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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재앙급 플레이어가 빌런을 다 죽임-32화 (32/206)

제32화

설명이 이어질수록 가관이었다.

“대립도 그냥 대립이 아니더군요. 홀로, 마피아를 상대로 대적하고 있어요. 거기다 대립 이전에 하던 건…….”

이사야가 업으로 삼는 건 프리랜서 헌터이자 히트맨.

몬스터 사냥을 다니다가 의뢰를 받으면 암살을 하는 미친놈이었다.

그런 녀석이 현재 상대로 하는 건 마피아.

그거도 현재 사 대 파벌 중 하나라는 본 초르조의 조직과 관련이 됐단다.

하부 조직이라곤 하는데, 상부에서 어떻게 볼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때문에 마피아라면 피하고 보는 게 상식인데도, 맞붙어 있단다.

‘또라이인 건 알고 있었다만…… 스케일 한번 크네.’

마피아 조직이 내가 상대한 한국의 사채업자랑 동급은 아니잖은가.

몬스터 등장 이전에도 기업을 운영할 정도로 거대한 게 마피아다.

그런 걸 상대하다니.

“벌써 몇 달이나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거예요. 무슨 수를 썼는지, 착실히 마피아 세력도 갉아먹고 있고요.”

“……역시 미친놈이네.”

웃기게도, 그 상대를 해내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는 부분이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죽음이 가까울 일이다. 살얼음판 같은 곳에서 몇 달이나 시간을 끌며 살아남는다라.

과연 최후의 칠 인에 들 만하다.

능력은 기본. 여기에 뛰어난 배포가 없어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미친놈이라 문제다만.’

전생까지 갈 것도 없다.

마피아를 상대하고 있는 거만으로도 이사야의 능력은 증명됐다.

당장 써먹어도 될 전력이란 소리.

문제는 리치가 되기 전에도 미친놈인 거 같기는 하단 건데.

‘뭐, 원래 최후의 칠 인 중에는 또라이가 많았으니까. 나만 빼고 다 하나씩 나사가 빠지긴 했지.’

이렇게 보면 또라이어야 강해지는 건지. 강하면 또라이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쯧. 다들 나같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전생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하나는 잘 알았다.

그런 미친놈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뒤에 이어지는 김시연의 물음에 잘 답할 수 있었다.

“대체 이런 사람을 왜 찾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찾아서 써먹으려고. 아군으로 말이야.”

“네?”

아주 솔직한 대답을 했는데, 그녀는 미친놈 소리를 듣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 날이 갈수록 날 볼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짓는 거 같은데.

‘칠 인 중에는 내가 제일 정상인데, 이걸 설명을 해 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나. 데려와서 써먹는 거 보면 이해하겠지.’

그녀에게 당장 전생을 설명할 수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어쨌든 거기로 가는 표부터 구해 줘. 부탁하지.”

당당하게 요구부터 할 수밖에.

* * *

“운이 좋군.”

만족스레 웃고 보는 내 몸은 이미 하늘 위에 올라와 있었다.

저 하늘 아래 보이는 한국이 점차 멀어져가고 있었고. 나는 방향은 북동쪽, 러시아를 향하고 있었다.

당연한 방향이었다.

이 몸은 러시아 항공편에 몸을 실었으니까.

‘고작해야 하루 만에 항공편을 구해 올 줄이야. 대단하다니까.’

표를 구해 준 건 김시연.

정확히는 그녀의 명을 받은 김필서였다.

내가 한정식집을 나설 때까지도 대기하고 있던 김필서. 그는 그녀의 명을 받고 내게 표를 구해다 줬다.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지만, 하늘은 몬스터의 것이나 다름없는 게 현재다.

일부 루트를 제외하고 수많은 항공로가 사라졌다.

러시아로 가는 곳도 마찬가지.

덕분에 수많은 항공편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고작해야 하루 만에 표를 구해 줄 줄이야.

이사야를 써먹는다는 내 말에 질린 표정을 지은 거 치곤, 대단한 능력이다.

‘그 정도 능력이면 내가 정상인 걸 눈치챌 법도 한데 말이야. 쯧. 왜 가는 그 순간까지도 질린 표정인지 모르겠다니까.’

