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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34화 (34/206)

제34화

휘둘려져 오는 도끼는 매서웠고.

또한, 유려했다.

거대 도끼에 유려함이 어울릴 리가 없겠다만은, 눈앞에서 갈 지(之)자로 휘둘러지는 도끼엔 분명 유려함이 담겼다.

‘애당초 도끼를 저리 다룰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거지.’

한 번 휘둘리면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게 도끼.

그러기에 도끼는 一자 모양을 그리거나 l 모양을 그리는 게 기본이다.

그런 도끼로 온갖 형태를 그려낸 걸로도 모자라, 자유자재로 변초를 섞어 휘두르고 있었다. 유려하다고 할 수밖에.

“암살은 분명 아닌데, 그치?”

“…….”

암살자의 것이라 하기엔 강맹했으니 암살자는 분명 아녔다.

암살자는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보단 숨어 공격하는 걸 선호하니까.

그렇다고 근접전 전사의 방식은 또 아니었다.

스스슷-

상대는 도끼를 휘두르며, 내게 저주를 흩뿌렸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 : 약화를 받았다.]

[당신은 사령술 저주에 의해 온몸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근접 스킬을 각성한 전사가 저주를 걸 리가.

저주를 걸기 전에 검부터 한 번 더 휘두르려고 하는 게 전사다.

그런데.

눈앞에 이 녀석은 분명 사령술 스킬을 써 댔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를 저항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저항으로 인해, 상대가 반동을 받았다.]

‘일반 전사는 아니란 거지.’

내가 저주에 저항하자, 그 반동으로 상대는 신음을 흘렸다.

“크읏…….”

상대는 반동으로 고통당하면서도 계속해 도끼를 휘둘렀다. 이로도 모자랐나.

촤아악-

‘뭔 뼈를 갖고 다녀?’

품에서 뼈를 꺼내 들더니, 바닥에 흩뿌렸다.

“뼈 병사 소환!”

성능 좋은 번역기가 스킬 명을 해석해 주기가 무섭게.

흩뿌려진 뼈들은 하나의 형상들을 이뤄냈다.

그 형상은, 개.

뼈 변형이라도 받았는지 이빨은 이중 삼중으로 나 있었고.

뼈들엔 가시들이 돋아나 있었다.

사나운 입에 물리면 그대로 살점이 찢어져 나갈 흉악한 병사였다.

‘X벌. 얘 전투 좀 할 줄 아네?’

거기다 형상은 인간이 아닌 개라는 거 자체가 이 녀석이 전투를 벌일 줄 안다는 방증이다.

소위 인간형이 전투에 적합하다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조종자의 조종 편의 때문에 인간형 병사를 소환하길 택할 뿐이다.

조종만 잘할 수 있다면, 저런 식으로 병기(兵器) 그 자체 형태로 만들어진 병사가 더 강력하다.

쉽게 말해, 탱크를 인간형으로 만들진 않잖아?!

그런 논리다.

다만 그러면 다루는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그런데도 상대는 잘도 다뤘다.

“물어!”

-캬아아아!

뼈 병사들은 전투 지능이라도 가진 거처럼, 빠르게 내게 달려들었다.

후우웅-! 후웅-!

도끼가 휘둘러지는 그사이 사이를 노렸다.

“꺼져!”

파사삭-!

때로 내 뒤를 노려오며, 거친 이빨을 들이댔다.

그뿐이면 조금 위협적이다 하고 말겠는데, 상대는 집착도 강했다.

“의지 저하! 체력 약화!”

“……아직도 저주를 포기 안 했냐!”

뼈 병사를 부리는 와중에도, 집요하게 저주를 걸어왔다.

‘지독하네. 타고난 센스도 미쳤고.’

도끼. 뼈 병사 부리기. 저주.

삼박자 조합이라.

결코 상대하기 쉽지 않은 전투 방식이었다.

실제론 그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헌터가 수두룩하니까.

저주 스킬을 사용하는 데 실패도 없었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 : 의지 저하를 받았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 : 체력 약화를 받았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

…….

지독한 저주 세례가 완성되어 내게 쏟아져 왔다.

보통 헌터라면 여기서 당했을 거다.

뼈 병사와 적을 상대하는 와중 오는 저주는 저항하기가 힘든 편이거든.

그러나.

“한번 실패할 때 알아봤어야지!”

내가 당할 리가.

