게 악마.

그러기에 그녀로서도 작게 긴장하며 악마에게로 도달한 찰나.

-어떤 녀석들이 감히 이 몸의 거처에 침입을 하나 했더니 그 낯짝이…… 으응?

“왜? 뭐?”

어째, 악마의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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