미래 그룹. 그네들의 능력은 단지 항공편을 구하는 데만 있지 않았다.

“철저하다 못해, 대단하긴 해.”

일등석 표를 하루 만에 구한 건 기본.

이 시기에 별로 없다는 통역 아티펙트도 구해다 줬다.

빌려준 거긴 하지만.

그거면 넘어가겠는데.

‘이걸 벌써 구했다라…… 쉽지 않았을 건데.’

그녀와 내가 계약하면서 요구했던 물건들.

현재는 그 가치를 모르지만, 후에는 귀해질 것을 그녀에게 요구한 바가 있었다.

그녀는 그중 여럿을 벌써 구해 왔다.

아직 가치는 낮아도 쉽게 구할 것들은 아닌데 구해 올 줄이야.

새삼 감탄할 수밖에.

‘삭풍의 칼은 리바이에게 던져주면 알아서 각성시키겠고. 방패는 아이단한테 흡수시키면 되려나.’

덕분에 내 그림자 주머니 안은 가득 차 있었다. 그중 대다수는 최후 칠 인에게 건네줄 물건들이었다.

이 중에서도 제일 기대되는 건, 하나다.

“요거지…….”

[당신은 어두운 사령의 저주를 받고 있다.]

[당신은 어두운 사령의 저주에 저항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악령에 대한 이해도가 소폭 상승했다.]

[당신은 어두운 사령의 저주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뼈.

가만있는 거만으로 귀기(鬼氣)가 흘러나온다.

그 귀기가 저주가 되어, 주변을 음울하게 만드는 이 뼈.

아직까진 그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저주받은 이 뼈의 정체는 오로지 딱 둘만이 알고 있었다.

하나는 손에 쥔 채로 수련 도구로 쓰고 있는 나고. 다른 하나는.

‘이사야, 그뿐이지.’

전생에 이게 뭔지 알아낸 건 그뿐이었다.

그가 본다면 눈이 휙 돌아갈 이것을 가지고.

“이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내 몸은 러시아를 향하고 있었다.

* * *

“갔어?”

김시연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

나지막한 가운데 힘이 실려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 김민하였다.

“예. 오전 8시 비행기로 바로 출발했습니다.”

“그래. 예정대로네.”

“예.”

그녀의 목소리에 답하면서, 김시연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로선 진심을 다한 예의였다.

김시연에게 김민하는 그런 예의를 받기에 충분한 은인이었으니까.

분명, ‘그때’의 일로부터 자신을 구한 건 아가씨로 모시는 김민하 그녀였다.

언제고, 아니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은혜였다. 그러기에 그녀를 따르는 데는 아무런 의문도 없었다. 다만 근래에 드는 의문이 있기는 했다.

“내가 왜 그 사람의 편의를 봐주는지 여전히 궁금하지?”

“이번에도 말도 안 했는데 바로 아시네요.”

“나는 보이니까.”

김민하.

그녀가 대체 왜 지한휘를 편애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래 그룹에선 오래전부터 능력 하나씩은 타고난 자들이 태어났다.

선대에 첫 번째 각성한 자는 예지를 타고 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자는 각성의 능력을 깨닫기도 했다.

‘각성’은 자기 자신의 각성에 대한 능력이 아니었다.

즉, 타인에 대한 각성 능력이었다.

각성을 시킬 타인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각성 말이다.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 그룹의 사람들은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서 왔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능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미래를 읽고,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때로 현실 일부를 개변하기까지 하는 자들이기에 가능한 일.

다만, 특이하게도 전투적 능력은 발화하지 못했다.

마치 어떠한 규칙처럼.

가문의 어떤 힘을 사용해서도, 그거만은 깨어지지 않는 불문율이었다.

때문에 미래 그룹의 진짜 직계는 그 정체가 숨겨지곤 했다.

온갖 희귀한 능력은 갖췄으나, 자기 자신을 지킬 능력은 부족하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그러기에 미래 그룹에서도 전도유망한 김민하의 정체가 끝끝내 숨겨졌던 것이었다.

귀한 만큼 지키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얼마 전부터, 가문에 떼를 쓰고 있었다.

지한휘에 대한 편애에 관련해서다.

이런 편애는 지금껏 없었던 일이었다.