전투 센스라면 이쪽도 뒤지지 않았다.

육체론 전투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영혼을 부렸다.

고오오오-!

내 몸에 있는 영기를 육체 바깥으로 끌어 올렸다. 영기를 끌어 올리면, 저주 저항력이 올라가는 건 미래에선 상식이다.

[당신은 사령술의 저주를 저항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저항으로 인해, 상대가 반동을 받았다.]

상대의 집요한 저주를 완벽히 파훼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한 파훼였다.

“넌 애당초 상대를 잘못 만난 거라고.”

“허튼 소리야!”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집요했다.

상대는 계속된 실패에도, 괴성을 내지르며 계속해 공격을 시도해 왔다.

의지도 대단한 녀석이었다.

“대체 저항력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지독한 녀석!”

“나는 당신 독기가 더 지독한데?”

“시끄럿!”

열 번 이상 저주 거는 데 실패했으니, 그 반동은 어마어마할 터.

겉으로야 멀쩡하기야 하다만, 그 속은 뒤집어진 지 오래였을 거다.

당장 피를 쏟아붓더라도 이상한 게 아닌데.

후우웅- 후웅-

상대는 여전히 저주, 병사, 도끼 삼박자를 유지했다.

-캬아아아!

특히 뼈 병사는 갈수록 전투에 익숙해진 듯했다.

그 공격의 강도가 더 심해져 갔다.

‘실시간 성장이라 대단한데.’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온 거지?

타고난 전투 센스는 기본이다. 주변을 읽어 내는 눈도 탁월하다.

거기에 더해진 유려한 도끼질.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배우는 대신 도끼부터 휘둘렀나 싶은 수준이다.

지금 시대 정도에 이 정도 강함을 지닌 녀석은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상대가 나여서 문제일 따름이지.

어지간한 녀석들이라면 뼈 병사까지 갈 것도 없다.

도끼와 저주 콤보에 뒤졌을 거다.

‘이 정도 수준은 전생 끝자락에서도 찾기 힘든데.’

오랜만에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다.

절로, 감탄이 튀어나오는 거까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감탄은 여기까지.

후우우웅-!

내 목숨을 뺏겠다고 도끼질을 해 대는데,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상대가 조합을 꺼낸다면 이쪽도 꺼낼 뿐이었다.

“하, 끝은 봐야겠지. 영혼 병사!”

[당신은 스킬 : 영혼 병사를 사용했다.]

[당신이 지닌 무구들에 영혼 병사가 빙의했다.]

[당신이 지닌 특성 전투 지능이 발동했다.]

[당신이 소환한 영혼 병사에 전투 지능이 부여됐다.]

그 시작은 영혼 병사의 소환!

차르르륵-!

“저거 죽여.”

-…….

-캬아아아!

콰아앙! 쾅!

영혼 병사가 뼈 병사와 맞붙었다.

적의 삼박자 중 뼈 병사 하나를 제외.

그것으로도 전투는 한결 수월해졌다.

없던 여유가 더 생겨날 정도!

그러한 작은 여유 와중에 느낀 건, 이 전투를 진행하면 할수록 상대가 어딘가 낯이 익단 거였다.

* * *

‘내 참…… 이건 좀 익숙한 방식이긴 한데.’

도끼를 광전사처럼 휘두르며 전사처럼 일격을.

그렇게 전사인 양 굴다가 사령술을 섞어 상대를 당황시키고.

당황한 상대를 농락.

그 뒤에 가지고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다 죽이듯, 조롱하는 이 전투 방식!

낯이 익을 수밖에 없었다.

왜 낯이 익냐고?

‘이사야가 딱 이딴 방식으로 전투를 벌였으니까.’

리치 이사야가 딱 이랬거든.

전사도 아니고, 제 몸을 마법사 계열인 리치로 변환한 주제에 말이다!

생각할수록 미친놈이지 않은가?

판타지 소설에서도 마법 계열 몬스터로 최악, 그러면서 최고를 자랑하는 리치가 된 주제에! 녀석은 도끼를 제 지팡이 삼아 휘두르고 다니던 새끼다.

사령술 저주 익히기를 취미로 삼고.

도끼로 상대를 쪼개는 걸 리듬 삼아 연주하던 새끼가 이사야라 이거다.

‘흉악한 새끼지.’

내가 아는 이사야는 그런 미친놈이었다.

그런 놈 틈바구니서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나였으니까. 새삼 내 정신력에 대해서 자화자찬하고 다닐 수 있는 거고!

그런 미친 전투 방식을 여기서 또 볼 줄이야.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이런 전투 방식은 이사야 말고 또 없긴 한데…….’

근데 또 이사야라고 하기에.

“하앗! 그만 피해, 새끼!”

후웅- 후웅-

눈앞에서 미친 듯 도끼를 휘둘러대는 녀석은 놈이 아니었다.

여자였다.

룸서비스를 하겠다고, 호텔 복장을 입은 주제에 미친 듯 도끼를 휘두르는 건 이사야 그 자체였지만.

녀석이 여자란 기억은 전혀 없었거든.

‘……근데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능력자에겐 능력치가 곧 육체 능력인데, 도끼를 휘두르는데 남녀가 어디 있겠나.

상대 두개골을 모아다가 저글링을 하는 고약한 취미는 남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저글링이 질리면, 그 골수를 모아다가 언데드로 일으키고.

그걸로 팀을 만들고, 남은 대가리로 축구하는 거야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순간 깨달았다.

‘씁. 내가 편협했네. 이거 반성해야 돼.’

내가 녀석을 만난 건 리치가 된 이후였는데 말이야.

이런 걸로 편협해서야 쓰겠는가.

어차피 내려앉는 <공허>는 남녀노소 따위 따지지도 않는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라고 해도 다 처먹는데 말이야.

내가 부족했다.

<공허>가 사람이고 뭐고 안 가리고 다 잡아먹는 진정한 평등을 실현해 냈듯!

그걸 상대한 나란 놈도 거, 편협한 정신을 버려야 했다.

그러니 놈이 이사야라는 걸 먼저 인정을 좀 하고.

“네놈이 나를 친구라고 하고 다닌다며? 난 친구는 없는데? 응?”

“알아. 넌 친구 없는 찐따 새끼였잖아.”

“이 새끼가!”

정신을 우선 추스르자.

그리고 정신을 추스른 다음엔, 놈이 나를 친구라고 믿을 만한 이야기를 좀 해 줘야 했다.

후우웅- 후웅-

그래야 저 미친 도끼 휘두르기를 멈출 테니까!

“우선 좀 멈춰 봐. 나 친구 맞으니까. 아, 그러니까 지금은 아니고 미래엔 친구거든? 그러니까 좀 멈춰 보라고.”

“미래 친구? 이 새끼, 미친놈이었냐!”

“하이 씨. 멈춰! 멈춰! 멈추라고!”

“네 대가리나 멈춰. 제대로 맞히게!”

“……X벌.”

후우웅-!

봐라. 멈추라고 세 번을 이리 말해도 멈추질 않지 않나.

자, 이때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

눈이 시뻘게져서 도끼만 휘두르는 이 미친놈을 어떻게 설득해야 잘 설득했다 할까.

‘이왕이면 녀석과 나만 아는 게 좋겠지?’

안 그래도 최후의 칠 인이니 뭐니, 몰려다니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봤잖아.

리치 주제에 술 먹은 기분은 내고 싶어 가지고 ‘알콜’ 마법을 익힌 이사야가 스스로 취해서 만든 온갖 흑역사도 봤지 않나.

그 흑역사 중에 하나는, 리치가 되기 이전에 벌였던 미친 소리도 있었지.

자, 그걸 말하면 어디 믿어 줄라나?

한번 던져 보자.

“이사야! 난 네놈이 열세 살에 한 걸 알고 있다!”

“뭐!? 이 미친 새끼가 뭔 개소리를 하려고!”

오.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이사야.

반응이 왔다.

저도 모르게, 이 시점에선 자기만 아는 흑역사를 떠올린 거겠지.

여기서 저 녀석만 아는 흑역사를 맞혀 주면?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걸 믿어주겠지!’

믿을 거다. 분명 믿을 거다!

그걸 믿고, 나는 녀석의 흑역사를 호텔 문이 열려 있고, 온갖 구경꾼들이 넘치는 그 상황에서 바로 외쳤다.

이건 진짜니까! 진실이니까!

“너 열세 살에 자고 일어났더니, 바지에 똥 지렸잖아! 그거 똥인지도 모르고, 남은 간식인 줄 알고 입에 처넣은 적 있다, 없다? 있지?!”

후우우웅-!

근데, 멈출 거라 생각했는데. 왜 도끼질이 더 세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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