그러기에 의문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시작이 쥐쟁이 던전 이후부터였지. 그때부터 변하셨어.’

분명, 그리 오래된 편애는 아니다.

하지만 평생을 그녀를 모실 김시연으로서는 여전히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전에도 말했잖아. 나는 분명 거기서 죽을 운명이었어.”

“예. 그걸 알고도 그곳으로 가셨죠.”

“맞아. 내가 그곳에 가야만 미래가 밝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었거든.”

알게 되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행할 때 김민하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그 뜻을 이해 못했으나, 결과는 항상 좋았다.

김민하 그녀가 아닌 적어도 가문과 세상을 위해서는 말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무언가 보았고, 그 본 걸 바탕으로 스스로 쥐쟁이 던전을 향해 갔다.

“……그게 본인이 희생이 바탕이 되는 거라고 할지라도요?”

“응. 언제나 그래왔잖아.”

“그러셨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걸 알고도 간 결과.

그녀는 살아 돌아왔다.

그때부터 이어지는 편애였다.

생명의 은인에 대한 편애라고도 할 수 있으나, 김시연이 보기엔 그건 분명 아니었다.

그 정도 편애는 50억을 주고, 미래 엔터와 계약을 해주는 걸로 충분했으니까.

그런데도 편애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봤어. 내게 보이는 모든 걸 그가 흐트러트리는걸. 그리고 그 거대한 존재감도.”

“예지에 가까운 아가씨의 능력을 헤치는 게 아닐까요? 그자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손해일 거 같은데요.”

“전혀.”

김시연이 보기엔, 그 편애가 낳는 건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예지에 가까운 능력을 보이던 김민하다.

그런 김민하의 능력을 흐트러트리는 건 독이지 않을까. 더는 미래를 보지 못하게 되니까.

그러니 지한휘와 떨어져 있어야 할 거 같은데도.

김민하는 한사코 편애를 말하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오히려 도움이 돼. 그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내 눈앞에 가까이 있던 암흑이 점차 걷히고 있거든.”

“암흑이라…….”

“지금 이해하지 못해도 나중에 가면 이해하게 될 거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그러니 계속해서 도와줘.”

“그게 명이시라면야. 실행해야죠.”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이해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명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 김시연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 궁금한 게 더 있었으니.

그것은 김민하가 침묵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대체 왜 그자 앞에서는 말을 안 하시는 거예요?”

“으음…….”

이리 알 수 없는 말을 잘하면서도, 지한휘 앞에서만은 도무지 말을 못하는 김민하.

수줍은 연애 감정이라고 하기엔, 그게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아가씨지 않은가.

해서, 물어보지만.

“그 앞에선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아. 그만 보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짓눌리거든. 그도 모르는 거 같은데 그의 근원에 무언가가 있어.”

“저는 아가씨 말을 이해 못 하겠네요.”

말하지 못하는 그 이유 또한 아무리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김시연이었다.

그렇게 김시연의 의문만 커지고 있던 그때.

-지한휘. 도착했답니다.

지한휘의 러시아 도착 소식이 김시연에게 들려오고 있었다.

* * *

“크…… 더럽게 삭신이 쑤시네. 쓸데없이 노선만 길다니까.”

내 도착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직항 노선이지만, 비행 몬스터로 인해 족히 15시간은 비행해 와야 했다.

제아무리 뼈로 단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루한 건 매한가지.

15시간쯤 가만있으려니 몸에 좀이 쑤시다 못해, 넌더리가 날쯤 겨우 도착했다.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온갖 절차를 끝내고 공항을 나서니 그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

‘뭐, 그래도 도착은 도착이니까.’

공항을 나서자 보이는 건 휑함이었다.

한때 관광도시이자, 러시아 베네치아라고도 불리는 특이한 이 도시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 지금에 와선 온갖 게이트가 열리고, 뒤처리도 잘 되지 않은 무법지대가 이곳이었다.

때문에 그 김시연조차도 제대로 된 사람을 붙여주지를 못했다.

사실, 붙여준다고 해도 이쪽에서 거절하긴 했을 거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꽤 험난한 게 예상됐으니까.

그래도 수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아쉬움을 삼키려는데.

터어어엉-!

“크읏…….”

“오?”

때마침, 월척이 하나 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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